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11월 ‘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 ·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나눠
중고서적 기증과 구입도 환영 [서적소개 ‘헤럴드 블룸 클래식’ ·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전문포함]
매월 둘째, 넷째 주 수요일 모임을 갖는 독서토론모임 ‘시드니 시나브로’ (지도 구본영 교수)가 11월 모임을 10일 (제목: 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과 24일 (제목: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온라인으로 가졌다.
먼저 11월 10일 모임에는 임운규 회원이 ‘헤럴드 블룸 클래식’ (헤럴드 블룸 편 / 생각의나무 / 2008년)을 나눴다. 임운규 회원은 서두에 “본서는 편저자 블룸이 꼼꼼하게 고른 서양고전문학 앤솔로지다. 인간의 영혼을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만들어주는 불멸의 고전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묶어 두었다. 단편 41편, 시 83편의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한 권의 책에 수록했다. 루이스 캐럴부터 오스카 와일드, 나사니엘 호손, 푸슈킨, 모파상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본서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우리가 흔히 낭만주의 시대라 부르는 19세기 또는 그 이전 고전작품들이다. 작가가 고전을 취사선택하면서 환상문학, 서사문학, 서정시, 명상록에서 음조와 비전의 일관성을 유지시키고자 의도하였기 때문이다.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코뿔소 가족’ (Spring, 첫째 권), ‘점블리 사람들’ (Summer, 둘째 권), ‘미친 정원사의 노래’ (Summer, 셋째 권), ‘야생의 숲’ (Autumn, 넷째 권), ‘이제 그만 울어요’ (Autumn, 다섯째 권), ‘빨간 구두’ (Winter, 여섯째 권), ‘겨울 사자’ (Winter, 일곱째 권), ‘스페이드 퀸’ (Winter, 여덟째 권)으로 구성되었다. 한눈에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묘미가 있다.”라며 “불멸의 고전 (단편 41편과 시 83편)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묶은 것으로 자연의 순환이 주는 정서적 환기를 작품의 주제와 어우러지게 하여,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였다. 매혹적이면서도 유머가 넘치며,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작품들은 문학만이 창조할 수 있는 황홀한 축제의 장”이라고 했다. 이어 “루이스 캐럴, 에밀 졸라, 나사니엘 호손을 거쳐 거꾸로 셰익스피어에 이르는 위대한 상상력의 행복한 충격은 시공을 초월하여 아직도 우리들 앞에 열려 있다. 문학은 인간과 세상에 대해 우리 모두가 어찌할 수 없이 사로잡혀 있는 딱딱한 편견들을 그 부드러움으로 무너뜨리고, 우리의 내면을 더욱 깊이 있고 아름답게 넓혀준다. 문학은 돈과 밥을 벌어주지는 않지만 돈과 밥에 매달리는 삶을 성찰하게 한다. 욕망에 대한 자발적 교육을 통해 문학은, 우리를 그 부끄러움과 함께 ‘짐승을 넘어서 사람으로 사는 일’의 깊은 행복으로 이끈다. 본서는 고전이 주는 열린 기쁨과 심미적 가치가 도저히 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어떤 것임을 책 읽는 재미와 함께 저절로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아이의 영혼이 바로 그러한 것임을 또한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24일에는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 21세기북스 / 2017년)를 나눴다. 서두에 “모든 학문의 출발점은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이었으며 문명은 그 답을 찾는 길에서 이룩되었다. 그리고 사회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그 물음은 다시금 제기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현대 사회는 인간 본원의 물음에 다시 답을 구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치열한 과정에는 철학적 성찰뿐 아니라 과학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에 뇌과학이 그 출발점에 섰다. 여기에는 1.4킬로그램의 작은 뇌가 인간 문명을 창조할 수 있었던 이유와 다가올 기계 시대의 인간 존재 의미가 담겨 있다. 2015년 건명원 (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과학 강의를 묶은 이번 책은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뇌과학이라는 프리즘으로 인류의 오늘을 진단하고 통찰한 결과다. 호모 데카당스 (homo decadence)와 호모 스피리투알리스 (homo spiritualis), 즉 미추와 선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인간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과연 인류에게 불멸의 삶은 가능할 것인지, 인류의 여정이 뇌과학적 해석 안에서 새로운 감탄으로 펼쳐진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실체를 인식하고 폭넓은 경험으로 삶의 해상도를 높일 때 비로소 ‘나’는 그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인상 깊은 구절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나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일까요? 다음 세 가지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첫째,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둘째, 우리가 모르는 것. 셋째,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대부분 세 번째 상태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릅니다.” (70쪽)는 것이다.
저자 김대식 교수는 연구하고 글 쓰고 가르치는 뇌과학자로, 독일 막스 플랑크 뇌과학 연구소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보냈고,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원, 미국 미네소타대학 조교수, 보스턴대학 부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 존재와 세상에 대한 질문을 붙들고 과학, 철학, 예술,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뇌를 파헤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뇌과학, 뇌공학, MRI, 인공지능 등이다. 현재 인문과학예술 혁신학교 건명원의 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창조력은 어떻게 인류를 구원하는가』(공저)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의 빅퀘스천』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등이 있다.
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는 독서에 관심있는 분 누구나 환영한다. ‘시드니 시나브로’의 목적은 “독서를 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해외생활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함”이며, 목표는 “창의적 사고와 합리적 사고, 그리고 융합적 사고를 통하여 삶의 비전을 구체화시키기 위함”이다. 운영방식은 독서안내자가 책을 선정하여 소개하면 독서회원 각자가 주1회 장별로 읽고 요약하여 발표한 후 상호의견을 교환하는데, 모임은 매월 2, 4주째 수요일 오후 5시에 모인다.
구본영 교수와 함께하는 독서토론모임에 관심있는 분들은 전화 (0415 706 784)나 이메일(bonyoungkoo7@gmail.com)로 문의하면 된다.
‘시드니 시나브로’는 도서기증을 환영한다. 또한 중고책방 (이스트우드 하모니센터)도 운영해 해외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책자를 저가에 구입하도록 돕는다. 도서기증이나 중고서적 구입을 원하는 분들은 아래의 문의처로 연락하면 된다.
– 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안내
.모임: 매월 2, 4주째 수요일 오후 5시
지도 구본영 교수 (0415 706 784, bonyoungkoo7@gmail.com)
총무 임기호 목사 (0414 228 660, kiholim72@gmail.com, 중고서적 기증·구입 문의)
간사 임운규 목사 (0425 050 013, woon153@daum.net)
서적소개 1
헤럴드 블룸 클래식
헤럴드 블룸 편 / 생각의나무 / 2008.1.18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히는 헤럴드 블룸이 펴낸 『헤럴드 블룸 클래식』은 그가 꼼꼼하게 고른 서양고전문학 앤솔로지다. 인간의 영혼을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만들어주는 불멸의 고전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묶어 두었다. 단편 41편,시 83편의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한 권의 책에 수록하였다. 루이스 캐럴부터 오스카 와일드, 나사니엘 호손, 푸슈킨, 모파상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헤럴드 블룸 클래식』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우리가 흔히 낭만주의 시대라 부르는 19세기 또는 그 이전 고전작품들이다. 작가가 고전을 취사선택하면서 환상문학, 서사문학, 서정시, 명상록에서 음조와 비전의 일관성을 유지시키고자 의도하였기 떄문이다. 이 책은 작년 출간된 8권의 염가본을 한 권에 모아둔 소장본이다. 먼저 출간된 염가본 (전8권, 각 8,800원)은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코뿔소 가족> (Spring, 첫째 권), <점블리 사람들> (Summer, 둘째 권), <미친 정원사의 노래> (Summer, 셋째 권), <야생의 숲> (Autumn, 넷째 권), <이제 그만 울어요>(Autumn, 다섯째 권), <빨간 구두> (Winter, 여섯째 권), <겨울 사자> (Winter, 일곱째 권), <스페이드 퀸> (Winter, 여덟째 권)으로 구성되었다. 염가본은 휴대하기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고 소장본은 고급스러운 장정으로 한눈에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묘미가 있다.
○ 목차
Stories and Poems for Extremely Intelligent Children of All Ages
봄
Stories
기묘한 이야기_길버트 키스 체스터톤
코뿔소 가죽_루디야드 키플링
거울_라프카디오 헌
보완물_에밀 졸라
Poems
사람의 사계절_존 키츠
바람을 노래함_토머스 러브 피콕
바람과 비_윌리엄 셰익스피어
엉겅퀴를 먹은 당나귀_이솝
3월 바람의 노래_윌리엄 모리스
악기_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밤의 작은 새들_스티븐 크레인
여행을 떠나는 아이가 있었네_월트 휘트먼
올빼미와 고양이_에드워드 리어
오래된 5월의 노래_작가 미상
나에게 더 이상 고향은 없네_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푸른 잔디_작가 미상
즐겁게 올라가고 즐겁게 내려오라_작가 미상
여기 우리는 피리를 불며 오네_작가 미상
어이, 아니야 아냐!_작가 미상
나에겐 작은 견과나무가 있었지_작가 미상
링컨셔 주의 밀렵꾼_작가 미상
요정들_윌리엄 앨링엄
진하고 걸쭉한 맛있는 수프_루이스 캐럴
여름
Stories
황금 강의 왕_존 러스킨
병 속의 도깨비_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유려한 로켓 불꽃_오스카 와일드
테네시 주의 저널리즘_마크 트웨인
리키-티키-타비_루디야드 키플링
데이비드 삼촌의 터무니없는 이야기_캐서린 싱클레어
거위 치는 소녀_그림 형제
피오리몬드 공주의 목걸이_앨저넌 찰스 스윈번
신부, 옐로우 스카이에 오다_스티븐 크레인
험프티 덤프티_루이스 캐럴
Poems
점블리 사람들_에드워드 리어
사냥하기 좋은 수사슴_존 데이비슨
돼지 이야기_루이스 캐럴
불같이 붉은 꼬리를 가진 공작새를 보았네_작가 미상
눈이 하얗게 덮힌 들판의 겨울_루이스 캐럴
나르키소스를 위한 메아리의 탄식_벤 존슨
숲으로 난 길_루디야드 키플링
울부짖는 미친 톰_작가 미상
미친 정원사의 노래_루이스 캐럴
디나스 보어의 전쟁 노래_토머스 러브 피콕
여우와 고슴도치_이솝
8월_앨저넌 찰스 스윈번
용기-봉기-보의 사랑 노래_에드워드 리어
까마귀와 물주전자_이솝
가을
Stories
가짜 거북이 이야기_루이스 캐럴
소어 다리 사건_아서 코난 도일
봄의 연인과 가을의 연인_라프카디오 헌
페더탑: 교훈적인 이야기_나사니엘 호손
세 이방인_토머스 하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땅이 필요할까?_레오 톨스토이
페르시아 사람 알리의 이야기_아라비안나이트
찬가_사키
웨이크필드_나사니엘 호손
Poems
물 위를 떠다니는 노인_에드워드 리어
야생의 숲_작가 미상
도깨비 시장_크리스티나 로세티
작별_앨저넌 찰스 스윈번
조용하지 않은 무덤_작가 미상
가을_존 클레어
이것이 왕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라네_작가 미상
반짝이는 코를 가진 소년 동_에드워드 리어
이제 그만 울어요, 슬픈 샘들이여_작가 미상
좀더 빨리 걷지 않을래?_루이스 캐럴
두 개의 항아리_이솝
나는 한 처녀를 사랑했다네_조지 위더
광채가 성벽 위로 떨어지네_앨프레드 테니슨
우리 두 번 다시 배회하지 말아요_조지 고든 바이런
장난치는 독수리들_월트 휘트먼
11월_로버트 브리지스
술을 권하는 노래_존 스틸
사랑은 제 갈 길을 찾아가리라_작가 미상
내 고양이 제프리_크리스토퍼 스마트
하얀 섬_로버트 헤릭
죽음과 큐피드_이솝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_크리스티나 로세티
겨울
Stories
빨간 구두_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신호원_찰스 디킨스
오를라_기 드 모파상
윌리엄 윌슨_에드거 앨런 포
만령제_이디스 워튼
데이비슨의 눈과 관련된 놀라운 사건_H. G. 웰스
마녀의 빵_오 헨리
승리한 사랑의 노래_이반 투르게네프
어둠 속에서_에디스 네스빗
종탑_허먼 멜빌
스페이드 퀸_알렉산드르 푸쉬킨
코_니콜라이 고골
Poems
흥겨운 노랫소리_윌리엄 셰익스피어
불어라 불어 그대 겨울 바람아_윌리엄 셰익스피어
숲속의 만가_조지 메러디스
까마귀-토머스 러벌 베도스
겨울 소네트_크리스티나 로세티
은 백조의 노래_올랜도 기번스
패트릭 스펜스 경_작가 미상
독수리-앨프레드 테니슨
불길한 전조-허먼 멜빌
오소리-존 클레어
바다코끼리와 목수-루이스 캐럴
겨울 사자_윌리엄 셰익스피어
악몽_윌리엄 슈웽크 길버트
커코넬의 헬렌_작가 미상
나는 작은 담장 있는 정원을 알고 있네_윌리엄 모리스
눈송이_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수양버들의 껍질을 벗기며_존 클레어
폭설_랠프 월도 에머슨
애가 -토머스 러벌 베도스
마리아나- 앨프레드 테니슨
늙은 유령-토머스 러벌 베도스
슬픔- 오브리 드 베르
소리없이 참아내는 거미-월트 휘트먼
노래_크리스티나 로세티
밤_윌리엄 블레이크
눈보라_존 클레어
런던의 눈_로버트 브리지스
노파_로버트 헤릭
주문_존 드라이든
유령을 부르는 사람- 토머스 러벌 베도스
오르막길-크리스티나 로세티
크라켄- 앨프레드 테니슨
루크 하버갈-에드윈 알링턴 로빈슨
두 정령-퍼시 비시 셸리
○ 저자소개 : 편 – 헤럴드 블룸, 등저 – 에밀 졸라, 윌리엄 셰익스피어
– 편 : 헤럴드 블룸 (Harold Bloom)
인문학자이자 문학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예일 대학의 인문학 교수다. 1930년 뉴욕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블룸은 1947년에 코넬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해서 학사 학위를 받고, 1955년에 예일 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넬 대학에서 『노튼 영문학사』의 대표 편집자이자 낭만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M. H. 에이브러햄 교수를 만나 영향을 받았다. 1987년부터 1988년까지 하버드 대학의 시학 교수였고, 1988년부터 2004년까지 뉴욕 대학 대학원의 영문학 교수였다. 로마 대학과 볼로냐 대학에서 명예학위를 받았다. 1999년에 미국 예술문예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비평 부문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1985년에 일명 ‘천재상’이라 불리는 맥아더 재단 펠로십을 받았다. 2002년 카탈로니아 인터내셔널 상, 2003년 국제 알폰소 레예스 상 등을 받았다.
찰스 디킨스의 『피크윅 페이퍼스』를 1년에 두 번씩 읽어 책장이 해질 정도로 이 작품을 좋아하는 블룸은 열 살 때 만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시인 하트 크레인의 시 ‘무너진 탑’을 생애 내내 뇌리에 깊이 새길 정도로 일찍이 문학적 소질을 보였다. 벌써 10대 시절에 블룸은 윌리엄 블레이크부터 셰익스피어까지, 『맥베스』에서 『모비딕』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문학 세계를 넓혀간 조숙한 천재였다. “열한 살 무렵부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일은 시를 읽고 논하는 것이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를 옹호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의 영향력 이론’을 정립한 것으로 유명한 블룸은 문학에 대한 유미주의적 입장을 견지했으며, 역사주의, 페미니즘, 해체론, 마르크스주의 등 서구의 근대적 주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비평 조류를 반박했다.
– 등저 : 에밀 졸라 (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 이탈리아 출신인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태어나 1862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남부의 산과 들판을 같이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로 올라와서 궁핍한 시절을 겪지만, 대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간다. 토목기사였던 아버지가 1847년 사망하자 홀어머니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간다. 대학교 입학 자격시험에 실패하고 나서 1862년부터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며 여러 작가를 접한다. 1866년 아셰트 출판사를 사직하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간다. 특히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진보적 사상가들과 문학계와 교류하게 되고, 신문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기질을 통해 본 자연의 한 측면」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밝힌다.
아셰트사를 떠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졸라는 여러 신문에 논평을 기고하는데, 특히 당시 마네와 조만간 인상주의자로 불릴 화가들을 옹호하면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학파에 대항하는 젊은 논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졸라는 제2제정을 비판하는 공화파 신문들을 통해 점점 더 과격한 기사들을 발표하면서, 이 체제를 철저히 비판하는 『루공가의 운명』을 기점으로 『루 공 마카르 총서』의 연작을 시작한다. 20권으로 구성된 대하소설 ‘루공 마카르 총서’(1871~1893) 중 『목로주점』(1877)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경제적인 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파리 근교 ‘메당’에 별장을 샀는데 그곳은 자연주의 소설가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거기서 모임 (메당의 저녁)을 가지면서 졸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연주의 소설의 선두주자가 된다. 그의 소설과 논평들은 언제나 많은 스캔들을 동반하지만 다행히도 제2제정이 몰락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 (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지도자로 인지되고, 1880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메당의 야화』는 일종의 자연주의 선언서가 된다.
낭만주의 문학을 존중했지만 감정과 사실을 구별하며 당시 사회적 정치적 면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사실주의 작가들을 칭찬하며 급기야 ‘자연주의 문학’의 이론을 정립하고 발전시킨다. 문학비평사에서 당시 작가들에게 금기시되던 요소인 돈, 섹스를 건드렸다고 평가된다. 첫 장편소설 『테레즈 라캥』(1867)이 출간부터 적나라한 묘사로 심한 비판을 듣자 소설 앞부분에 따로 서문을 보태기도 한다.
그러나 평론계의 격렬한 반발을 몰고 온 『대지』 이후 자연주의 문학가들의 해체적 글쓰기에 대립하는 새로운 저항의 글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주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간다. 『파스칼 박사』를 끝으로 총 스무 권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연작이 완성된다. 이 총서의 완성 후 졸라는 자신의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새로운 소설 연작을 시작한다. 『루르드』와 『로마』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실패를 다뤘으며, 『파리』(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인 원리들로 인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파리』를 막 완성한 직후 1898년 1월 ‘나는 고발한다!’라는 장문의 글을 신문에 실어 당시 한창 시끄러웠던 드레퓌스 사건에 목소리를 싣는다. 군대, 정치, 법의 권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드레퓌스가 희생되었다는 입장을 펼쳐서 모독죄로 1년 구형을 받게 돼 영국에서 1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한다.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던 시점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의 모든 명예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드레퓌스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운다.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은 재심에 회부되고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 사건 동안 졸라는 조레스와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노동의 재구성과 부의 분배에 대한 푸리에의 순수한 무정부주의에 더 이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888년부터 입문한 ‘사진’에 빠져서 현상까지 직접 했는데, 자화상 및 가족 친지들의 일상생활을 사진으로 남기고 1900년 프랑스 파리만국박람회에서 르포 형식의 사진을 많이 찍는다. 치밀한 자료 수집을 기반으로 집필 작업을 한 졸라의 성향과 부합되는 취미다.
『4복음서』는 새로운 혁명적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풍요』, 『노동』, 『진실』이 출판되었으며, 후속 작품으로 『정의』가 쓰일 예정이었으나 1902년 9월 29일 막힌 굴뚝으로 인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함으로써 그의 마지막 작품 『정의』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사고에 연루된 의문이 풀리지 않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살해되었다는 추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 1908년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팡테옹으로 이장되어 현재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공간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 등저 :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영국 최고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1564년 4월 23일 존 (John)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 (Mary Arden) 사이에서 태어났다. 셰익스피어는 아름다운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인구 2,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 영국 잉글랜드 워릭셔주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존 부부의 첫아들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고,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셰익스피어는 주로 성경과 고전을 통해 읽기와 쓰기를 배웠고, 라틴어 격언도 암송하곤 했다.
셰익스피어는 11살에 입학한 문법학교에서 문법, 논리학, 수사학, 문학 등을 배웠는데, 특히 성경과 더불어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셰익스피어에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셰익스피어는 그리스어도 배웠지만 그리 신통하지는 않았다. 이 당시에 대학에서 교육받은 학식 있는 작가들을 ‘대학재사’라고 불렀는데, 셰익스피어는 이들과는 달리 대학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타고난 언어 구사 능력과 무대예술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 다양한 경험,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력은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제대로 교육받지는 못했지만, 자연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운 자연의 아들이자 천재였다.
1582년 앤 해서웨이와 결혼하여 딸과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이후 런던으로 거주지를 옮겨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극작가로 성공했으며 희극 배우로도 활동했다. 후원자 사우샘프턴 백작의 도움으로 궁정에도 출입하며 엘리자베스 여왕과 제임스 1세에게 후대를 받아 1594년에는 궁내부장관 극단의 전속 극작가로 임명되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사업적 기질을 물려받았는지 재산 관리에도 능숙해 상당한 부동산을 구입하여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웠다.
수많은 희곡 중 셰익스피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무어인 장군 오셀로가 이아고의 간계에 빠져 사랑하는 아내를 질투하고 살해하는 비극을 다룬 『오셀로』, 자신에 대한 딸들의 충성을 시험하다 비극을 맞는 『리어왕』,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비극을 초래하는 『맥베스』, 그리고 마지막이 이 4대 비극 중 가장 앞서 쓰였다는 『햄릿』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클로디어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그렸다. 인간을 들여다보는 깊이 있는 시선은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들에 길고긴 생명을 부여한다. 끊임없는 재해석이 그 방증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인물들을 파고들고 해석하는데, 문학에서 찾아낼 수 있는 모든 가치를 그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1590년 대 초반에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타이터스 안드로니커스』, 『헨리 6세』, 『리처드 3세』 등이 런던의 무대에서 상연되었다. 특히 『헨리 6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에 대한 악의에 찬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 교육도 받지 못한 작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인기는 더해갔다. 1623년 벤 존슨은 그리스와 로마의 극작가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셰익스피어뿐이라고 호평하며, 그는 “어느 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1668년 존 드라이든 (John Dryden)은 셰익스피어를 “가장 크고 포괄적인 영혼”이라고 극찬했다. 1610년경 은퇴하여 고향으로 돌아온 셰익스피어는 대저택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다, 1616년 4월 23일 52세의 나이로 서거하여 성트리니티 교회에 안장되었다.
셰익스피어는 1590년에서 1613년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극작가로서, 대표 작품으로는 『공연한 소동』, 『12야 (夜)』, 『자 (尺)에는 자로』, 등의 희극과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 왕』,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의 비극을 비롯해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헨리 4세』, 등 10편의 비극 (로마극 포함), 17편의 희극, 10편의 역사극, 『비너스와 아도니스』, 등의 시집 및 『소네트집』도 남겼다. 대부분의 작품이 살아생전 인기를 누렸다.
– 역자 : 정정호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리즈 대학교 연구교수와 호주 그리피스 대학교의 방문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있다. 영어영문학회 부회장, 문학과 환경 학회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전무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국제비교문학회 부회장과 2010년 대구 세계 비교문학대회 조직위원장과 계간 『비평』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서기원의 소설 『이조백자 마리아 상』을 영역했으며 국내 번역서로는 『세상 위의 세상들: P. B. 셸리의 시선집』 등 다수가 있다.
– 역자 : 이소영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고려대, 중앙대, 한양대 강사로 활동했으며 지금까지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와 같은 10여 권의 번역서를 출간했고, 가장 최근 것으로는 에이즈 환자를 위한 단편모음집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나딘 고디머 편)이 있다
– 역자 : 정혜연
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은 후 미국 벤더빌트 대학교에서 미국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코리아타임스가 주최한 한국문학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역서로는 『거지 오페라』(공역) 『현대미국문화의 이해』(공역) 등이 있다. 고려대, 숙명여대, 중앙대 강사를 거쳐 지금은 성균관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BK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 역자 : 정혜진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영문학 부전공)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코리아타임스가 주최한 한국문학 단편부문 번역상을 수상했고 한국번역원의 번역기금을 받아 전경린의 소설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를 영역했다. 코리아타임스 문화부 기자로 생활했고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CLA)에서 영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산타 바바라)에서 영화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학부에서 영화이론 및 문학과 영화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 출판사 서평
– 헤럴드 블룸 클래식을 펴내며 : Stories and Poems for Extremely Intelligent Children of All Ages
헤럴드 블룸 클래식은 오늘날 현대 서양문학비평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저명한 영문학자 헤럴드 블룸이 꼼꼼하게 고른 서양고전문학 앤솔로지다. 인간의 영혼을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만들어주는 불멸의 고전―단편 41편과 시 83편―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묶은 것으로 자연의 순환이 주는 정서적 환기를 작품의 주제와 어우러지게 하여,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였다. 매혹적이면서도 유머가 넘치며,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작품들은 문학만이 창조할 수 있는 황홀한 축제의 장이다.
루이스 캐럴, 에밀 졸라, 나사니엘 호손을 거쳐 거꾸로 셰익스피어에 이르는 위대한 상상력의 행복한 충격은 시공을 초월하여 아직도 우리들 독자 앞에 열려 있다. 문학은 인간과 세상에 대해 우리 모두가 어찌할 수 없이 사로잡혀 있는 딱딱한 편견들을 그 부드러움으로 무너뜨리고, 우리의 내면을 더욱 깊이 있고 아름답게 넓혀준다. 문학은 돈과 밥을 벌어주지는 않지만 돈과 밥에 매달리는 삶을 성찰하게 한다. 욕망에 대한 자발적 교육을 통해 문학은, 우리를 그 부끄러움과 함께 ‘짐승을 넘어서 사람으로 사는 일’의 깊은 행복으로 이끈다. 헤럴드 블룸 클래식은 고전이 주는 열린 기쁨과 심미적 가치가 도저히 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어떤 것임을 책 읽는 재미와 함께 저절로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아이의 영혼이 바로 그러한 것임을 또한 분명하게 보여준다.
– 천 개의 사건, 천 가지 상상-모든 나이대의 가장 총명한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와 이야기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히는 이 책의 엮은이 헤럴드 블룸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해리포터 열풍에 대해서 “진부함에 강하고 상상력에는 약하다 (Long on Cliches Short on Imaginative Vision)”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전자책의 선봉이 되었던 SF 작가 스티븐 킹이 작년에 전미도서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에 대해 “스티븐 킹은 싸구려 스릴러 작가이며 그의 작품에는 문학이 주는 그 어떤 미학이나 독창적 지성이 없다”며 혹독한 비평을 했다. 헤럴드 블룸의 문학에 대한 입장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해줄 수 있는 것은 없는 듯하다. 해리 포터 시리즈나 스티븐 킹의 작품들을 싸잡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헤럴드 블룸이 해리 포터 시리즈나 스티븐 킹의 작품에 가한 비판의 핵심은 그 통속성에 있겠지만,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작품들 또한 당대의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것들도 꽤 많다. 그러하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간단하고 직접적인 정황 묘사나 상상력을 차단하는 간명한 이미지 전달을 통하여 말초적인 재미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문학작품에 바라는 건 말초적인 재미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들은 우리가 흔히 낭만주의 시대라 부르는 19세기 또는 그 이전 고전작품들이다. 헤럴드 블룸이 고전들을 취사선택하면서 환상문학, 서사문학, 서정시, 명상록에서 음조와 비전의 일관성을 유지시키고자 의도했기 때문이다. 한편 전체적으로 직설적이고 상대적으로 단순한 서정시들이 담겨 있고 존 던이나 에밀리 디킨슨처럼 언어적인 힘이 아주 강한 일부 시인들의 난해한 시를 피했다. 헤럴드 블룸의 작품 선정 기준은 작품에서 더 발견할 요소가 있는가 없는가였기 때문이다. 미국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의 픽션-그것이 산문이든 운문이든-에 대한 가치기준은 다음과 같다. 문학작품은 변화해야 하고 즐거움을 주어야 하며, 추상적이어야 한다. 스티븐스가 여기에서 사용하는 ‘추상적’이란 용어는 ‘사실적인’ 것에 반대되는 의미가 아니라 뭔가 현실인 척하는 진부한 외피들로부터 끄집어내어 ‘끌어올린’ 것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서정시와 이야기들은 무료한 일상에 가려진 마법을 드러내기 위해 그 덧칠을 문질러 닦아냈다.
– ‘아동문학’이라는 범주는 정당한가
게다가 헤럴드 블룸은 아동문학이라는 범주를 인정하지 않는다. 헤럴드 블룸은 이 책의 서문에서 ‘아동문학은 한 세기 전만 해도 나름대로 유용성과 특징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자주 우리의 문학 풍토를 파괴시키는 가면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상업적으로 아동문학이라고 포장되어 등장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나이대의 독자들에게 부적절한 글들이라는 것이다. 헤럴드 블룸이 이 책에 모아놓은 거의 모든 작품들은 그가 다섯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에 처음으로 읽은 후, 15세에서 70세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읽었던 것들이다. 이 책의 원제인 ‘모든 나이대의 지극히 총명한 아이들을 위한 노래와 이야기 : Stories and Poems For Extremely Intelligent Children of All Ages’가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즉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지극히 지적인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다. 루디야드 키플링, 루이스 캐럴, 에드워드 리어를 나사니엘 호손, 니콜라이 고골과 이반 투르게네프와 섞어놓았다. 왜냐하면 이 모든 작가들은 이 책을 위해 선택한 시와 이야기 속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진정성이 있는 독자들에게 마음껏 자신들을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결코 어렵거나 애매하지 않는데다, 우리에게 예지와 즐거움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올바른 상황만 주어진다면 타고난 독서가들이 될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의 읽기 본능이 대중매체에 의해 파괴되기 전까지에 한에서다. 전제적인 스크린은 문학적 가치나 인간의 지혜가 지속적인 정보의 흐름보다 선호될 수 있을 질서를 위협한다. 헤럴드 블룸은 고독한 아이들과 최고의 양서들의 마법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하나의 환상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관계는 아주 오래 된 것이기에 그렇게 쉽게 파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은 기적같이 놀라운 이야기나 시를 이용해 자신의 동반자를 만들어낸다. 보이지 않는 그런 친구는 건강하지 않은 환상이 아니라 모든 힘을 총동원하여 자기를 훈련시키는 정신이다. 어쩌면 그것은 또한 새로운 시인이나 이야기꾼이 태어나는 신비스러운 순간일 수도 있다.
○ 추천평
헤럴드 블룸은 비평의 거인이다.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은 우리 모두를 황홀경에 빠뜨리는 마약이다. -THE NEW YORK TIMES MAGAZINE
톨스토이, 오 헨리, 루이스 캐럴 같은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묶은 이 고전 앤솔로지는 실로 광대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헤럴드 블룸 클래식에 실린 작가들은 상상의 지대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계절이라는 자연의 순환과 더불어 문학의 미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이 모음집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블룸은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를 인용하며 문학은 “반드시 변화해야 하고, 즐거움을 주어야 하며, 추상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가 문학작품을 반복해서 읽어나갈 때, 작품과 더불어 새로운 자아로 거듭나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아마존닷컴 리뷰
서적소개 2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 21세기북스 / 2017.3.13
– 세상에 없던 수업, 우리가 기다려온 통찰! 김대식 교수의 브레인 사이언스 (Brain Science)
.뇌과학으로 보는 예측 가능한 미래, 인류의 운명은 뇌 속에 있다!
.인간 존재에 관한 독보적 해석, 철학의 물음에 뇌과학이 답하다!
모든 학문의 출발점은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이었으며 문명은 그 답을 찾는 길에서 이룩되었다. 그리고 사회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그 물음은 다시금 제기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현대 사회는 인간 본원의 물음에 다시 답을 구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치열한 과정에는 철학적 성찰뿐 아니라 과학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에 뇌과학이 그 출발점에 섰다. 여기에는 1.4킬로그램의 작은 뇌가 인간 문명을 창조할 수 있었던 이유와 다가올 기계 시대의 인간 존재 의미가 담겨 있다.
2015년 건명원 (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과학 강의를 묶은 이번 책은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뇌과학이라는 프리즘으로 인류의 오늘을 진단하고 통찰한 결과다. 호모 데카당스 (homo decadence)와 호모 스피리투알리스 (homo spiritualis), 즉 미추와 선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인간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과연 인류에게 불멸의 삶은 가능할 것인지, 인류의 여정이 뇌과학적 해석 안에서 새로운 감탄으로 펼쳐진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실체를 인식하고 폭넓은 경험으로 삶의 해상도를 높일 때 비로소 ‘나’는 그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 목차
서문
1강 뇌와 인간-‘나’는 존재하는가
01. 나는 어디에 있는가-나는 뇌의 피질에 존재한다
나는 뇌 없이는 불가능한 존재
나는 심장이 아닌 머리에 있다
나는 뇌실이 아닌 피질에 있다
02. 나는 어떻게 생겼는가-브레인 이미징으로 뇌를 발견하다
뇌를 염색하는 방법, 골지 컬러링
신경세포는 나뭇잎 모양의 단일 세포다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역사상 최초의 브레인 이미징 실험
03. 생각이란 무엇인가-나는 뇌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뇌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모든 생각은 나에서 시작되고 나로 끝난다
모든 예술 작품은 나의 다른 표현이다
04. 나는 어떻게 나일 수 있는가-자아의 핵심은 시공간적 연장성이다
나 혼자서도 나 자신일 수 있는가
독일인이 되고 싶었던 유대인, 프리츠 하버
나라는 자아의 핵심은 연장성이다
05. 감정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감정이란 과거?현재?미래의 최적화된 결과다
뇌를 구겨 커진 뇌를 담다
뇌과학은 진화적 계층이 있는 고고학이다
과부화된 뇌는 동물적인 답을 내놓는다
2강 뇌와 정신-‘나’는 합리적인 존재인가
01. 인간은 합리적인가-뇌는 선택을 정당화하는 기계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다
선택이란 임의적인 상호 작용의 결과다
학습과 경험을 통해 선택은 좌우될 수 있다
02. 믿음은 왜 생겼는가-인간의 뇌에는 예측 코드가 있다
인간은 예측하고 행동하는 동물이다
예측 능력이 없을 때 토테미즘이 발생한다
나의 경계는 어디일까?
03. 정신도 병드는가-정신 질환은 뇌가 손상된 결과다
망가지는 뇌의 영역에 따라 정신 질환도 달라진다
눈에 안 보이는 다리가 머리에는 있다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히스테리, 열등한 여성들만의 질병?
3강 뇌와 의미-‘나’는 의미 있는 존재인가
01.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삶의 의미는 자연이 부여한 숙제다
우연히 태어난 세상에 의미가 있는가
늙는다는 것에도 의미는 있을까
자연의 무관심이 자유를 가져다준다
02. 의미는 어디서 만들어지는가-의미는 ‘정상적인’ 뇌만 만들어낼 수 있다
길가메시의 교훈, 웃고 즐기고 사랑하라
인간이 없는 세상에서 예술은 의미가 있을까
식물인간의 뇌는 의미를 만들 수 있는가
03. 의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정교한 뇌의 매트릭스가 모든 것을 만든다
위치와 모양에 따라 뇌의 기능은 달라지는가
신경세포는 저마다 할 일이 정해져 있다
뇌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레고 블록이다
04. 의식이란 무엇인가-쪼개고 쪼개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퀄리어가 있어야 의미가 만들어진다
퀄리어, 뇌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정신이 진짜고 물질은 가짜다?
05. 경험은 왜 중요한가-생각의 프레임을 넓히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뇌가 완성되는 순간, 결정적 시기
결정적 시기가 중요한 이유
인간에게는 또 한 번의 결정적 시기가 있다
넓은 세상을 볼 때 가고 싶은 길이 보인다
4강 뇌와 영생-‘나’는 영원한 존재인가
01. 왜 죽기를 두려워하는가-영생은 순환 관계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는 것
지적인 존재란 죽음을 상상할 수 있는 존재다
엘레우시스 비의, 삶과 죽음의 비밀
02. 무한이란 무엇인가-무한을 증명할 수 없음을 증명하다
우주는 왜 무가 아니라 유인가
움직임이란 착시 현상이다?
셀 수 있는 무한수와 셀 수 없는 무한수
무한은 증명할 수 없는 문제다
03. 나를 바꾸는 방법은 있는가-뇌 속을 읽고 자아를 이식하다
두려운 것은 나라는 존재의 소멸이다
브레인 리딩, 뇌의 인지적 사전으로 생각을 읽다
광유전학, 타인의 행동을 제어하는 기술
자아 이식으로 영생을 꿈꾸다
04.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는가-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다
몸은 사라져도 정신이 불멸한다면
인공지능의 시대는 도래하는가
가상?증강현실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다
5강 뇌과학자가 철학의 물음에 답하다
01. 뇌과학으로 본 ‘나’-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방법
02. 뇌과학으로 본 ‘우리’-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 저자소개 : 김대식
연구하고 글 쓰고 가르치는 뇌과학자. 독일 막스 플랑크 뇌과학 연구소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보냈고,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원, 미국 미네소타대학 조교수, 보스턴대학 부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 존재와 세상에 대한 질문을 붙들고 과학, 철학, 예술,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뇌를 파헤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뇌과학, 뇌공학, MRI, 인공지능 등이다. 현재 인문과학예술 혁신학교 건명원의 원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창조력은 어떻게 인류를 구원하는가』(공저)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의 빅퀘스천』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기 주도적인 생각과 철학적인 대화입니다. 그 이유는 산업 구조의 거대한 변화가 앞으로 또 한번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러한 변화 속에서 자기 주도적 생각과 철학이야말로 게임의 새판을 우리 위주로 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25쪽)
뇌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뇌과학’입니다. 뇌과학은 생물학적 자연과학이면서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적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적인 행동도, 히틀러의 악마 같은 행동도 모두 뇌에서 나옵니다. 인간의 창의성과 도덕 그리고 윤리, 결국 모두 뇌라는 생물학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27쪽)
인간의 뇌가 단순한 관찰이나 철학적 이론을 넘어 과학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 였습니다. 카밀리오 골지 (Camillio Golgi)라는 이탈리아 의사가 최초로 신경세포를 염색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는데, 이를 골지의 이름을 따서 골지 컬러링 (Golgi Coloring)이라 부릅니다. (45쪽)
지금 이 순간에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나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일까요? 다음 세 가지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첫째,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둘째, 우리가 모르는 것. 셋째,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대부분 세 번째 상태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릅니다. (70쪽)
그런데도 왜 ‘나는 나’라고 생각할까요?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뇌세포입니다. 몸속 다른 것은 다 변해도 뇌세포는 변하지 않습니다. (95쪽)
우리는 대부분 자신은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과 선택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선택은 대부분이 비합리적이며, 서로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프로세스로 이루어집니다. 다만 우리 뇌가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117쪽)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 자체가 뇌의 해석이라는 얘기입니다. 즉 우리의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그림자를 가지고 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도 없고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146쪽)
정신 질환은 특별한 병이 아니라 뇌의 특정 영역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는 손상된 뇌를 복원할 수 있다면 정신 질환도 치료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149쪽)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확실한 명제입니다. 그런데 코타르 증후군 환자들에게 데카르트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여전히 생각하는 자신의 결론이 결국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이니 말입니다! (161쪽)
인간이 사라진 세상에서 예술이나 문화에 과연 의미가 존재할까요? 현대 뇌과학에서는 높은 수준의 지능이 있는 문어나 돌고래 같은 동물은 물론 인공지능 기계나 식물인간, 태어나기 전의 아이도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해석합니다. 오직 인간의 ‘정상적인’ 뇌에서만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189쪽)
우트나피쉬팀은 말합니다. “운다고 해서, 슬퍼한다고 해서 죽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맛있는 것 먹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라.” 우트나피쉬팀이 내놓은 이 답이 결국 길가메시 이야기가 전하는 답입니다. 그때로부터 5000년이 지나 인터넷에 우주 정거장까지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인생의 의미를 묻는 이들에게 모든 철학이 내놓는 결론이기도 합니다. (192쪽)
좀비에게도 기계에게도 없지만 우리들 인간에게는 있는 것, 바로 의식입니다. 의식이 어디서 어떻게 비롯하는지는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습니다. 다만 과학적으로 뇌 한복판에 있는 클라우스트룸 (claustrum, 전장)을 끄면 의식이 사라진다는 것은 밝혀졌습니다. (217쪽)
엘레우시스 비의에는 그리스인들이 예전에 가지고 있던 믿음, 즉 인생과 우주는 순환 관계에 있다는 믿음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 인간의 삶은 태어나고 죽고 또 태어나는 등의 순환성을 띤다는 것이 엘레우시스 비의의 숨은 의미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사실 우리 인간이 알아야 하는 최고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264쪽)
우리가 죽는 순간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무섭고 아플 테니까요. 하지만 죽음, 다시 말해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138억 년이라는 거대한 우주의 역사 중 99.99999… 퍼센트는 나라는 존재가 없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267쪽)
인공지능의 발달로 가상현실 또는 증강 현실이라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상의 이미지가 실제 현실처럼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진 사람은 물론 죽은 사람과도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지요. 가상현실 또는 증강현실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요? 그 모습이 우리가 진정 원하던 모습일까요? (311쪽)
제가 결국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뇌라는 기계의 매뉴얼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그 기계에 대한 매뉴얼을 여러분은 아직까지 한번도 읽어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그 뇌 또는 자아에 대한 매뉴얼을 드린 것입니다. 한마디로 뇌라는 기계가 본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자 한 것이지요. 뇌과학은 간단히 말하면 바로 그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21쪽)
우리는 모두 138억 년 전 빅뱅이 생기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조상이 한 명이라도 실패했다면 진화의 고리는 끊어졌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주가 창조되고 지금까지 이어져온 불패의 성공, 138억 년 동안의 어마어마한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존재입니다. (335쪽)
○ 출판사 서평
– 뇌는 당신을 알고 있다
인류가 문명을 가진 존재로 살아온 지 1만 년가량이 지났지만 인간의 뇌가 단순한 관찰이나 철학적 이론을 넘어 과학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다. 뇌과학에 따르면 생각이란 뇌의 피질이 하는 것이고 세상을 보는 것은 신경세포의 작용이다. 자아 또한 바깥세상과 나의 경계를 통해 얻는 차이일 뿐이다. 인간이 평생 동안 찾으려 하는 삶의 의미도 자연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우리의 뇌 속에 부여한 숙제로,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아이를 갖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나이가 들어 그 숙제를 푼 후에야 진정 내 삶 의미를 스스로 찾아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현대 뇌과학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변혁 앞에 서 있다. 인간의 의식, 즉 퀄리어 (qualia)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아직 그 비밀을 풀지 못한 우리 앞에 기계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의 행동만으로 그들에게 의식이 있다고 믿듯이 기계의 행동이 인간과 수학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면 기계에게도 의식이 있음을 믿을 수밖에 없는 시대. 뇌의 코딩 알고리즘, 즉 ‘뇌의 언어’를 밝혀내는 것은 이제 우리의 당면 과제다.
– 철학의 물음에 뇌과학이 답하다
1강 ‘뇌와 인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나’라는 ‘존재’ 자체를 탐문한다. 나라는 존재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나일까? 내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나일까? 이것도 아니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존재에 불과할까? ‘나’를 ‘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분명한 근거는 내 몸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단 하나, 바로 뇌세포 때문이다. 우리는 뇌를 통해 나로서 살아간다.
2강 ‘뇌와 정신’에서는 합리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묻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너무나 당연한 데카르트의 명제는 뇌가 손상되면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이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과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선택은 대부분 비합리적이며 서로 연결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우리 뇌가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다.
3강 ‘뇌와 의미’에서는 의미를 갖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추적한다. 과연 인간이 사라진 세상에서 예술이나 문화에 의미가 존재할까? 현대 뇌과학에서는 높은 지능의 동물은 물론 인공지능 기계나 식물인간, 태어나기 전의 아이도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해석한다. 의미는 오직 인간의 ‘정상적인’ 뇌에서만 만들어진다.
4강 ‘뇌와 영생’에서는 인간의 영원성을 탐문한다. 가상의 이미지가 실제 현실처럼 우리 눈앞에 펼쳐지며 멀리 떨어진 사람은 물론 죽은 사람과도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시대,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그때 우리의 모습을 어떠할까? 다가올 기계 시대, 인간 존재의 정당성을 찾아 나선다.
마지막 5강 ‘뇌과학자가 철학의 물음에 답하다’에서는 뇌라는 기계의 작동 원리, 그 매뉴얼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에 관한 질문과 답을 나눈다.
– 나, 모든 생각의 시작과 끝
인간은 세상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아름다운 <골드베르크 변주곡>도, 빨간 장미도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단지 공기의 물리적 파동이나 물질적인 대상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의미는 어디에 존재하며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간은 가슴으로 생각한다는 믿음이 깨어진 지금, 1.4킬로그램짜리 고깃덩어리에 불과해 보이는 뇌는 이제 생각을 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나라는 존재를 넘어 문명을 이룩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먼 미래의 공상 과학으로 취급되던 세상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전쟁과 학살로 인류와 자연을 파괴해온 인간은 그 존재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시 서사시는 인생의 의미를 ‘현재를 즐기고 사랑하고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이는 그로부터 5000년이 지난 오늘, 모든 철학에서 삶에 관해 마지막에 내놓는 결론과 다르지 않다.
뇌과학의 답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현재 존재할 수 있는 것은 138억 년 전 빅뱅 후 지금까지 호모 사피엔스가 단 한 번의 실패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불패의 성공을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에 어떻게 이어갈지, 그 답을 뇌라는 기계의 매뉴얼 속에서 찾아본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