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이야기 – 여름날, 매미의 울음소리

박광하의 생명과학이야기 여름날, 매미의 울음소리 호주는 12월 1일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

박광하의 생명과학이야기

여름날, 매미의 울음소리

호주는 12월 1일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것이지만 이미 매미가 10월에 여름을 서언한 것 같다. 10월 중순, Blue Mountains에 Blackheath의 숲 속에서 매미의 요란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매미소리를 오래간만에 들어서 정겹고 반가운 마음에 우는 매미를 살펴보고 나무 밑에 막 뚫고 나온 매미 굴도 관찰하며 향수에 젖었었다.

필자가 서울 잠실에 살 때 매미 우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한국의 7-8월에 소음으로 변한 매미 우는 소리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한국에는 매미가 7~8월, 삼복더위에 나타나서 울어대기 시작한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소음에 해당하는 60~80dB(데시벨) 정도다. 지하철 승강장에 전동차가 진입하는 소리의 크기가 80dBd이고, 공사장 소음이 60~90dB로 보면 매미의 울음소리는 소음진동관리법 기준으로 200만원까지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정도의 소음이라고 한다.

시드니의 도심지역은 거의 숲으로 쌓여 있지만 매미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서울과 시드니가 생태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드니의 도심에는 매미가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의 도심은 환경오염으로 지상의 매미의 천적인 말벌 여치와 새 종류 등의 숫자가 감소하였을 것이고 환경오염의 영향을 덜 받는 땅속 생활하는 매미의 개체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문가가 아니라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매미는 곤충이다. 곤충은 머리와 가슴, 배가 확연히 구분되는 몸에 6개의 다리를 가졌다. 지구는 지금으로부터 46억 년 전에 탄생했고, 생명이 탄생한 것은 약 40억 년 전이라고 하며 곤충은 3억5천만 년 전에 탄생하고 인간은 길게 잡아 150만년에서 75만 년 전에 탄생했다고 추정되고 있다. 동물의 신체적이거나 유전적 특징의 유사성과 차이를 바탕으로 친연(親緣)관계를 나타내는 그림을 계통수(系統樹, phylogenetic tree)라고 하며 이 계통수(系統樹)에서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로 갈라지게 되는데 인간이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진화한 동물인 것에 비해 곤충은 무척추동물 중에서 정점에 선 동물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곤충의 종수는 약 100만여 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이 약 4%인데 비해 곤충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곤충이 지구상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는 요인으로 여러 사항을 들 수 있지만 변태를 통한 뛰어난 생식능력과 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효과적인 생체 방어 능력을 갖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동안의 지구의 혹심한 기후변화에서도 견뎌 낼 수 있는 방법으로 몸을 변형시켜 가며 생존하여 왔다. 곤충들 중에서도 변태를 통한 매미의 일생은 특이하다고 봐야 한다. 매미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매미 유충은 나무 밑에 굴을 파고 수액을 빨아 먹으며 5-7년 간을 땅속에서 산다. 한국의 참매미는 5년간의 유충기를 거치며 미국에는 17년 주기로 나타나는 매미도 있다. 매미가 5년, 7년, 13년, 17년 등 기수를 주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학자들의 가설이지만, 매미에게 천적이 있었는데 천적의 발생주기가 우수(偶數)여서, 천적과의 만남을 피하려고 기수 해에만 변태를 해서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나긴 세월 속에서도 강인하게 생존하여 온 곤충인 매미의 입장에서 보면 지구의 원주인은 당연히 자기네들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며 매미의 울음소리가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을 아닐까?

매미의 울음소리가 청각을 자극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매미가 절규하는 더 절박한 속사정이 있다. 매미는 수컷 매미만 운다. 수컷 매미가 우는 것은 암컷 매미를 부르기 위함이다. 암컷 매미는 공명실이 없어 울지 못한다. 암컷 매미는 강하고 힘찬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매미의 구애에 화답하고 교미하여 나무껍질 속에 약 2mm정도의 알을 한번에 5~10개씩 40차례 낳는다고 한다. 알은 유충이 되어 날씨가 차가워지기 전에 땅속으로 들어가 뿌리의 진액을 먹고 5-7년 자라다가 여름이 되어 나무 위로 올라와 번데기에서 매미의 본래의 모습으로 우화(羽化)하여 주어진 종족 보존을 위한 성스러운 임무를 다하고 1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시한부 생명을 살다 죽어가는 것이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생로병사의 과정으로 볼 때 결국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후손을 낳고 죽는 것이니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것 같은 매미의 일생과 비교할 때 오십 보 백 보의 차이일 뿐이다. 생명이란 어떤 형태이든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매미가 어두운 땅속에서 그 오랜 기간을 기다린 끝에 비로소 찬란한 빛을 보았지만 그의 생을 마감한 날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불과 얼마 남지 않은 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달라는 비장한 청원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소월의 시(詩) 초혼(招魂)은 죽은 사람의 넋을 부르는 소리이지만 줄기차게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초혼을 연상케 하는 처절함도 느껴진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 사랑하는 그 사람. 눈앞에 닥친 생의 마감을 예견하고 있다면 목에 피가 맺히도록 절규하는 매미의 심중을 헤아릴 만 한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