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이야기 – 오죽헌(烏竹軒), 정원수(庭園樹-a garden tree)이야기

박광하의 생명과학이야기 오죽헌(烏竹軒), 정원수(庭園樹-a garden tree)이야기 호주의 꽃, Grevillea 이민자들이 […]

박광하의 생명과학이야기

오죽헌(烏竹軒), 정원수(庭園樹-a garden tree)이야기

호주의 꽃, Grevillea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 호주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호주 토종이 아닌 나무와 풀 들이 수두룩하게 눈에 띄인다. 정원수는, 집 주인의 국적에 따라 확연하게 구분이 되는 것 같다. 몇 년전에 옆집에 젊은 Aussie 부부가 이사를 와서 정원을 새로 꾸몄는데 Grevillea 두 그루와 목백일홍 세 그루를 심었다. Aussie 들은 꽃 나무중에 Grevillea를 필수적으로 심는 것 같다. 수년전 딸과 손자가 시민권을 받는 날 선물로 Grevilea 묘목을 받아왔다. 심은 후 몸살이를 하며 가까스로 연명을 하더니 이제 어느 정도로 자라서 꽃도 피우고 자리를 잡았다. 또 한 호주에는 정원수로 배롱나무도 많이 심는다. 배롱나무는 추위에 약한 나무라 한국에서는 온화한 기후의 남부 지방과 동해안 주변에 분포돼 있으나 호주에는 거의 집집마다 배롱 나무가 있다.

오죽헌(烏竹軒)

필자가 배롱 나무를 처음 본 것은 1970년대에 강릉에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李珥)를 기리는 오죽헌(烏竹軒)에서다. 오죽헌은 조선 중기 사대부 주택의 별당 모습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한옥 구조의 포를 구성하는 방식이 주심포에서 익공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한옥 구조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문화와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오죽헌은 강원도 강능의 아이콘인데 오죽헌 이라는 이름은 줄기가 손가락 만하고 색이 검은 대나무가 오죽헌 뒷뜰에 심어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죽헌에는 검은 대나무 외에도 전설에 가까운 세그루의 나무가 있다. 목백일홍이라고 부르는 ‘배롱 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천연 기념물로 지정이 된 ‘홍매화(紅梅花)’다 그중에도 수령이 600년이 되었다는 배롱나무가 있다, ‘사임당 배롱 나무’라고 명명하는 이 나무는 강릉시의 시화(市花)이기도 하다. 배롱나무는 목백일홍 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100일 간이나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헌의 옆에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천연 기념물 제484호로 지정돼 있는 매화나무도 수령이 600년 지났다. 1400년 대 경에 이조 참판을 지낸 최치운이 오죽헌을 건립하고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 율곡매(栗谷梅)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李珥)가 직접 관리를 했다고 전해진다.

조경수의 속설(俗說)

이조 시대(李朝時代)만 해도 서민들은 조경수를 가꿀 엄두를 못냈지만 행세께나 하는 사대부들은 조경용 수종을 선택할 때는 풍수 지리설과 음양설, 민속 등을 살폈다고 한다. 특히 민속에서는 식재하는 수종이 길흉과 깊은 관계가 있어 식재 위치를 결정할 때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었다. 일반적으로 큰 나무를 집안 가운데 심는 것은 상당히 꺼렸다. 뜰 가운데 나무를 심으면 집안이 곤궁해 진다고 믿었다. 또한 대문 앞에 버드나무나 대나무 그리고 큰 나무는 무조건 기피했다. 수양버들을 울안에 심지 않은 것은 가지가 늘어진 수양 버들의 모습은 상(喪)을 당하여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기피했다. 집안에 복숭아 나무가 있으면 조상 신이 제사 때 찾아왔다가 복숭아 나무가 무서워서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다. 한편 요염한 복숭아 꽃이 여자의 음기(陰氣)를 자극하여 바람이 난다고 믿었고 뽕나무를 집안에 심는 것도 극히 금기였다. 그것은 뽕나무를 집에 심으면 뽕 따러 멀리 갈 필요가 없어 게을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뽕도 따고 님도 보고’라는 속담에서 보듯 부녀자들이 바람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양반 집에서는 뽕나무를 집 서편에 심는 것은 허락하였다 한다. 제주도에서는 자귀나무를 자구낭(잡귀낭)이라 하여 집안에 심지 않았다. 그 연유는 아이들이 자랄 때 그 나무 그늘이 좋아 낮잠을 자다 모기에 물려 학질이 걸리는 것을 막자는 뜻도 있다고 한다.명자나무는 꽃이 아름다워 아녀자가 바람이 난다고 믿었고, 그 밖에 뜰 앞에 오동나무, 무궁화는 심지 않았으며 집 주위에 단풍, 사시나무, 가죽나무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궁궐의 조경수

왕실의 위엄을 갖춘 궁궐에는 건물과 함께 빠트릴 수 없는 것은 꽃과 나무를 심어 임금님의 휴식과 정서적 안정을 취 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다. 조선의 왕궁에는 건물과 함께 후원이 함께 있었다. 창덕궁과 창경궁의 공동 후원이었던 창덕궁의 후원만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경복궁의 후원은 거의 사라져 버리고 경회루와 향원정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조선의 궁궐을 만드는 사람들은 명당 사상을 기본으로 하나 우리와 함께하는 조경은 자연 순화의 개념이다. 그리고 조경에서 지켜지는 또 하나의 원칙은 집안에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다. 이는 3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임금의 안전을 위해 자객들의 숨을 수 있는 공간 등을 없애기 위해 둘째 집안에 나무를 심으면 곤(困)이 되어 왕실이 어려움이 오고, 대문 안으로 심으면 한(閑)이 되어 왕가가 희미해진다는 생각이었다. 셋째로 집안에 나무를 심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혹시 심더라도 지붕 높이 보다 더 자라나면 집의 정기를 나무가 빼앗아 간다고 생각했다.궁궐은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리면서 건물이 철저히 파괴되고 자라던 나무도 거의 없어졌다.20세기 초 일본의 침략이 시작되어 의도적으로 조선 왕조를 폄하할 목적으로 함부로 나무를 심었다. 벚나무를 궁궐에 들여와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개방하면서 온통 벚나무 천지를 만들어 버렸다. 지금은 거의 제거되고 후원에 자연적으로 자라는 산 벚나무 만 남아있다. 궁궐의 나무 종류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느티나무, 회화나무 등의 활엽수 큰 나무가 58%, 매화, 앵두, 살구 등 꽃 나무, 과일 나무가 20%, 소나무가 20%, 향나무, 주목나무 등의 기타 침엽수가 2%이다. 동궐도에서 본 후원은 소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느티나무, 참나무 같은 활엽수를 심고 밑에는 꽃 나무를 가꾼 형태이다. 그러나 오늘 날에는 소나무가 잘 보이지 않고 그나마 최근에 심은 나무가 많다. 동백나무는 한국에서 정원수로 널리 심겨지지 않는 것은 기후 탓도 있고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사례에 보듯, 근거가 희박한 속설(俗說)이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동백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는데 동백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도둑이 잘 든다고 믿고 있으며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송이가 송두리채 쑥 빠져 떨어지는 것이 흡사 참형으로 목이 잘려 떨어지는 것과 같은 불길한 형상이라 해서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Aussie들이 한국인의 이 속내를 알턱이 있나? 9월 하순경이면 동백꽃이 지는 시기라, 산책길에 나뒹구는 동백 꽃송이가 발길에 밟히고 있다.

목백일홍(木百日紅), 동백나무의 학명은 Camellia japonica L

Aussie들에게도 정원수에 관한 속설은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정원수에 관한 한 국가에서 간섭하지 않지만 호주는 고목의 유칼립투수는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제거 할 수 있다. 새로 짓는 주택에 정원수로 거목이 될 유칼립투수를 심는 것을 볼 수 없다. 동백나무는 상록수에다 거목으로 크지 않으니 정원수로 관리하기에 수월해서 인지 시드니의 주택에는 거의 한 두 그루씩 심겨져 있는 것이 보인다. 동백나무의 학명은 Camellia japonica L인데 속명(genus), Camellia는 체코스로바키아의 식물학자 선교사인 게오르그 카멜(Georg Joseph Kamel, 1661-1706)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Carl von Linné(1707. 5. 23 ~ 1778. 1. 10)의 L자다. 카멜(Kamel)은 17세기 동아시아의 식물을 연구하다가 동백나무를 학계에 발표하면서 동백나무의 속명(屬名)을 카멜리아(Camellia)라 명명(命名)하며 동백나무 연구의 업적을 남겼다. Camellia속(屬)은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에 약 10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차나무과(Theaceae)에 속하는 목백일홍은 동백 나무꽃이 그 전성기(全盛期)를 마감하고, 낙엽귀근(落葉歸根)을 서두를 때가 돼서야 매끈 매끈한 나무 줄기에서 잎이 돋기 시작한다. 목백일홍은 특이한 몸매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무다. 충청도에서는 목백일홍을 “간지럼 나무”라고 하고 중국에서 백양수(柏癢樹)라고 하는데 “癢”자가 가렵다” “간지럽다”라는 뜻에서 번역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껍질이 없이 나신(裸身)을 그대로 노출한 것 같아서 집안에 심으면 남사스럽게 생각하고 집안에 심는 것을 꺼려 했다고 한다. 사람의 피부도 거친 살결은 간지럼 타는 일이 거의 없고 부드라운 살결이 간지럼을 타는데서 암시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정원수로 목백일홍은 이러쿵 저러쿵 속설이 있지만 호주에선 아랑곳 하지 않고 앞뜰에 전면 배치한다. 목백일홍은 생장력이 강한 나무다. 반들 반들한 줄기에서 새싹이 돋았다 하면, 불과 몇일 지나지 않아 세차게 가지를 뻗어 올라가 주변을 뒤덥고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 동안 줄기차게 꽃을 피우니 동서고금(東西古今)에 어느 누가 마다 하겠는가? 필자의 뜨락에는 비록 목백일홍 나무는 없지만 담장넘어 Aussie이웃의 세 그루 Camellia연분홍꽃을 염탐(廉探)하게 된다. 화소난전성미청(花笑欄前聲未聽), 조제림하누난간(鳥啼林下淚難看). 피는꽃은 웃음을 띠어도 소리를 내지 않으며 숲속에서 우는 새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네. 꽃이라면 봄인데 목백일홍은 온갖 꽃들이 휘젓고간 찬란한 봄 다 보내고 무더운 한 여름에 남들은 녹색 옷으로 단장을 했는데, 유독, 목백일홍만 화사한 연분홍 꽃잎을 들어내는 목백일홍의 속내를 누가 알겠는가?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