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떼지능(Swarm Intelligence)의 건축물 : 개미탑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떼지능(Swarm Intelligence)의 건축물 : 개미탑 지난 2008년 […]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떼지능(Swarm Intelligence)의 건축물 : 개미탑

지난 2008년 6월에 호주 지도상에 동북쪽으로 뾰족하게 뻗은 퀸즐랜드의 케이프 요크 페닌슐라(Cape York Peninsula)를 여행을 한 일이 있다. 내륙을 관통하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4륜구동차량으로 탐험에 가까운 여행을 하였었으며 목적지인 웨이파(Weipa)를 200여 km 남기고 전복사고가 발생하여 중단하고 말았으나 깊은 인상을 남긴 여행이었다.

황토 빛깔의 비포장 도로 좌우로 수많은 흰개미탑이 한국의 아파트 빌딩 숲을 연상하게 늘어서 있었으며 마치 어떤 고대문명의 유적을 보는 것 같았다. 차 사고로 세세한 기록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너무나 불가사의한 것을 본 것 같아 의문을 풀기가 쉽지가 않았다.

흰개미탑 중 높이가 큰 것은 6m정도라고 하는데 이 거대한 건물의 구상은 어떻게 나오며 일사 분란하게 흰개미의 공동체가 힘을 합치고 인간의 지능으로도 따라 잡기 어려운 특수 공법으로 내부에 생활공간을 축조 할 수 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대문명 중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건설장비도 별로 없는 그 시대에 불가사의한 건축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몸길이가 6mm에 불과한 흰개미가 6m에 가까운 개미집을 축조하는 것은 인간으로 치자면 180층짜리 고층 건물을 건축 한 것과 같은 비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 중에 특히 눈에 띠는 하나의 개미탑이 있어 자세하게 살펴보았는데 폭 20cm, 길이 80cm 정도가 되는 폐타이어 조각이 1m정도 높이의 탑 중간에 붙어 있었다. 흰개미 집단의 수가 200만 마리 정도까지 된다고 하지만 어떻게 폐타이어 조각을 1m 높이까지 끌어 올렸을지 그 노력을 생각하면 입이 벌어 질 수밖에 없다. 협동으로 하였다고 하여도 그 작은 몸의 개체들이 그 큰 조각을 어떻게 끌어 올릴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이처럼 높다란 고층빌딩을 흙과 모래와 나무를 잘게 썰어서 침(타액)을 발라 쌓아 올리는 것인데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서 도끼로 깨려고 해도 불꽃만 튀고 쉽게 깨어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또한 탑의 습도, 통풍, 온도 조절이 적절히 되도록 설계 되어 있어서 내부 온도는 항상 29도 내외의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이 흰개미집을 본 딴 만든 에어컨이 없는 것으로 유명해진 건물이 있다. 남아프리카의 짐바브웨 태생인 믹 피어스는 흰개미집에서 영감을 얻어 이스트케이트센터(Eastgate Centre)를 설계했다. 1996년 짐바브웨 수도에 건설된 이 건물은 두 개의 10층짜리 건물인데 낮에는 열을 저장하고 밤에는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실내 온도가 조절되어서 바깥 온도가 섭씨 5도에서 33도 사이로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에도 실내 온도는 21~25도로 유지되어 에너지 사용량이 전기 에너지의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흰개미와 같은 사회성 동물 집단의 지능적인 행동 특성을 떼거리가 가진 지능이라고 해서 떼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휠러(William Morton Wheeler,1865~1937)는 이런 집단을 지칭하여 초유기체(superorganism)라고 하였다. 흰개미의 집합체를 하나의 유기체와 대등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초유기체는 구성 요소인 흰개미 하나하나는 그 능력이 보잘 것 없이 미약 하지만 그것이 수백만 개로 구성된 집단을 이루게 되면 하위구조인 흰개미 하나하나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고도의 지능을 갖게 되고 어마어마한 현상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흰개미나, 일반개미, 꿀벌, 따위의 떼거리가 가진 지능이라고 해서 떼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도 한다.

과학자들은 떼지능과 같은 기능이 우리 몸 안에도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체세포와 생식 세포가 따로 있고, 벌 무리에서는 일벌과 번식만을 맡은 여왕벌이 따로 있는 것도 공통점으로 보는 것이다. 병정개미가 외적을 물리치는 일이나 백혈구가 우리 몸 안에 들어온 각종 균을 잡아먹는 것이나 똑같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며 우리 몸의 수많은 세포가 모여서 육체를 이루고 고등지능을 형성하는 것이나 사회성 곤충들의 떼지능을 갖는 것이나 같다는 것이다.

떼지능을 갖게 되는 초유기체의 개념을 문화와 연관하여 해석하기도 하고 국가체제나 조직에서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체제라든가 일본의 천황(덴노)체제가 초유기체 원리이며 흰개미탑과 같은 무너지지 않을 구조물을 만들어 그들의 완전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국가체제뿐만 아니라 정치권력, 경제권력 언론권력 등이 각종 미디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그들을 광신하게 만들려는 전략도 떼지능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하나의 인간은 흰개미의 개체와는 다르게 자유의지의 조언한 존재이다. 사회성곤충의 개체들은 반항할 수 없지만 인간은 복종과 함께 반항도 가능하기에 미생물들이 떼지능으로 이룩하는 축조물과 같은 영구적인 조직이나 체제를 구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성과 예지가 없다면 그들의 책략을 눈치재지 못하고 음모의 노예가 될 수 도 있음을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