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호주의 견과류 ‘마카다미아’를 중심으로
땅콩 회항 사건
재벌 갑질로 일명 땅콩 회항 사건으로 불렸던 마카다미아 관련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대단했었다. 아이러니한 게 이 사건으로 견과류 마카다미아가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평균 판매가 2.5배 급증했다. 대한 항공 승무원이 마카다미아를 메뉴얼에 정해진 대로 가져오지 않았다며 난동을 부려 비행기를 되돌리고 사무장을 내리게 해서 유명해진 견과류가 마카다미아다. 땅콩과 같은 견과류 보다는 비교적 고급 견과류에 속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마카다미아는 프로테아과의 상록 교목 마카다미아속 나무의 총칭이자 견과류로 먹는 씨앗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지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수 천년 동안 마카다미아를 먹어왔다. 원주민들의 언어로 킨달 킨달 (kindal kindal)이라 하고 마카다미아 너트의 풍부한 맛이 알려져 1946년부터 하와이에서 대규모 재배를 시작해 하와이가 최대 마카다미아 생산지였으나, 현재는 호주 퀸스랜드에 대규모 재배단지가 조성되면서 호주가 최대 생산국이 되었다고 한다. 마카다미아는 겉껍질이 바위처럼 단단하고 향이 풍부하고 버터맛, 단맛이 나, 날 것을 그대로 소금만 살짝 뿌려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신의 음식이라고 칭하는 마카다미아 효능을 살펴본다.
호주의 아이콘 [icon]
마카다미아는 호주의 아이콘 [icon]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 있는 견과 [堅果]류다. 1875년경 Brisbane의 식물원에서 일하던 식물학자 Ferdinand Von Mull이 Queensland 지역인 Moreton Bay에 Pine강을 따라 식물 채집을 하다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 나무를 발견 하였다고 한다. 발견할 당시에, 그의 절친한 친구며 Melbourne 대학교 화학과 교수였던 John Macadam이 배 [船] 전복 사고로 급사하는 바람에 충격을 받고 있었으며, 그 친구를 기리는 뜻으로 그의 이름을 따 Macadamia integrifolia라고 명명 [命名] 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주민인 Aborigine들의 식량은 물고기, 조개, 거북이 알, 곤충, 캥거루, 쿠알라, 움바트, 새들 등 주로 자연 상태의 동·식물들이었으나, 그들은 특별히 4월에서 6월 사이에 Great Didid Range [한국의 백두대간과 같은 Queensland 동남쪽 해안가에서 NSW 동북쪽으로뻗은 약 3,000여km의 산악 지역]에서 두 종류 나무 열매 축제를 열었는데 그 나무가 Macadamia다. 현재까지 알려진 Macadamia종류는 10종인데 그 중에 호주 북쪽에 분포해 있고 자색 꽃이 피는 Macadamia tetraphylla와 Queensland 남쪽 해안가에 분포해 있는 백색 꽃의 Macadamiaintegrigolia, 두 종류에 열매가 달린다. 나머지 종류는 식용이 될 만한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Macadamia 낙과기가 4월에서 9월 사이기에 이 기간에 축제를 열만 하였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 것이다. Aborigene이 이 나무를 “Kindal Kindal”이라고 불렀다.
세계 최초의 Macadamia 과수원
1880년대 초에 Rous Mill이라는 사람이 NSW 동북쪽에 과수원 형태로 심은 것이 세계 최초의 Macadamia 과수원이며, 아직까지도 그때 심었던 나무가 보존되고 있다 한다. 1882년에 William H. Purvis이 Hawaii에 Macadamia를 수출하고 재배를 소개하였으며 처음에는 과일 수확의 목적보다 방풍림으로 심었으나 열매의 상품성이 알려 지면서 과수원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Hawaii는 Macadamia 주요 생산지가 되었고, 점차 세계 각국으로 확산 되었으며,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브라질,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에서 재배 되고 있다. 호주의 연간 Macadamia nuts의 생산량은 10만ton 정도가 된다고 하며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필자의 앞뜰에 있는 것은 백색 꽃이 피는 M.interifolia종 [種]이고 과수원의 90%정도가 M.integrifolia 종이라고 한다. 8월 하순에서 9월 사이에 꽃이 피며 벌들이 많이 모여 드는 것을 봐서 꿀이 많은 것 같다. 가까운 곳에 자주색 꽃이 피는 M.tetraphylla가 있어 관찰하고 있는데 꽃은 요란하게 피지만 아직까지 결실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두 종류가 혼재 되어 있는 지역에는 잡종도 생긴다고 한다. Macadamia nut이 세계에 널리 퍼지면서 사랑받게 되는 것은 독특한 풍미가 있고, 탁월한 성분 때문이다.
불포화 지방산
세계적으로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식물성 기름 종류가 많으며 그 중에 지중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Olive oil이 오래 전부터 건강과 장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Macadamia oil도 올리브오일 [Olive oil] 못지않게 좋은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포화 지방산인 올레인산 [Oleic acid]이 59.22%이고 특히 Macadamia nut에는 오메가 [Omega] 7인 팔미트산 [Palmitoleic acid]이 19.1%로 어느 식물의 oil 보다 높은 수치 [數値]이다. 그 외에 다른 불포화 지방까지 합쳐서 불포화 지방이 85%이다. 올레인산은 유방암 등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Olive oil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 성분 때문인데, Macadamia oil도 함유량이 많은 것이다. 팔미트산은 피부에 잘 스며들어 촉촉하게 하고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며 Macadamia oil을 고급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Macadamia oil을 발랐을 때 흡수가 빨라서 Vanishing Oil [사라지는 오일]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신의 음식이라고 칭하는 마카다미아 효능은 만능 식품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이외에도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개선 및 예방에 좋다고 하며, 마카다미아의 칼로리는 100g당 약 695kcal 정도이다. 아몬드 100g당 582kcal. 캐슈넛 100g당 565kcal 비교하면 상당히 고칼로리에 속하는 견과류다. 하루 권장량 10 ~ 15알 정도가 적합하다고 한다.
견과류의 기능성
견과류는 오랫동안 전 세계인의 식생활 속에 자리 잡아 온 건강 식품이다.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며 호두나 밤을 깨물던 정월 대 보름의 ‘부럼’이 그랬고, 건강 식단으로 주목 받아온 지중해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것 역시 견과류다. 견과류는 어떠한 영양을 갖고 있는지, 종류별 효능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 속에서 견과류를 어떻게 섭취하면 좋은지 등 ‘견과류 섭취법’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살펴본다.
▷견과류는 무엇인가
견과류라고 하면 통상 ‘딱딱한 식감’의 씨앗을 떠올린다. 전미라 동아대 식품 영양학과 교수는 “견과류는 잎이나 뿌리에서 흡수된 영양분이 종자 내의 저장 기관에 모여서 발달한 부분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며 “딱딱한 껍데기에 싸여 한개의 씨만이 들어있는 나무 열매를 견과라고 말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견과류에는 심장 건강에 좋은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뿐만 아니라 채소와 과일 못잖은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견과류 속 오메가 3를 주목하라
견과류는 종류에 따라 영양 성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식물성 지질’ 함량이 높다. 심기현 숙명 여대 전통 식생활 전공 교수는 “견과류에는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신체의 여러 기능에 도움을 준다. 심 교수는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켜 주고, 뇌의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며, 눈의 망막 세포의 주성분으로 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며, 관절염 증상을 개선하고, 비만을 예방하는 등의 효능 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견과류는 학습력을 증진시킨다
견과류 속 오메가-3 지방산은 학습 능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학생과 수험생들에게 견과류를 권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미라 교수는 “견과류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뇌신경 세포의 형성과 발달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기억력과 학습력,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했다. 견과류 중에서도 땅콩은 ‘인지 기능 저하’에 도움이 된다. 전 교수는 ”땅콩에는 다른 견과류와 마찬가지로 뇌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과 비타민E 뿐만 아니라 염산 함량이 높아서 인지 기능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필요한 ‘한 줌’
현대인의 ‘적’인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데도 견과류는 제 역할을 한다. 견과류에 다량 함유돼 있는 마그네슘 때문이다. 심기현 교수는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 힘을 주고 피로를 막아주는 물질인 ATP 생성 과정에 문제가 생겨 피로를 느끼고 불안과 짜증, 우울감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나고, 아드레날린은 마그네슘을 몸 밖으로 과도하게 배출시키는 경향이 있다. 스트레스 역시 마그네슘 결핍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 교수는 “견과류에는 마그네슘이 풍부하기 때문에 과중한 업무나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에게 좋은 식품”이라고 추천했다.
견과류 섭취방법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의 견과류 섭취법을 권했다. 간식으로 간편하게 먹는 것도 좋고 건과를 함께 곁드는 것도 추천한다. 강재헌 서울 백병원 가정 의학과 교수 “견과류는 하루 한 줌 정도로 간식으로 먹기를 권한다”고 했고 심기현 교수는 “하루 견과나 한줌 견과와 같이 필요할 때 간편하게 먹는 것도 좋다”고 했다. 심 교수는 “말린 과일류를 같이 곁들이거나 호두 아몬드 잣 등은 멸치를 볶을 때 같이 볶아 밑반찬으로 먹어도 좋다”고 추천했다.
노봉수 교수는 “(견과류를) 영양소와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기 위해 식이 섬유 등도 풍부한 채소류나 과일과 함께 드시면 좋겠다”며 “흰 가슴살 등의 단백질도 조금 섞여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식으로 섭취가 가장 좋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의 견과류 섭취법을 권했다. 간식으로 간편하게 먹는 것도 좋고 건과를 함께 곁드는것도 추천한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견과류는 하루 한 줌 정도로 간식으로 먹기를 권한다”고했고 심기현 교수는 “하루견과나 한줌 견과와 같이 필요할 때 간편하게 먹는 것도 좋다”고 했다. 심 교수는 “말린 과일류를 같이 곁들이거나 호두 아몬드 잣 등은 멸치를 볶을 때 같이 볶아 밑반찬으로 먹어도 좋다”고 추천했다.
노봉수 교수는 “(견과류를) 영양소와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기 위해 식이섬유 등도 풍부한 채소류나 과일과 함께 드시면 좋겠다”며 “흰가슴살 등의 단백질도 조금 섞여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잘못 보관한 견과는 ‘독’이다?
수입ㆍ보관 과정이 상대적으로 긴 견과류는 ‘독소 성분’ 생성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견과류나 곡류, 두류 등이 곰팡이에 오염되면서 생성되는 아플라톡신이 대표적이다. 심기현 교수는 “아플라톡신에 간염된 식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사람과 동물에게 간경변, 간암, 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견과류 중에는 땅콩에서 아플라톡신 오염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봉수 서울 여대 식품 공학과 교수 역시 ”미국에서 수입돼 오는 땅콩이나 아몬드의 경우 열대 지방을 거쳐 오는 배편에 높은 온도속 오랜기간 저장된 상태에서 곰팡이 등에 의한 독소 성분의 생성 가능성을 염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답은 오래된 견과류를 피하는 것이다. 심기현 교수는 ”식품 중에 오염된 아플라톡신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은 현재 없다“며 ”오래된 견과류를 구입하거나 섭취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섭씨 10도 이하ㆍ60% 이하의 습도
견과류는 저장성이 좋은 방면 산화에 취약한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 심기현 교수는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저장 중에 쉽게 변질과 산패가 일어난다”며 “어떤 식품이든지 오래 두고 먹는것은 좋지 않다. 가능하면 빠른 기간 내에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관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봉수 교수는 “(견과류는) 햇빛의 직사 광선이 미치지 못하면서 서늘한 곳, 즉 온도는 10도 이하, 상대습도는 65% 이하인 조건에서 해충의 침입이 없는 곳에서 2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필자의 집 앞뜰에 30년생 된 마카다미아 나무가 있다. 매년 한가마니 (30여kg) 정도의 열매가 수확되는데 나무가 크고 가지가 엉켜있어서 장대로 털어서 수확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나 코카투라는 유황앵무새 무리들이 달려들어 열매를 떨어준다.
“天地與我同根 (천지여아동근), 萬物與我一體 (만물여아일체)라.”는 불가 (佛家)의 언급이 새삼 떠오른다. 하늘과 땅이 나와 같은 뿌리요,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고 하였다. 코카투도 오래 전부터 마카다미아와 생존하며 진화해온 생명체이기에 사람 못지않게 마카다미아를 좋아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