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유고 (니체 전집 총21권)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05.11.7
니체의 지성적 일기라 할 수 있는 유고는 막 형성되어가는 그의 사유가 단편이나 단상의 형식으로 기록된 것이자, 작품의 계획을 미리 적어놓은 그의 내면적 의도가 담겨 있는 철학적 사유의 일기다. 이에 대해 야스퍼스는 “유고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폭파한 암석의 엄청난 파편 덩어리처럼 잠언이나 단상, 상징이나 비유, 시나 구상의 형태로 니체 사상에 관한 심연의 수수께끼를 감추고 있다” 고 말한 바 있다.
유고 읽기는 니체의 내밀한 철학적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창과 같다. 공공적 영역에 표출된 출간 저작이라는 밖과, 니체의 내밀한 의도가 숨어 있는 안이 동시에 연결된 중간 지대로서의 우고라는 창은 확실히 니체 읽기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우리는 이 창을 통해 니체 이해의 편협성에서 탈출하는 동시에 난파의 위기에서 구출되어 니체 읽기로 들어가는 입구를 동시에 찾을 수 있다. 이 유고집은 니체의 후기 사상, 즉 차라투스트라 이후의 사상으로 들어가는 창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 유고들을 통해 니체의 철학적 의도나 후기의 저서 계획, 사상의 단편들, 편지의 초안, 생활 일기, 사상시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유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니체의 후기 사상을 보다 명확히 해석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 니체 전집(책세상, 21권) ‘유고’ 구성
니체전집 1. 언어의 기원에 관하여·이러한 맥락에 관한 추정·플라톤의 대화 연구 입문·플라톤 이전의 철학자들·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I·유고(1864년 가을~1868년 봄)
니체전집 2. 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니체전집 3. 유고 (1870년-1873)
니체전집 4. 유고 (1869년 가을-1872년 가을)
니체전집 5. 유고 (1872년 여름-1874년 말)
니체전집 6. 바이로이트의 리하르트 바그너 유고 (1875년 초-1876년 봄)
니체전집 7.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니체전집 8.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
니체전집 9. 유고 (1876년-1877/78 겨울) 유고 (1878년 봄-1879년 11월)
니체전집 10. 아침놀
니체전집 11. 유고 (1880년 초-1881년 봄)
니체전집 12. 즐거운 학문, 메시나에서의 전원시, 유고(1881년 봄 ~ 1882 년 여름) 출간예정
니체전집 1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전집 14. 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니체전집 15. 바그너의 경우.우상의 황혼.안티크리스트.이 사람을 보라.디오니소스 송가.니체 대 바그너 (1888~1889)
니체전집 16. 유고 (1882.7월-1883/1884겨울)
니체전집 17. 유고 (1884년 초~가을)
니체전집 18. 유고 (1884년 가을-1885년 가을)
니체전집 19. 유고 (1885년 7월 ~ 1887년 가을)
니체전집 20. 유고 (1888년 초-1889년 1월 초)
니체전집 21. 유고 (1887년 가을-1888년 3월)
○ 저자소개 :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
저자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년 10월 15일 ~ 1900년 8월 25일)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이다.
1844년 독일 레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 대학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신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하였으며, 바그너와 쇼펜하우어에 심취하였다.
1869년 24세라는 젊은 나이에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명되었으며, 1872년 처녀작 《비극의 탄생》을 발표하였다.
1879년 건강 악화로 교직에서 물러난 후, 십여 년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요양과 저술에 전념했다.
1889년 즈음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병고에 시달리다 1900년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쳤다.
유럽 문화와 사상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과 통렬한 비판, ‘영원 회귀’, ‘힘에의 의지’ 등 날카롭고 독자적인 사상으로 하이데거를 비롯한 20세기 철학자들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작으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883 ~ 1885), 《선악을 넘어서》 (1886),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878), 《반시대적 고찰》 (1873 ~ 1876) 등이 있다.
– 니체에 대하여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음악가, 문학가이다.
1844년 독일 작센주 뢰켄의 목사 집안에서 출생했고 어릴 적부터 음악과 언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집안 영향으로 신학을 공부하다가 포이어바흐와 스피노자의 무신론적 사상에 감화되어 신학을 포기했다. 이후 본대학교와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예학을 전공했는데 박사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이미 명문대인 스위스 바젤대학교에 초빙될 만큼 뛰어난 학생이었다.
1869년부터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고전문헌학 교수로 일하던 그는 1879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편두통과 위통에 시달리는 데다가 우울증까지 앓았지만 10년간 호텔을 전전하며 저술 활동에 매진했다. 겨울에는 따뜻한 이탈리아에서 여름에는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지내며 종교, 도덕 및 당대의 문화, 철학 그리고 과학에 대한 비평을 썼다. 그러던 중 1889년 초부터 정신이상 증세에 시달리다가 1900년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니체는 인간에게 참회, 속죄 등을 요구하는 기독교적 윤리를 거부했다. 본인을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부르며 규범과 사상을 깨려고 했다. “신은 죽었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라고 한 그는 인간을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주체와 세계의 지배자인 초인(超人)에 이를 존재로 보았다. 초인은 전통적인 규범과 신앙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간을 의미한다. 니체의 이런 철학은 바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집대성됐고 철학은 철학 분야를 넘어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영향을 크게 미쳤다.
『비극의 탄생』(1872)에서 생의 환희와 염세, 긍정과 부정 등을 예술적 형이상학으로 고찰했으며, 『반시대적 고찰』(1873~1876)에서는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를 표명하고, 위대한 창조자인 천재를 문화의 이상으로 하였다. 이 사상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1880)에서 더 한층 명백해져, 새로운 이상에의 가치전환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여명』(1881) 『즐거운 지혜』(1882)에 이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를 펴냈는데 ‘신은 죽었다’라고 함으로써 신의 사망에서 지상의 의의를 말하고, 영원회귀에 의하여 긍정적인 생의 최고 형식을 보임은 물론 초인의 이상을 설파했다. 이 외에 『선악의 피안』(1886) 『도덕의 계보학』(1887)에 이어 『권력에의 의지』를 장기간 준비했으나 정신이상이 일어나 미완으로 끝났다.
○ 책 속으로
존재자를 가정하는 것은 사유하고 추론할 수 있기 위해서 필요하다. 논리학은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공식만을 취급한다. 따라서 존재자라는 가정은 실재에 대한 증명력을 여전히 갖지 않으리라. ‘존재자’란 우리의 광학에 속한다. 주체, 실체, 이성 등의 날조된 세계는 필요하다. 조정하고 단순화하고 위조하고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힘이 우리안에 있다. ― <유고> 中
칸트는 추론한다. 1. 어떤 조건들 아래에서만 타당한 주장들이 있다. 2. 이 조건은 경험으로부터가 아니라, 순수 이성으로부터 유래한다. 그러므로; 문제는 이렇다. 그러한 주장들의 진리에 대한 믿음은 어디에서 그 근거를 가져온단 말인가? 그 믿음은 후험적 데이터뿐만 아니라 경험 이전의 선험적 데이터 역시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필연성과 보편성은 결코 경험으로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것들이 경험없이 있다는 것은 무엇에 의해 명백하단 말인가? 그것은 결코 인식이 아니다! 규제적 신조(믿음)인 것이다. 선천적 종합판단이라는 것이 있다면, 순수이성에 의한 사물 인식인 형이상학도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 ― <유고1888년 초~1889년 1월 초>
비판은 한 번도 이상 자체로 향한 적이 없다. 오히려 어디서 이상에 대한 대립이 생기는 것인지, 왜 이상은 아직도 도달되지 않는지 혹은 왜 이상은 일의 대소를 불문하고 입증되지 않는지라는 문제로만 향할 뿐이다. ― <유고1888년 초~1889년 1월 초>
“생각된다 ; 따라서 생각하는 어떤 것이 있다” : 데카르트의 논변은 이렇게 귀결된다. 하지만 이것은 실체 개념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미리 ‘선험적 참’이라고 설정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된다면 ‘생각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어떤 행위에 행위자를 덧붙이는 우리의 문법적 습관을 공식화한 것에 불과하다.
요약하면 여기서는 이미 논리적-형이상학적 요청이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요청은 확인되고 있을 뿐만이 아니다. 데카르트가 취한 방식으로는 절대적으로 확실한 어떤 것에 이르지 않고, 아주 강한 어떤 믿음의 사실에만 이를 뿐이다. 저 문장을 “생각된다. 그러므로 생각된 것이 있다”는 면제로 환원시켜 보면, 단순한 동어 반복만을 우리는 얻을 뿐이다. 그리고 문제가 되었던 바로 그것, 즉 ‘생각된 것의 실재성’은 건드려지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이런 형식으로는 생각된 것의 ‘가상성’은 물리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데카르트가 원했던 것은 생각된 것이 단지 가상적 실재성뿐 아니라, 실재성 그 자체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 <유고1887년 가을 ~ 1888년 3월>
모든 물질적인 것은 미지의 사건에 대한 일종의 운동 징후다. 그리고 근본욕구는 권력에의 의지이다. … 니체 유고
○ 한국 니체전집의 정본 – 책세상 니체전집 완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가 서거한지 백년이 되는 지난 2000년 8월 25일에 맞추어시작된 책세상 니체전집이 5년간의 긴 여정을 거쳐 2005년 10월 21권으로 완간되었다. 니체는 20세기의 철학과 미학, 심리학, 신학 등 다양한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오해되거나 부분적으로만 이해되었을 뿐이다. 책세상 니체전집은 이러한 상황이 니체 저작에 대한 자의적인 편집과 해석, 번역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여 정본 니체전집 출간을 목표로 출발했다. 출간 당시 이러한 취지는 “니체의 철학적 개념과 번역상의 오류를 바로잡고 통일안을 마련”했으며, “한국 독서계에 새롭게 니체를 읽어보라고 권유”한다는 언론과 학계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이를 위해 책세상 니체전집은 니체전집의 정본으로 공인된 독일 발터 데 그루이터Walter de Gruyter 사의《니체비평전집 Nietzsche Werke. Kritische Gesamtausgabe》(KGW) 판본을 채택했으며, 대표작은 물론 유고집을 목록에 넣고 이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 소개함으로써 니체의 참모습을 온전히 살려내고자 했다. 주요 사상가의 저작을 번역하여 사상을 소개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그 사상을 읽기 편하게 축약해놓은 책이나 해설서가 먼저 출간되어 읽히는 국내 풍토에서 이처럼 방대한 전집 출간은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것이다. 또한 전집 완간을 기념해 가이드북 형태로 펴내는《니체 읽기》(비매품)는 니체전집 읽기에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 니체는 어떻게 이해되어왔는가: 전집 출간의 당위성
사실 니체는 국내에서 어느 사상가보다도 일찍 소개되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 철학자이다. 그의 사상은 1920년대에 이미 서정주나 김동리, 이육사 등의 문학에 영향을 끼쳤으며, 해방 이후 강단에서 연구가 시작되었고, 1950년대 후반에는 저작이 하나둘 번역되기 시작했다. 1969년 다섯 권으로 구성된 국내 첫 니체전집(휘문출판사)이 간행되면서 니체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가능해졌으며, 1982년 간행된 두 번째 전집(청하출판사, 전10권)은 니체 읽기의 저변을 넓혔다.
그러나 그간의 국내 니체 번역은 일어판 중역이나 비전문가에 의한 번역, 번역 원본 선택에서 드러나는 무원칙, 체제상의 오류 등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1980년대 이후 니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중적 취향의 역서나 편역서 등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상황은 니체가 현대의 철학자로 각광받기 시작한 국제적인 환경이나 연구 방법론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이로써 니체 철학의 본류는 사라지고 통속화되기에 이른다.
– 유고논쟁 : 니체는 과연 그렇게 말했는가
방대한 분량의 저작을 남긴 사상가의 정신세계를 역추적할 때 어떤 텍스트를 어떤 방식으로 편집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임을 감안한다면, 단편을 주된 서술방식으로 채택한 니체의 경우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니체 사후 그의 여동생 엘리자베트와 니체 생전에 그를 따랐던 페터 가스트는 유고 가운데 극히 일부분을 주제별로 편집하여 유명한《권력에의 의지Der Wille zur Macht》, 즉《힘에의 의지》를 내놓았다. 이 유고집은 니체를 파시즘의 옹호자로 각인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수록된 유고의 선정과 편집에서 나타난 비전문성과 임의성, 원본 훼손 등으로 1950년대 이후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간행된 새로운 판본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했으나, 연구자들은 이 유고를 포함한 판본에 근거하여 니체를 해석해왔다. 이로써 저술을 위한 니체의 수많은 구상 중 하나에 불과했던《힘에의 의지》는 오랫동안 니체의 유일한 유고집이자 주저로 군림하여 편향적이고 왜곡된 니체 해석을 초래했으며 이후 이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 니체전집의 정본 출간
《힘에의 의지》를 둘러싼 격렬한 유고논쟁은 새로운 니체전집 판본을 요구했다. 이탈리아의 학자 몬티나리Mazzino Montinari와 콜리Giorgio Colli 등은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유고집을 모두 해체한 후 니체가 남긴 모든 유고를 씌어진 순서대로 다시 공개한다는 원칙을 세워 전집 작업을 했으며, 이것이 발터 데 그루이터 사의 전집, 즉 KGW로 새롭게 출간되기 시작했다. 이 전집은 엄밀한 문헌학적 작업을 통해 니체의 글들을 어떠한 첨삭도 없이 원형 그대로 정리하여 순차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1967년 첫 출간을 시작한 KGW는 유고가 발굴되는 대로 계속해서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발터 데 그루이터사는 권별 넘버링 방식이 아니라, 연도별 넘버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유고 발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KGW에 뒤따라 나오는 로마자(Abt. I~IX)로 범위를 정하고 그 아래 각권(Bd.)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연도별 넘버링 방식이 지니는 또 다른 장점은 니체가 겪은 사유의 편력과 그 흐름을 목록만으로도 추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니체전집의 정본으로 공인된 이 전집의 출간으로 기존의 유고집을 포함하고 있던 전집들은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으며,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유고논쟁도 일단락되었다.
– 니체 번역과 연구의 기준을 제시한다
책세상은 니체전집의 출간을 위해 니체를 전공한 중견, 소장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니체 편집위원회를 구성했다. 책세상 니체 편집위원회는 1998년 겨울부터 3년간 니체의 철학적 개념과 번역상의 오류를 잡고 통일안을 마련하는 등의 출간 준비 작업을 했다.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 문제가 되어온 번역상의 용어나 개념들을 재규정함으로써 니체 번역의 표준적 기준을 제시하고, 그의 비유와 상징들이 나타내는 바를 역자의 개입 없이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니체를 온전히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지만 오해의 여지가 있는 ‘초인’이라는 개념은 이 전집에서는 완전히 사라지고, 초인은 ‘위버멘쉬?bermensch’로, ‘권력에의 의지’는 ‘힘에의 의지’로 번역되었다. 또한 니체 사상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나 대상 텍스트의 탄생 배경, 각각의 저작들 간의 관계 등에 대한 각권 역자들의 자세한 해설은 국내 니체 연구의 성과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하고 수준 높은 니체 해석들을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21권 중 12권을 국내 초역(니체전집 1, 3, 4, 5, 9, 11, 16, 17, 18, 19, 20, 21)하며 정본 국내 전집을 완간한 책세상 니체전집은 국내 니체 수용 80여 년의 연구 성과를 결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니체전집의 정본 선택
니체가 영원회귀 사상을 떠올린 실바프라나 호숫가의 바위 책세상 니체전집은 KGW를 번역 대본으로 선정함으로써 기존 국내 니체전집의 문제점을 해소했다. 책세상 니체전집은 KGW 가운데 니체의 서신교환이나 서지적 주해서 등을 제외한 철학적 저작들만을 번역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내용상 편집방식도 니체의 흔적을 최대한 살린 KGW의 편집방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번역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왜곡을 방지하고, 니체의 사유세계를 가감 없이 전달함으로써 또 다른 오류를 낳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처럼 구성과 편집방식에서 정본 니체전집을 존중한 책세상 니체전집은 니체의 삶과 철학을 그의 저작들의 외적 형식과도 연결시킨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 니체 사유의 원석, 유고의 초역 : 니체전집을 읽는 새로운 방법
책세상 니체전집 21권 중 11권은 유고집이며 유고가 부분적으로 실려 있는 3권을 더하면 유고집은 모두 14권이나 되는데, 이는 이번에 모두 초역된 것이다. 그간 니체 연구에서 중요한 텍스트로 인식되지 못한 유고집은 니체의 사유의 흔적과 내면을 읽을 수 있는 지성적, 철학적 일기이다. 여기에는 책을 읽으며 메모했던 구절이나 그에 대한 평가가 보이기도 하고, 시와 잠언, 작품 구상의 내용 등이 원석처럼 담겨 있으며, 새로운 사상을 구상하고 수정하고 보완한 과정이 수고의 형태로 남아 있다.
니체 연구자들은 유고들이야말로 니체의 저작과 사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한다. 출간 저작이라는 밖과 니체의 내밀한 의도가 숨어 있는 안이 연결된 중간 지대로서의 유고를 생전에출간된 저작들과 함께 읽음으로써 니체 사상의 전체적인 모습에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1882년 가을부터 1885년 가을까지의 유고(니체전집 16~18)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이해를 위한 배경적 설명이다. 이 시기의 유고는 이에 대한 어떤 주석서보다도 니체의 책에 대한 계획을 더 잘 해명해준다. 니체가 10일 동안 창조했다고 말한 이 저작은 머릿속에 떠올랐던 사유의 단편들, 즉 유고집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유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세상은 각 유고의 첫 문장 등에서 발췌해 제목을 붙였다.
– 니체의 외부와 내면을 함께 읽는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는 어려우리라. 백 년만 기다려보자. 아마도 그때까지는 인간을 탁월하게 이해하는 천재가 나타나서, 니체라는 이를 무덤에서 발굴할 것이다”라는 니체 자신의 예언처럼 니체는 오랫동안 왜곡되어왔다. 이는 자의적인 후대의 연구 외에도 니체가 체계적 서술을 거부하고 단편이나 잠언 등의 서술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이기도 하며, 편력이 심하고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그의 사상 세계 때문이기도 하다. 원본의 구성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책세상 니체전집은 니체 사상을 연대기적으로(전기·중기·후기), 그의 삶의 궤적과 사유의 흐름에 비추어 저작들을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니체 읽기의 기회를 제공한다.
– 문헌학에서 철학, 시대 비판으로
니체의 사상을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살펴볼 때 니체의 초기 사유는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명되면서 학자로서의 길을 출발했던 시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 그의 사유는 문헌학에서 출발하여(니체전집 1) 철학과 시대 비판(니체전집 2〈반시대적 고찰〉)으로 점차 그 대상과 폭이 확장된다. 이와 같은 고대 그리스와 당대에 대한 그의 고찰과 시각은 니체전집 2권과 6권, 그리고 그러한 변화와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단상들은 탄생의 밑거름이 된 저술노트인 4, 5, 6권의 유고를 통해 엿볼 수 있다.
– 정오의 사유, 삶과 인간에 대한 긍정
니체의 중기 사유는 전승된 가치와 덕목들에 대한 비판적 파괴와 해체를 지향하는 독자적인 철학, 즉 ‘자유 정신’을 구축한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는 이 시기에 건강의 악화로 인해 기후가 온화한 남유럽에서 휴양하면서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게 되고, 이러한 긍정적이고 쾌활한 분위기는 이 시기에 씌어진 저작에서 두루 나타난다. 전집 9권의 유고는 7, 8권, 11권의 유고는 10권, 12권의 유고는 12권의 저술노트에 해당한다.
– 해체와 파괴를 통한 긍정으로
니체의 대표적인 저작《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시작되는 후기 사상에는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위버멘쉬’, ‘신의 죽음’ 등의 개념이 나타나며, 이 시기 니체의 사유는 해체와 파괴를 통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니체는 사망하기까지 절망적인 투병 생활 속에서도 저작 활동을 지속해나간다.
특히 후기의 유고집들(니체전집 19~21)은 왜곡된 니체 상을 교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힘에의 의지’ 개념이 나타난 후기의 유고들이 충실하게 편집, 출간되었다면 허무주의와 형이상학 극복에 실패했다는 하이데거의 니체상은 수정되었을 것이고 유고논쟁은 애초에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니체만이 알았던 니체
니체는 다면체였다. 그것도 굴러가는 다면체였다. 예술가 시인 철학자 시대비판가 정치철학자 미치광이 여성혐오자 나치의 국가철학자 형이상학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환점 니체는 규정되지 않았다. 니체는 니체의 안팎에서 생성하고 생성하고 생성했다. 당대가 이해해 주기조차 바라지 않았다. 니체는 그들 모두는 나에 대해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한바 있다.
니체는 일찌감치 자신의 삶과 사유 일기와 출판물 들에 대한 평가를 후세로 넘겼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는 어려우리라 100년만 기다려 보자 아마도 그때까지는 인간을 탁월하게 이해하는 천재가 나타나서 니체라는 이를 무덤에서 발굴할 것이다. 그의 예언은 비교적 일찍 들어 맞았다. 니체의 무덤은 오래지 않아 그리고 수시로 파헤쳐졌다. 20세기 유럽 예술사와 정신사의 대부분은 그의 무덤을 딛고 일어섰다.
지난 2000년 8월25일 프리드리히 니체가 세상을 떠나지 꼭100년째 되는 날이었다. 1994년 탄생 150주년을 맞아 불었던 니체 열풍은 그의 서거 100주년을 통과하며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한국내에서는 최초의 니체 전집이 발간되었고 니체에 대한 소장 학자들의 새로운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니체만이 알았던 니체는 니체가 살았던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유럽에 해당하지만 한국 학계에는 오랫동안 적용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이었다. 1920년대부터 국내에 소개된 니체의 삶과 사상은 서정주 김동리 이육사 등 한국 현대 문학 1세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학계가 니체를 수용한 것은 1950년대 후반이다. 1969년에 국내에 첫 니체 전집(전5권 휘문출판사)이 나왔고 1982년 에 두 번째 전집(전10권 청하)이 발간되었지만 전집 전체와 편집 그리고 번역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니체 100주기 기일에 맞추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옮김)를 첫째권으로 모두23권에 달하는 니체 전집을 펴내기 시작한 책세상 출판사에 따르면 기존 니체 저작물들은 일어판을 중역했으며 그것도 비전문가에 의해 우리말로 옮겨져서 원전을 훼손했다.특히 1950년 이후 유럽 학계에서 니체의 유고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니체에 대한 연구 환경은 급격히 달라졌다. 책세상판 니체 전집 간행은 1998년 결성된 니체편집위원회(위원장 정동호 충북대 철학과 교수)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데 1967년 독일에서 간행되어 니체 사상 수용사에 한 획을 그은 <비평전집>(KGW)을 저본으로 삼았다.
정동호 위원장은 이외에 이진우 교수(계명대) 김정현 교수(원광대) 백승영 강사(서강대)등이 참여한 니체편집위원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유고 (1887년 가을~1888년3월)>을 1차분으로 내놓았다.이 두 권은 니체 읽기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차라투스트라..>는시기적으로 니체가 집필 활동의 정점에서 쓴 것이고 니체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고리로서 의미가 크다 옮긴이 정동호 교수 이책은 니체 철학의 전부이다라고 말한다.
<유고>는 국내 초역이다(니체 전집 23권 가운데 14권이 국내 초역이다)니체의 유고에 강조점이 많이 찍히는 이유는 니체의 유고가 니체 저작 물과 긴밀한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유럽에서 니체 연구 환경이 급변했다는 것은 이 <유고>를 새로 주목했다는 뜻이다 <유고>를 발견 함으로써<권력에의 의지>(이번 전집에서는 힘에의 의지로 바로잡았다)는 사생아였음이 판명되었다.<권력에의 의지>라는 제목으로 전집에 늘끼어 있던 기왕의 유고집은 니체의 여동생과 생전에 니체를 추종했던 페터 가스터가 유고 가운데 극히 일부분을 주제 별로 엮어 놓았던 것이다.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
전집 1차분과 함께 나온<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은 니체를 전공한 국내 소장학자들의 패기에 찬 니체 읽기이다. 이들은 니체가 서양 철학사의 특이한 지류라는 한국 학계에서 오래된 낙인을 지우고 한국어로 니체를 사유했다. 약간의 과장이 허용된다면 한국에서는 이제야 니체의 무덤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책을 기획한 김상환 교수(서울대 철학)에 따르면 니체를 맞이하는 것은 곧 미래를 맞이하는 것이다.
김상환 교수를 비롯해 김진석(인하대) 박찬국(서울대) 신승환(가톨릭대)윤평중(한신대)교수 와 백승영(서강대)장은주(서울대)강사 서동욱(벨기에 루뱅 대학 박사과정)이창재(미국 시카고대학 박사과정)씨가 공동 집필한 <니체가 뒤흔든 철학100년>은 니체를 프리즘으로 삼아 투사한 인간 사유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백승영 교수가 집필한 이 책 1부는 니체와 처음 만나는 독자를 위해 만들어진 니체 지도이다. 니체의 생애와 사상 니체 읽기의 역사 그리고 니체 사상의 중심 주체들을 체계적으로 정돈했다 백교수는 니체의 삶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니체 철학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 하다고 역설한다. 니체에게 철학은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리는 열정이었으며 이열정이 그의 삶을 가능하게 했던 유일한 삶의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니체는 처음에 시인 철학자 혹은 예술가 철학자로 이해되었다. 당시 철학은 니체에 대해 침묵했다. 1940년전후 하이데거에 의해 니체는 서양형이상학 전통에 등재된다. 이후 1960년대 프랑스에서 니체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백교수에 따르면 니체는 이외에도 사회학 신학 심리학 문학 음악 그리고 조형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용되면서 20세기의 철학자로 떠올랐다.
1960년대 이후 구조주의의 그림자를 밟은 일군의 프랑스 철학자들은 니체만 아는 니체에서 한 걸음 나아가 니체가 모르는 니체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김상환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니체는 프랑스 철학자들의 도저한 질문 즉 헤겔 이후에 새로운 철학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근거였다. 그 답변들이 1980년대 이후 국내 학자들에 의해 적극 수용되었다.
하이데거와 프랑스 현대 철학자들은 니체와 함께 프로이트와 마르크스 (이들은 의심의 3대가 로 불리기도 한다)를 호출했다. 라캉은 프로이트를 알튀세르는 마르크스를 푸코 들뢰즈 데리다는 니체를 불러냈다. 이 탈근대 사상가들은 저마다 다른 무기를 개발해 유럽 모더니즘의 척추인 기원과 중심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들뢰즈는 니체의 망치를 들고 프로이트를 가격한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프스 콤플렉스가 자본주의의 반인간적인 측면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서동욱씨는 들뢰즈와 니체의 삼투 관계를 해부한 논문 (<들뢰즈 존재론과 앙띠 오이디푸스 그리고 니체>)에서 들뢰즈의 오이디푸스 비판은 니체의<도덕의 계보학>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니체가 보기에 인간이 신에게 진 부채(죄)의 특징은 부채를 갚는다고 해서 인간이 부채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갚을 수 없다는데 있거니와 기독교의 대속 (代贖)은 부채탕감이 아니고 심화라고 지적했다. 들뢰즈는 니체의 이와 같은 부채비판을 오이디푸스 비판에 적용한다. 들뢰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속임수라고 말한다. 다시말해 근친상간을 원하는 것이 욕망의 본질이기 때문에 법으로 금하는 것이 아니라 있지도 않은 근친상간을 법이 금함으로써 근친상간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는 욕망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 죄의식을 통해 서구는 제3세계를 자본주의는 가족을 식민지화한다는 것이다. _ 이문재 기자 (시사저널)
○ 출판사 서평
이 책은 니체가 스위스 바젤 대학 고전문학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의 강의록으로 씌어진 글을 묶은 것으로, 서구가 구축해온 이성적·합리적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던 니체의 사유가 고대 그리스 철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책에 수록된 글은 강의를 위해 씌어졌기 때문에 니체의 학술적 면모가 많이 나타난다. 니체는 철학자들의 학설을 중심으로 철학을 연구하는 일반적인 접근 방식과 달리, 철학의 원천인 철학자를 탐구함으로써 인간을 사유의 중심에 놓았다.
이 같은 사유가 잘 드러나 있는 이 책은 이성 중심적 사고와 이원론에 경도되어 삶과 인간을 분리시킨 현대 철학을 강도 높게 비판함으로써 포스트모더니즘의 계기를 마련한 니체 사유의 연원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니체의 초기 저작에서부터 말년의 절망적인 투병 생활에 들어가기 직전 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유고들은 심리학, 도덕, 형이상학, 종교, 예술,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니체가 사유한 단상들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상념도 엿보게 한다. 특히 이처럼 풍부한 내용 가운데서 니체 후기 사상의 핵심을 추출할 수 있는데, 가치전도와 새로운 철학에의 구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 니체는 전통 형이상학을 인과주의로 규정하면서 이 인과주의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하게 피력하고 있다. 즉 니체는 전통 형이상학이라는 거대한 체계를 파괴하고 해체하는 동시에 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작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모든 사건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니체의 사유를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은 새로운 세계관을 준비하는 니체를 보여줌으로써 그의 사상에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1. 니체 사유의 연원을 접하다
니체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통찰한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이 담긴 니체전집 1 《언어의 기원에 관하여 · 이러한 맥락에 관한 추정 · 플라톤의 대화 연구 입문 · 플라톤 이전의 철학자들 ·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I · 유고 (1864년 가을 ~ 1868년 봄)》가 출간되었다.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이 책은 니체가 스위스 바젤 대학 고전문학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강의록으로 씌어진 글을 묶은 것으로, 서구가 구축해온 이성적?합리적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던 니체의 사유가 고대 그리스 철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니체는 철학자들의 학설을 중심으로 철학을 연구하는 일반적인 접근 방식과 달리, 철학의 원천인 철학자를 탐구함으로써 인간을 사유의 중심에 놓았다. 이 같은 사유가 잘 드러나 있는 이 책은 이성 중심적 사고와 이원론에 경도되어 삶과 인간을 분리시킨 현대 철학을 강도 높게 비판함으로써 포스트모더니즘의 계기를 마련한 니체 사유의 연원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 고전학, 현대의 부조리에 대한 통찰
인문 영재 교육의 전당이었던 슐포르타 기숙 학교에서 처음으로 고대 그리스의 예술과 철학을 접하게 된 니체는 이후 라이프치히와 본 대학에서 고전학을 전공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니체는 고전학자의 소명 의식을 갖게 되었다. 고전학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여느 학자와는 달랐다. 그는 당시 고전학자들이 “고대를 변호하”거나 아니면 “현대가 높이 평가하는 것을 고대에서 확증하려는 의도”로 고전학에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니체에게 고전학이란“현대의 부조리에 대한 통찰에서 출발해 회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에서 출발한 그의 탐구는 고대에 관한 학문적 연구에 그치는 인문학의 범주에서 벗어나 고대의 본질을 규정하는 인식론으로 발전한다. 이런 인식은 다시금 현대에 대한 인식과 비판으로 귀결되어 새로운 사유의 모색으로 이어진다.
3. 최초의 철학자를 발견한 최초의 비극적 철학자, 니체
니체 당대를 지배했던 합리주의와 이원론의 기반인 플라톤-소크라테스적 형이상학은“사유가 인과 법칙의 인도 하에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에 미치리라는 확신, 그리고 사유에 존재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수정할 능력까지도 있다는 확신”에 따라 이성주의를 강력히 옹호했다. 이로써 삶이 사유에 예속되고 학 (學)이 목적이 되어 버림으로써 현대 철학은 삶과 단절되었다.
그러나 플라톤 이전의 철학자들은 삶을 대상화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 삶을 영위하는 인간 또한 대상화될 수 없다. 그들이 인식하고자 했던 것은 인식 주체와 유리된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역동하는 삶이었다. 니체는 플라톤 이전의 철학자들이 대상화될 수 없는 삶의 한가운데서 삶의 인식 가능성을 탐구한 최초이자 마지막 철학자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들을 창시자라 여겼고 동시에 비극적이라고 생각했다. 니체는 훗날 자신을 가리켜 그 비극성을 현대에 비로소 발견한“최초의 비극적 철학자”라고 말한다.
4. 니체의 학술적 면모를 만나다
니체는 1869년 25세라는 젊은 나이로 바젤 대학 고전 문학 원외교수로 촉탁된다. 이때부터 건강을 이유로 퇴직을 자청한 1879년까지 니체는 강의나 세미나를 통해 고대의 언어, 문화, 예술, 종교, 역사, 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문제를 다루게 된다. 특히 플라톤 이전의 철학자들에 관한 강의와 플라톤의 대화편에 관한 강의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을 조망하는 니체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강의를 위해 씌어졌기 때문에 니체의 학술적 면모가 많이 나타난다. 본래 객관적 형식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니체에게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이러한 유형의 글쓰기를 통해 강단 철학에 몸담았던 시절의 니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니체는 같은 시기에 《비극의 탄생》, 《반시대적 고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등 학술적인 면모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저작을 꾸준히 내놓는다. 이처럼 그의 사유는 철학과 예술, 철학과 철학 아닌 것, 학문과 학문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다.
5. 언어에 대한 근원적 고찰 <언어의 기원에 관하여>, 니체의 음악관이 드러나는 <이러한 맥락에 관한 추정>
1869 ∼ 1870년 겨울학기의‘라틴어 문법 강의’ 중 제1장인 〈언어의 기원에 관하여〉와, 같은 시기에 이루어진‘그리스의 서정시인 강의’의 필기 가운데 제2항인 〈이러한 맥락에 관한 추정〉은 언어에 대한 니체의 사유가 좁은 의미에서 이루어진 언어학적 내지는 언어철학적 고찰을 통해서가 아니라, 언어에 대한 좀더 일반적이면서도 종합적이고 근원적인 고찰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맥락에 관한 추정〉에 나타난 니체의 음악관은“음악이란 율동, 선율, 화성을 기본 요소로 하는 소리의 예술”이라는 우리의 일반적 이해와는 거리가 있다. 음악은 예술의 한 분야가 아니라 언어를 비롯한 모든 예술과 철학을 탄생시키는 모태와 같다는 것이다.
6. 플라톤의 대화편을 해부하다, <플라톤의 대화 연구 입문>
1871/72년 여름학기와 1874/75년에 이루어진 〈플라톤의 대화 연구 입문〉 강의의 강의록 중 독일 발터 데 그루이터의 정본 《니체전집 : Nietzsche Werke, Kritische Gesamtausgabe》 (약칭 : KGW)을 따라 〈플라톤의 대화 연구 입문〉(1871/72년 겨울학기), 〈플라톤의 생애와 저술에 대하여〉 (1873/74년 겨울학기), 〈플라톤의 생애와 가르침에 대하여〉 (1876년 겨울학기), 〈플라톤 연구 서문〉 (1878/79년 겨울학기)의 내용을 담았다.
플라톤에 관한 니체 당대의 다양한 문헌 소개, 플라톤의 생애 서술, 대화편들 하나하나에 대한 해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문헌학적 고증을 위해 플라톤의 생애 부분을 매우 자세히 다루고 있다.
7. 최초의 비극적 철학자들, <플라톤 이전의 철학자들>
1871/72년 여름학기와 1874/75년에 이루어진 〈플라톤 이전의 철학자들〉 강의의 강의록은 1872년 여름에서 1873년 봄까지‘그리스 비극 시대의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씌어진 미완의 글과 부분적으로 일치한다. 이 강의록은‘그리스 비극 시대의 철학’보다는 학적이며 객관적인 서술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탈레스 이전 시대의 현인들과 피타고라스, 엠페도클레스, 레우키포스, 데모크리토스, 피타고라스학파 철학자 등‘그리스 비극 시대의 철학’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은 철학자들의 서술 또한 포함하고 있다.
8. 수사학에 대한 다각적 조명,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I>
니체가 번역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제3권, 1 ∼ 13장)에 대한 강의는 1874/75년 겨울학기, 1875년 여름학기, 그리고 1877/78년 겨울학기에 각각 이루어진 것으로 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은 정의에 의해 개념이 하나의 의미를 얻는다는 소크라테스의 변증술과 짝을 이룬다.‘변론술’로 지칭될 수 있는 수사학에서는 개념이 다양한 관점들의 수용에 의해 다각적으로 조명된다. 이는 어떠한 정태적 개념화도 거부하는 역동성의 기반에서 개념 상호간의 대극적, 다의적, 다원적 구상으로 전개되는 니체의 사유와 일맥상통한다. 니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다른 저작보다 《수사학》에 비중을 두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니체의 번역 이외에 강의록이 따로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수업은 강독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리라 추측된다.
9. 젊은 시절의 니체를 만나다, <유고 (1864년 가을 ~ 1868년 봄)>
이 책에 수록된 유고 단편들은 1864년 가을부터 1868년 봄까지, 즉 본 대학과 이후 2년간의 라이프치히 대학 재학 시기 그리고 1868년에 말에서 떨어져 가슴에 심한 부상을 입은 후 군에서 제대하기 전 군복무 시기의 메모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이 시기에 니체는 슐포르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본 대학에서 신학과 고전문헌학 공부를 시작했으며, 《신약성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되면서 신학 공부를 포기하려 하기도 했다. 또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체계》에 나타난 염세주의 철학에 한동안 매료되었으며 칸트 철학을 접하게 된다. 고전문헌학과 성서, 쇼펜하우어와 칸트 철학을 넘나들며 바그너를 처음 만나게 되는 이 시기에 씌어진 유고를 통해 성서에 대한 세계관, 믿음의 문제, 문학, 신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십 대 초반의 젊은 니체를 만날 수 있다.
10. 책세상 《니체전집》의 구성과 편집
책세상 《니체전집》은 현재 33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정본 《니체전집》중 니체의 철학적 저작들만을 번역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니체의 서신 교환, 서지적 주해서 등은 번역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책세상 니체전집 편집위원회 (정동호, 이진우, 김정현, 백승영)는 이러한 대원칙 하에 번역 대상 저서를 선정했고, 이에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KGW의 편집인 뮐러 라우터 교수다. 그의 정성 어린 자문은 한국어판 《니체전집》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1967년 첫 출간을 시작한 KGW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고도 발굴되는 대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발터 데 그루이터사는 권별 넘버링 방식이 아니라, 연도별 넘버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유고 발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로마자 (Abt. I~IX)로 범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각 권 (Bd.)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별 분류 방식의 필요성을 공유한 책세상은 KGW의 방식을 수용해 《니체전집》의 권 번호를 병기하고 있다. 책세상 《니체전집》의 구성과 편집 방식은 정본 《니체전집》을 존중함으로써 니체의 삶과 철학을 그의 저작의 외적 형식과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이 국내에 유일한 온전한 한국어판 《니체전집》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리라 기대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