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 인문학과 책 이야기: 책 읽기, 그 공감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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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인문학교실

인문학과 책 이야기
책 읽기, 그 공감을 넘어서..

들어가며 인문학과 책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너무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홍선생님께서 누누이 말씀해 오셨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 가장 빠르게 그 분야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가장 뛰어난 스승을 만나거나 가장 뛰어난 명저를 읽는 것입니다.
“인문학과 책”이란 주제를 다루기 위해 책의 탄생과 역사, 또는 제작과 장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해 볼 수 있겠지만, 그동안 19번의 다른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앞선 강의를 통해서 이미 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포함하여 좋은 책들을 꾸준하게 많이 추천해 주셨기에 오늘은 특별히 그 “책 읽기”에 대해 준비해 본 내용을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읽기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지를 알아봄으로서 독서능력의 향상을 통한 인문학적 삶을 살아가는 성숙한 지성인으로의 변화를 기대해 보며, 궁극에는 개인의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하여 아름다운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책을 어떻게 보는 거지요?
책에 대해 배워 보기에 앞서 먼저 책을 처음 대해보는 코믹한 장면의 비디오 클립 하나를 시청해 볼 것입니다.
우리가 시청한 것처럼, 이토록 친숙하게 어디서나 접하는 책이 아주 오래전 한 때에는 책을 어떻게 펴보아야 하는지조차 모를 만큼 낯설고 신기한 물건이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움베르코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처럼 어떤 이유에서든 책 읽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도 있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먼저 책, 冊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어떤 내용의 글·그림·사진 등이 인쇄된 여러 페이지의 종이를 일정한 순서에 따라 매어 표지를 붙인 물건”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전자책도 어엿한 책이므로 완전한 설명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책읽기를 배워보는 김에 책의 각 구성의 이름을 말씀드리면, 표지(Cover page), 속 표지(Title page), 간지(Lining page), 책 등(Spine), 책 머리(Head edge), 배(Fore edge), 귀(Back edge) , 그리고 띠지(Book band)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더욱 예쁘게 디자인되어 나오는 책의 표지는 물론 책 크기의 1/2이나 1/3사이즈 밖에 되지 않는 띠지가 실제로 책의 판매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신분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가느다란 띠지에 마법이 힘이 담겨있다”라고 띠지의 제작 홍보에 관련된 흥미있는 이야기를 설명한 차이자위안의 “독서인간”이란 책을 읽으면 책에 대한 여러 제반 상식을 섭렵해 보는 가벼운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본인이 사서학 공부를 시작하던 첫 수업시간에 어쩌면 별것아닌 것 같던 각 구성의 이름을 배우고 책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어느 부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책읽기를 즐기며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책을 함부로 다루지 않겠지요. 얼마 전 본 도서관에 방문한, 책을 손에서 잠시도 떼지 않는다는 기특한 한 어린 학생은 심지어 책등이 손상되는 것이 염려되어 책을 완전하게 펼치지 않고 읽기가 가능할 정도로만 살짝 펼쳐서 읽는다고 하는 말이 참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책 귀를 접는다거나 공공기관의 책에 밑줄을 굵게 긋는다거나 하는 행동은 책읽기 행위에서 앞으로 지양해야 할 일입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나요? 그리고 책읽기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작가 한수영은 이 질문에 대하여 ‘먹고 살기 바쁘지만 책 읽는 시간은 어떤 욕망도 침범하지 못하는 “자율성의 시간”이며 “자신에게 몰두”하는 기쁨의 시간이다(첫 번째 질문). 자신이 무지하지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며(두 번째 질문),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세계를 통찰하며 존엄한 자기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이며, 슬픔과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라고 답합니다(한수영, 2012, p.192-193).
책을 읽는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인격 성장 혹은 영적 성숙을 위한 것입니다. 인격성숙을 위한 독서란 독서를 통해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만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인생의 바른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참 지혜는 세상과 자기를 보는 안목과 통찰력을 통해 세상과 인생의 목적을 바르게 아는 것 입니다. 인생의 바른 지혜란 바른 가치관, 바른 인간관, 바른 세계관을 가지는 것입니다. 즉, 세상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어떻게 살아야 바르게 살아가는 것일까? 등의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가치관이며 인생관이며 세계관입니다 (백금산, 2002, p.74).
지혜란 삶의 목적을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에 맞는 수단과 방법을 바르게 선택하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지혜란 삶의 실천으로 연결됩니다. 지혜는 바른 행동, 바른 윤리의 열매로 나타나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책읽기의 필요성에 대해 주로 인문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진화론에 근거를 둔 장대익 교수의 “독서력과 시민의 품격”이란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의 발표문을 보면 독서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해명하여 독서하는 것이 인류에게 어떤 진화적 필연성을 가져다 주었는 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한 한 블로그를 인용하면,
“호모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 나타났는데, 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것은 고작 8000년 전이고, 수메르인들이 점토에 새긴 문자로 정보를 주고받은 것은 6000년 전이다. 인류의 뇌는 독서에 적합하도록 진화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독서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고,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낭비 활동이다. 하지만 문명이 들어선 이래, 인류 문명에서 독서는 계속해서 그 중요성이 커져 왔다. 진화론에 따르면, 독서가 인간에게 비용을 넘어선 이득을 가져다주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문명은 인간이 독서에 적응하도록 만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적인 차이는 0.4%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두 종이 이룩한 사회의 모습은 너무나 차이가 크다. 이 차이가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인간이 침팬지보다 생물학적으로 월등하게 더 뛰어나서가 아니다. 인간 사회와 침팬지 사회의 차이를 가져온 것은 ‘사회적 학습 능력’ 때문이다. 침팬지와 달리 인간은 ‘기록’을 통해 자신이 획득한 경험을 세대를 뛰어넘어 전달할 수 있었고, 이러한 집단 작업이 가능한 것이야말로 문명의 탄생, 축적, 번영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다. 문명을 통해 인간은 ‘사회적 학습자’로 진화했고, 이러한 진화를 촉진한 것이 문자 텍스트(넓은 의미의 ‘책’)의 존재다. 정보 물리학의 관점에서, 책은 정보 전달의 성공률(복제 충실도)을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독서는 인간의 사회적 학습을 촉진하고, 인간을 사회적 학습자로 진화시킨 ‘문명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것은 문명의 형성에 참여하는 일이며, 진화의 도정에 함께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인간 뇌의 학습 특성’ 때문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굳이 책을 읽지 않고도 온라인 등 디지털 경로를 통해서 언제 어디에서든지 손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불편하게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사람들은 흔히 뇌의 시각 피질을 주로 활용 하는 빠른 정보 습득(fast learning)을 최선의 공부법인 것처럼 간주한다. 하지만 방대한 규모의 정보가 축적되고 있고, 그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거의 항상 가능한 오늘날,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주어진 문제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다. 주어지지 않은 것을 보고, 존재 하는 것을 다르게 생각하고, 낡은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창의성이라면, 창의성은 ‘느린 생각(slow thinking)’을 통해 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느린 생각을 즉시 처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인간의 뇌에서 ‘느린 생각’을 담당하는 것은 전전두 피질인데, 전전두 피질은 상당한 에너지 소모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가 ‘느린 생각’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별도의 훈련이 필요한데, 이는 시청 등 디지털 정보 습득 과정에서는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뇌 전체를 활용하는 독서야말로 느린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는 행위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기존에 연결하지 않았던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창의적 연결 능력’을 갖춘 인재들은 독서를 통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독서가 뇌의 공감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데 있다. 타자에 대한 공감은 시민으로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데 필수적 능력이다. 또한 타자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면, 인간으로서 학습 자체가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책을, 특히 문학 작품을 많이 읽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정서에 반응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2012년에 참가자들에게 책을 읽힌 후 실험을 마칠 무렵 연구자가 실수인 척 책상에 있던 볼펜 통을 떨어뜨리고 누가 볼펜 줍는 일을 잘 돕는지 알아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글을 읽는 동안 등장인물에게 정서적으로 더 많이 공감한 사람일수록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타자의 처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품격이 올라간다. 일찍이 그리스인들은 ‘환대’가 인격의 고매함을 보여 주고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이를 사회 운영의 기본 원리로 삼았다. 뇌는 놀라운 기관이다.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뇌는 개인의 경험과 학습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사람의 뇌는 해부학적으로도 변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뇌를 쓰느냐에 따라,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뇌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말이다. 책을 읽는 것은 뇌의 잠재능력을 활성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편집 마왕, 2017).
위에서 뇌과학과 진화론의 관점에서 책읽기를 규명한 것처럼 거시적인 이유가 아니고 단순히 생각 해 보더라도 우수한 선진들의 사고와 경험을 고스란히 적어 놓은 것을 반복하여 읽는 행위가 우리 의 두뇌를 똑똑해지게 할 것이라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있는 자격증 획득을 의미하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위해 어느 정도의 책을 읽어야 할까요? 어느 출판사에서 무작위로 10권의 책을 선정해서 실시한 통계에 의하면 518권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각 논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적게는 182권에서 많게는 940권 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백 권의 관련주제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하는 게 기본인 것을 의미합니다(백금산, 2002, p138).
반면에 작가 서민은 그의 책 서민독서에서 자기계발서 1백 권을 읽는 것 보다 소설 한 권을 읽는 게 낫다고 주장합니다(2017, p.146). 물론 여기서 책을 읽는 능동자의 목적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백금산이 강조하는 수백 권의 독서는 전문인의 학문적인 연구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며 한권의 소설을 강조하는 서민은 공감과 깨달음을 위한 성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학습력, 공감력, 창의력, 인내력, 통찰력 등이 바로 책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독서능력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 해야 할 것은 책읽기를 통해 우리가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지성인을 만드는 것이며 지성인은 양심을 갖고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아니 지난 시간에 배운 “인식론”에 의하면 우리가 절대로 안다고 할 수 없는 작가 조정래씨가 한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생각을 말한 적이 있어 옮겨 드립니다.
“지식인과 지성인은 달라요.
지식인이 그저 앎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성인은 앎을 바르게 실천하는 사람이에요.
국가가 복지에 대한 책임이 있듯이
지성인도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어요.” – 조정래
이 근래 인문고전 읽기를 강조하는 붐이 대학이나 일반기업 등 여러 곳에서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 현상이 일시적인 바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바른 책읽기의 교육과 정책을 통해 개인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삶이 변화되며 건강한 사회구현을 만들어가는 기초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책 읽기로 변화된 인물들이 있습니다.
다음은 똑똑한 사람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음으로 똑똑한 사람이 된다(?)는 명제를 여실히 증명해 주는 실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독일 태생이며, 유대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1남1녀중 장남으로 태어남. 미국의 천재 물리학자, 광양자설, 브라운운동의 이론, 특수상대성이론을 연구하여 1905년에 발표, 1916년에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함.
아인슈타인이 원래부터 천재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가 처음부터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어릴 때엔 말이 늦게 트여서 부모님들이 많이 걱정했었고,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주의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등 학습장애가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은 “네가 사회에 나가 성공하면 내가 열손가락에 장을 지지고 하늘로 올라갈께”라고 반 학생들 앞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는 일설도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아인슈타인은 지적, 사회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인슈타인이 불과 20대 중반에 상대성 이론을 완성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둔재에서 세기의 천재로 탈바꿈 하게 되는 그의 이 10여년이라는 시간 속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분명 심상치 않은 한 만남의 사건이 그에게 일어났음을 밝혀내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12살 때 막스 탈무드라는 유대인 의대생을 만나는 대전화점이 있었습니다. 유대인의 교육 방법중 아주 훌륭한 전통이 있는데 바로 자녀들에게 막연히 공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명문대생을 초청해서 멘토링을 연결해 주는 것 입니다. 그 명문대생이 단순히 지식만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예술, 문학 등 인문학적 소양이 잘 갖춰진 사람을 선별하여 자녀들과 만나게 하는 일대일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실은 이 일대일 교육은 귀족 또는 제왕 교육으로서, 현대의 교사는 적고 학생은 많아 교사가 학생에 대해 모르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싫어하는 이상한 교육환경으로 전락한 최악의 한국의 교육환경과는 너무 대조되는 교육방식인 것입니다.
막스가 아인슈타인에게 처음 읽도록 권했던 책이 바로 칸트의 “순수 이성비판”과 유클리드의 기하학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아인슈타인이 인문고전을 만나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심지어 17살이 되는 무렵, 이제 막 술을 마시기시작하는 친구들 앞에 비장한 선언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너희들은 술에 취한 삶을 살겠지만 나는 칸트의 철학 고전에 취한 삶을 살 것이다’라고 합니다. 이때부터 아인슈타인의 두뇌는 혁명적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천년, 이천 년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의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책을 쓴 저자들의 두뇌는 천재 중의 천재일 텐데, 이런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서 아인슈타인의 두뇌는 마침내 천재처럼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과정이 그의 인생에서 10년 정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형식의 천재가 된 사람들은 이밖에도 많은데, ‘좁은 문’의 저자 앙드레 지드(Andre Gide, 1869–1951년, 1947년 노벨문학상 수상)도 마찬가지로 어릴 때 문제가 많았던 학생이었으나10대 초반에 인문고전 읽기를 시작하고 한 1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자 어느 날 천재작가가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2)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년)
이탈리아의 화가, 조각가, 과학자, 철학자. 15세기의 르네상스 미술을 완성시켰으며, 조각, 건축 토목, 수학, 과학,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재능을 보인 천재적 인물.
지난 ‘인문학과 미술’ 시간에서도 배운, 우리가 천재로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경우는 위의 경우와 달리 처음부터 천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30대 중반까지 인정을 못 받았습니다. 초년시절 예술가의 도시 피렌체에서 나름 성공해 보고자 애를 많이 썼지만 당시 막강 한 권력가이자 르네상스의 열렬한 후원가였던 로렌초 데 메디치의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서른여섯에 라티어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지 않은 문학, 철학, 역사, 고전을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밀라노에 위치한 도서관에 가서 인문고전을 미친 듯이 읽기 시작합니다. 인문학을 통해 자신의 두뇌를 새롭게 바꾸고 싶었던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다빈 치는 타고난 천재들의 사고를 따라가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인문학 고전들을 라틴어 원전으로 읽으면서 묻혀있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한동일, 2017, p.18).

3)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19세기 영국의 철학자, 경제학자, 자유주의의 사회 민주주의 정치사상 발전에 크게 기여함. 어릴 때 부모의 천재 독서교육으로 인해 천재가 된 인물.
경제학자인 동시에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영국 최고의 사상가 중 한명입니다.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의 아버지는 내 자녀를 인문독서 교육을 통해 천재를 만들 것이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존의 나이 세살 때 그리스어와 수학에 관한 교육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8세까지는 헤로도토스의 모든 작품과 플라톤의 여섯 개의 대화편, 그리고 중요한 모든 역사책을 읽었으며, 열두 살이 되기 전에 이미 유클리드의 ‘기하학’, 그리스와 라틴의 시인들, 그리고 약간의 영국시를 모두 공부했습니다. 웬만한 인문고전을 모두 다 읽고 아버지와 항상 토론하며 함께 공부한 결과 열세 살 때 그는 이미 대학 교육을 마친 정도의 지식을 쌓았습니다. 후에 그는 “나를 만들어진 인간 또는 제조된 인간으로 보이게끔 했다”라고 하며 한때 아버지와의 갈등을 겪으며 방황하는 한때도 찾아오지만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은 적은 없었습니다. 마르몽테르의 ‘회상록’을 읽고 다시 정신적인 위기를 극복하게 되고, 이후 20년간 그의 아내가 된 헤리헛 테일러와 사귀게 됩니다. 이것이 존 스튜어트밀의 저작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자유론”(1859)과 후에 “대의정치론”(1861)을 이끌어낸 “의회 개혁에 관한 구상”, “공리주의론”(1859) 등의 논문을 포함한 중요 작픔을 완성합니다. 결국 그는 그의 자서전에서 나의 지적능력은 평범한 사람이었으나 인문 고전 교육이 천재력을 만들어 주었노라고 고백합니다. 특히 자신의 지적 발달은 주로 두 사람의 영향을 받았노라고 말하는데, 그들이 바로 아버지 제임스 밀과 그의 아내였습니다(애들러 & 도렌, 2017, pp.369-371).

책읽기를 잘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책읽기, 특히 고전읽기가 이렇게 중요하고 유익한데 우리가 잘 안읽게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단순히 우리 삶이 너무 바빠서, 게을러서.. 만이라면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않을 것같습니다.
책읽는 방식에 대해서도 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많은 이론들이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정독을 해야함을 주장하고, 혹자는 본인의 지식수준보다 반드시 한 단계위의 책을 읽을 것을 강조하며, 혹자는 관심분야의 입문 서적부터 읽기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개인 상황상 한 번에 여러 권을 동시에 읽곤 하는 본인에게 꼭 한권을 정독하는 것이 아닌 한꺼번에 여러 책을 읽어도 무관하다라고 말한 어느 유명 작가의 글이 제게 큰 용기와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읽든 그 방법에 대한 것은 차제에 다시 기회가 될 때 나눠보기로 하고 오늘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왜 우리 한국인들의 책읽는 문화가 이렇게 보편화되지 못했는지를 점검해 보고 싶었습니다. 여러 나라들의 책 읽는 문화를 비교해 볼 때 서구 사람들보다 또 가까운 일본인의 경우 우리보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독서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공부하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의 최다 대출을 기록한 책과 표본으로 조사 실시한 몇 개 초등학교 도서관의 최다 대출을 기록한 책의 순위가 거의 같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독서능력에 별다른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독서교육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여기 역사학을 전공하신 권태원 선생님이나 인문학 조예가 깊으신 많은 분들 앞에 감히 말씀드리기가 부끄럽습니다만, 거기엔 우리 역사 속에 존재하는 슬픈 정책의 과거가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EBS Culture, 2014).
작가 이지성은 그의 인문학 특강을 통해 말하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1868년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독서교육에 대한 일본과 우리나라 양국의 정책이 뒤바뀌게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때 일본에서는 국가에서 번역청을 설립하여 인문고전만을 집중적으로 번역, 출판하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의 수천 권의 모든 고전들이 번역되어 나와 범국가적으로 모두 읽게 하는 정책을 펼쳤다고 합니다. 평범한 대학생이 사회에 나올 때엔 약 4천권의 책을 읽고 나오도록 한 교육정책 이었다고 하니 국민의 두뇌를 양서 읽기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로 교육하려는 특별한 정책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반해 세종과 정조 때의 극히 짧은 시기를 제외하면 늘 인문고전 독서로 세계관을 정립하고 나라를 일으킬 수 있는 지도자가 될 만한 실학자들은 모두 탄압하고 귀향 보내던 우리나라의 역사가 참으로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조선시대 현직에 있는 관리들에게 휴가를 주어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사가독서제”라는 것이 있었을 만큼 가능성이 있었던 우리나라가 결국 인문독서의 효력을 모르는 왕과 권문세족들의 어리석은 정치가 가장 중요한 독서문화를 정착 될 수 없도록 한 쓴 뿌리가 되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나라의 제도적으로 잘 발달되어 정착한 독서교육의 예를 들면, 먼저 미국의 비영리 독서교육운동 단체인 “그레이트 북스재단”이나 심지어 노숙자들에게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인문 고전을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르치고 있는 “클레멘트코스” 등이 있습니다. 4년간의 전 수학 과정이 인문고전을 읽는 것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세인트존스대학의 교육도 아주 잘 알려진 경우입니다.
2020년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로 선정된 쿠알라룸푸르는 ‘책 읽는 쿠알라룸푸르–독서를 통한 돌봄(KL Baca–caring through reading)’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독서와 포용의 문화를 증진하는 것으로, 도시 전역에서 책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도 어릴 때부터 독서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리딩 챌린지 프로그램을 정부에서 제정 관리하는 등 다양한 독서권장 문화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픈한 호주의 그린스 퀘어 도서관은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되고, 배우고, 쉬며 놀 수 있는 다기능의 도서관이 지하공간에 건설됨으로 “숨겨진 도서관”이라는 재미있는 별칭을 가하게 되었습니다(LAM, 2018).

나가며
끝으로, 아직 여러분들에게 생소한 사람책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책 대신 사람을 빌려 보는 도서관”(TS 그룹 회장, 2011) 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셨는지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듯이, 사람책을 대출해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독서 프로그램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을 빌려 읽는 사람책 도서관은 처음엔 ‘휴먼라이브러리’란 이름으로 덴마크의 비폭력주의 NGO단체에서 시작한 소통의 한 방법이었으나 색다른 소통의 매력 때문인지 세계 곳곳에 같은 이벤트가 열리고 있으며 특별히 미래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성인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나눔으로 치유와 희망을 일구어 가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어 주목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한글사랑도서관에 도입하여 교민사회에 새로운 기여를 담당해 볼 수 있기를 구상하고 있기에 뜻있는 분들의 동참과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다음 두 가지를 우리의 실천 사항으로 제안해봅니다.
▷한 도시 한 책읽기 → 시드니 인문학교실 한 책읽기 추천
▷사람책 운동 → 사람책이 되기를 자원하기
“인문학과 책”이라는 주제를 공부 해보기 위해 책읽기를 강조하며 이 분야의 앞선 연구와 계몽 활동을 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의 자료를 참고하여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읽기의 유익이 어떤 것인지, 책읽기를 통해 인생의 변화를 가져오고 인류사회에 크나큰 업적을 남긴 사례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책읽기를 잘할 수 있기 위한 실천적 사회정책적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제안해 보았습니다. 오늘 책읽기를 좀 더 가까이 하게 되신 여러분의 손에 한권의 책이 들려지시길 바랍니다. 그 책 읽기의 즐거움이 일상의 생활로 이어지셔서 여러분 모두의 한장 한장의 삶의 책이 보다 풍성하고 의미있는 가치로운 삶으로 엮어지시길 소망하며, 그 가치로운 삶의 변화가 공동체안의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고 함께 연대하여 상호 세워져가는 보다 나은 사회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한 사서의 소박한 꿈을 나눠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토론해 보기
1. 여러분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는지요?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2. “사람 책”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글사랑도서관에서 “사람 책” 대여를 시작한다면 책으로 자원봉사를 해 주시거나, 또는 이용자로서 다른 사람책을 대여해 보실 의사가 계신지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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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숙 관장
Lindfield한글사랑도서관 관장, SCD한국신학부 문헌정보처장, 캄덴신학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