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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커뮤티케이션 : 미디어야 놀자(?)
예전에 ‘경제야 놀자’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어려운 이론을 쉽게 풀이한다는 뜻일 것이다. 미디어 이론이 경제학보다 더 쉽지 않다. 경제학은 물질세계이지만 미디어학의 1차 관심은 정신세계다. 여러 분야를 공부했지만 가장 많이 한 것은 커뮤니케이션학이다. 그러나 그 지식의 크기는 ‘쥐꼬리만하다’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일생 쉬지 않고 공부해도 얼마나 배울 수 있겠는가?
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과 사회의 변화 (Attitude and social change)다.
이 과정을 분석하는 공부는 행태과학 (Behavioral science)이다.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인류 문화학, 종교학 등 그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분야를 섭렵해야 한다. 그래서 이 연구는 학제간 또는 다학문적 접근 (Multi-disciplinary approach)이 되어야 한다.
인터넷이 서툴다고 하든지, 말재주가 없다고 하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사람이 왜? 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지식과 능력은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기술이거나 변방의 측면이다.
아래의 소 제목대로 세 개의 토픽을 가지고 개략적으로 말해보고자 하는데 학술보다도 실용이 되도록 노력해 보겠다.
1. 미디어, 언론, 커뮤니케이션
먼저 커뮤니케이션 논의로 시작하는 이유는 미디어와 언론은 대중 전달수단을 이용하는 부분이 다를 뿐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일부이며, 그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연구의 틀 안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구별이 쉽지 않다.
한국과 미국 대학들이 커뮤니케이션학과, 언론학과, 언론정보학과, 미디어학과와 같이 학과 이름을 섞어서 사용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대중매체로서 미디어는 매스 미디어 또는 언론이라고 불리며 대개 동격으로 이해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비판과 감시 기능 (환경감시 기능, Surveillance function, Laswell 1948; Watchman& Teacher functions, Schramm 1964)이 빠진 미디어는 사실 언론이라 할 수 없다.
음악과 오락이 중심인 FM 라디오, 시시비비가 없는 교통방송, 종교방송, 남의 사생활이나 파고드는 흥미성 대중잡지를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앞에서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과 사회의 변화라고 말했다. 미디어의 목적도 당연히 그렇다. 이것을 미디어 학문에서는 “미디어 효과” (Effect)라고 부른다. 달리 말하자면 효과는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연구의 종착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연구의 무게는 수요자쪽 (Audience research)에 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 필요와 필요충족 이론 (The uses and gratifications approach)
미디어효과 연구의 한가지 방법론인 이 이론을 짧게 소개해 보겠는데, 알고보면 이것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아주 가까운 사실임을 알게 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은 모든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필요가 있어 문을 두드려야 배우게 된다. “구하라 그러면 주실 것이니” (마 7:7)가 바로 그것이다.
언론의 효과도 같다. 미디어의 내용인 메시지보다도 왜 특정 메시지를 읽고 듣고 보는가를 알게 되면 그가 얻게 되는 효과를 더 잘 알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온다.
1차 조사방법은 이렇다.
먼저 가능한 구체적 미디어 이용의 필요 이유들을 열거하고 피질문자에게 선답을 하게 한다.
아래는 텔레비전을 기준으로 과거 조사자들이 해본 몇 가지 문항에다 나름대로의 몇 가지를 추가해서 개념화 시켜 본 것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각자의 처지와 필요에 따라 엄청나게 많을 것이니 여기서는 몇 가지 예시를 제시한다.
내 나름대로의 몇 가지를 추가헤서 개념화 시겨 본 것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각자의 처지와 필요에 따라 엄청나게 많을 것이나 여기서는 몇가지 예시다.
1) 환경감시- 뉴스와 정보 (비판, 폭로, 감시),
2) 교육- 뉴스와 지식 (시사 지식, 학술 지식, 해설, 설득, 여론 조성)
3) 사회 발전 또는 개선을 위한 사회에 대한 이해와 분석력 도모
4) 오락, 감정분출, 현실도피, 그저 시간 보내기(스포츠, 영화, 음악, Emotional release,
catharsis, killing time)
5) 대안 친구교류, 고독감 해소 (Substitute companionship, Football widow, Baby sitter)
6) 대화거리의 모색 (Topics of conversation).
7) 가치관의 재확인 (Value reinforcement)
8) 인생의 조망 (Personal reference, 남의 인생과 비교, 과거 회고, eg. 대동아와 6.25 전쟁)
이 연구 방법론의 창의성이 돋보인다. 먼저 인간이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을 크게 일 (Work, 현실문제 직면과 해결, 그럼으로써 생산적 실용적)과 놀이 (Play, 현실도피, 쾌락, 그럼으로써 비생산적)로 나눈다.
그럴 때 미디어의 이용과 효과도 수용자의 필요충족에 따라 일처럼 보이는 활동도 놀이가 될 수 있고, 놀이처럼 보이는 활동도 일이 될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다.
⚫미디어를 통해 시국과 정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을 정치적 사회화
(Political socialization, 교육과 같은 말)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때 정치적 메시지를 읽고 듣고 보면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선거 보도나 국회 토론장에서 후보자나 의원 간 누가 이기느냐, 상대를 향하여 누가 어떤 사이다와 같은 시원한 한방을 날리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면 교육보다 카타르시스 충족이고 놀이 문화의 경우다. 그 많은 좋은 신문 사설과 TV 시사 토론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개선되지 않는 상당 부분 이유다.
⚫오락 영화나 드라마를 인생의 지혜를 얻기 위하여 본다면 그건 실용이지 현실 도피나 오락이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가 직업적 목적으로 그렇게 한다면 이 역시 같은 케이스이다.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외국영화를 즐겨 본다면 놀이가 아니고 일이다. 보통 도서관의 책이나 신문의 내용의 분류는 정치, 경제, 문학, 과학, 여가, 여행과 같은 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용자의 필요와 효과 면에서는 이와 다르다.
3. 미디어가 메시지다 (The medium is the message)
미디어 세계에 근래 일어난 획기적 변화는 이미 전통 매체라고 불리우는 종이신문과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뉴미디어로 불리는 인터넷 신문, 스마트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그램, 유튜브 등을 망라하는 SNS (Social Network Service)로의 대폭확장이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와 라이프스타일과 인간 삶, 그리고 우리사회를 크게 바꿀 것은 분명한 데 과연 길게 보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현재 나는 여러 여건상으로 이러한 것들에 대해 연구나 문헌 조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짧은 예측을 해보려고 한다.
이에 앞서 미디어의 두 가지 주요 주체인 매체와 메시지에 대하여 중요한 한마디를 하려고 한다.
이른바 컨베이어설 (The conveyor theory) 대로 매체의 역할은 메시지의 전달수단이고 도구여서 그 자체로는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치는 건가? 아니다, 미디어가 메시지 못지않게 영향을 준다고 장한 대표적인 사상가는 “미디어가 곧 메시지다 (The Medium is the message)”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맥루한 (Marshal Mcluhan, 1964)이다.
활자문화의 출현으로 인류 문명이 크게 달라졌고, 영상문화로 학생들의 문장력과 대중의 취미는 저하되고 있다는 견해대로 일리는 있어 보이는 주장이다. 그러나 메시지 없이는 매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메시지는 서로 다른 매체의 특성이라고 할까? 포맷에 맞게 제작되어야 해서 그 결과 각 매체가 수용자에게 다른 효과를 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뉴미디어의 출현에 따른 나의 전망은 물론 앞서 말한 대로 주관적이다.
⚫뉴미디어는 텔레비전에 더하여 시간을 뺐는다 (steal). 인간 간 대면 교류를 줄인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다니며 거기에 눈을 박고 았는 일상을 보라.
⚫뉴미디어에 환호를 보내는 건 접근성 (AccessibiIity)과 속도 (Speed)다. 메시지의 확산기능 (multiplying power)면에서는 텔레비전 보다 더 우수하지 못하나 어떤 편리한 장소나 위치와 상황에서도 접근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그러나 그 능률성에 맞게 메시지는 비교적 짧고 간단하게 제작되어야 한다. 인류 문화학의 분류대로 문화를 물질과 정신의 둘로 나눈다면 영상과 뉴미디어는 물질문화 발전에는 큰 기여를 하겠지만 정신문화 면에서는 반대다. 풍요해질수록 사람들이 이기주의, 불의, 향락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보게 된다.
⚫정신문화 발전은 사회와 행태 면의 발전인데 이는 사람들이 문제를 깊이 알기 위해 분석적이어야 하는데 그 교육기능은 시간에 맞게 (Time organised)편집해야 하는 영상미디어 보다 공간에 맞게 (Space-orgaised) 편집하고 저장이 용이한 활자 미디어가 더 잘한다. 분석자인 메시지는 길기 마련이어서 잠깐 스쳐가는 영상 미디어로는 따라잡기 어렵고 수용자 입장에 맞게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불 수 있는 활자매체, 특히 책과 종이신문이 더 잘한다.
⚫여론조성의 최적 조건은 최다수의 미디어 수용자가 똑 같은 이슈를 똑 같은 시점에서 읽고 듣고 볼 때다. 수용자의 미디어 이용이 집중보다 분산되기 쉬운 뉴미디어의 경우는 그게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생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유튜버 조우석, 손상윤씨는 조중동과 주요 방송이 이 미디어를 받아 공론화 (Agenda setting)를 안한다고 개탄하는 걸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삼오 박사 (커뮤니케이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