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과 라틴어 인문학’ 중에서
나는 자유다 / Sic transit gloria mundi / 한숨이 절로 납니다 / Pecunia una regimen est / 저도 거짓말쟁이입니다
홍길복의 세번째 잡기장 (34) _ 7월 13일
“나는 자유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일체의 욕심이나 기대, 꿈이나 희망을 모두 내려놓은 사람일 것입니다.
물질과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망은 물론, 심지어는 내가 낳은 내 자식에 대해서 까지도 아무 것도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참으로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 꿈, 희망 등 일체의 자기욕망을 내려놓은 사람이라고 봅니다. ‘나는 아무 욕심이 없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나는 삶에 대한 욕망까지도 다 접었습니다. 나는 죽음까지도 기꺼이 받아드릴 겁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서 어느 누가 감히 전율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바로 이렇게 까지 자신에게 속한 것은 물론,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자신을 버린 사람은 세상이 두려울 만큼 행복한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 아무 것도 기대하거나 바랄 것이 없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무소유를 통해 모든 것을 소유하고, 버림으로 가장 귀한 것을 얻고, 비움으로 충만해지고, 죽음으로 참된 자유를 얻은 사람은 행복 그 자체라 하겠습니다.
그런 각도에서 저는 소크라테스, 예수, 간디, 니코스 카잔치키스 같은 사람들은 우리가 역사에서 만나본 가장 두려우면서, 동시에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 참으로 행복했던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욕심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고, 동시에 제일 행복합니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욕망에 이끌려 다니는 사람이 제일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입니다.
내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 한 순간 한순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욕망, 기대, 희망, 바램, 꿈을 하나씩 접고, 내려놓고, 버리면 될텐데…
당신이 그날 크레타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만나고 오셨다면, 당신은 ‘행복했던 사나이’를 만나본 또 하나의 ‘행복한 사람’ 입니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그의 묘비명을 다시 되새기면서 그날의 행복연습에 참여한 친구들 얼굴을 그려봅니다.
라틴어 인문학 (23) _ 7월 14일
Sic transit gloria mundi.
(시크 트란시트 글로리아 문디)
sic, 이와같이, 이처럼, such
transit, 지나간다, 흘러간다, 영어도 똑같이 transit
gloria, 영광, 영어의 glory
mundi, 현세, 세상, 영어 world
Sic transit gloria mundi.
세상의 영광은 이렇게 지나간다
인생의 성공과 출세, 명예와 권세란 모두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니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거기에 사로 잡히지 말라는 충고입니다. 역사상 가장 큰 부귀와 영화를 누렸던 솔로몬의 말입니다.
Uanitas uanitum omnia uanitas. (우아니타스 우아니툼 옴니아 우아니타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구약성서 전도서 1장 첫머리에 나오는 고백입니다.
비슷한 라틴어 문장입니다.
Sic vita est. (시크 비타 에스트)
인생 (생명)이란 다 그런 것이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 하면서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물질, 명예, 권력, 남다른 큰일 등에 집착하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허무뿐입니다.
Carpe diem!
Bonam fortunam !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35) _ 7월 15일
“한숨이 절로 납니다”
인생살이에는 전문적 지식이나 식견 보다는 평범한 상식과 교양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전문성 보다는 상식과 교양이 공동체를 보다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드는 기초요, 기본이 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보편적 가치랄 수 있는 상식과 교양 보다는,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위해서 돈과 시간과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순전히 돈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 출세하려는 성공욕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꼭 기초 없이 지은 고층건물이요, 머리는 지저분하고 얼굴엔 때가 가득 묻어있는데 화장한 모습과 같습니다.
갈수록 세상은 몰상식에다 비상식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높은 자리를 차지한 정치권력자들을 비롯하여 법율과 경제, 과학과 문화, 언론과 종교계에 있는 ‘내로라’ 하는 전문적 지식인들이 교수니, 학자니, 박사니, 목사니 하면서 너무나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부끄러움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무측은지심이면 비인야라,
무수오지심이면 비인야라,
무사양지심이면 비인야라,
무시비지심이면 비인야라.
사람이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그는 사람이 아니니라.
사람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니라.
인간이 옳고 그른 것을 가릴줄 모르면 이또한 사람이 아니니라.
맹자의 가르침을 다시 기리는 아침입니다.
Carpe diem !
Bonam fortunam !
라틴어 인문학 (24) _ 7월 16일
Pecunia una regimen est rerum omnium.
(페쿠니아 우나 레기멘 에스트 레룸 옴니움)
pecunia, 돈, 현찰, 금전, 재산, 영어 cash, currency
una, 동시에, 함께, 영어 also, with
regimen, 권력, 통치, 지배, 영어의 regime
est, 이다, 영어 is
rerum, 일, 영어 thing
omnium, 모두, 모든 것, 영어 all, everything
Pecunia una regimen est rerum omnium.
권력과 더불어 금력이 전부다.
권력을 낀 금력이 모든 걸 지배하고 다스린다.
돈과 권력이 만물중 최고이다.
Power and money are the close and best friends in the universe.
설명할 필요도 없이 고대 로마 시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간 세상의 실상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하는 문장입니다.
뭐니 뭐니해도 money 가 최고이고 권력자를 이길 장수는 하나도 없음을 나타내는 귀절 입니다. 모든 것은 – 사상, 지식, 명예, 존경, 사람, 심지어는 역사, 양심, 도덕, 종교에 이르기까지 – 인간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금력과 권력에서 파생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언제나 이상적 꿈의 세상인 ‘사랑과 자비가 모든 것’이 되는 세상이 올까요?
Amor una compassio est rerum omnium.
‘사랑과 궁휼이 모든 것’ 되는 그날을 기도하며 ….
Carpe diem !
Bonam fortunam !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36) _ 7월 17일
“저도 거짓말쟁이입니다”
영국 중서부 시골에 샌턴 브릿지 (Santon Bridge)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19세기 이곳에 살던 윌 릿슨 (Will Ritson)이라는 사람이 작은 선술집 (pub)을 운영하면서 늘 그럴듯한 윗트와 허풍으로 pub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웃음을 안기고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걸 기념하여 지금도 그 근처 마을 컴브리아 (Cumbria)에서는 해마다 11월이 되면 “세계 최고 최대 거짓말쟁이 경연대회” (World’s Biggest Liar Competition)가 열린다고 합니다.
이 대회에는 누구든지 제한 없이 참가할 수 있지만 꼭 예외로 참가가 금지된 직업인이 두개인데 하나는 정치인이고 다른 하나는 변호사 (lawyer)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이 두 직종은 원래 직업이 거짓말이기 때문에 전문직은 낄 수 없다’
호주에서도 흔히 허풍과 거짓말을 제일 많이하고 잘 하는 직업을 복덕방 (real estate), 자동차 dealer상, 그리고 변호사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사실, 어디 그들 뿐이겠습니까? 거짓말 않하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하나님 앞에서 거짓말을 시작한 이후 모든 사람은 다 거짓말을 합니다. 제가 아는 지인은 기독교가 제일 큰 거짓말을 하는 단체라고 열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김수환 주교가 추기경으로 임명되었을 때 가까운 동료 신부가 물었답니다. ‘추기경이란 뭐하는 자립니까?’ 그걸 모를 분이 아닌데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은 분명 농담이었을 것입니다. 그러자 김수환 추기경의 그 유명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추기경이 하는 일이란 거짓말하는 거지요. 그 거짓말도 아주 그럴듯하게 잘 해야해요’
농담 속에 뼈가 있고 진실이 있습니다.
저는 평생을 거짓말하면서도 나는 진실된 사람인줄 착각하고 저 자신까지도 속이느라 무던히 애를 써왔습니다.
남은 인생, 그리고 죽을 때라도 진실하고픈 아침입니다.
Carpe diem !
Bonam fortunam !
모두에게 “건행!”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