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과 라틴어 인문학’ 중에서
사랑하지 않으니 이해가 되겠어요? / Salve · Salvete / 생채기 없는 자작나무는 없다 / Vale · Valete / 요즘은 하늘나라 가는 길이 많이 밀려들어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7) _ 5월 11일
한 30여년전 일입니다.
아내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당신은 도대체 이해가 않되!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나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몇초 후 짧은 침묵이 흐른 후 아내가 혼잣말 처럼 말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니 이해가 되겠어요?”
우리집 냉장고에는 여러 개의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그 중 하나입니다.
– Women are made to be loved, not understood! –
언제, 어디서 사다 붙여 놓았는지 모릅니다.
코로나가 이어지는 동안 벌써 35개쯤 되는 영화와 다큐를 보았는데 어제는 주교수님이 가져다 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lt.)을 보았습니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말입니다.
– 우린 누구나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어! –
음치인 전 잘 따라서 부르지 못하지만 낫 킹 콜이 브른 노래 가사 중에 나오는 귀절을 잡기장에 써놓곤 어쩌다 한 번씩은 들쳐봅니다.
– The greatest thing you’ll ever learn i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 날과 스승의 날이 모여 있는 5월을 보내면서 “우린 모두이해 받지는 못해도 그래도 사랑하면서 살 수는 있잖아?”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Carpe diem!
좋은 하루 되세요
인문학 라틴어 (5) _ 5월 12일
그 동안 겨우 4문장만 써보았지만 그걸 외우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Carpe diem.
Memento mori
Hoc quoque transibit.
Amor est vitae essentia.
오늘은 간단한 인사입니다.
Salve – 안녕하세요? (단수)
Salvete (복수)
물론 라틴어에도 아침, 오후, 밤 인사가 따로 있지만 보통 Hello나 How are you? 같은 인사입니다.
Salve Phoebe.
Salve Clara.
Salve Jessica.
복수로는 Salvete mei soccii.
mei – my, soccii – friend입니다.
Salvete mei soccii – 살베테 메이 소치- 라고 발음합니다.
Ave라는 단어도 만날 때나 헤어질 때 하는 인사지만 라틴어를 교회용어로 써온 전통 때문에 Ave Maria에게만 씁니다.
Ave Clara, Ave Jessica, Ave Phoebe는 사용해서는 않됩니다.
그냥 Salve Clara, Salve Jessica, Salve Phoebe입니다.
Salvete mei soccii !
좋은 하루 되세요.
Carpe diem!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8) _ 5월 13일
“생채기 없는 자작나무는 없다”
십수년전 모스크바 장신대에 방문교수로 간 적이 있습니다. 주말에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갔습니다. 마침 하늘에서는 솜사탕 같은 함박눈이 내려 온 땅을 하얗게 뒤덮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차를 세우고 가까이 있는 자작나무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치 영화 ‘닥터 지바고’의 처음 장면 같은 환상적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보니, 그렇게 키가 크고, 하얗고, 아름답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그 모든 자작나무에는 모두 무수한 흠집들이 있었습니다.
이곳 저곳엔 크고 작은 생채기들이 (scratch, scar) 파여 있었습니다.
‘아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만 보이더니 가까이서 보니 모두들 상처투성이가 가득하구나’
세상에 상처 없는 아름다움, 아픔없는 감동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두 번째로 잡기장을 편집하신 분이 제호를 ‘생채기 없는 자작나무는 없다’라고 붙였던가 봅니다.
말을 다 않하고, 못해서 그렇지 우리네 일생에 생채기없는 때가 언제 있었으며, 흠집없이 매끈게 지낸 날이 몇일이나 되던가요?
몇 주전 우리 인문학교실의 귀한 서예가이신 최진 선생님께서 제 잡기장의 제호를 한자로 아름답게 다듬어서 보내주셨습니다.
“박고통금” “아불견 무백 무상흔”
– 옛것을 넓혀보니 오늘이 보이는구나! –
– 난 이제껏 보지 못했노라 상처없는 자작나무는 없으니! –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리우는 이 생채기 역시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 가운데 아름다운 생채기로, 소중한 상흔으로 새겨질 것입니다.
Carpe diem !
라틴어 인문학 (6) _ 5월 14일
Carpe diem.
Memento mori.
Hoc quoque transibit.
Amor est vitae essentia.
Salvete mei soccii.
오늘은 헤어질 때 인사입니다.
Vale. (발레, 단수)
Valete. (발레테, 복수)
Vale John. 존, 잘가요.
Valete mei soccii. 친구 여러분, 안녕히 가세요.
Bonam fortunam. (보남 포르투남)
Good fortune (luck)
행운을 빕니다. 행복하세요.
Bonam fortunam Clara.
클라라씨, 행복하세요.
(꼭 카드보드나 노트에 옮겨 쓰시고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Bonam fortunam mei soccii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9) _ 5월 15일
운명적 아픔과 슬픔은 약과 주사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사로 받아드리고, 넉넉한 마음으로 환영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태도요,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됩니다.
미국 델라웨어에 사는 아끼는 후배 어머님이 지난주 93세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기운이 진하여 이 생을 마무리하셨습니다. 근 반세기 전 서울에서 목회할 때 가끔 심방가서 예배도 드리고 음식도 나누었던 가정입니다. 아련한 옛날을 상기하면서 사랑과 감사와 정성을 담아 추모하는 기도문을 보냈습니다. 그 후배와 장례식에 대한 메일을 주고 받는 중 이런 글이 왔습니다.
“요즘은 하늘나라 가는 길에 갑자기 차가 너무 많이 밀려들어 Traffic jam이 심해져서 아마도 한 9일은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이 참에 우리 엄마도 국장으로 모실려고 합니다.”
글쓰는, 효성스런 제 후배의 감사와 넉넉함으로 가득한 joke가 코로나와 그외 여러가지로 아파하고 슬퍼하는 이들의 눈물을 승화시켜주네요.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