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격화에 무고한 시민 숨져, 고교생들도 동참
8일 전국 최대규모 집회 예고, 파리 에펠탑·미술관 등 줄줄이 문닫아
프랑스에서 3주째 계속되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가 갈수록 격해지면서 80대 여성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했다. 개선문은 물론이고 프랑스 대혁명의 상징인 ‘마리안’ 상도 파손되는가 하면 고등학생들까지 시위에 가세하면서 국가적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서 지난 12월 1일(현지시간) 여든 살 여성이 최루탄 탄통에 맞아 숨졌다. 프랑스와 영국의 언론들은 시위 장소 인근 아파트에 살던 이 여성이 셔터를 내리다 봉변을 당했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전했다. 이로써 시위가 격화된 지난 2주 동안 모두 네 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2일(일)에만 프랑스 전역에서 13만6천명이 유류세 인상 반대 집회에 참여했고, 이처럼 곳곳에서 폭력 사태로 비화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파리의 상징 개선문은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낙서로 뒤덮였고, 시위대의 습격으로 문화재급 조각들이 깨졌다. 프랑스 대혁명 정신의 상징, 마리안 상까지 파손됐다. 민중을 대변하는 ‘프랑스의 얼굴’마저 피해를 입자, 시위대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성탄절 대목을 앞두고 특수를 노리던 관광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고, 중소상공인들도 시위로 주말 매출이 30% 가까이 줄었다며 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고등학생들까지 시위에 가세하고 유류세에 반대하는 구급차 기사들이 엘리제궁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시위는 좀처럼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란 조끼’ 운동이 오는 12월 8일(현지시간) 전국 최대규모 집회를 예고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날 하루 파리 중심가의 주요 공연장과 미술관이 대부분 문을 닫기로 했으며,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도 과격 시위에 대비해 폐쇄 방침을 정했다.
6일(현지시간) 파리 경시청에 따르면 경찰은 오는 8일 전국 최대규모 집회가 예정되고 폭력시위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상점과 음식점에 공문을 보내 당일 영업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파리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 대로변의 상점들은 바깥에 내놓은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치우고, 시위대의 투석과 파손행위에 대비해 유리창을 보호할 대책을 강구하라는 경시청 명의의 공문을 받았다.
파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에펠탑도 8일 하루 폐쇄하기로 했다고 에펠탑 운영사인 SETE가 밝혔다. 그랑팔레와 프티팔레 등 샹젤리제 거리 인근에 있는 주요 전시공간 10여 곳도 이날 문을 닫기로 했다.
오페라 가르니에, 오페라 바스티유 등 파리 중심가의 유서 깊은 주요 공연장들도 시위 격화 우려에 이날 하루 공연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환불 조치했다.
8일 오후 4시(현지시간) 파리생제르맹(PSG)의 홈구장인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PSG와 몽펠리에의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경기도 경찰의 요청에 따라 연기됐다.
프랑스 전역에서 ‘노란 조끼’ 집회에 따른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된 프로축구 경기는 네 경기 이상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이날 상원에 출석해 노란 조끼 집회로 예상되는 폭력사태에 대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전역에 6만5,000명의 경찰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은 특히 이날 노란 조끼의 대규모 집회에 폭력 성향이 강한 극우·극좌 단체가 끼어들어 방화와 약탈을 저지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도심의 대테러 특별경계임무를 수행 중인 군 병력을 추가로 집회 안전유지를 위해 투입할 것을 검토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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