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미각(味覺)의 생명과학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미각(味覺)의 생명과학 오감과 미각 사람을 비롯한 동물체의 […]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미각(味覺)의 생명과학

오감과 미각

사람을 비롯한 동물체의 감각(感覺)에는 5가지가 있어서 오감(五感)이라고도 한다. 시각(視覺), 후각(嗅覺), 청각(聽覺), 촉각(觸覺)과 미각(味覺)이다. 그 중에서 미각(味覺)에 관한 메커니즘(mechanism)을 살펴보려고 한다. 미각을 느끼는 차이는 개인과 인종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만큼 심하다. 어떤 사람은 사카린이 설탕처럼 달다고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쓰다고 느낀다. 이유는 유전자의 결핍 때문이다. 유전자의 결핍 차이는 미뢰(味蕾) 숫자의 차이를 낳는다. 맛을 감지하는 부분인 미뢰의 숫자, 즉 밀도의 차이에 따라 사람마다 맛의 느낌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맛을 느끼는 3,000~1만 개 미뢰의 미세포는 45세를 전후해 감소하고 퇴화하면서 미각이 둔해진다. 맛의 종류를 일반적으로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의 4종류를 꼽지만 일본에서는 알송달송하게도 “감칠맛”라는 것을 추가해서 다섯 가지 맛을 꼽고 있다. 감칠맛을 일본어로 “우마미(umami)”라고 해서 공식화(公式化)하고 있다. 감칠맛은 20가지 아미노산 중의 하나인 글루탐산에 의해 감지되는 것을 말한다. 매운맛이나 떫은맛은 순수한 맛 이외에 촉감이나 통감이 섞인 감각으로 혀가 순수하게 느끼는 맛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미각은 ‘가장 사교적인 감각’이다. 남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해진미의 진가도 맛을 아는 데서 비롯된다. 미각이 만족되지 못하면 완벽한 행복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의 오감 중 미각은 인간의 삶을 가장 즐겁게 한다.

맛지도

필자는 과거 생물교과서에 ‘맛지도’라는 것이 있어서 단맛은 혀끝, 신맛은 혀 양쪽, 쓴맛은 혀 뒤, 짠맛은 혀 가장자리에서 느낀다고 설명한 기억이 난다. 이는 19세기 말의 연구를 잘못 해석한 결과이며, 모든 맛은 부위에 상관없이 혀의 어느 부분에서라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현대교과서에는 “맛지도”라는 것이 사라진 상태다. 과학에서 밝힌 미각(味覺)의 정체는 복잡하다. 미각(味覺, gustation)은 사람과 척추동물의 경우 감각세포가 몰려 있는 혀의 미뢰(味蕾, taste bud)에 의해 감지된다. 육상동물의 경우 구강내에 한정되어 있지만 어떤 물고기들은 미각을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인 피부에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혼탁한 물에 사는 물고기들은 시각(視覺)의 도움없이 음식물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예민한 미뢰(味蕾)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혀에는 약 10,000개의 미뢰(味蕾)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뢰의 바깥포면에는 구멍이 있어 감각세포의 끝이 노출되어 있다. 감각세포의 끝은 가느다란 털과 같은 융털구조로 되어있다. 이 세포들의 바닥에는 감각뉴런들의 수상돌기와 시냅스(synapse)가 형성된다. 혀는 많은 노동을 하기 때문에 미뢰와 상피세포층은 쉽게 떨어져 나가고 또한 신속히 교체된다. 그렇지만 이들과 연결된 신경세포들은 미뢰가 새로 생길 때마다 시냅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뢰는 다양한 단맛 분자들을 구별할 수 있고 수많은 쓴맛 분자들을 구별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감칠맛, 우마미(umami)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5의 맛으로 감칠맛이라는 우마미(umami)는 고기맛을 내는 아미노산의 수용체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복잡한 화학구조 때문에 미묘한 맛과 향을 미각수용기와 후각수용기를 통해 즐기게 되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게 되면 음식에 맛감각이 소실되는 이유가 복잡한 맛과 향을 감지하는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미각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미각은 융털의 막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에 의해 감지되는 것이다. 이때 각각세포의 메커니즘인 탈분극(脫分極-depolarization)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탈분극작용을 이해해야 하는데 짧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신경세포들이 감각을 받아들이고 이를 종합해서 반응하기까지 빠른 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 시스템의 원리는 신경세포인 뉴런이 길게 뻗어져 나온 축삭돌기(軸索突起)라고 하는데 축삭돌기의 안과 밖의 음전하와 양전하의 차이로 발생하는 파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자극이 생기면 관여하는 이온이 요동을 치게 되는 것이다. 생물(감각세포)이 외부환경의 변화(즉 자극)에 대해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 세기를 뉴런의 역치(閾値, threshold value-문턱값)라고 한다. 역치(閾値) 이상의 자극을 받아 세포 안쪽이 양(+)전하, 바깥쪽이 음(-)전하로 전위가 역전되는 현상이다.

탈분극(脫分極, depolarization)

뉴런이 역치 이상의 자극을 받으면 세포막에 있는 Na+ 통로가 먼저 열리면서 Na+이 급속히 세포 안쪽으로 확산된다. 그 결과 세포막 안팎의 전위가 역전되어 세포막 안쪽이 양(+) 전하, 바깥쪽이 음(-)전하를 띠게 되는데 이를 탈분극(脫分極, depolarization)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뉴런의 작용으로 입안에 들어온 외부 물질(음식을 포함한)의 감지하고 반응까지 매우 빠른 시간에 진행되는 것이다. 비슷한 과정으로 맛의 종류에 따라 작용하는 이온이 있다. 신맛은 H-이온이 열린 채널을 통해 확산되어 감각세포를 탈분극(脫分極) 시키기 때문인데 그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쓴맛은 특정한 분자들을 결합할 수 있는 큰 그룹의 수용체단백질들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미각 중 쓴맛은 우리 몸을 해로운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연 경고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로 생겨났다 보고있다. 남녀의 미뢰 분포수도 다르다. 여성이 남성보다 미각에 훨씬 민감한 것은 미뢰가 많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여성은 쓴맛에 민감한 반면 남성은 단맛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여성이 쓴맛에 민감한 이유는, 대개의 독성 성분이 쓴맛을 가지므로 임신 중에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기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각은 인간을 보호하려는 놀라운 인체 과학 시스템이다. 따라서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쓴 것을 내뱉으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음료 중에는 쓴맛을 내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와 차, 술이다.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쓴 맛에 적응한 결과다.

쓴맛 수용체 유전자의 변이

그런데 어떤 이들은 커피를, 어떤 이들은 차를 즐겨 마신다. 어떤 이들은 쓰디쓴 술 맛을 선호하고, 어떤 이들은 달콤한 술을 찾는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미국 노스웨스턴대 페인버그약대와 호주의 버그호퍼의학연구소의 새로운 연구 결과, 카페인의 쓴맛에 더 민감한 사람들이 오히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원인이 쓴맛 수용체 유전자의 변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매릴린 코넬리스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보통 카페인의 쓴맛에 더 민감한 사람들은 커피를 덜 마실 것으로 생각되지만, 연구 결과는 그 반대로 나왔다”며 이는 지속적인 카페인 섭취를 통해 `학습된 긍정적 강화‘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커피의 쓴맛, 특히 카페인의 독특한 쓴맛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것을 좋은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커피와 차에는 대개 카페인을 포함해 쓴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다. 커피에는 카페인 말고도 퀴닌(Quinine)이라는 또다른 쓴맛 물질이 있다. 토닉워터에도 들어 있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두 성분과 함께 쓴맛을 내는 인공화학물질 프로필티우라실(propylthiouracil, 약칭 프로프=PROP)까지 포함해 세 가지 쓴맛 물질의 감지능력과 커피, 차, 술의 섭취량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프로필티우라실은 방울다다기, 양배추(Brussels sprouts)와 같은 정도의 쓴맛을 갖고 있다고 한다. 생활 스타일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맛과 기호는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맛이란 혀에 있는 미세포를 통해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입 속의 점막에 닿는 느낌, 혹은 목에서 코로 퍼지는 향기, 눈에 보이는 음식의 색깔 등 실로 무수한 감각이 종합되어 생겨나는 것이다.

풍미’(風味, flavor)

미각과 함께 시각과 후각, 기분이나 감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기관이 동원되어 느끼는 맛이 바로 ‘풍미’(風味, flavor)다. 풍미는 한마디로 감성과 이성을 결합시키는 예술이다. 풍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냄새다. 냄새 분자의 집합체인 풍미를 느끼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종종 풍미료를 쓴다. 풍미료는 비록 자체는 아무런 맛이 없으나 음식이 가진 원래의 맛을 강하게 해준다. 화학조미료는 그 종류와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무늬만 게살이고 정작 명태살과 전분으로 만든 게맛살이 게 맛을 내는 이유가 바로 게향을 담고 있는 풍미료 때문이다. 또 국을 끓일 때 쇠고기를 넣지 않아도 쇠고기맛을 내는 조미료도 풍미료다. 모두가 대중의 후각, 미각, 기분, 감정까지 만족시키기 위한 복합물이다.

미각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두 명의 과학자가 있다. 두 사람은 ‘미각의 과학’을 정립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일을 했는데, 기본 맛 다섯 가지의 수용체를 모두 밝혔다(물론 많은 연구자와 학생들이 거쳐 갔다). 즉 2000년 쓴맛 수용체를 시작으로 2001년 단맛 수용체, 2002년 감칠맛 수용체, 2006년 신맛 수용체, 2010년 짠맛 수용체를 규명했다. 이들은 뇌에서 맛이 어떻게 처리되느냐로 관심을 넓혔고, 지난 2011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즉 맛의 정보가 처리되는 뇌의 미각 피질(gustatory cortex)에서 기본맛에 따라 영역이 나뉘어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사탕을 먹으면 설탕 분자가 혀의 미뢰에 있는 단맛 수용체에 달라붙으면서 신호가 발생해 미각 피질의 단맛 담당 뉴런으로 전달되는데, 이 뉴런들이 한 곳에 몰려있다는 말이다. 이들은 4년이 지난 2015년 학술지 ‘네이처’에 약간은 엽기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즉 맛 가운데 영양이라는 정보로 좋은 맛인 단맛과 독이란 정보로 싫은 맛인 쓴맛을 담당하는 뉴런에 빛을 쪼이면 생쥐가 정말 그런 걸 먹을 때처럼 행동한다는 내용이다. 연구자들은 광유전학기술을 써서 뉴런이 빛의 신호를 미각 수용체에서 온 신호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미각 피질의 단맛 뉴런을 자극하자 단위시간(5초) 당 맹물을 핥는 횟수가 설탕물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쓴맛 뉴런을 자극하면 맹물을 핥는 횟수가 맛이 쓴 물을 핥을 때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즉 혀에서 오는 신호가 없더라도 맛을 지각하는 뇌를 조작하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미각 피질에서 편도체로 맛 정보 보내

한편 미각 피질의 뉴런이 활성화되면 뇌의 다른 부분으로 맛 정보가 전달되고 동물은 그에 따라 적절한 반응(행동)을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맛에 대한 가치판단이다. 즉 단맛에 대해서는 계속 추구하는 행동을 할 것이고 쓴맛이 나는 건 피할 것이다. 그렇다면 뇌의 어느 부분이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일까.역시 두 사람의 작품으로 미각 피질 뉴런이 뻗어 나가는 배선(축삭)을 조사한 결과 편도체에 연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맛에 따라 뉴런 말단이 도달하는 편도체 부위가 달랐다. 즉 미각 피질에서 단맛에 반응하는 뉴런은 기저측 편도체(BLA)에 연결됐다. 단 걸 먹으면 혀를 통해 미각 피질로 정보가 전달되고 BLA도 반응한다는 뜻이다. 한편 미각 피질에서 쓴맛에 반응하는 뉴런은 중앙 편도체(CEA)에 연결됐다. 연구자들은 광유전학기술을 써서 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BLA에 뻗어있는 단맛 뉴런 말단에 빛을 쪼여줘 뉴런 말단이 신호를 일으키게 했다. 그러자 생쥐는 맹물임에도 마치 설탕물을 먹을 때처럼 단위시간(5초) 당 핥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 그렇다면 편도체에 연결된 뉴런이 작동하지 않으면 단맛과 쓴맛에 대한 선호도가 사라질까. 연구자들은 먼저 BLA에 뉴런을 마비시키는 약물을 주사한 뒤 설탕물을 줬다. 그러자 5초 동안 핥는 횟수가 맹물일 때와 차이가 없었다. 다음으로 CEA에 약물을 투입한 뒤 맛이 쓴 물을 주자 역시 5초 동안 핥는 횟수가 맹물일 때와 차이가 없었다. 물의 맛에 대한 정서적 가치판단, 즉 선호도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혹시 맛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결과는 아닐까. 연구자들은 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먼저 공간 한쪽에는 설탕물을 담은 통이 다른 쪽에는 맛이 쓴 물을 담은 통이 있다는 걸 알게 한다. 한동안 물을 안 줘 목마른 생쥐에게 설탕물 또는 맛이 쓴 물을 맛보게 하고 같은 맛이 나는 통쪽으로 갔을 때만 상으로 맹물을 준다. 며칠 동안 학습시키자 90% 넘게 성공했다. 이 생쥐들의 편도체에 약물을 주입해 연결된 뉴런을 마비시킨 뒤 테스트를 한 결과 설탕물을 맛보았을 때는 설탕물 통 앞으로, 맛이 쓴 물을 핥았을 때는 맛이 쓴 물이 담긴 통 앞으로 갔다. 즉 맛의 정체성은 지각하고 있지만 편도체가 맛의 정보를 얻지 못해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거세된 사람이 미녀를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끌리지는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연구로 맛에 대한 정체성은 미각 피질이 담당하고 가치판단은 편도체가 담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건 정서적인 반응이므로 이쪽에 전문인 편도체가 맛에 대한 평가에도 관여한다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