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의 뒷담화
Hole 16 (에디톨로지)
Par 4 Blue Red
거리 289m 275m
인덱스 16/34 13/28
‘에디톨로지’는 김정운 교수의 책 제목이다. 김 교수는 배추 머리에 슈베르트 안경을 쓰고 ‘노는 만큼 성공한다’며 중년 남자를 위한 새로운 놀이 문화 창출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도발적인 책을 낸 간 큰 남자다. 아직 안 쫓겨나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최근 한국 중년 남자들에겐 아이돌(?) 같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제목을 ‘편집학’이라 하지 않고 에디톨로지(editology)를 쓴 이유는 한글을 촌스러워 하는 독자를 위한 배려라는 눈물겨운 고백이다.
자신의 이론을 세계적으로 통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영어로 표현하면 대중화(세계화?)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란다. 거창하게 사대주의를 왈가불가하지 않아도 왠지 미쿠욱(USA)산이면 우리 것보다 퀄리티가 좋다는 막연한 기대함은 어디에서부터 나왔을까?
세계 골프를 휩쓸고 있는 PGA는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딴지를 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라이더 컵에서 유럽 연합국이 승리했지만 미국의 존재감은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깔때기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미국의 힘. 아마도 이런 저력 때문에 왠지 어깨가 처지고 주눅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깔때기 이론을 철저히 부수는 대한민국 낭자들의 선전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선수들의 불굴의 노력과 골프 대디의 희생이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는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이지만, 왠지 뭔가 더 중요한 요인이 있을 것 같다. 솔직히 한국 정치가들이 좀 더 열심히 연구해야 할 과제인 듯하다.
에디톨로지 책에서 주장하는 ‘창조는 곧 편집이다.’도 골프에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말하는 편집은 짜깁기(cut & paste)가 아니라,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테니스 레슨을 받은 사람들은 아마 일주일 동안은 공 한번 치지 못하고 라켓 들고 코트를 빙빙 돌면서 스윙 연습만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창피함을 간신히 극복해도, 거의 한 두 달 동안은 포핸드만 주야장천 치게 된다. 이 정도에서 대부분 포기를 한다. 사실 테니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포핸드, 백핸드, 발리, 서브에 대한 기본기를 다 갖추어야 하는데, 몇 년 레슨을 받아도 포핸드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아마도 기본기를 튼튼하게 해야 다음 단계를 올라갈 수 있다고 한국 코치들은 굳게 믿었던 것 같다. 호주에서는 레슨 방식이 전혀 달랐다. 호주 코치들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분야를 조금씩 다 가르쳐준다. 빈 라켓만 들고 코트를 돌면서 스윙 연습을 시키는 코치가 있다면 보따리 싸서 집에 가 애나 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학습(learning) 방법에 대한 변화가 필요할 시점이다. 단계적 학습에 익숙한 과거의 경험에서 탈피하여 네트워크 학습으로 이동해야 한다.
테니스뿐 아니라 골프에서도 드라이버 스윙을 마스터한 후에 아이언 스윙을 하고 그다음에 숏 게임을 배우고 하는 단계적 학습보다는 네트워크 학습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편집이 창조”라는 의미를 골프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대해서 고민해 보면 어떨까? 세계 1위까지 했던 박인비의 스윙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독특한 스윙 속에서 자기만의 리듬과 좋은 타격감을 찾은 박인비 선수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골프 스윙의 창조를 보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나만의 스윙을 창조하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편집을 해 본다.
마이클 림mcilim@hotmail.com
백세 인생이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들으며, 이제는 백세까지 사는 것이 희귀한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환갑 전이라기보다는 왠지 50대 후반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살갑게 들리는 나이다. 앞으로 40년을 더 산다는 것이 끔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을 느낀다. 골프는 내 인생의 후반전을 좀더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선택이고, 이 컬럼을 쓰는 것 역시 좀더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전에 종교간의 대화 모임이었던 길벗 모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모임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인생의 도반, 좋은 길벗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돌같이 굳은 심장에 약간의 설렘이 속삭인다. 골프를 통한 새로운 도반, 길벗들이 인생 후반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Michael Lim, www.crazygolfdeals.com 한국 마켓팅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