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의 뒷담화
Hole 18 (메멘토 모리)
Par 5 Blue Red
거리 502m 451m
인덱스 8/19 1/19/37
18홀. 마지막 홀이다. 묵직한 느낌에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잘 못 쳤던 홀들이 새록새록 머릿속에서 둥지를 틀기 시작한다. 더는 아쉬워하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무를 자르듯이 싹둑 자를 수도 없다.
마지막, 끝이라 생각하니 뭔가를 잃어버린 허전한 느낌이다. 이 꿀꿀함을 떨치기 위해 많은 골퍼가 추가로 만든 홀이 19홀이다. 18홀 라운딩 끝나고 2차 회식을 위한 모임이다. 19홀로 이동할 때 18홀은 더 이상 마지막 홀이 아니다. 문제는 잠시 마지막이 보류되지만 결코 영원히 지속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을 대면하기 싫거나 두려운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 인생수업은 문전성시하지만 죽음수업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 최근에 Well-being과 더불어 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무척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단어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다.
‘죽음과 죽어감’을 비롯하여 30년 이상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해온 죽음의 여의사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퀴블러. 그녀는 ‘죽음(임종)에 대한 연구’의 가장 본질적이며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데 있다고 고백했다.
결국 죽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결론일 것이다.
‘뇌’ 과학자들이 관심있게 연구하는 내용이 ‘우리의 뇌를 리셋, 새로고침 할 수 있을까?’이다. 그들이 내린 비슷한 결론은 절박함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뭔가 변화를 주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리셋(새로고침)이 안 되는 이유는 기존 습관에 너무나 몰입되어 그 속에서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 끊기가 죽기보다 어렵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절대 못 끊는다. 새로고침(금연)을 하기 위해서는 절박함이 필요하다. ‘당신 담배 않끊으면 내년에 죽어!’라고 협박하는 의사가 옆에 있어야 ‘뇌의 새로고침’ 금연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번 주 마지막 18홀이 끝났다. 다음 주 첫 1홀이 시작될 것이다. 결국 마지막과 첫음 사이에 있는 이 한 주간이 나의 삶이 될 것이고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가에 따라 마지막과 처음이 순조롭게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에 쓰인 한자 間은 사이(space)라는 의미이다. 시간과 시간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 우리의 삶 역시 전생의 마지막과 내생의 처음 사이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 마지막 18홀과 다음 주 첫 1홀 사이에서 나는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본다. 지난주 못 친 라운딩을 후회하면서, 아니면 다음주 라운딩을 걱정하면서 살기에는 오늘의 삶이 너무 값져 보인다.
전생의 마지막과 내생의 처음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소중한 삶, 하루하루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마이클 림
mcilim@hotmail.com
백세 인생이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들으며, 이제는 백세까지 사는 것이 희귀한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환갑 전이라기보다는 왠지 50대 후반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살갑게 들리는 나이다. 앞으로 40년을 더 산다는 것이 끔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을 느낀다. 골프는 내 인생의 후반전을 좀더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선택이고, 이 컬럼을 쓰는 것 역시 좀더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전에 종교간의 대화 모임이었던 길벗 모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모임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인생의 도반, 좋은 길벗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돌같이 굳은 심장에 약간의 설렘이 속삭인다. 골프를 통한 새로운 도반, 길벗들이 인생 후반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Michael Lim, www.crazygolfdeals.com 한국 마켓팅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