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칼럼
심리학자 아빠가 들려주는 우리 아이 잘 키우는 법 4: 말로도 때리지 말라!
간혹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뉴스들 중에 부모나 다른 양육자들이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들이 있다. 부모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때려서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게 하는 일들도 있다. 혹은 보육기관에서 교사가 지도를 넘어 자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아이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하여 공분을 사는 일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물리적 폭력에는 민감하지만, 언어적 폭력에는 자칫 지나치게 관대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도 아이들을 양육하고 지도하면서 상처 주는 말들을 많이 하게 된다. 당신은 혹시 아이를 말로 때리고 있지는 않은가? 다음 상황을 상상해보자.
1. 10학년 아들 경수가 있다. 경수는 잘 치우지 않는다. 책상은 늘 이것저것들로 어지럽혀져 있고, 자기 방 바닥에는 옷이나 물건들이 쌓여서 밟을 곳이 마땅치 않다. 당신은 정리를 안 하는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 날 자기 방에서 음악을 큰소리로 듣고 있는 아들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평소보다 더 더러운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
2. 11학년 딸 수지와 10학년 딸 미지가 있다. 당신은 딸들이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를 사서 집에 가져갔다. 그런데 당신이 씻고 잠시 정리하는 동안 두 딸이 그 케이크를 남김없이 먹어버렸다. 당신은 서운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났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 뭐라고 말할 것인가?
첫 번째 상황에서 당신은 경수에게 “야, 넌 왜 그렇게 지저분하니? 넌 항상 방을 더럽히는구나. 방 좀 치워라. 좀!”이라고 말했다. 경수는 나의 꾸중을 잘 받아들이고 앞으로 정리하려고 할까? 아니면 “그래요. 나 더러워요. 치우면 될 것 아니에요!”라며 오히려 화를 버럭 낼까? 경수가 방을 치워야 하는 것은 맞지만, 뭔가 경수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 좋은 지도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두 번째 상황에서 당신은 서운하고 화난 마음에 “너희들은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구나. 어떻게 그렇게 엄마 생각은 하나도 안 하니?”라고 말했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이들은 엄마의 말에 미안함이 들고 죄송해 할 수 있지만, 뭔가 말하고 나서 나도 아이들도 편하지 않고 냉랭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왠지 아이들을 비난하고 공격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앞에서 나온 말의 형태를 “너-메시지(You-Message)”라고 한다. 즉, ‘너는 어떠하다!’식의 표현으로 상대방에 대해 평가하고 자칫 지적하기 쉬운 형태의 표현이다. 예에서는 ‘너는 지저분하다’, ‘너는 자기밖에 모른다’식의 메시지이다. 이러한 너-메시지의 경우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난하고, 판단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느낌을 주기 쉽다. 물론 말하는 나의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는 그렇게 전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너-메시지의 말은 ‘폭력적 대화’가 되기 쉽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이 나가게 되면, 말을 들은 대상도 반사적으로 공격적인 어투가 나오게 된다. 경수의 “그래요. 나 더러워요.”식의 반응처럼 말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상대에게 주먹을 날리면 그 상대도 반사적으로 자기보호를 위해 주먹을 날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러한 너-메시지는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그러면 어떻게 말하는 것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이른바 ‘비폭력 대화’가 되게 할까? 바로 너-메시지의 반대인 ‘나-메시지(I-Message)’를 사용하는 것이다. 나-메시지는 ‘내가 어떠하다.’식의 대화로 주로 ‘나는 ~하게 느껴져’ 혹은 ‘나는 이렇게 생각돼’와 같이 나의 감정과 욕구를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고 전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경수의 예에서는 “야, 넌 왜 그렇게 지저분하니?”라고 말하기보다 “경수야, 방을 치우지 않으니, 엄마가 많이 힘들구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 딸들에게 “너희들은 자기밖에 모르는구나”라고 말하지 않고, “엄마도 그 케이크 먹고 싶었는데, 많이 속상하고 서운하구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식의 말은 너-메시지보다 훨씬 부드럽고 약하게 느껴지지만, 상대를 공격하지 않게 되어 방어심리가 감소하게 된다. 즉, 상대가 마음을 닫거나 공격하지 않고 듣게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나의 감정과 입장을 전달하게 해서 말하는 나도 마음 속에 쌓이지 않게 만든다.
우리말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을 하지만 보다 현명한 대화법을 알고 말한다면 부모와 자녀 간에 필요 없는 감정싸움이나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을 위한 날들이 많이 있다. 서로를 위한 선물과 이벤트도 필요하지만, 자녀양육에 대한 세미나를 통해 좀 더 따뜻한 말로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길 바란다.
김기환 교수
(호주기독교대학 교수, 심리상담연구소 One & One 소장)
서울대학교 임상〮상담 심리학 박사,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임상심리전문가
* 호주 기독교 대학 가정의 달 5월 ‘자녀 양육 세미나’ 일정
– 시드니 일정
.1차: 5월 2일 오전 9시 30분 – 오후 2시 30분
.2차: 5월 31일 오전 9시 30분 – 오후 2시 30분
– 장소: ACC Sydney Rhodes Campus: 9 Blaxland Rd Rhodes
– 연락처: 0468 424 597, info@accu.edu.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