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칼럼
심리학자 아빠가 들려주는 우리 아이 잘 키우는 법 5: 기질을 알면 사람이 보인다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것일까? 많은 교육학자들은 아기가 백지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출생 후에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학습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녀들을 키워본 부모들은 같은 모태에서 나왔지만 다른 특성들을 타고 태어났음을 알게 된다. 어떤 아이는 주로 엄마의 특성을 타고 났으며, 어떤 아이는 주로 아빠의 특성을 타고 났으며, 또 어떤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특성을 골고루 타고 났음을 보게 된다.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나타나는 특성을 ‘기질(temperament)’라고 한다. 즉, 각자는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글이 적히진 않았지만 조금씩 다른 색을 지닌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다.
여기 아빠, 엄마, 아들로 구성된 한 가족이 있다. 아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며 흥미 있는 대상이 있으면 그것에 끌려서 쉽게 흥분되며 움직이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질을 ‘자극추구(novelty seeking)’ 기질이라고 한다. 그런데 엄마는 이러한 자극추구 기질이 낮은 편이다. 즉, 차분하고 안정적이며 왠만한 자극에 흥분되지 않으며,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더 좋아한다. 이렇게 엄마와 아들의 기질이 다를 때, 엄마의 눈에 아들이 어떻게 보일까? 그렇다. 아들이 잘 이해되지 않고 너무 산만하고 부주의해 보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철수야, 너는 왜 그렇게 산만하고 정신이 없니? 좀 가만히 앉아서 차분하게 책 좀 보면 안되겠니? 그리고 직업은 뭐니 뭐니 해도 안정적인 공무원이 최고야. 니네 아빠처럼 사업한다고 마누라 속 썩이지 말고 그냥 공무원 돼. 알았지?” 이렇게 철수의 타고난 기질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며 이를 좋지 않은 것으로 비난하게 된다. 그러면 철수는 엄마와 자주 부딪히게 되며 결국 자신의 자극추구가 높은 기질을 스스로도 싫어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기질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이에 맞지 않는 진로나 일을 선택하게 된다. 철수처럼 자극추구가 높은 아이가 하루 종일 앉아서 공무원 시험공부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마 얼마 못되어 포기하거나 맞지도 않은 공부를 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 것이다. 자극추구가 높은 사람은 사업가, 탐험가처럼 보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기질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문제는 부모 자녀 사이에서만 나타나게 될까? 그렇지 않다. 부부 사이에서도 기질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왜 많은 부부들이 “이렇게 안 맞는 줄 몰랐어요.” 혹은 “이렇게 나와 다른 사람과 왜 결혼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까? 비밀은 여기에 있다. 기질의 차이는 결혼 전에는 서로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기질의 이성에 더 끌리기 쉽다. 앞서 말한 철수의 엄마는 왜 자극추구가 높은 남편과 결혼하게 되었을까? 결혼 전에는 서로의 다른 기질이 끌림이 되기 때문이다. 자극추구가 높은 철수 아빠는 연애할 때, 매번 새로운 데이트 장소에 데려가 주고 철수 엄마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때 철수 엄마는 철수 아빠를 보며 ‘이 남자 정말 적극적이고 멋지다. 남자라면 이렇게 진취적이고 활동적이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매력을 느꼈다. 반면 철수 아빠는 철수 엄마를 보면서 ‘그래, 여자는 이렇게 조신하고 차분해야지. 내가 좀 역마살이 끼었는데 가정에는 이런 다소곳한 여자가 있어야지.’라고 하면서 자신에게 없는 부분에 끌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해 보라. 어떻게 되나? 서로에게 매력이었던 기질의 차이가 결혼 후에는 갈등의 근원이 된다. 휴일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극추구가 높은 남편은 밖에 나가거나 뭔가 활동적인 시간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극추구가 낮은 아내는 집에서 조용히 쉬면서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 남편이 바깥에 나가거나 사교적인 모임을 가지려 하면, 아내는 ‘당신은 왜 그렇게 싸돌아 다니려고 하냐?’며 비난하기 쉽고,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은 왜 그렇게 답답하고 재미가 없냐’며 비난하기 쉽다. 더 나아가 서로 자기 기질의 성향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자기 식으로 바꾸려고 힘쓰게 된다. 이때 일어나는 현상을 ‘양극화’라고 하는데 상대방이 자신의 기질을 바꾸려고 할 때, 결과적으로 더 갈등이 생기고 더욱 자기 기질의 방향으로 가서 서로 멀어지는 것을 말한다. 즉, 위의 예에서 남편은 더 바깥으로 돌려고 하고, 아내는 더 집안에만 붙들어 놓으려고 하면서 싸우고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기질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과 불화를 겪게 되는 상황은 가정이 아닌 일터나 다른 조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서로의 기질을 잘 이해하고 존중해 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고유한 역량을 더 순조롭게 발휘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즉, ‘네가 틀렸어’가 아닌 ‘너는 나와 다르구나’라는 태도로 인정해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정원에 한 종류의 꽃만 있는 것보다 다양한 꽃들이 있을 때 더 아름답듯이, 서로 다른 기질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수 있다면 우리의 가정과 사회는 더 조화롭고 나아가 번영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기환 교수
(호주기독교대학 교수, 심리상담연구소 One & One 소장)
서울대학교 임상〮상담 심리학 박사,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임상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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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질 및 성격 검사(TCI) 세미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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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김기환(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임상. 상담심리학 전공 석사/박사 졸업, 심리상담연구소 One&One 소장, 호주기독교대학 교수, 임상심리전문가, 인지행동치료전문가, TCI 공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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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내용: TCI 소개/ TCI 이론적 배경 / 기질의 이해 / 성격의 이해 / TCI 결과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