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칼럼
심리학자 아빠가 들려주는 우리 아이 잘 키우는 법 2: 순서를 기억하라!
한국에서 아이를 SKY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가 있다고 한다. 바로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라고 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부모에게 정말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능력이다. 다음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자.
조금 산만하고 덜렁대며 활동량이 많은 8살짜리 아들이 있다. 이 녀석이 부엌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서는 목이 마르다며 냉장고를 향해 돌진한다. 씩씩하게 팔을 좌우로 흔들며 식탁 옆을 지나다 그만 그 위에 음식을 담아놓은 큰 접시를 치고 말았다. 접시는 바로 바닥에 떨어져 음식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카펫을 처참하게 더럽히고 접시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하필 그 접시는 친정어머니가 얼마 전에 한국에서 보내 온 고가의 접시로 당신이 매우 아끼는 것이 아닌가? 부엌 바닥이 엉망이 되고 아끼는 접시가 깨어져 속상하고, 무엇보다 그렇게 조심하라고 말해도 반복해서 사고를 치는 아들에게 화가 나서 뚜껑이 열릴 정도이다. 당신은 이 순간 어떻게 할 것인가? 뭐라고 말할 것인가?
이때 대부분의 부모에게서 즉각 나오는 반응은 바로 “야!”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런 말이 따라 나올 것이다. “너 도대체 눈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너 때문에 바닥이 엉망이 됐잖아? 그리고 이 접시 어떡할 거야? 엄마가 얼마나 아끼는 접시인데. 이게 얼마인 줄 알아? 내가 몇 번을 말했니? 덤벙거리지 말라고 조심 좀 하라고. 내 말을 제대로 듣기나 하는 거니? 내가 너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 응?” 화가 나서 더 심한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참 뒤에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 상황에서 부모가 선택해야 할 정답은 무엇일까? 그렇다. 정답은 바로 “괜찮니? 안 다쳤어?”이다. 눈에 뻔하게 안 다친 게 보여도 의도적으로라도 괜찮은지를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아이도 의도한 바가 아니기 때문에 놀라고 당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놀라지 않았는지, 다친 데는 없는지 물어보고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empathy)’이 먼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보다 아이가 잘못한 것에 대해 훈계하고 혼을 내며 ‘지도(instruction)’를 먼저 하게 된다. 왜 우리는 이때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하기보다 혼을 내고 훈육을 먼저 하게 될까?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타인에게 올바른 것을 바로 가르치려는 ‘교정반사(righting reflex)’가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올바른 것을 반사적으로 가르쳐서 바로잡으려는 특성 때문에 소위 잔소리가 먼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특성은 매우 강하고 무의식적이어서 ‘반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아이를 훈계하고 혼을 내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 아이는 그 순간부터 부모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된다. 왜냐하면 부모의 말을 들을 만한 감정적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도 놀라고 당황한 상태인데 그 때 부모가 하는 말들이 제대로 귀에 들어 갈 수가 없다. 더 나아가 아이는 ‘엄마는 나보다 접시가 더 중요한 거야. 나도 놀랐고 다칠 뻔 했는데 내 걱정은 전혀 안 하잖아? 그깟 접시가 뭐가 중요하다고.’라고 생각하게 되며 부모에 대한 반감이나 화가 쌓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에게 바른 것을 지도하기 전에 먼저 공감을 하여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야 한다. 즉, ‘공감 → 지도’의 순서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괜찮니? 다치지 않았니? 엄마는 너 다쳤을까 봐 깜짝 놀랐어.”라고 말하고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 그 다음에, “그래, 안 다쳤으니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앞으로 이렇게 물건이 있는 곳을 지나갈 때에는 다치지 않고 물건도 깨지 않도록 천천히 걷고, 팔도 이렇게 몸에 붙이고 가면 더 좋을 것 같구나. 할 수 있겠니?”라고 지도해 보라. 그러면 아이는 감정이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엄마의 말이 귀에 들어오게 되고, 깨진 물건보다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존중 받는 느낌 때문에 엄마의 말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아울러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모델링 하게 되니, 이 짧은 순간이 아이에게는 큰 배움의 기회가 된다.
하지만 ‘공감 → 지도’의 순서를 지키지 않고 바로 지도를 하게 되면, 부모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반복적으로 말해도 아이의 머리에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되고 부모에 대한 감정만 상하게 된다. 자, 당신은 이 순서를 지킬 수 있겠는가?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도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5월은 가정에 달이다. 이 가정의 달의 시작과 끝을 부모로서 나를 돌아보고 전문가에게 자녀양육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김기환 교수
(호주기독교대학 교수, 심리상담연구소 One & One 소장)
서울대학교 임상〮상담 심리학 박사,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임상심리전문가
* 호주 기독교 대학 가정의 달 5월 ‘자녀 양육 세미나’ 일정
– 시드니 일정
.1차: 5월 2일 오전 9시 30분-오후 2시 30분
.2차: 5월 31일 오전 9시 30분-오후 2시 30분
– 장소: ACC Sydney Rhodes Campus: 9 Blaxland Rd Rhodes
– 연락처: 0468 424 597, info@accu.edu.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