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사관 칼럼
내로남불을 아십니까?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 5:17-18)
성경은 ‘Testament, Covenant’라고 하는데, ‘언약’이란 뜻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하신 약속의 말씀이다. 가장 강력한 기도는 하나님의 언약이신 말씀을 의지하여 하는 기도이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나누어져 있다. 두 언약은 ‘모세의 언약’(출 24:8)과 ‘새 언약’(렘31:31, 눅 22:20)에 입각하고 있다. 성경은 경전인 동시에 신학의 근거이자 원천이다. 신학은 성경에서 출발해서, 성경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개신교 종교개혁의 핵심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모든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구세군 11개 교리문 중 첫 번째는 ‘성서론’이다. “우리는 신·구약 성서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이루어졌으며 성서만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실천의 표준임을 믿는다.” 성서만이 그리스도인의 내적신앙과 외적실천의 기준이다. 세상에는 3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이 기준이 되어 뜻을 정하는 사람, 상황이 기준이 되어 뜻을 정하는 사람, 성경이 기준이 되어 뜻을 정하는 사람.
1. 자신이 기준
자신이 기준이 되어 뜻을 정하는 사람을 ‘이기주의자’라고 한다. ‘내로남불’이란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이다.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중잣대’를 꼬집은 말이다. 유사한 패러디가 있다. 내가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 내가 하면 오락, 남이 하면 도박 / 내가 하면 예술, 남이 하면 외설 / 세계사의 암흑기는 중세이고 성서의 암흑기는 사사시대이다. 성서의 사사 시대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Right in his own eyes) 행하였더라.”(삿 21:25) 공동번역에는 “때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어서 사람마다 제멋대로 하던 시대였다.”, 새번역에는 “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뜻에 맞는 대로 하였다.”라고 했다. 선악의 판단 기준이 자신이 되었다. 내게 잘하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고, 내게 잘못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다. 내가 유익한 일은 좋은 일, 내가 손해 보는 일은 나쁜 일이 된다. 보편적 ‘선과 악’의 기준이 없이 자신이 기준이 되어 선악을 판단하다 보니, 사회는 ‘아노미 현상’으로 무질서 상태가 된다. 아노미(Anomi)란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개인적 불안정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현대철학은 니체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니체를 ‘망치 철학자’라고 한다. 기존의 모든 가치를 부셨기 때문이다. “신은 죽었다”는 절대가치인 신조차 망치로 부셨다는 의미이다. 지금의 시대를 ‘Postmodernism’이라고 한다. 탈이성, 탈구조 등의 시대정신은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 조차도 거부한다. 학자들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절대란 절대로 없다.”이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가변적이 복합적이다. ‘YOLO’라는 말이 있다. ‘You Only Live Once’의 앞 자로 만든 용어이다. ‘한번 뿐인 내 인생이니, 내 마음대로 살자’는 뜻이다.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을 대변하고, 사사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2. 상황이 기준
상황이 기준이 되어 뜻을 정하는 사람을 ‘기회주의자’라고 한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사람이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카멜레온’이나, ‘박쥐’와 같은 인물이다. 선과 악을 판단하는 윤리에는 ‘규범윤리와 상황윤리’가 있다. 규범윤리는 윤리적 법칙이나 도덕적 원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며 상황윤리는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재판할 때 ‘정상참작’이란 말이 있다. 범법행위는 잘못되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참작하는 것이다. ‘상황윤리’라는 용어는 1966년 ‘조셉 플레처’가 ‘상황윤리(Situation Ethics)’를 출간한 후 널리 사용되었고, 상황윤리에 대한 찬반의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었다. 상황윤리에서는 규범의 상대적 타당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특수 상황에는 범법행위도 정당화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상황윤리가 무원칙이 아니라 판단의 원리는 ‘사랑’이다. 잘못된 행위지만 사랑 때문에 행했다면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쟁 중에서의 살인, 강간을 당해서 임신한 태아의 낙태, 말기 암으로 죽는 아내의 고통을 지켜볼 수 없어 살인을 자행하는 남편의 행동 등이다. 사랑이란 뜻의 ‘아무르’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다. 80이 넘은 ‘조르주와 안나’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음악가로서 존경을 받으며 은퇴 생활을 즐기던 어느 날 갑자기 안나에게 뇌졸중이 찾아온다. 부분마비에서 전신마비로 진전되면서, 안나를 돌보는 남편 ‘조르주’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아파, 아파’가 전부였다. 조르주는 그녀가 아파하는 것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베개로 안나를 눌러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한다.
본훼퍼 목사는 위대한 기독교 인물 중에 한 명이다. 그는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44년 옥사한다. 본회퍼는 “어떤 미친 운전자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인도에서 차를 몰아 질주한다면 내 임무는 희생자들의 장례나 치르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자동차에 올라타서 그 미친 운전자에게서 핸들을 빼앗아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거짓과 사람을 죽이기 위한 진실이 있다. 거짓은 잘못됐지만 살리는 것은 옳은 일이다. 진실은 옳지만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 ‘하얀 거짓(White Lie)과 검은 진실(Black Truth)’,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법’이 상충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처의 상황윤리는 문제점이 있다. 상황윤리에서 윤리적 원리와 판단기준으로 삼는 ‘사랑’이라는 용어가 매우 애매하게 사용되었다. 그뿐 아니라 극단적인 한계상황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들을 가지고 보편적 윤리기준을 삼은 것은 잘못되었다.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을 일반적인 상황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3. 성경이 기준
성경이 기준이 되어 뜻을 정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다. 성경을 ‘Canon’이라고 한다. Canon이란 잣대라는 뜻이다. 잣대는 상황과 시대를 초월하여 동일해야 한다. ‘지금은 맞는데 그때는 틀리다.’, ‘이곳에서는 옳은데 저곳에서 그른 것’은 진리가 아니다. 진리란 시공간을 초월해서 동일해야 한다. 만약 성서가 시대에 맞게 재편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성서는 더 이상 진리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다른 구세주가 나타나야 한다면 예수는 더 이상 진리가 아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고(히 13:8), 하나님의 말씀은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 5:18)고 했다. 성경은 인생의 나침반이다. 인생을 항해라고 하면 분명한 목적지가 있어야 하고, 그곳으로 인도할 나침반이 있어야 한다.
지중해 시대에서 대서양, 태평양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나침반 덕분이다. Captain James Cook은 지금은 Botany Bay에 1770년 4월 29일에 도착한다. 18년 후인 1788년 1월 18일에 Captain Phillip Arthur 선장이 11척의 배로 1500명의 사람이 정확하게 같은 장소에 도착한다. 그곳이 적합하지 않아 이동한 곳이 지금의 Sydney Rocks 지역이다. Botany Bay에 가면 그가 사용했던 나침반이 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딤후 3:16-17), “사람의 뜻에서 나온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들이 성령으로 감동을 받아 말한 것”이다.(벧후 1:21) 따라서 우리는 ‘긍정적 사고’ 대신 ‘성경적 사고’로 오늘을 살아야 한다.
김환기 사관(시드니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 라이드구세군교회)
사진단상 – photo by 김환기 사관
사진 = 김환기 사관
김환기 사관(시드니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 구세군라이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