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사재기 습관
요즘은 쇼핑을 하는 것이 너무나 쉬워졌습니다. 인터넷으로 지불 시스템만 잘 설정해 놓으면 언제든지 쉽게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작게는 일불 짜리부터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보다 사재기를 하는 문제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갑자기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Covid19 으로 인해서 외출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므로 인해서 더욱 더 많은 온라인 쇼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묶음으로 사거나 일정 액수 이상을 구입하면 배송비가 무료가 되고나 할인되는 잇점이 있기에 더욱더 많은 물건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한 여성은 인터넷에서 괜찮고 보기에 좋으면 물건을 구입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에 들면 똑 같은 옷을 여러 벌 구입을 하기도 하는데 막상 사 놓고 입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 라고 합니다. 그것이 한 번 두 번 그리고 몇 년째 이어 지다 보니 집안 가득 물건이 쌓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어떤 한 남성분은 인터넷에서 좋은 물건이 가격이 싸게 나오면 물건을 구입한다고 합니다. 좋은 물건은 조금 있으면 없어지기 때문에 지금 사 놓지 않으면 없어질 것이기에 지금 꼭 필요하지 않아도 미래를 위해서 물건을 구입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늘 통장에는 돈이 모이지 않고 집안에는 쓰지 않는 물건들이 여기 저기에 널려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 여성 분은 사람들에게 거절을 잘 하지 못합니다. 늘 착한 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는 물건들을 모두 다 받아서 사용하고 버리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좁은 집에 살면서 주위에서 주는 사람들의 물건을 다 받아서 모으다 보니 소파에도 거실에도 사람이 앉을 틈이 없이 물건들이 쌓여 있고 막상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가 없어서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도 이제는 집안을 치우지 못하고 어지럽혀져 있는 상태에서 그냥 살아간다고 합니다.
최근 발간된 정신 장애 분류 및 편람에는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을 강박과 관련된 장애로 분류하고 있는 데 소위 ‘저장 장애’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잡동사니를 모으는 것이 바보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버리려고 하면 심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물건들을 쌓아 놓는 것일까요?
먼저는 잘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막상 사고 나면 물건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채워지지 않은 애정 결핍을 물건을 사는 것으로 인해 채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위의 예화의 한 분은 어린 시절에 늘 능력 없다고 남편으로부터 구박을 받는 엄마를 보면서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데 직장 외 시간에 쇼핑을 하면서 많이 보내는데 물건을 사면서 내가 힘이 있고 넉넉함이 있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생겨난 마음의 구멍을 쇼핑이라고 하는 물질을 통해서 메우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 외, 쇼핑을 마음의 불안감, 외로움, 그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특별히 살 것이 없는데도 백화점을 늘 다니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가진 분들 중 능력이 되는 분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빚 더미에 앉기도 하고 주위에 있는 가족들과의 관계가 깨어집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제일 먼저는 내가 가진 물건 사재기하는 습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한 것인지, 부모님의 방관으로 무질서하게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많은 스트레스부터 잠시 벗어나기 위함 인지 아니면 삶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아니요’ 라는 말을 못해서인지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그것에 맞는 대응책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먼저 심리적인 치료를 통해 내면을 살펴보고 치유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좋아하는 것인지를 질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좋은 물건을 보면 정말 좋아서라기 보다는 원하는 마음이 일시적으로 생겨서 구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말 원하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것만 구입하라고 권합니다. 즉, 아무거나 다 선택하지 말고 정말로 필요하고 좋은 것만 선택하여 구입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지금 물건이 많이 쌓여 있어서 더 이상 정리가 어려운 상태라면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문 물건 정리를 해주는 사람을 통해서 아니면 상담사를 통해서라도 날을 잡고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새로운 시작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버리는 것이 어렵다면 의미 있는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 놓고 그것에 대한 기록을 간단히 남긴 후 처분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정리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정리하는 날을 정해서 물건을 정리 한다던가 새로운 물건을 사면 헌 물건을 꼭 나누어 주고 버리는 새로운 좋은 습관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경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눈에 보이는 더 많은 것을 가지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를 자꾸 사고 모으는 것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기억치료
한 대학생 남자가 상담사를 찾아와서 하는 말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너무나 바보 같아서 “이제는 절대로 과거처럼 살아가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완전히 바꾸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 학생으로 하여금 지난 날의 삶을 전부 부정하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최근에 어떤 일을 겪었는 지를 물어보게 되었다.
그 학생에게는 일년 동안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학교 공부도 내팽개칠 정도로 끔찍이 잘 해주었건 만 군대를 다녀온 직후 그녀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무척이나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의 버림을 당하는 경험은 그 학생에게 자신이 무가치하고 지금까지 잘못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이 너무나 커서 그 이전에 살았던 삶에서는 약간의 가치도 찾을 수가 없고 100%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애를 하면서 허비하던 과거와는 반대로 1분 일초도 낭비하지 않고 계획하고 무엇인가를 배우고 노력하는 것에 살아가려고 하는 완벽주의를 추구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그 경험 중에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해야 하는 많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만 대부분 어려움들을 잘 이겨낸다. 그것은 우리 인간에게 있는 기억을 처리하는 기능 때문이다. 하루에 있었던 경험을 필요한 것은 저장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처리하면서 적절하게 정보들을 처리하는 놀라운 기능을 인간의 뇌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할 때 그 사건이 뇌의 일반적인 기능을 압도해 버리면 뇌는 그 경험을 적절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그 때 경험한 감정, 믿음, 행동을 생생하고 강하게 기억함으로 말미암아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위에 설명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그렇게 반응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자친구와의 헤어짐이 아픈 경험이지만 뇌에서 적절하게 기억을 잘 처리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로의 삶에서 더 건강한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소화시키기가 어려웠고 그 사건이 있기 이전의 모든 삶은 무가치하고 의미 없는 삶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큰 트로마로 인해서 자신의 과거 삶에 대한 부정적인 인지가 생겨난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인지는 그의 삶에서 ‘완벽주의’ 라고 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아마존의 심리학 분야 베스트 셀러 중에 하나였던 ‘트라우마, 내가 나를 더 아프게 할 때’라는 책은 뇌의 정리가 되지 않은 부정적 기억 즉, 과거의 트라우마를 EMDR (Eye Movement Desentization Reprocessing) 기법으로 치유할 때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 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제일 첫 장은 처리되지 않은 무의식적 기억이 나를 지배한다는 제목으로 세 사람의 사례를 설명하는 데 이들 모두 성인으로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일 것 같은데 처리되지 않은 과거의 무의식적 기억으로 인해 삶에서 부정적인 행동 패턴을 가지게 된 것을 설명한다.
현재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과거의 부정적 경험이나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을 다루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현재의 삶에서 그다지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으며 평온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과거를 다루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건, 사고는 누구나 에게 일어날 수 있고 관계의 어려움은 내가 원치 않아도 일어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은 행복하게 특별한 문제없이 살았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 시댁과의 관계에서 큰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 트라우마의 경험이 적절히 내면 안에서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성인기의 트라우마도 위의 예처럼 충분히 부정적인 인지와 부정적인 삶의 행동방식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처리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과거의 아픈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든 의식적으로 든 현재의 삶의 감정, 사고, 행동에 강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반응되어진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댁식구와의 갈등을 겪은 사람이 시댁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갑자기 차가워지고 가슴이 많이 답답해진다면 그것은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처리가 되었다는 것은 과거의 나쁜 경험이 내 안에서 충분한 처리 과정을 거쳐서 이해되어지고 통합되어져서 감정적으로 생각으로 행동으로 적절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마음에 떠올리기만 해도 극도 한 분노가 올라왔는데 이제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담담하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면 적절한 처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위에 소개한 책에서는 적절한 처리가 된 것을 ‘적응적 해결 (adaptive resolution)’이라고 말한다. 어떤 정서적 혼란을 경험했을 때 뇌에 있는 치유를 위한 메커니즘인 적응적 정보 처리 시스템이 잘 작동해서 삶에 잘 적응하도록 부정적 경험을 소화해서 성장하는 학습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만약 내 안에 처리되지 않은 기억이 있다고 여겨진다면 또는 기억은 특별히 나지 않지만 가끔 이성적이지 않은 부정적 생각, 감정,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반응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면 내 안에는 어쩌면 처리가 필요한 기억들이 뇌에 저장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런 분들은 EMDR 치료사를 통해 기억 치료를 받거나 아니면 가까운 지역의 상담사를 통해 충분한 트라우마 치유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적절히 다루어 더 이상 과거가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서 교민 사회에 좋은 치료사 선생님들이 많이 배출되어 있어서 지역마다 상당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내면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건강한 기억과 적응적 해결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여 현재와 미래의 삶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은 락다운 기간에 해볼 만한 인생을 위한 좋은 투자가 될 것이다.
김훈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