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곤충 사육(2)
굶주렸던 시절
필자의 어린 시절은 춥고 배고팟던 시기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해방을 맞았는데 일제가 2차 대전을 일으키며 일본은 식민지였던 한국을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수탈하고 착취 하였으니 백성들의 삶은 연명하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북한이 굶주림으로 쥐도 잡아먹고 소위 고아상태의 꽃제비라고 불려지는 어린이가 길바닥에 흘려진 콩나물 대가리를 줏어 먹는 동영상을 보며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그래도 필자의 어린 시절인 해방 전·후에서부터 6.25.전쟁에 이르는 냉혹했던 기간에도 구호물자 등 여러가지 조건으로 북한의 참상과는 다르게 견딜만 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굶주리던 그시기에 자연환경 속에서 거의 안먹어 본게 없을 정도로 동·식물을 먹거리로 삼았었다. 식용곤충의 유충으로 식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유충을 먹기 보다는 메뚜기, 암컷의 몸길이가 7-8cm나 되는 방아깨비, 여치, 메뚜기, 풀무치, 귀뚜라미 등 곤충강에 속하는 곤충들이 어린이들의 포획대상이었다. 이중에서 풀무치를 제외하면 나는 거리가 길어봤자 30m정도에 불과한데 반해 풀무치종류 중에는 약 15~20km/h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하루에 5~130km 이동이 가능한 놈을 포획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서 풀무치라고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들 무리를 메뚜기로 통칭한다. 1930년대의 옛날 영화지만 노벨상 수상작인 펄벅의 “대지”의 메뚜기떼의 대습격을 영화화 하여 전설이 되기도 하였다. 좌우간 메뚜기나 방아개비, 풀무치 등 잡혔다하면 잔인하게도 먹이가 되었으니 철없었던 악동[惡童]짓한 것을 문득 문득 후회하곤 한다. 작년[2017년] 10월 하순경, 미국의 유명 스포츠 언론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에 따르면, 프로농구의 명문구단 호크스는 2017년 10월 27일 홈 경기장 필립스 아레나(Phillips Arena)에서 열린 덴버 너기츠(Denver Nuggets)와 홈 개막경기에서 귀뚜라미 식품 전문업체(Aketta)가 만든 귀뚜라미 음식을 팔아서 크게 뉴스가 된 일이 있었다. 앞서 시애틀 매리너스는 홈구장 ‘세이프코 필드(Safeco Field)’에서도 이미 귀뚜라미 스낵을 판매했고,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핀란드에서는 좀 더 ‘그럴듯한’ 식용곤충 음식을 내놨다. 식용곤충을 그대로 식재료로 쓰는게 아니라 빵의 재료로 썼기 때문이다. BBC와 Reuters에 따르면, 핀란드 식품기업 파제르(Fazer)는 지난 24일부터 귀뚜라미를 재료로 쓴 빵을 판매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곳에서 만든 일반적인 형태의 빵 한 개에는 70마리의 말린 귀뚜라미를 가루 상태로 분쇄해 밀가루 및 각종 씨앗과 섞여 반죽돼 있다. 판매 가격은 3.99유로(약 5,100원)로 밀가루만 사용한 일반 빵이 2~3유로(약 2,500~3,800원)인 것에 비해 좀 더 비싸다. 파제르는 이 빵에 일반적인 빵에 비해 더 많은 단백질이 포함돼 있다며 “이 빵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곤충을 기반으로 만든 음식에 친숙해질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파제르에 따르면, 이 빵을 만드는데 가장 큰 변수는 ‘귀뚜라미 가루’다. 들어가는 재료는 네덜란드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아직 물량이 모자라 일단 헬싱키 내 11개 지점에서만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헬싱키에 사는 학생인 사라 코이비스토(Sara Koivisto)는 Reuters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빵과 비슷한 맛이 나며,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Reuters는 “식용 곤충은 서구 국가들에서, 특히 글루텐프리 식단을 추구하는 이들과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곤충을 사육하는 것이 축산업보다 물과 땅과 사료를 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종류의 곤충을 먹은 중에 귀뚜라미의 맛은 별로였는데 유럽에서는 귀뚜라미 사육으로 식품화하고 홍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귀뚜라미
귀뚜라미는 분류계열로, 메뚜기목[目-order], 귀뚜라미과[科-family]에 속하는 곤충이다. 앞서 언급한 풍뎅이나 거저리종류와는 다르게 문화적으로 인간과 밀접한 곤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곤충중에서도 매미 못지않게 특이한 발성으로 인간의 감성[感性]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잘 들어보자! 사람들에게 귀뚜라미가 어떻게 우느냐고 물어보면, ‘귀뚤귀뚤’하고 운다고 하기도 하고 ‘또르르 또르르륵’하고 운다고 한다. 즉 이 곤충은 울음소리를 근거하여 이름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어원사전을 보면, 의성어인 ‘귓돌’과 접사인 와미(아미)가 결합한 ‘귓돌와미’와 ‘귓돌아미’를 조선시대의 “두시언해”란 책에서 찾아볼 수 있고, 민간에서는 ‘귓돌암(歸突암)’이라고 한다고 알려져 왔다. 이 곤충의 이름은 다행히 남북한 모두 같이 귀뚜라미라고 불리운다. 우리 속담에 “알기는 7월 귀뚜라미”라는 말이 있다. 음력 7월이면 벌써 귀뚜라미는 가을을 알린다는 뜻이다. 이 부산한 세파속에서도 귀뚜라미 만은 여전히 때 묻지 않은 소리로 자연의 순항을 노래하고 있다. 귀뚜라미 소리는 앞날개를 비빌 때 나는 소리다. 앞날개엔 종류에 따라 50내지 2백인개의 이빨같은 것이 돋아 있어 그것이 서로 엇갈리면 그처럼 맑은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연가[戀歌]이기도 하다. 미물이라도 노래소리 만은 어쩌면 그렇게 영롱하고 아름다운지 조물주의 조화에 절로 실소짓게 된다. 소리 흉내를 잘 내지 못하는 서양사람들은 그 귀뚜라미 소리를 따서 귀뚜라미를 ‘크리키트’라고 했다. 매미는 귀뚜라미와 같이 가을에 우는 다른 곤충들과 마찬가지로 수컷만이 운다. 수것이 우는 소리를 듣고 암컷이 다가와서 짝짓기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매미가 우는 것은 자손을 남긴다고 하는 종족 보존의 중요한 역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
매미의 울음소리는 배에 있는 발음기가 울려서 나온다. 매미의 발음기는 두개의 발음근과 여기에 연결되어 있는 진동막, 소리를 크게하는 공명실, 음을 조절하거나 리듬을 더해주는 복판으로 되어있다. 발음근이 늘어나거나 줄어듦에 따라 진동막이 오그라들거나 원래상태로 돌아오거나를 반복하며 발성이 되는 것이다. 매미는 종류에 따라 소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기관들이 움직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울음소리도 제각각이다. 귀뚜라미도 수컷만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오른쪽 앞날개에 까칠까칠한 줄이 있고 바깥쪽에는 줄을 비비는 발톱이 있어서 그 둘을 마찰시켜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앞서 밝힌바와 같이 암수가 서로 만나는 것을 도와준다. 앞날개에 발음기를 가진 종의 대부분은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데, 종에 따라서는 영역권을 주장할 때, 싸움을 할 때, 근처에 있는 암컷을 유혹할 때 각각 음조를 바꾸어 소리내며, 교미 중에는 다른 곡조로 노래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편 수컷의 배쪽에 있는 유혹샘에서의 분비물에 의해 근처의 암컷을 유혹하는 종도 있다. 귀뚜라미의 수정과정은 복잡하다. 짝짓기로 정자는 정포(精包) 속에 들어 있다가 암컷의 생식구에 연결되고 거기서 암컷의 체내로 주입된다. 암컷은 창모양의 산란관을 갖고 있으며, 땅속이나 식물조직 내에 알을 낳는다. 땅 속에 산란을 하는 것은 가늘고 긴 산란관을 직접 땅 속에 찔러 넣고 알을 낳으며, 식물의 조직 내에 산란하는 것은 끝이 두꺼운 톱니 모양의 산란관을 이용하여 조직에 작은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는다. 알상태에서 겨울을 난 귀뚜라미 애벌레는 번데기 과정이 없는 불완전변태로 자라는데, 어른벌레와 매우유사하나 날개가 없거나 아주 작다. 돌 밑이나 풀숲 등에서 숨어 있는 습성이 있으며, 수컷의 경우 영역을 설정한다. 대부분 땅 위에 살지만 물 위, 나무 위, 집안, 동굴 안에 사는 종류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잡식성이며, 주로 다른 곤충을 잡아먹거나 식물을 먹는다. 또한 곤충이나 지렁이 등의 시체를 먹어 치우기도 한다.
귀뚜라미 사육
한국에 귀뚜라미 사육농가가 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찾지 못했지만 검색해보면 수입을 많이 올리는 농가도 있고 귀뚜라미 개발전문가도 여러분이 있다. 귀뚜라미 성충을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구어서 먹어보면 메뚜기종류와 비교해서 고소한 맛이 덜하고 무엇보다 흑갈색의 외모가 식감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영양소를 분석한 것을 보면 어느 곤충 못지않게 우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귀뚜라미종은 한국토종이 아니고 외국에서 수입된 쌍별귀뚜라미다. 쌍별귀뚜라미[Gryllus bimaculatus] 메뚜기목 귀뚜라미과의 곤충이다. 몸은 전체적으로 검고, 앞날개 기부에 노란 점이 있기 때문에 영어로 ‘two-spotted cricket’이라한데서 번역한 것이 “쌍별귀뚜라미”가 된 것이다. 한국의 농림식품부는 식품원료로 등록된 쌍별귀뚜라미의 이름을 ‘쌍별이’로 정했다고 밝혔으며, 쌍별귀뚜라미의 새 이름 쌍별이는 쌍별귀뚜라미의 특징을 담아 기억하기 쉽게 만든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한국의 농촌진흥청이 발행한 ‘식품별 성분분석 비교표’는 놀랍다. 귀뚜라미 우리가 즐겨먹는 영양만점 닭고기에 비해 철분(11배), 아연(15배), 구리(22배), 아르기닌(12배), 글루탐산(18배), 메타오닌(10배), 시스테인(19배) 성분이 들어있다. 유엔에서는 미래 식량자원으로 곤충을 지목한 바 있다. 검증된 자료는 아니지만 한방에서는 귀뚜라미 예찬이 찬란하다고 할 수 있다. 쌍별귀뚜라미는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에 3.5배이며, 특히 간에 매우 좋다고 한다. 귀뚜라미 안주로 사용할 경우 술주량이 2-3배 정도 늘어난다고도 한다. 알콜 분해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피부재생효과가 있어 화상환자나 여성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들 스테미너에 좋고 새우에 들어있는 키토산이 귀뚜라미에 있으며 고혈압, 발기부전, 이뇨작용,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이런 내용을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식품으로서 별 손색이 없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쌍별 귀뚜라미는 식품으로 먹어도 안전하다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었고, 그래서 쌍별귀뚜라미는 기능 식품 재료로도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영농법인 제과제빵 업계는 쌍별 귀뚜라미를 재료로 한 쿠키, 파스타, 에너지바 등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있다. 고단백이어서 단백질 보충제 등에 활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쌍별 귀뚜라미는 헬스장에선 단백질 파우더로, 술자리에선 숙취음료로 선보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귀뚜라미가 식품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쌍별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치매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보고사례도 있다. 귀뚜라미 사육만으로도 심리치유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귀뚜라미 돌보기 프로그램”을 개발한 농촌진흥청은 경북대학교병원과 함께 심리적 취약 계층인 65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적용해 귀뚜라미가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및 의학적 측면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우울증 지수가 크게 낮아진 반면, 정신적 삶의 질(건강 관련) 지수 또한 대폭 상승했다는 결과가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돌보기와 마찬가지로 곤충을 키우고 돌보는 일련의 활동이 개인의 정신과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최초로 입증했고, 정신적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노인들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인지 기능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그 의의가 큰 것이다. 중국에선 오래 전부터 귀뚜라미 싸움을 만들어 즐겼다곤 한다. 고양이 수염으로 귀뚜라미 뒷부분을 간지럽히면 귀뚜라미들이 흥분하여 2마리를 한 자리에 두면 서로 죽도록 싸운다고 한다. 이걸 두고 도박까지 걸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켰는데, 싸움을 잘하는 귀뚜라미는 그 값어치가 엄청나서 이런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내외가 빚까지 져가면서 싸움을 잘하는 귀뚜라미를 애써 샀다. 대박의 꿈에 기뻐하던 이들은 실수로 문을 열어둔 틈에 귀뚜라미가 나가서 혼비백산하여 잡으려고 할 때, 기르던 닭이 그 귀뚜라미를 잡아채 낼름 먹었다(…). 망연자실하던 내외는 끝내 동반자살했다. 민담 중에는 관리에게 바칠 귀뚜라미를 죽인 소년이 아버지를 위해 귀뚜라미로 변신해서 전국 귀뚜라미 싸움대회에서 우승해서 엄청난 상금을 안겨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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