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생체의 에너지 공장(Power house), 미토콘드리아(Mitocondria)
우리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다 하여도 체온을 36.7도 내외로 유지하여야 되고, 눈도 깜박거려야 하고, 생각도 하는 등 이런 생리 작용들이 거저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에너지를 소비 하여야 한다. 그뿐인가 숨을 쉬어야 하고 심장을 박동시켜 혈액을 순환 시켜야 하고 위, 창자 등 소화기관에서 음식을 소화시켜야 한다. 에너지가 있어야 되는 일이다.
우리 몸에는 발전소가 있다. 영어로 Power house(에너지공장)가 있다. 생물체의 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Mitocondria)가 생체의 에너지 공장(power house)이다.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는 말은 낱알(mito)과 끈(chondrion)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물이나, 석탄, 석유, 원자력, 바람 등을 이용하지만 미토콘드리아라는 생체발전소의 연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며 이들을 태워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인체의 세포 수를 대략 60조 정도로 보는데 세포 하나에 미토콘드리아의 수는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지방세포는 수십 개 정도이고 계속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여야 하는 신경세포, 근육세포, 간세포 등은 1,000~3,000여개의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다. 평균적으로 300~400개 정도라고 볼 때 인체에 1경 정도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 때 산소가 필요하듯이, 미토콘드리아도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하여 산소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호흡기관을 통해서 흡수되는 산소의 90%를 미토콘드리아에서 소모시킨다. 그러나 모든 미토콘드리아가 똑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뇌신경의 미토콘드리아는 포도당만을 연료로 사용한다. 뇌에는 14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체내에 존재하는 60조의 세포에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지만, 뇌의 활동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혈액의 당(포도당) 중 50%를 뇌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소모시키며, 흡수되는 산소의 20% 정도를 소모시킨다.
뇌세포는 한 분자의 포도당으로 생체에너지의 화폐(貨幣)라고 하는 ATP(Adenosine Tri-3 Phosphate)를 38개를 만들어낸다. ATP는 핵산의 일종인 Adenosine에 인산(H3PO4) 3개(tri)가 결합된 화학물질이다. 이 과정은 TCA 회로라고 하는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치며 진행된다. 미토콘드리아는 ATP를 만들어 저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인산(Phosphate) 1개를 떼어 내며 에너지를 꺼내 사용하고 자신은 ADP(Adenosine Di Phosphate 두 개의 인산)가 되는 것이다. 이때 나오는 에너지양은 7.3kcal이며 이 에너지로 생체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정체를 밝혀낸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몇몇 문헌이나 웹페이지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1857년 독일의 쾰리커(Kolliker)라고 알려져 있으며 독일의 생물학자 벤더에 의해서 Mitocondria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그 후 연구가 계속되고 그 구조와 기능이 상세하게 밝혀지면서 생명체 연구에 충격을 안겨준 존재가 되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핵 유전자와는 별도로 1만 6천 여 개의 유전자를 독자적으로 보유한 채 모계만으로 유전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의 모계 유전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 시에, 정자가 꼬리를 떼어버리고 핵만 난자를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부(夫)계 쪽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세포에 접근할 기회가 없게 되는 것이며, 난세포에 있던 미토콘드리아만이 자기 증식을 하며 모계 유전으로 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몸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 아버지는 기여한바 없다. 또한 각자의 염색체 속에 DNA가 서로 다르듯 미토콘드리아의 DNA도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사실규명에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학술적으로 인류의 진원지와 이동 경로를 밝히는 연구로 활용되고 있다. 유전인류학자 레베카 칸(62세, 하와이대 교수)은 미토콘드리아 DNA 추적을 통해, 1987년에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으며 한국인도 겉모습은 다르지만 아프리카인의 후손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는 생물진화의 단초를 밝히는 학술논쟁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생물은 세포 안에 핵이 없는 원핵생물(박테리아)과 핵을 가진 진핵생물로 구분된다. 미국의 생물학자 마굴리스에 따르면, 약 20억 년 전에 원핵생물인 박테리아가 진핵생물의 몸 안에 들어와 공생관계를 유지하게 되면서 미토콘드리아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며, 이 이론을 ‘내부 공생설(endosymbiosis)’이라고 한다.
미토콘드리아의 모계유전의 사실은 한국의 호주제 폐지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호주제도 위헌 청구 소송에서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호주제도의 전제인 ‘부계혈통주의의 과학적 근거 유무 및 호주제의 존폐에 관한 전문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고 공개변론에 출석해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온전히 암컷으로부터 온다는 ‘생물학적 사실’ 등의 과학적 증거를 들어 폐지가 정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으며 호주제의 위헌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해서 여성단체로부터 ‘여성운동상’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날 선사인류학, 유전질환, 불임, 노화, 등에 미토콘드리아로 규명하려고 많은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연구와 관련하여 9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한 사람의 의사는 환자 개개인을 치료하지만 한 사람의 과학자의 연구는 만인의 환자를 치료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며 문명과 문화에 발전적인 토대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무한한 연구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