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자격증(License)
교원자격증을 중심으로 자격증과 관련된 문제를 언급해 보려고 한다. 한국의 교사 자격증(license)은 교원자격증이라는 타이틀과 자격의 종류가 기록된 증명서이며 이 자격증이 있어야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다. 자격의 종류는 초․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정교사, 준교사, 교도교사, 사서교사, 실기교사, 양호교사, 특수교사 등으로 구분된다. 현재 교원자격증은 교육대학교, 사범대학, 임시교원양성소, 교직과정 이수,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 등을 통해 취득하게 된다.
교원자격 취득의 방법은 학생 수의 증감에 따라 큰 변천을 겪어 왔다. 한국은 6.25 전쟁 이후 증가하는 학생 수를 충족할 학교와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였었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초등학교 졸업자도 단 몇 개월의 초등교원양성 과정을 마치면 발령을 받을 수 있었던, 자격증 남발 시대가 있었다. 혼란기 때 교직과 관련된 기본적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고위직에 오르기도 하였으며 이런 사람일수록 하급기관에 불호령이 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자격이라고 보아야 할 사람들이 교육계를 을 장악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사례로 시도교육감이 권력층의 비호 하에 낙하산 인사 형태로 임명되고 이분들이 그의 존재감을 과시 하기 위해 교육감의 역점 사업이라고 해서 추진하던 내용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들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신임교육감이 도전체의 마을마다 학도애향대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조기청소, 꽃 길 만들기, 마을문고 등 새마을운동과 유사한 활동을 하도록 일선학교를 고달프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다. 토요일 오후 교사들을 담당마을에서 학생들을 독려하게도 하였다. 권위주의 시대에 일선 학교는 단지 하급기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분들의 치다꺼리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었겠는가? 라이선스가 있어야 교육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경험이 없는 분들이 교육의 최고 책임자가 되고 그런 분의 참모로 있는 분이 장학지도라는 명목으로 일선 학교에 오면 교직원들을 하급자 다루듯 하기도 하였으며, 그런 영향이라고 하여야 할까? 교육현장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을군대의 졸병 다루듯 하였다. 그 당시에 역사와 전통이 있고 그런대로 학교체제를 갖춘 학교는 시설도 좋고 우수한 교사들이 있어서 교육다운 교육을 하였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정상적인 교육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 열악한 조건에서도 페스탈로치(Johann Heinrich Pestalozzi, 스위스 교육자) 소리를 들어도 부족함이 없을 선생님들도 있었다. 이런 분들 오로지 햇빛 없는 그늘에서 묵묵히 어린이의 존귀한 영혼을 기르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기에 높은 자리를 탐 할 필요가 없었고 올라 갈 수도 없었다. 스승상을 보여주는 이런 선생님들의 자격증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인데 명목상의 자격증만으로 교단을 지키던 분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교육이 국방 못지않게 경제발전의 산업역군을 양성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판단으로 병역면제 단기복무 등 교사들에게 특혜도 주었었다. 80년대 중후반까지 만하여도 교직이 인기있는 직종은 아니었다. 여전히 공사립을 막론하고 빈약한 재정 때문에 교사들의 급료가 낮은 편이었고, 당시 직업 선호 순위로 20위 안에 들지도 못했다. 최근에는 교사가 선호하는 직업 중 상위를 차지한다고 하니 세월이 흘러 교육환경과 교사의 자질과 처우가 많이 향상된 것 같다.
교육은 단기간에 그 결과를 볼 수 없는 분야이다. 적어도 2-30년을 기다려야 교육목적이 달성 되였는지의 여부를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한국의 부정과 불의, 폭력 등이 사회의 큰 문제라면 그들에게 부실한 교육을 하였던 교육관련자 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자격증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인정하는 인증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의 업무나 일이 자격증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자기연수가 따라야 한다. 현재 한국의 교사들은 각종 연수에 몸살이 날 정도로 많은 연마를 하며 교사의 질을 높여 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비단 교사들 뿐 만이 아니다. 다른 직종에서도 자격증이 있어야 수행업무를 맡을 수 있기에 사정은 마찬가지 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자격증의 취득만 능사는 아니다. 자격 얻은 것만으로 자리를 지키며 큰 소리 치는 것은 무능력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마주하게 된다. 정치가들이 선거를 통해서 얻은 지위도 자격이 주어진 것뿐인데 전문적이고 고유한 그의 업무는 팽개치고 자신의 지위를 특권인양 행동한다.
선거로 당선된 단체장들이 각종 이권과 관련되어 구속되고 자격을 잃고 쫓겨나는 것도 자격의 본연의 의미와 역할을 망각한 행태인 것이다.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 지도자로 당선된 후에 그 순간부터 태도를 바꾸며 특권 남용만을 일관하는 것도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격언을 방불케 하는 행동이다. 자격증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자격에 걸맞게 업무를 수행하며 결과를 창출해 내느냐? 인데 오로지 지위 얻기에만 급급한 사람들은 발붙일 수 없는 사회가 되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자격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