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21세기는 탄소 (炭素, C-carbon)의 시대
탄소 (C – Carbon 카번)
인류가 근심하고 있는 지구온난화 (溫暖化) 문제의 중심에는 탄소 (C)가 있다. 원소기호 6번인 탄소 C (영어: Carbon 카번)는 원소들 중에 15번째로 풍부하며, 우주에서 수소, 헬륨, 산소 다음인 4번째로 풍부한 원소가 탄소 (C – Carbon 카번)다. 탄소 화합물로서 다양한 유기 화합물을 구성할 수도 있고, 상온 상태에서 중합체를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삶은 탄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로서 탄소는 우리 몸에서 산소 다음인 두 번째로 풍부한 원소 (18.5%)이다. 이렇게 중요한 믈질이 지구온난화 (溫暖化)나, 탄소중립 (炭素中立)이라는 이슈 (issue)와 마주치게 된다. 탄소는 병 (病)주고 약 (藥)주는 물질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온 인류가 근심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순수 탄소 C가 아니라 탄소화합물인 이산화탄소 Co2이다. 산소 O2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Co2가 대기중에 축적 (蓄積)되면서 발생된 문제이다. 생체메카니즘 (mechanism)중에 탄소동화작용 (炭素同化作用)과 역반응 (逆反應)인, 호흡작용 ( 呼吸作用)에서 Co2와 O2가 쓰이고 발생되는 량 (量)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문명의 발전과 함께 지구의자연이 파괴되면서 Co2의 발생량의 과다 (過多)로 야기 (惹起)된 문제이다. 순수 탄소 (C)와는 무관하다고 봐야한다. 탄소 (carbon)는 주기율표에서 기호는 C (Carbon, 카번)이고, 원자번호는 6인 화학원소로 지구에서 4번째로 많이 존재하는 비금속 원소이다. 최근 이 탄소가, 앞에서 언급한데로 이미지가 극도로 나빠졌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여서 탄소란 말로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수한 탄소로 구성된 탄소소재는 갈수록 큰 각광을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 (ironi)다. LG경제연구원은 2020년 8월 19일 보고서를 통해 20세기를 실리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탄소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탄소 소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탄소소재로 지구온난화 해결
이산화탄소 감축량 중 57%를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해결방안으로 탄소 소재 (素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소재로 항공기 등 수송수단을 경량화해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고, IT제품에 탄소소재 채용 등을 늘려 에너지 효율을 높여나가면 양수겹장 (兩手兼將)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소재의 개발현황
지난 5월에 일본 도레이 (Toray)는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에어버스에 항공기용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장기 공급하는 상호 계약을 체결한바있다. 차기 주력 기종인 에어버스 ‘A350XWB’의 주 날개와 동체의 대부분에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적용할 계획인데 이는 기체 중량의 50% (대당 35톤)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금속으로만 가능해 보였던 항공기의 기체 (機體)를 탄소섬유가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소재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탄소섬유의 장점 때문이다. 알루미늄에 비해 중량은 4분의 1에 불과하면서도 철에 비해 강도는 10배나 높다. IT부품의 경우도 그동안 금속산화물 계열 소재를 사용해 터치스크린 (touchscreen) 등을 만들어 왔으나 최근 들어 이보다 전기 전도도 (傳道度)가 좋은 탄소소재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절전 효과를 거두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재는 성분이나 응용분야에 따라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소재 성분으로 분류했을 때 금속, 화학, 세라믹으로 구분한다. 탄소소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 세 가지 소재들의 장점들을 두루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철과 같은 금속에 비해 강도는 몇 배 높으면서 또한 가볍다. 화학적 내성이 크면서도 전기는 매우 잘 통한다.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탄소 원자가 배치된 구조에 따라 물질 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탄소 소재인 흑연과 다이아몬드를 비교하면 흑연은 전기가 잘 통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전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철보다 강하고 일반 섬유보다 더 부드러워
탄소 소재는 1만 년 전 인류의 유적에서 목탄 (木炭)이 다수 발견되고 있는 것처럼 오래 전부터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그러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최근 나노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가능성을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가장 널리 알려진 탄소소재는 흑연 (黑鉛)이었다. 연간 60만 톤 정도가 생산돼 2차 전지 음극재, 원자력 발전 감속재, 제철용 전극봉, 반도체 실리콘 등의 제작에 사용돼 왔다. 가장 성장성이 높은 분야는 2차 전지 음극재다. 최근 2차 전지 소비가 늘어나면서 세계적으로 약 3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10대 과학 기술 뉴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020년, 10대 과학 기술 뉴스를 선정해서 발표한 바 있다. 2020년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자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이슈로 구성된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2005년부터 매년 선정 · 발표하고 있다. 과총은 세 차례의 선정위원회 심의와 과학기술계와 일반국민 총 1만5332명이 참여한 온라인 · 모바일 투표 결과를 반영하는 등 최종 심의를 거쳐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했다. 특히 올해 국민 투표에는 역대 10대 과학기술 뉴스 선정 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해 과학기술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드러냈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뉴스가 74.5%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가 국내 과학기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2020년 10대 과학기술 뉴스에는 ‘과학기술 이슈’ 4건과 ‘연구개발 성과’ 6건이 선정됐다. ‘과학기술 이슈’ 부문 뉴스로는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 속 발 빠른 K-진단키트 ▲’디지털 · 친환경’ 뉴 패러다임이 이끈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결정 논란 ▲2050 탄소 중립 선언 등 4건이 선정됐다.
현대차
‘연구개발 성과’ 부문 뉴스로는 ▲세계 최소 셀 사이즈 극복한 3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 ▲수소전기 대형트럭 세계 최초 양산 ▲한국 KSTAR 섭씨 1억도 20초 유지, 세계 신기록 달성 ▲세계 최초 코로나 유전자 지도 완성 ▲파킨슨병, 치매 뇌질환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 기전 규명 ▲스텔스 기능에 전자파까지 차단 가능한 물질 개발 등 6건이 선정됐다.
핵융합연 (核融合鉛)
과총은 “올해로 16년을 맞은 ‘10대 과학기술 뉴스’ 선정에 그 어느 때보다 국민투표 참여가 높았다”며 “후보에 오른 뉴스들을 살펴보면 압도적인 관심을 받은 코로나 이슈를 비롯해 수소경제, 탄소중립, 기상이변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어젠다가 과학기술 뉴스로 주목받았다. 이는 팬데믹 위기 속 과학기술이 재조명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국가 핵심 동력으로서의 기대를 드러낸 부분이라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21세기는 탄소의 시대
2020년’10대 과학기술 뉴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탄소소재로 세상을 바꿀 과학기술이 급부상하고 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20세기를 실리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탄소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탄소 소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래핀 (garphen)
graphene은 흑연을 뜻하는 ‘graphite’와 탄소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를 결합하여 만든 용어이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다이아몬드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두께가 탄소 원자 두 개와 불소 원자 두 개를 쌓은 높이에 불과하다.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지니면서 강한 새로운 소재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로드니 루오프 기초과학연구원 (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장 (울산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특훈교수)과 파벨 바카레브 연구위원팀은 얇은 박막형 탄소 신소재인 ‘그래핀’을 간단한 공정을 통해 다이아몬드 박막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그래핀은 탄소가 마치 육각형의 그물코를 가진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는 2차원 탄소 소재다. 하나의 탄소 원자는 주변 탄소 원자 3개와 결합해 있으며, Y자 모양의 평면을 이룬다. 이런 Y자 구조가 평면 상에서 세 개 모여 육각형 그물코를 만든다. 그래핀은 전기가 잘 통하면서도 잘 휘어져 디스플레이 등 전자소자 등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많다. 다이아몬드 역시 탄소로만 된 소재지만 구조가 많이 다르다. 1개의 탄소 원자가 주변 탄소 원자 4개와 결합해 있는데, 평면으로는 이런 구조를 이룰 수 없어 마치 발가락이 하나 적은 닭발 모양의 입체 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는 매우 안정적인 특성이 있어 단단하다. 이 때문에 그래핀의 구조를 변화시켜 얇으면서도 강한 초박막 다이아몬드인 ‘다이아메인’을 합성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그래핀도 매우 안정적인 소재다 보니 결합구조를 변화시키려면 큰 압력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2장의 그래핀을 쌓고 화학 변화를 일으켜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평상시 대기압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다이아몬드 (F-다이아메인)을 처음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비밀은 불소 기체였다. 파벨 바카레브 연구위원은 “불소를 주입하는 ‘불소화 과정’을 이용해 간단히 그래핀의 탄소 결합을 다이아몬드의 결합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구리니켈 기판 위에 만든 이중층 그래핀의 모습 (왼쪽)과 F-다이아메인의 모습 (가운데 및 오른쪽)을 투과전자현미경 (TEM)으로 찍었다. 결합에 따라 구조가 변하면서 탄소 원자층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대신 불소 불순물이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높이는 0.3nm에서 0.5nm로 약간 두꺼워졌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구조를 갖는 1층짜리 2차원 소재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얇은 다이아몬드다. (IBS 제공).
먼저 구리니켈 합금으로 기판을 만든 뒤, 탄소를 증기 형태로 뿜어 입히는 ‘화학기상증착법 (CVD)’를 이용해 두 겹의 그래핀을 만들었다. 투과전자현미경 (TEM)으로 관측한 결과 이 기체는 높이가 약 0.3nm (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m)로 매우 얇았다 (위 사진 왼쪽). 그 뒤 불소 기체를 주입해 그래핀과 화학 반응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주변 3개 원자와 결합하던 탄소가 4개의 원자와 결합했고, 탄소 사이의 간격이 가까워진 대신 불소의 높이가 추가돼 총 두께가 0.5nm인 필름 형태의 박막형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졌다 (위 사진 오른쪽). 이는 이론으로 예측된 구조와 정확히 일치하는 형태였다. 연구팀은 이 소재에 ‘F (불소)-다이아메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루오프 단장은 “다이아몬드의 우수한 물성을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향후 전기적·기계적 특성까지 조절 가능한 대면적 단결정 다이아몬드 필름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심은 끝이 없고 무궁무진 (無窮無盡)하다. 지구온난화 (溫暖化)가 해결될 것 같은 예감 (豫感)이 든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