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번째 잡기장 (90) 중에서 _ 11월 20일자
복습
Repeat와 Review는 다르지요.
Repeat는 했던 말 또하고 또하는 것이지만, Review는 했던 말을 또하는듯 하지만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코로나가 계속되었던 오던 지난 7개월, 90개에 이르는 잡문들과 60여개의 ‘라틴어 인문학’을 써서 보내드렸던 일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한번 우리 인문학 교실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저와 우리 모두를 Review해 보고 싶습니다.
‘리뷰’ – Review란, 글자대로는 ‘다시봄’ ‘되돌아봄’ ‘다시 살펴봄’입니다. 그러나 의미상으로는 ‘검토’ ‘복습’ ‘평론’ 같은 뜻이 되고, 학술적으로는 ‘고찰’ ‘총론’으로도 이해되며, 법률적으로는 ‘심리’ ‘재심’이 됩니다. 비지니스에서 리뷰라고 할 경우엔 ‘소비자들의 제품 평가’가 된다고도 합니다. 하여튼 어려운 한해를 보내면서 거의 끝이 다가오는데 저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 스스로를 진솔하게 리뷰해보는 것도 퍽 유익하라라 생각합니다.
Review 중에는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지식-문화 잡지 ‘에딘바라 리뷰’ (Edinburgh Review)를 칩니다만, 오늘날은 리뷰잡지들이 참 많습니다. 각종 문화리뷰들을 비롯하여 독서리뷰, 영화리뷰, 게임리뷰, 음식리뷰, 화장품리뷰, 쇼핑리뷰, 여행리뷰, 잡지리뷰를 비롯하여 군대에서 발행하는 ‘밀리타리 리뷰’ (Military Review), 종교단체가 만드는 크리스챤리뷰, 기업체가 발행하는 기업리뷰, IT 계통에서 만들어내는 클라우드 리뷰들이 차고 넘칩니다. 김리뷰라는 분이 지은 ‘세상의 모든 리뷰’ (RHK, 2015)는 일상생활 – 공부, 일, 사업, 가정, 말, 생각, 행동, 청춘, 늙어감, 질병, 취미 등에 대한 일종의 반성문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2017년 2월 2일, 린드필드 한글사랑도서관에서 처음 ‘시드니 인문학교실’을 시작하던 날 ‘우리는 왜 인문학을 하려고 하는가?’ 하는 물음에서 부터 출발하였습니다. 첫날 제가 쉽게 예화를 드렸던 이야기들 중에서 한 두 가지를 다시 리뷰해 봅니다.
1) 황희 정승 이야기입니다. 한번은 머슴들이 서로 다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머슴이 정승에게 와서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은 틀렸고 자기가 옳다고 말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난 황희는 ‘듣고보니 네 말이 맞구나!’ 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후 상대방 머슴이 또 정승을 찿아와 오전에 나리를 찿어왔던 녀석은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하소연을 하면서 자기는 결백하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을 듣고보니 그 말도 옳은 듯 했습니다. 그래서 황희는 그에게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듣고보니 네 말도 맞구나!’ 그 머슴이 나간후 정승 곁에서 종일 책을 읽던 조카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니 큰아버님, 아침에 찿아온 머슴말도 맞다 하시고, 오후에 찿아온 머슴말도 맞다 하시니 참 이상합니다. 왜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황희 정승은 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듣고보니 네말도 맞구나!”
2) 1920년대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하이젠베르크를 중심한 연구팀은 ‘빛’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리학에서 광학은 대단히 중요한 연구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일한 실험실에서, 동일한 연구원들이, 동일한 방법으로 실험을 하는데도, 빛이 어떤 경우에는 ‘입자’ (cubic)로 나타나는가 하면, 또 다른 때는 ‘파동’ (wave)으로도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빛은 입자다’ ‘아니다. 빛은 파동이다’ 하는 두 가지 가설이 팽팽하게 대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빛의 ‘입자설’과 ‘파동설’은 거듭된 실험과 논쟁과 충돌을 거친후 새로운 이론이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이 유명한 ‘불확정설’ (The Theory of Uncertainty, The Uncertainty Principle) 입니다. ‘빛은 입자이기도하고 파동이기도하다. 빛은 한가지로만 정의되지는 않는다’ 사실 그렇습니다. 1+1=2 가 맞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1+1=1이 되기도 합니다. ‘둘이 합하여 하나를 이룰지니라’라는 결혼 선포문이 그런 케이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고야의 ‘벌거벗은 마야’는 예술인가? 외설인가? 마네의 ‘올랭피아’는 예술인가? 외설인가? 문학 작품이나, 미술, 음악 등에서는 얼마든지 달리 볼 수도 있고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내 생각, 내 견해, 내 신념, 내 주장, 내 믿음에 동의해 주기를 바라면 않됩니다. 그것은 우리를 전체주의, 획일주의로 끌고가게 합니다.
인문학의 목적을 리뷰해 봅니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너는 틀렸다고 말해서는 않된다”
오늘 우리 시대의 비극중 하나는 ‘나와 다른 것은 무조건 틀린 것’으로 보려는 경향성 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 자기 신념, 자기 입장은 늘 옳고 선하고 바르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며 의견을 나누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과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관용과 용납, 이해와 너그러움, 그리고 더 나아가 겸손과 양보, 나눔과 협력을 통해 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어보자는데 우리의 목표가 있습니다. 세상은 다른 생각, 다른 주장, 다른 정치적 견해, 다른 세계관, 다른 문화, 다른 종교들이 서로 서로 평화스럽게 어울려질 때, 더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집니다. 공원에 갔는데 온통 한 가지 나무에, 한 종류의 꽃만 피어있다면 얼마나 멋이 없겠습니까? 식탁에 앉았는데 덜렁 한 가지 음식만 놓여 있다면 얼마나 서글프겠습니까? 거리에 나섰는데 세상사람들이 모두 다 군복이나 교복 처럼 한 가지 옷만 입고 있다면 그게 어디 사람사는 새상이랄 수 있겠습니까? 사랑까지는 못해도 미워하진 말고, 서로 싸우거나 다투지 않으면서 같이 어깨동무하고 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것이 우리 인문학친구들이 또 한해를 보내는 다짐이며, 꿈이며, 리뷰입니다.
Carpe diem !
Bonam fortunam !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말 50가지’ – 아침마다 잡기장 못 보내 드려도 꼭 읽으세요.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감사, 사랑, 기쁨이 더해지시길 빕니다.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부족한 사람이 코로나 19로 인하여 우리 ‘시드니인문학교실’이 정상적으로 모이지 못하게되자 지난 4월 말 부터 7개월 동안 글같지도 않은 잡문들과 익숙하지도 못한 라틴어를 가지고 인문학이랍시고 우리들의 단체 카톡방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잡기장 90개, 라틴어 인문학 60개, 합해서 150개의 단편적 생각들을 함께 나누어왔습니다. 마침 이번주는 평상시 우리 인문학교실이 년말 방학을 시작하는 때인지라 저도 오늘로써 방학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내년 2월에는 어떤 방법과 형태로든 우리들의 모임이 다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인문학친구 여러분들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부터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아는 것도 별무한데다, 생각의 폭 조차도 좁아터진 저같은 사람에게 읽고, 쓰고, 생각하고, 자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형편없는 글을 인내심을 갖고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잘 것 없는 생각을 함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 반응이 없으셨던 무언의 친구들의 응원에도 감사드립니다.
다듬어지지 아니한 생각과 글이지만 주변의 다른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전달해 주셔서 함께 한 시대를 살아가는 제 2의 인문학 친구들이 되게 해 주신 분들과 , 이를 기꺼이 받아주신 인생의 또다른 길동무들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라틴어 인문학을 처음 시작할 때 말씀드린대로, 따로 노트를 만들어 매일 같이 한 단어, 한 단어, 한 문장, 한문장씩 써오신 클라라 사모님이나 이길남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성실함과 진지함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크리스챤 라이프와 그 발행인이신 임운규 목사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크리스챤 라이프의 온라인판을 통하여 수많은 숨겨진 독자들에게, 짧은 생각은 물론이지만, 오자, 탈자로 가득한 이 부족한 글들을 잘 다듬고, 보충보완하여, 여러가지 추천도서 소개까지 덧붙여 매일 발송해 주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진정 이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밖에는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사랑과 격려와 함께해 주심이 늙은 사람을 지난 7개월동안 붙잡아 주셨습니다.
몸은 강건하시고,
마음은 평안하시고,
나날의 삶은 여유와 기쁨,
감사와 너그러움으로
아름답게 수놓여지시길 빕니다.
2020. 11. 20
홍길복이 드립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