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가정은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가?
상담을 하다 보면 하나 같이 어린 시절 자신이 태어난 가정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을 봅니다. 유전적인 특성을 닮은 것부터 해서 사람과 관계하는 방식이나 정서적인 수준이나 세대적인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받았던 학대의 경험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도 외롭게 그리고 여전히 어린 시절의 상처와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부모님을 원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담사로서 그런 분들의 상처를 싸매어 주고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회복의 여정이 때로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가정은 사회의 초석임으로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할 수 있게 되는데 오늘날은 가정이 너무나 쉽게 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정도 사회도 많은 역 기능적인 문제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몇 년 전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에 갔다가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되었는데 제주도에 사는 어린 아이들의 4분의 1이 정신 건강관련 질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귀를 의심할 정도인 숫자를 들으면서 현대 사회의 깨어진 가정의 영향력이 어떻게 세대를 통해 흘러가는 지를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이어야 하고 아내의 역할을 어떠해야 하며 남편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고 부모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 지를 잘 아는 것이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기에 가정 생활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은 지속적으로 필요한 부분입니다. 어떤 분들은 부모님이 어린 시절 계시지 않아서 부모님의 역할을 모델로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 “나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좋은 부모가 되는 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자신의 부모님이 하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그것이 옳은 지 그른 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가는 모든 방식을 정당화하면서 자신의 부모님이 주었던 상처를 그대로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좋은 엄마, 아빠의 모습을 꿈꾸며 그렇게 살고 싶지만 실제 삶에서는 과거의 상처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분들이 있어 마음에 갈등을 겪으며 자녀들을 충분히 잘 돌보지 못하며 살아가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모든 이들에게 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무엇이 건강한 가정의 모습이고 무엇이 가정에서 공급되어야 하고 가정 안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그 다음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먼저, 건강한 가정은 어떤 곳이 되어야 할까?
가정은 각 사람이 친밀한 인간관계를 최초로 체험하는 장소로 가정에서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가게 되고 인생에서 중요한 기본적 질문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에 대한 답을 얻게 되는 곳입니다. 또한 사랑의 관계를 처음으로 경험하여 타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래리 발라드, 2010, 가족, 놀라운 하나님의 선물)
그러므로, 처음 가정을 시작하는 남편과 아내는 사랑으로 가정을 시작해야 하고 사랑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서로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계속해서 애정 통장에 있는 애정이 바닥나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안전지대가 되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결혼을 하려고 하기보다 상대방이 나의 필요를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에 결혼 후에 많은 갈등을 경험합니다. 그러므로, 결혼은 이기적인 목적만으로 잘 될어질 수 없습니다. 결혼에는 사랑이라는 끌림의 부분이 있지만 결혼 생활에 대한 또는 서로에 대한 희생과 헌신이 기반되어 있어야 안전한 가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가정 안에서 가정의 구성원들은 “안전 지대 (safe place)”를 경험하게 될 때 그 안에서 자신의 안정감과 정체성을 찾게 됩니다. 안전지대란 무엇일까요? 이것은 애착 이론에서 나온 개념으로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가 바깥 세상을 탐색하게 되고 그러나 힘들면 엄마를 찾고 또 그 안에서 안정감을 얻으면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배우자가 서로 서로에게 이런 안전지대가 되고 부모는 자녀에게 이런 안전지대가 되면 그 가족 구성원들을 세상에 나가서 인생을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안전지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긍정적 반응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고 내가 사랑스러운 존재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안전지대가 되면 부부는 가정에서 재충전을 해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되는데 부부가 서로에게 안전지대가 되지 못할 때 두 사람의 가정은 안정감을 잃어버리게 되고 가정이 아닌 외부에서 안전지대를 찾게 되어집니다. 또한 그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도 가정에서 안전지대를 경험하기가 어렵고 안정감 대신 불안함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게 됩니다.
어떻게 부부는 서로에게 안전지대가 되어질 수 있을까? 갓난 아이들은 언어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안전지대가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무조건 반응해 주어야 하지만 어른 들은 약간 다릅니다. 안전지대가 서로에게 되기 위해서 신체적인 반응 뿐 아니라 언어를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전지대를 만들어 주는 말은 ‘공감과 격려, 이해와 수용’의 언어입니다. 배우자가 정서적으로 힘들어 할 때 그것이 마치 나를 향한 것으로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배우자의 말을 들어 주고 공감해 주며 격려해 줄 수 있을 때 그리고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무조건 내편”이 되어 줄 때 배우자는 서로의 안전지대가 되는 것입니다. 바꾸고 싶은 것, 조언하고 싶은 것, 잘못된 것을 말하는 것을 일단 접어놓고 충분한 공감과 위로와 격려를 먼저 선행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안전지대가 되게 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입니다.
두 번째로 서로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채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고 자라난 환경이 달라서 그 필요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필요가 무엇인지를 알고 채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위해 서로의 ‘사랑의 언어’가 어떻게 다른 지. “남편의 필요, 아내의 필요”가 어떻게 다른 지를 확인해 보는 것 또는 평소에 서로의 필요에 대해서 충분히 표현하는 대화의 시간을 보내서 서로에 대해 다른 필요를 알고 채워주므로 서로는 서로의 안전지대가 되어질 수 있습니다.
가정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기초이기에 가정이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오늘은 건강한 가정은 안전지대가 되어야 한다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내 배우자에게 안전지대가 되어있는가? 점검해 봄으로 나의 가정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모래 늪에 빠지고 나면 빠져나가려고 발에 더 깊이 무게를 두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이 모래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모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일 같이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한 여성분은 그 생각을 안 하려 할수록 생각 속에 더 빠져든다고 한다. 왜 생각은 안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고통이 있으면 고통을 사라지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문제 해결함을 통해 더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고통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된다. 감정적 고통을 이겨 내기 위해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잠을 자고 어떤 사람은 손목을 긋고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신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약을 복용을 하게 된다. 이런 것들은 감정적 고통을 일시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감정적 고통을 더 깊이 느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청년이 실연의 고통을 이겨내고자 술을 마셨지만 점점 더 고통은 심해졌고 우울감이 더 깊어졌다. 그렇게 감정적 고통이 심해지자 ‘죽으면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살 시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 청년도 고통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고통을 사라지게 하는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리노에 있는 네바다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Steve C. Hayes는 인간은 고도의 언어 및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똑 같은 장면을 보아도 다양한 연상, 유추, 해석을 할 수 있어서 고통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수용하고 그 고통이 또 다른 고통을 만들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헤이즈는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라는 그의 책에서 고통에 대해서 두 가지로 이야기를 한다. 고통에는 존재의 고통과 부재의 고통이 있다. 존재의 고통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문제로 인한 고통이다. 예를 들면,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버리고 떠났을 때 상실로 인한 고통이 크다. 이것은 문제 자체가 가져다주는 고통이다. 그래서 문제가 있어서 느끼는 고통을 존재의 고통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고통의 문제에 빠져서 직장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혼자서 괴로워하는 일이 지속이 되면 내가 추구하는 정상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삶의 부재가 생겨서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부재의 고통이다.
존재의 고통을 자꾸 없애려고 하다 보니 거기에 모든 에너지와 삶을 투자해서 결국 부재의 고통 까지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헤이즈의 ‘수용 전념 치료’에서 말하는 이론적 설명이다. 그러므로 존재의 고통을 자꾸 없애려고 하지만 없어지지 않고 감정적 회피 현상만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통을 없애려는 노력을 오히려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에서 말한다.
오랫동안 암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암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암을 친구 삼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우리 삶에 있는 다양한 어쩔 수 없는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수용하면서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 삶의 가치 있는 귀한 것들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고통을 다루는 방법이다.
그러면 어떻게 고통을 감내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최근 우리 딸이 생리통이 심해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 나도 모르게 그 고통 속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 딸도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아프니 죽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쉽게 도달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 중에 하나는 고통이 올 때 고통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 마음에 짐을 싣고 가는 기차가 있는데 그 기차를 다리위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다리 위에서 기차를 보니 기차 한 칸에는 감정이라고 하는 짐을 싣고 가고 있고 또 한 칸에는 생각이라고 하는 짐을 또 한 칸에는 신체 감각이라고 하는 짐을 싣고 있는데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기차에 지금 슬픔이라는 감정이 지나가고 있구나! “, “내 마음의 기차에 지금 ‘다 내 잘못이야 ‘라는 생각이 있구나!“라고 관찰한다.
평소에 내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은 관찰자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하면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고통을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러면 고통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기에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 마음이 구름인 줄 알았는데 구름이 아니고 하늘이며 내 마음이 파도인 줄 알았는데 바다인 것을 알게 된다”라고 헤이즈는 표현한다. 문제가 우리에게 엄습해 있을 때는 그것 만이 우리의 삶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위적 거리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관찰하고 지켜보기 시작하면 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의 기차 외에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는 나뭇잎을 머리로 상상하며 나뭇잎에 내 마음이 실려 있다고 할 때 어떤 것이 있는 지를 흘러가는 나뭇잎으로 관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런 연습은 하루아침에 되어 지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자주 하면 할 수록 더 자연스럽게 되어진다.
그렇게 나의 고통을 느끼고 고통을 수용한 후 필요한 것은 ‘나의 삶의 가치 찾기’ 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기 원하는가? 나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가정, 우정, 직업, 교육, 개인적 성장, 여가, 영성, 시민권, 건강 등에서 가치를 찾아보고 나의 삶의 중요한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에서 보상 (reward)과 긍정적 강화 (사람들의 긍정적 반응)를 경험하게 되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고통이 차지하는 내 삶의 부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전에는 문제가 10 (10이 가장 최악이라고 할 때)으로 보였다면 이제는 2, 3으로 축소되어서 보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내 마음이 구름에서 하늘로 파도에서 바다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내 삶의 고통을 회피로 해결해서 점점 더 괴로워지는 것을 경험한다면 하던 노력을 멈추고 이제는 고통을 수용하는 법을 배워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래 늪에 빠진 사람에게 보다 현명하고 안전한 행동은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투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발에 힘을 주는 것을 멈추고 늪과 함께 최대한 독수리 자세로 가만히 누워서 많은 표면에 접촉하는 것이다.“
서미진 교수 (호주기독교대학 상담학부 / 한인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