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소리 지르지 않는 부모
우리 모두는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길 원합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아이들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와 어려움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 번씩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분노를 쏟아내게 될 때 그것은 아이들을 노엽게 하고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그런 분노의 문제가 가족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되어 고통을 경험하게 되어서 종종 상담소를 찾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팻 홀트와 그레이스 케터만이 쓴 “소리지르는 엄마, 귀 막는 아이들” 이라는 책에는 10살에서 13살 아이들 150명에게 질문한 조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엄마의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은 아주 다양한 답변을 했지만 엄마의 가장 싫은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일하게 엄마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가장 싫고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 참을 수 없다고 대답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두 분의 저자는 다시 500명의 엄마들을 대상으로 왜 소리를 지르는 지에 대해서 연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를 살펴보는 것은 많은 양육자들에게 공감 뿐만아니라 어떻게 변화가 필요한 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가장 많은 답변으로 스트레스가 심할 때,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라고 합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필자는 6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가끔 남편이 출장으로 인해 집을 비울 때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없는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처음에는 열심히 노력을 합니다. 마치 남편이 없어도 혼자서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처럼 열심히 음식도 하고 쇼핑도 하고 병원도 데리고 가고 청소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그러면서 직장 일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 버거워지기 시작하고, 생각만큼 협조해주지 않는 아이들로 인해서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점점 올라가다가, 남편이 집에 돌아오기 전 즈음 되면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도달해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부모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감정을 받아주는 쓰레기 통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아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짜증과 분노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직장에서 에너지를 다 쏟고 집중해서 완벽하게 일들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가정에서 쉼과 보살핌을 받으려고만 하지 자신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무시하기가 쉽습니다. 자신이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작은 일에도 나는 짜증을 잘 내는가?” 를 질문해 보시면 됩니다. 만약 내가 스트레스도 인해서 취약한 상태에 있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녁시간이 되면 에너지 수준이 내려가고 짜증이 많이 나는 엄마들은 아이들 재우는 일은 아빠에게 맡기는 방법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음으로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소리를 지르기 쉽습니다. 이것은 스트레스와 밀접하게 관련된 일입니다. 스트레스 이론에 의하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들을 스트레소 (stressor)라고 하는데 그런 일이 많을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그것으로 인한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할 확률이 커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아이들 학교에 인터뷰도 가야하고 오후에 손님이 와서 집청소에 음식까지 해야 하고 저녁에 추가 미팅이 있을 때 소리를 지르는 일이 발생할 확률이 훨씬 더 커집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미리 집청소와 음식을 준비한다든가 손님은 바깥에서 만나던가 하는 조정이나 또는 충분한 계획을 통해서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해서 감정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좋은 목적을 위해서 손님도 부르고 생일 잔치도 하고 여행도 계획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들로 인해서 관계에 갈등을 경험할 때 좋은 목적은 사라지고 고통만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가정에서 종종 생겨나게 됩니다.
다음으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소리를 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의 이유로 생길 수 있습니다. 여자분들 같은 경우 생리직전에 호르몬의 변화로 모든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하시기가 쉽습니다. 그런 상태에 있는데 아이들이나 남편이 잘 협조를 해주지 않을 때 짜증과 분노를 섞인 말과 행동들을 하기가 쉽습니다. 필자의 경우 한 번씩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 달력을 보면 어김없이 생리 전일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각 외로 생리 직전에 감정적 변화와 어려움을 경험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럴 때는 약간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생리 직전에는 기분 좋게 하는 약속들을 만들어 놓는다 거나 너무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을 시키지 않는다든가 충분한 잠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또는 생리 직전임을 가족들에게 알려서 정서적 도움을 얻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절제가 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소리지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아는 부모들은 죄책감, 수치심,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나쁜 부모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부 부모들은 소리를 지르는 것을 통해 아이들을 통제하게 되었을 경우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자신이 막강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통제의 방법이며 아이들은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부모의 말을 듣는 것이지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불안감을 많이 경험하게 하여서 자율적인 결정에 의한 행동의 변화라 기 보다 수동적인 반응을 보이며 진정한 변화로 가는 것은 오히려 막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소리지르는 부모로 인해서 슬퍼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고 때로는 대항하여 화나서 말대꾸를 한다거나 반대로 움츠러들어서 굴욕감과 수치심을 동반한 낮은 자존감의 아이들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소리를 지르는 부모님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나는 어떤 경우에 소리를 지르는 지 그리고 그것은 무엇 때문인지. 내가 소리지르며 아이들을 대한 것이 그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충분히 생각해 본 다음 소리지르지 않고 아이들을 훈육하기 위한 지혜들을 아주 작은 것부터 노력해보시길 권면 드립니다.
아이들은 정서적인 안정감이 있을 때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부모의 정서적인 안정감에서 나오는 것임을 부모 된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어려움이 닥칠 때 나는 어떻게 하나?
인생을 지나가면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시기나 모양은 다를 수 있지만 어려움은 모두가 다 겪습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이 어떠하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성장을 경험하며 성공을 경험하게 되지만 어떤 사람은 어려움 후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로 인해 후폭풍을 경험하게 됩니다.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 라고 하는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70,80세대들의 중년의 삶을 보여주는 내용인데 첫 회기에서 주인공 남자가 자신의 자녀를 골프 선수로 키우기 위해 자신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좋은 직장을 가졌으나 부모님께 효도 한 번 못하고 친구들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자녀의 꿈을 억지로 이루어 주려고 합니다. 주인공이 닥친 어려움을 융통성 있게 지혜롭게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못 다 이룬 꿈으로 인한 콤플렉스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일에 실패를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놓치 못하는 것이 콤플렉스 때문이라면 그 일을 계속해서 추진하기 보다는 먼저 나의 콤플렉스가 어디에 있느냐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것을 통해 나의 못 다 이룬 꿈과 자녀의 꿈을 분리시킬 줄 알 때 실패를 이겨낼 수 있게 되고 과도한 시도를 하지 않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려움이 오면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는 환경을 탓합니다. 자신은 괜찮은데 환경때문에 자신이 실패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호주에 온지 얼마 안 된 사람이 호주에 오니 호주 사람들이 사람을 차별하고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본다고 하며 호주 사람들 전부가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이라며 단정지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물론 호주에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호주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을 환영해 주지 않는 호주인들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 사람은 적응을 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지 그 사람은 결국 한 달만 호주에 있고 한국으로 되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만날 때 환경이나 남 탓을 하게 되면 우리는 성장을 경험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의 실패가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할 때 우리의 마음에는 적개심이 생기고 원망이 생기고 용서하지 못하는 쓴 뿌리로 인해 결국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됩니다. 원망하는 마음은 표현이 되어질 수밖에 없고 그 마음은 다툼으로 이어져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이 있다면 나는 문제의 화살을 누구에게 잘 돌리는 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는 경향이 있다면 왜 그런 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얼마 전 금쪽 상담소에 출연한 이아현씨은 반복되는 결혼의 실패가 어디에서 오는 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통해 허용적인 양육 방식으로 자라난 환경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어려움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 형성되었고 그것이 반복적으로 결혼 생활에 기여한 부분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어려움이 반복된다면 우연이라고 치부하거나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고 혼자서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깊은 통찰을 얻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인생에 어려움이 오면 너무 쉽게 도전하던 것을 포기해 버립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을 시도는 많이 하지만 끝을 본 것이 없이 실패만 반복합니다. 저의 남편은 아이들이 쉽게 어떤 일을 포기하려 할 때 ‘좋고 가치 있는 일들은 다 어려운 일이다.’ 라고 말해 줍니다. 그래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법을 배우게 격려합니다. 때로는 어려움을 만났을 때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할 때가 있는 데 그것을 배우지 못하면 ‘회피’라고 하는 방어기제 (self-defence mechanism)를 사용하여 그만두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내가 자주 일을 바꾸고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쉽게 좌절감을 느낀다면 내가 회피라고 하는 방어 기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를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움을 만날 때 그것을 성장과 변화의 기회로 삼고 위기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반성적 사고(reflective thinking)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환경과 사람의 기여한 바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각도로 자신의 어려움의 원인을 살펴보면서 나의 감정적 어려움도 존중하면서 동시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삶을 성찰하고 과오를 분석하며 그 결과를 삶에 반영하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감사한 것은 필자의 삶을 돌아보면 산을 넘고 넘는 어려움들이 많이 있었고 그것을 통해 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한 적도 있고 재정적 어려움을 경험한 적도 있고 실패라고 하는 좌절을 경험했지만 그것으로 인한 사람에 대한 원망을 가지게 되고 마음이 딱딱해지며 재정적인 부분에서 연연해 하기보다, 그리고 나의 실패를 지속적으로 생각하며 안타까워 후회만 하기 보다는 관계의 소중함과 지혜에 대한 가르침을 얻고 그리고 재정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삶을 배우고, 실패는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서두르기 보다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되어 더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지만 그 어려움을 대처하는 방법에서 우리는 성장의 길을 걷게 되기도 하고 퇴보하는 길을 겪게 되는 것을 기억하며 최근 경험한 Covid19과 함께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지혜롭게 대처하여 모두가 성장하고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교수,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