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묵자 (墨子), 사랑과 평화의 사상가
차례
1. 인성론
2. 겸애론
3. 반전 평화 운동
4. 민중의 편에 선 혁명가
1. 인성론 (人性論)
1) 인성은 물들여진 것이다(所染論)
* 무릇 군자(君子)가 편안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도리(道理)를 행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과 도리와 성품은 물들여진 것이다. 시경에서 ‘물감은 반드시 잘 선택하고, 물들이는 일은 반드시 삼간다네’라는 노래는 이것을 의미한다. 묵자(墨子)께서 실에 물들이는 것을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풀색에 물들면 푸르고 흙색에 물들면 누렇게 된다. 넣는 물감에 따라 색깔도 변하는 것이다. 유독 털실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가도 물든다. 그러므로 물들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묵자/소염]
* 포악한 사람을 만든 것은 하늘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천성이 포악한 사람을 만든 것은 하늘이 그릇된 것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포악한 사람이 자기만을 위하는 것이 천성으로 된 것이라도 남에게 옳은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성(本性)은 바른 것이 아니고 바르게 할 수 있을 뿐이다.[묵자/대취]
2) 오늘날 도리(道理)는 지배자들이 의식화 한 것
* 후한 장례와 오랜 상례를 고집하는 자들은 반박한다. 묵자의 주장대로 과연 후한 장례와 오랜 복상이 성왕의 도리가 아니라면 중국의 군자들이 그치지 않고 행하여 왔고 붙잡고 놓지 않는 원인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묵자: 그것은 이른바 습관을 편리하게 생각하고 풍속을 의롭다 생각하는 것이다. 옛 월나라 동쪽에 개술국이 있는데 그들은 맞아들을 낳으면 쪼개 먹으면서 다음 태어날 동생을 위한 의식이라고 말하고, 할아버지가 죽으면 할머니를 짊어지고 가서 산에 버리면서 귀신의 처와 같이 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또 초나라 남쪽에는 담인국이 있는데 그들은 부모나 친척이 죽으면 살을 발라내어 버리고 뼈만 묻는데 그래야만 효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또 진나라 서쪽에는 의거국이 있는데 그들은 부모나 친척이 죽으면 장작불로 태워 화장을 하는데 연기가 올라가는 것을 하늘나라에 오른다고 말하고 그래야만 효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윗사람들은 이러한 의식을 정치로 이용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습속이 되어 끊임없이 행해지다 보니 이제는 붙잡고 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어찌 인의(仁義)의 도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이른바 습속을 편리하고 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다.[묵자/절장]
* 습관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면 나는 습관대로 행동한다. 습관이 시키는 대로 나는 행동하는 것이다. 만약 습관이 아직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나는 습관을 만들어내고 그 만들어낸 습관에 의해서 행동한다. 그러므로 천성(天性)은 본래 바른 것이 아니고 바르게 물들일 수 있을 뿐이다.[묵자/대취]
2. 겸애론(兼愛論)
1) 겸애의 뜻
* 만약 온 천하가 모두 아울러 서로 사랑하게 되어 남을 사랑하기를 그 자신 사랑하듯 한다면 그래도 불효한 자가 있겠는가? 부형과 임금 보기를 그 자신 보듯 한다면 어찌 불효를 행하겠는가? 그래도 자애롭지 않은 자가 있겠는가? 아우와 자식과 신하를 보기를 그 자신 보듯 한다면 어찌 자애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효성스럽지 않고 자애롭지 않은 이가 없게 될 것이다. 그래도 도적이 있겠는가? 남의 집 보기를 그의 집 보듯 한다면 누가 훔치겠는가? 남의 몸 보기를 그의 몸 보듯 한다면 누가 해치겠는가? … 남의 집 보기를 자기 집 보듯 한다면 누가 어지럽히겠는가? 남의 나라 보기를 자기 나라 보듯 한다면 누가 공격하겠는가?[묵자/겸애]
* 남의 어버이 사랑하기를 자기 어버이 사랑하듯 한다.[묵자/대취]
* 잠시 그러한 여러가지 해(害)가 생겨나는 원인을 추구해 본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생기고 있는가? 그것이 남을 사랑하고 남을 이롭게 해주는 데서 생겨나겠는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반드시 남을 미워하고 남을 해치는 데서 생겨난다고 말할 것이다. 천하에서 남을 미워하고 남을 해치는 자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따져본다면 그들은 ‘겸(兼)’하는 사람이라 하겠는가 ‘별(別)’하는 사람이라 하겠는가? 반드시 ‘별’하는 사람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서로 ‘별’하는 자들이란 과연 천하의 큰 해를 낳게 하는 자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별’이라 그릇된 것이다 …. 잠시 그러한 여러가지 이익이 생겨나는 원인을 추구해 본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그것은 남을 미워하고 남을 해치는 데서 생겨나는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반드시 남을 사랑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데에서 생겨난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천하에서 남을 사랑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하는 말을 따져 본다면 그들을 ‘별’하는 사람이라 하겠는가, ‘겸’하는 사람이라 하겠는가? 반드시 ‘겸’하는 사람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니 이 서로 ‘겸’하는 사람들이란 과연 천하의 큰 이익을 낳게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래서 묵자는 ‘겸’이 옳은 것이라 한 것이다.[묵자/겸애]
* 아울러 모두가 사랑하고, 아울러 모두가 이롭게 해야 한다.[묵자/상형]
* 아울러 모두 서로 사랑하고, 모두가 서로 이롭게 해야 한다.[묵자/겸애]
*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한다.[묵자/법의]
* 남을 사랑하고 남을 이롭게 한다.[묵자/법의]
*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한 연후에야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사람이라도 사랑하지 않으면 사람을 사랑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묵자/소취]
2) 겸애의 근거
* 하늘의 움직임은 광대하면서도 사사로움이 없고, 그 베푸는 것은 후덕하면서도 은덕으로 내세우지 않고, 그 밝음은 오래가면서도 쇠하여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왕께서는 이것을 법도로 삼았던 것이다. 이미 하늘을 법도로 삼았다면 그의 행동과 하는 일은 반드시 하늘을 기준 삼게 될 것이다. 하늘이 바라는 것이면 행하고 하늘이 바라지 않는 것이면 그만둔다. 그렇지만 하늘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싫어하는 것인가? 결코 하늘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서로 이롭게 할 것을 바라지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며 서로 해칠 것을 바라지 않는다. 무엇으로써 하늘이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서로 이롭게 해주는 것을 바라고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며 서로 해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가? 하늘은 모든 것을 아울러 사랑하고 모든 것을 아울러 이롭게 해주는 것으로써 알 수 있다. 무엇으로써 하늘이 모든 것을 아울러 사랑하고 모든 것을 아울러 이롭게 해줌을 알 수 있는가? 하늘이 모든 것을 아울러 보전하고 모든 것을 아울러 먹여 살리는 것으로써 알 수 있다.[묵자/법의]
* 하늘의 뜻에 따르는 사람은 모두가 아울러 사랑하고 모두 서로 이롭게 하여 반드시 상을 받게 된다. 하늘의 뜻에 반하는 자는 차별을 두어 서로 미워하고 모두 서로 해쳐서 반드시 벌을 받데 된다.[묵자/천지]
2) 겸애의 목표와 방법
* 성인은 천하를 다스리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까닭을 잘 살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일찍이 혼란은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살펴본 일이 있는데, 그것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데서 일어나고 있었다.
신하와 자식이 그의 임금이나 아버지에게 효성스럽지 않은 짓을 하는 것이 이른바 혼란이다. 자식은 자신은 사랑하면서도 그의 아버지는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를 해치면서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아우는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형은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형을 해치면서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신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임금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임금을 해치면서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혼란인 것이다. 또 아버지가 자식에게 자애롭지 않고 형이 아우에게 자애롭지 않고 임금이 신하에게 자애롭지 않다 해도 이것 역시 천하의 이른바 혼란인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자식은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식을 해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형은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아우는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우를 해치면서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임금은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신하는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하를 해치면서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모두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데서 일어나는 것이다. 심지어 천하의 도둑들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그러하다. 도적은 그의 집은 사랑하면서도 남은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을 해침으로써 그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째서인가? 모두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데서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대부大夫들이 서로 남의 집안을 어지럽히고, 제후들이 서로 남의 나라를 공격하는 일도 역시 그러하다. 대부들은 각기 그의 집안을 사랑하면서도 남의 집안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의 집안을 어지럽힘으로써 그의 집안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제후들은 각기 그의 나라는 사랑하면서도 남의 나라는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의 나라를 공격함으로써 그의 나라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천하가 어지럽게 되는 것은 여기에 전부 원인이 있을 따름이다. 이것들이 어디에서 일어나는가를 살펴보건대 모두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데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묵자/겸애]
* 남의 나라 보기를 자기 나라 보듯 하고, 남의 집안을 보기를 자기 집 보듯 하며, 남의 몸을 보기를 자기 몸 보듯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후들이 서로 사랑하게 되면 들판에서 전쟁하는 일이 없게 되고, 집안의 우두머리들이 서로 사랑하게 되면 서로 남의 집의 것을 뺏으려는 일이 없게 되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곧 서로 해치지 않게 된다 … 모든 천하의 재난과 약탈과 원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서로 사랑하여야만 가능한 것이다.[묵자/겸애]
*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도 반드시 그를 따라서 사랑해 줄 것이며, 남을 이롭게 하는 사람은 남도 반드시 그를 따라서 이롭게 해준다. 남을 미워하는 사람은 남도 반드시 그를 따라서 미워할 것이며, 남을 해치는 사람은 남도 반드시 그를 따라서 해치게 될 것이다.[묵자/겸애]
* 반드시 내가 먼저 남의 어버이를 사랑하고 이롭게 해주는 일에 종사한다면, 남도 나의 어버이를 사랑하고 이롭게 해줌으로써 보답하게 될 것이다.[묵자/겸애]
4) 겸애의 사회
* 사람은 어리고 나이먹고 귀하고 천한 이 없이 모두가 하늘의 신하이다.[묵자/법의]
* 힘 있는 사람은 서둘러 남을 돕고, 재물이 있는 사람은 힘써 남에게 나누어 주며, 올바른 도를 아는 사람은 남에게 그것을 권하고 가르쳐 준다. 이렇게 하면 굶주리는 자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고, 헐벗은 자는 옷을 입을 수 있게 되고, 어지러운 자는 다스려질 수 있게 된다.[묵자/상현]
* 힘이 있으면 서로 일해 주고, 올바른 도를 알고 있으면 서로 가르쳐 주고, 재물이 있으면 서로 나누어 준다.[묵자/천지]
*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도 그의 수명을 잘 마칠 수가 있고, 형제가 없어 괴롭고 외로운 사람도 여러 사람들 사이에 어울리어 잘 살아갈 수가 있으며, 어려서 그의 부모를 잃은 사람도 의지하며 제대로 자랄 수가 있다.[묵자/겸애]
* 굶주리면 곧 음식을 먹여주고 헐벗으면 곧 옷을 입혀주며 병이 들면 간호하고 보살펴주고 죽으면 장사지내준다.[묵자/겸애]
4) 평등한 사랑은 공동체(共同體)의 필수조건
* 무마자가 묵자에게 말했다.
무마자: 나는 당신과 다르다. 나는 겸애할 수 없다. 나는 월나라 사람보다 추나라 사람을 더 사랑하며, 추인보다 노나라 사람을 더 사랑하며, 노나라 사람보다 고향사람을 더 사랑하며, 고향사람보다 내 가족을 더 사랑하며, 가족보다 부모를 더 사랑하며, 부모보다 자식을 더 사랑한다. 나에게 가까운 사람을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때리면 아프지만 남을 때리면 아프지 않다. 그러므로 내가 있고 남이 있는 것이니, 남을 죽여 나를 이롭게 할 수는 있지만 나를 죽여 남을 이롭게 할 수는 없다.
묵자: 만약 한 사람 또는 천하가 그대의 말을 따른다면 그들은 당신을 죽여서라도 자기를 이롭게 할 것이다. 또한 그대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당신이 당신을 위해 자기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위험한 말을 실행할 수 있으므로 당신을 죽이려 할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기 목을 매는 것은 자기 입’이라는 속담이니, 죽음이 항상 당신 몸에 이를 것이다.[묵자/대취]
3. 반전 평화 운동(反戰 平和 運動)
1) 묵자의 전쟁관
* 그러면 두루 서로 사랑함(兼愛)과 서로 이익되게 함(交利)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묵자: 남의 몸을 내 몸처럼 생각하고, 남의 집안을 내 집안처럼 생각하고, 남의 나라를 내 나라처럼 생각하라.[묵자/겸애]
* 천하의 크고 작은 모든 나라는 모두 하느님의 고을이며 사람은 어른 아이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하느님의 신하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너희에게 서로를 사랑하고 이롭게 하고, 서로를 미워하거나 해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을 알 수 있다.[묵자/법의]
* 하늘의 뜻은 대국이 소국을 공격하지 않고, 강자가 약자를 겁탈하지 않고, 다수가 소수를 폭압하지 않고, 지혜 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지 않고, 높은 자가 낮은 자에게 오만하지 않기를 바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힘이 있으면 서로 돕고, 도리가 있으면 서로 가르쳐주고, 재물이 있으면 서로 나누기를 바라는 것이다.[묵자/천지]
* 군사들이 전쟁을 하는 것도, 불의를 저지르는 것도 군사들을 그렇게 물들였기 때문이다.[묵자/경설하]
* 지금 왕공대인들과 제후들은 군비와 군사를 양성하여 죄 없는 나라를 공격하는 군사를 일으킨다. 그들은 곡식을 베고 성곽을 부수고 가축을 빼앗고 백성을 죽이며 노약자를 짓밟는다. 왕공대인들은 진격을 명하고 전투를 독려하며 “목숨을 바치는 자는 최상의 상을 받을 것이며, 적군을 많이 죽이면 그 다음 상을 줄 것이요 부상을 입은 자도 상을 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도망하거나 항복하는 자는 용서치 않고 목을 벨 것이다.”라고 병사들을 위협한다.
과연 이러한 전쟁이 하늘에 이로운 일인가? 대저 하늘 백성으로 하늘의 고을을 공격하여 하늘 백성을 죽이는 것이니 이것은 위로 하늘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 그러면 귀신에게 이로운 것인가? 대저 하느님의 백성을 죽이고 귀신의 신주를 멸하고 선왕의 후예를 폐하는 것이니 이것은 귀신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에게 이로운 것인가? 대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사람에게 이롭다고 말하는 것은 얕은 수작이다. 또한 전쟁 비용을 계산하면 백성의 재물을 탕진하고 백성의 생업을 해치는 것이 그 얼마인가? 그러므로 아래로 백성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묵자/비공하]
* 노나라 문군이 묵자선생에게 말했다.
문군: 초나라 남쪽에 식인국이 있는데 그 나라에서는 첫 아들을 낳으면 잡아먹으면서 이것이 다음에 태어날 동생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맛이 있으면 군주에게 바치고 군주는 그 아비에게 상을 줍니다. 이 얼마나 몹쓸 풍속입니까?
묵자: 중국의 풍속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아버지를 전쟁에 보네 죽이고 그 아들이 상을 받는 중국의 풍속은 식인종의 풍속과 무엇이 다릅니까? 인의를 저버린 것은 마찬가지인데 어찌 식인종만을 비난할 수 있습니까?[묵자/노문]
* 여기에 한 사람이 남의 포도원에 들어가 복숭아와 오얏을 훔쳤다면 사람들은 그를 비난할 것이며 위정자는 그를 벌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을 해쳐 자기를 이롭게 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 옷을 벗기고 창과 칼을 빼앗는 지경에 이르면 남의 마굿간에 들어가 소나 말을 훔치는 것보다 더욱 심한 불의(不義)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남을 해친 정도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남을 해치는 것이 많으면 인자하지 못함도 심할 것이고 죄 또한 무거워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천하의 군자들도 다 알고 그것을 비난하고 불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의 나라를 공격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큰 불의에 대해서는 그것을 비난하기는커녕 도리어 따르는 것을 영예로 생각하고 의로운 일이라고 칭송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과연 의와 불의를 구분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묵자/비공상]
2) 전쟁반대(戰爭反對) 유세와 예방
* 공수반이 높은 사다리를 만들어 송나라를 공격하려 했다. 묵자가 소문을 듣고 노나라로부터 길을 떠나 치마를 찢어 감발을 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흘만에 초나라의 도읍인 영에 도착했다. 초왕을 뵙고 말했다.
묵자; 저는 북방의 비천한 사람입니다. 듣자니 대왕께서 송나라를 공격하려 한다는데 사실입니까?
초왕: 그렇소.
묵자: 반드시 송나라를 차지하려고 공격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송나라를 차지하지도 못하고 또한 그것이 불의라고 그래도 공격하겠습니까?
초왕: 송나라를 차지할 수도 없고 또한 그것이 불의라면 무엇하려 공격하겠소?
묵자: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제가 있기 때문에 결코 송나라를 차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묵자/공수]
* 의(義)로운 정치는 어떤 것입니까?
묵자: 대국이 소국을 공격하지 않고, 강자가 약자를 겁탈하지 않고, 귀한 자가 천한 자에게 오만하지 않고, 다수가 소수를 해치지 않고, 지혜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지 않고, 부자가 가난한 자에게 교만하지 않고, 젊은이가 늙은이를 약탈하지 않는 것이다.[묵자/ 천지상]
* 대국이 의롭지 않으면 다 함께 걱정하고, 대국이 소국을 공격하면 다 함께 구해주고, 소국의 성곽이 튼튼하지 않으면 반드시 수리하게 하고, 베와 곡식이 떨어지면 빌려주고, 나라 사이의 교역에서 폐백이 부족하면 공급해주어라. 만약 전쟁을 하는 비용으로 내치(內治)에 힘쓰면 공업(功業)이 배가 될 것이며, 군사를 일으킬 비용으로 적국이 넘어지는 것을 도와주면 반드시 후덕하고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묵자/비공하]
4. 민중의 편에 선 혁명가
1) 의(義)를 위해 목숨을 버려라
* 의를 행함이 능하지 못할지라도 그 도리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이것은 마치 목수가 깎는 것이 능하지 못할지라도 먹줄을 놓지 않는 것과 같다. 내 말은 반드시 쓰여질 것이다. 내말을 버리고 생각을 바꾸는 것은 추숫감을 버리고 이삭을 줍는 것과 같고, 다른 말로 내 말을 비난하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以卵投石) 격이다. 천하의 달걀을 다 던진다 해도 내말은 반석과 같으니 깨뜨릴 수 없을 것이다.[묵자/귀의]
* 나는 하늘(하느님)의 뜻을 품고 있다. 그것은 마치 수레바퀴를 만드는 목수에게 그림쇠와 같고 집을 짓는 목수에게 곡자와 같은 것이다. 이들은 그림쇠와 곡자를 들고 천하의 모난 것과 둥근 것을 재어보고 맞으면 옳다하고 맞지 않으면 그르다 한다. 지금 천하의 선비와 군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글과 이론을 가지고 위로는 제후에게 유세하고 아래로는 선비들에게 유세하지만 그것들은 어짊과 이로움과는 너무 어긋나는 것이다. 무엇으로 그것을 알 수 있는가? 나는 천하의 밝은 법도인 하늘의 뜻을 알고 그것으로 재어보기 때문이다.[묵자/천지]
* 한 사람을 죽여 천하를 보전했다 하더라도 그 살인은 천하에 이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자기를 죽여 천하를 보전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천하를 이롭게 한 것이다.[묵자/대취]
* 제자인 고자가 묵자에게 말했다.
고자: 저는 나라를 다스려 바르게 할 수 있습니다.
묵자: 정치란 입으로 말한 것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입으로 말한 것을 몸소 실천하지 않으니 그대 자신도 어지럽다. 그대는 자신의 몸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묵자/공맹]
2) 구체제(舊體制)를 혁파(革罷)하라
* 공맹자: 군자는 새로 지어내지 않고 옛 것을 말할 뿐이다.
묵자: 그렇지 않다. 옛 것을 말할 뿐 새로 지어내지 않는 것은, 반대로 옛 것을 말하지 않고 새로 지어내기만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나는 옛 사람의 좋은 것을 말하고, 지금 사람의 좋은 것을 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것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묵자/경주]
* 무릇 말과 행동은 하느님과 귀신과 백성에게 이로우면 하고, 해로우면 하지 말라. 무릇 말과 행동은 삼대 성왕에 합당하면 하고, 삼대폭군에 합당하면 하지 말라.[묵자/귀의]
3) 민중(民衆)의 편에 서서
* 지금 사람을 버리고 옛 임금을 기리는 것은 해골을 기리는 것이다.[묵자/경주]
* 천하를 위해 우 임금을 후대하는 것은 우 임금이 사람을 사랑한 것을 위한 것이다. 우 임금이 한 일을 후대하는 것은 천하에 보탬이 되지만, 우 임금 자신을 후대하는 것은 천하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묵자/대취]
* 옛날 무왕(武王)이 태산의 신굴에서 하늘 제사를 거행할 때, 축문에 이르기를 “신령스런 태산의 신이여! 삼가 주왕의 후손이 제사를 올립니다. 제사는 이미 폭군 주에 의해 더렵혀졌습니다. 이제 어진 이윤(伊尹)이 일어났으니 중국과 남만과 동이의 백성을 구제하려 합니다. 비록 주나라 친족이 있으나 어진 이윤에게는 미치지 못합니다. 만방에 죄가 있다면 오직 저 한 사람의 허물입니다.”라 했다. 이 말은 무왕의 겸애를 말한 것으로 나는 지금 그의 겸애를 행하는 것이다.[묵자/겸애]
* 그러므로 옛 성왕이 정치를 함에 있어 이르기를 “의롭지 않은 자는 부하게 하지 말고, 귀하게 하지 말고, 사랑하지 말고, 가까이 하지 말라”고 했다.[묵자/상현]
4) 운명론은 폭군의 속임수(非命論)
* 내가 운명(運命)이 있고 없음을 아는 방법은 많은 사람의 귀와 눈이 그것을 실제로 보고들은 것이 있으면 있다고 말하고, 보고 들은 것이 없으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옛말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태어난 이래 운명이라는 물건을 본 바도 없고 운명의 소리를 들은 바도 없다. 그러므로 일찍이 운명은 존재한 바가 없었던 것이다.[묵자/비명]
* 은나라와 주나라의 시와 서에 의하면 운명론은 폭군이 지어낸 것이다. 옛 삼대의 포악한 임금들은 반드시 ‘망하는 것도 내 운명이었고 곤궁해진 것도 내 운명 때문이었다’고 말한 것이다. 이러한 운명론을 번지르르 하게 꾸며 민중을 교화하여 순박한 사람들을 어리석게 만든 지가 오래되었다.[묵자/비명]
* 운명론을 고집하는 유가(儒家)들은 주장하기를 ‘안위(安危)와 치란(治亂)은 오직 천명(天命)에 달렸으니 덜고 더할 수 없다’고 말한다. 유가들이 이러한 운명론으로 도를 삼고 가르치는 것은 천하 인민을 해치는 것이다.[묵자/비유]
* 삼가하라! 천명은 없다. 오직 너희는 사람을 높이고 말을 지어내지 말라. 운명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옛날 걸왕이 어지럽힌 것을 탕왕이 다스렸고, 주왕이 어지럽힌 것을 무왕이 다스렸다. 이것은 세상이 바뀐 것도 아니고 백성이 변한 것도 아니다. 임금의 정치가 변하고 백성의 교화가 바꾼 것이다. 안위와 치란은 임금의 정치에 달려 있는 것이니 어찌 운명이 있다고 하겠는가.[묵자/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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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墨子(책)
BC 390년경에 만들어진 책. 난세에 겸애와 비공 등을 주장한 묵가의 실천강령. 유가에 대항한 묵자의 언행을 제자들이 모은 것으로 모두 71편. 현재 남아있는 것은 53편.
묵자 墨子(사람, BC 479?–381?)
옛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성은 묵(墨) 이름이 적(翟). 기원전 5세기 중반에 태어나 기원전 4세기 전반에 세상 떠남. 노나라에서 태어나 유가의 예악지상주의에 혐오감으로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수립. 당시 유가나 법가 등은 봉건 지배계급이었던 사대부들의 입장을 대변한 학파였던 데 비하여 묵적은 피지배계급인 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상가였음이 특징. 한때 유가에 대항하는 가장 큰 학파로 성장하였으나 전국시대의 종말과 함께 급격히 쇠퇴. 한나라가 유교를 국교로 세우자 묵적의 사상은 완전히 말살됨. 청나라 말에 들어 근대의 박애와 평등의 개념에 가까운 그의 사상이 새로이 조명받기 시작함.
* 추천할만한 텍스트
.묵자/ 묵자 저/김학주 역/명문당/2014.5/1144쪽/값 35,000원
.묵자/ 묵자 저/기세춘 역/바이북스/2009.2/936쪽/값 50,000원
.묵경 1, 2/ 묵자 저/염정삼 역/한길사/2012.8/셋트 값 58,000원
.묵자, 그 생애, 사상과 묵가/ 김학주 저/명문당/2014.12/498쪽/값 25,000원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임건순 저/시대의 창/2015.1/560쪽/값 28,000원
.예수와 묵자/ 문익환, 기세춘, 홍근수 공저/바이북스/2016.4/362쪽/값 16,000원
.묵자가 필요한 시간/ 천웨이런 저/윤무학 역/378/2018.1/528쪽/값 25,000원
김춘택
시드니 동양고전읽기 주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