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과 라틴어 인문학’ 중에서
나에게 연주하게 되네요 / Hoc quoque transibit / 게으른 사람이 학구적인 사람 보다 / Amor est vitae essentia / 서양 사람들에게는 시계가, 아프리칸들에게는 시간이 있다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4) _ 5월 4일
6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하여 한국이 낳은 세계적 바이올린니스트가 된 정경화 선생이 한 2년 전 70살이 되어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한 기사를 읽고 메모해 놓은 잡기장이 있습니다.
“젊었을 땐 부모님을 위해서, 선생님 때문에, 조금 더 커서는 나라를 위해서 연주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70이 넘으니 나는 나 들으라고, 나에게 연주하게 되네요”
“제 평생의 선생님인 갈라미안은 말씀했어요. – 못 견디게 힘들 때가 사실은 제일 잘 되는 순간이야-”
“바이올린 – 이 작은 악기는 겸손하지 않는 사람, 감사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릴 내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내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서 겸손과 감사를 테스트합니다”
전에 신학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칠 때 저는 학생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생토록 잊지 마십시요. 당신이 하는 설교의 첫 청취자는 평생 당신 자신이어야만 합니다“
오늘도 이 잡기장의 처음 독자는 저 자신입니다.
‘인문학 라틴어’ (3) _ 5월 5일
Hoc quoque transibit.
(호크 쿠오퀘 트란시비트)
이것 또한 지나간다.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다 지나가고 흘러간다.
기쁨도 명예도 희망도, 슬픔도 절망도 고통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모두 다 지나간다는 경구입니다.
성서에 직접 나오는 귀절은 아닌데 지혜의 왕 솔로몬이 한 말이라고 전해집니다.
또 솔로몬의 부친 다윗왕이 끼고 있던 반지에 써 던 글귀라는 말도 있습니다. 다윗왕은 전쟁에서 이겼을 때나, 패배했을 때나 늘 이 반지를 보면서 교만이나 혹은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Carpe diem
좋은 하루되세요.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5) _ 5월 6일
“게으른 사람이 학구적인 사람 보다 훨씬 철학적이다. 늙으면 게으르게 살줄을 알아야 한다.
노인이 부지런한 것은 젊은 사람들을 모독하는 일이 된다.
노인이 되면 사랑할 것도 미워하게 되고 미워해야 할 것도 사랑하려고 한다.
노인이라고 하면서도 놀라고 흥분하는 것은 아직 철이 들지 못한 증거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에피큐리안들이 일러준 말을 상기하면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합니다.
실제로 게으르게 살려고 하면 거기에도 많은 준비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게으른 것은 그냥 게으른 것이 아닙니다.
게으른 것은 느긋하게 생각하고 침착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게으른 것은 건너뛰는 것이고, 잊어버려주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이 급변하는 시대, 다음 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 속에서는 순간 순간 마다 새로운 것들을 전해주는 뉴스나 SNS나 카톡이나 이메일에 너무 급하게 흥분하거나 좌절하면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느긋하게, 침착하게, 건너뛰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리라 마음먹습니다.
친구 여러분, 오늘도 우리 조금 게으르게 사는 연습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인문학 라틴어’ (4) _ 5월 7일
Amor est vitae essentia.
(아모르 에스트 비태 엣센티아)
love is life essence.
Love is the essence of life.
사랑이 삶, 인생, 생명의 본질이요, 기초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젯밤에 이성열 선생님이 보내주신 영상을 보고 ‘오늘의 인문학 라틴어’를 Amor est vitae essentia로 보내드립니다.
Carpe diem.
사랑하고 사랑받는 하루되세요.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6) _ 5월 8일
‘서양 사람들에게는 시계가 있고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시간이 있다’
‘Westerners have watches Africans have time’ (African proverb)
시계와 시간, 문명과 자연, 억지와 순리, 파괴와 보존, 쫓김과 여유, 경쟁과 공존, 미움과 사랑, 독점과 나눔, 억압과 자유, 물질과 정신, 질병과 치유, 불행과 행복.
이제 우린 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범을!
시계, 문명, 억지, 파괴, 쫓김, 경쟁, 미움, 독점, 억압, 물질이다!
어서 시간과 자연, 순리와 보존, 여유와 공존, 사랑과 나눔, 자유와 정신, 치유와 행복의 새 아침을 맞이하게 하소서.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