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과 라틴어 인문학’ 중에서
잡고있는 것이 많으면 / Carpe diem / 내 고향은 ‘흙’입니다 / Memento Mori / 나의 Frenemy는 나 자신입니다
인문학친구 여러분, 몸과 마음이 어려운 때 모두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홍길복입니다. 오랜만에 문안 인사를 드립니다.
(코로나19로) 우리 인문학교실은 모이지 못하고 또 앞으로도 몇 달을 더 만나기가 어려울지 예측하기가 아직은 어렵군요.
그래도 친구여러분, 모두 모두 이 어려운 때를 참음과 기다림 속에서 잘 견디어 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모이지 못한 지난 두어 달, 아무런 나눔도 드리지 못해서 참 미안합니다.
그러나 회의한 대로 오늘부터 (4월 27일 현재) 저는 월, 수, 금, 아침에는 늘 남겨놓는 잡기장 노트에서 한귀절씩 살아있다는 표시로 ‘홍길복의 잡기장’을 한마디씩 올릴게요. 그리고 화, 목, 아침에는 ‘인문학 라틴어’로 간단한 라틴어 단어나 문장 하나씩 올릴게요. 그냥 하루 하루를 기다리면서, 사랑과 보고픔을 나누는 뜻에서요. 사랑합니다. 보고싶습니다. _ 홍길복 드림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1) _ 4월 27일
잡고있는 것이 많으면
손이 아프다.
들고있는 것이 많으면
팔이 아프다.
이고있는 것이 많으면
목이 아프다.
지고있는 것이 많으면
어깨가 아프다.
보고있는 것이 많으면
눈이 아프고,
생각하는 것이 많으면
머리가 아프고,
품고있는 것이 많으면
가슴이 아프니라.
너는 지금 어디가 아프냐?
훨훨 털어 버려라.
훨훨 날려 버려라.
그럼 아무 데도 아프지 않느니라.
‘인문학 라틴어‘ (1) _ 4월 28일
– Carpe diem
(카르페 디엠)
Carpe – 잡아라, 영어로는 Seize.
diem – 그 날, 오늘, 영어로는 the day, today.
‘오늘을 붙잡아라’ ‘Seize The day’
‘오늘을 붙잡으라’ ‘오늘에 충실하라’ ‘오늘을 즐겨라’
(Horatius 의 ‘송가’에 나오는 싯귀중 한토막)
이 라틴어 문장들은 소리내어 읽으시고 따로 작은 공책이나 종이에 계속해서 쓰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2) _ 4월 29일
– 내 고향은 ‘흙’입니다.
나는 흙에서 왔고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내 책상머리에는 붓으로 ‘흙’이라고 쓴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나는 아침 마다 그 액자를 쳐다봅니다.
그리고 확인합니다.
‘나는 흙이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라틴어로 ‘흙’을 Humus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나온 단어가 Humility – 겸손- 입니다.
그런데,
이렇듯 아침엔 겸손으로 시작하지만, 점심땐 교만으로 치솟다가, 저녁이 되면 속상해지는 게 저의 반복되는 일상의 모습입니다.
‘인문학 라틴어‘ (2) _ 4월 30일
– Memento Mori
(remember to die)
기억하라. 죽는다는 것을!
Carpe diem과 함께 자주 쓰는 라틴어 중 하나입니다.
이 경구의 유래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로마공화정 시대, 전쟁에 나가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의 개선식에선 항상 네 마리의 백마가 끄는 전차에 비천한 노예 한명이 개선장군의 곁에 앉아서 memento mori라고 계속해서 말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위대한 순간에서라도 결국 인생이란 죽는 존재임을 상기시켜 주었던 것이지요.
또 하나의 이야기는 예전 로마의 황제에게는 매우 특별한 직책을 지닌 신하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아침마다 황제가 잠에서 깨어나면 제일 먼저 침실로 들어가서 memento mori라고 외치는 것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천하의 황제라 할지라도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나 저나 여러분들에게도 매일 아침마다 이런 보이지 아니하는 하늘의 전령이 나타나서 memento mori라고 깨우쳐 주면 참 좋겠습니다.
Memento Mori
Carpe diem !
좋은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홍길복의 세 번 째 잡기장‘ (3) _ 5월 1일
– 나의 Frenemy는 나 자신입니다.
새 영어 단어 하나를 배웠습니다.
하루에도 수십개 이상의 옛 말은 사라지고 또 새로운 단어들이 생겨납니다.
나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외국어 만이 아니라 한국말도 요즘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대사를 알아들을수 없을 지경으로 언어변화의 속도가 빠릅니다.
Frenemy란 영어 friend와 enemy, 친구와 적의 합성어 입니다. 겉으로는 친구처럼 가깝지만 속으로는 적이나 다름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친구처럼 가까운데 적처럼 경쟁하는 사이, 친구처럼 잘해주는데 상처도 주고 배신감도 주는 사람.
아! 그렇구나,
차라리 드러내놓고 적으로 등장한 사람은 적인줄 알고 대하면서 준비도하고, 그러려니 할텐데, 겉으로는 늘 웃으면서 살갑게 대해주는 친구도 그 속을 믿을 수가 없을 때가 얼마나 많으냐?
그런데 나는 가끔 나 자신을 보면서 소스라치곤 합니다.
나의 친구 같은 원수, 적과 같은 친구, Frenemy는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달을 때입니다.
나에 대한 최대의 원수는 언제나 나 자신입니다.
Carpe diem.
좋은 주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