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더 이상은 소유의 시대가 아니라, 공유의 시대이다
– 지역을 함께 살리는 ‘시민자산화’ 이야기
4차 산업의 혁명과 함께 IT 기술은 놀랍도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인지 혁명이나 농업 혁명이나 산업 혁명의 시기와는 속도와 변화의 수준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의 분배 또한, 가진 자들은 더 가지게 되고 없는 자들은 더 잃게 되는 역삼각형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가지 시스템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 북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과 같은 공간을 통하여 공유를 통한 새로운 문화적 창조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있지만 오프라인상에서 만들어지는 일들도 있습니다. 바로, 공유와 나눔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자산화’ 운동입니다. 오늘은 시민자산화를 통하여 지역 사회를 살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 봅니다.
영국 축구 명가 리버풀FC의 안필드(Anfield) 홈구장 건너편에는 유명한 동네 빵집이 있습니다. 리버풀 지역 명물 ‘스카우스 파이’가 특히 맛있기로 유명한 ‘홈베이크드(Homebaked) 베이커리’입니다. 홈베이크드 베이커리가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파이 말고 또 하나가 있습니다. 재개발 구역으로 묶이면서 2010년 문 닫은 예전 빵집을 주민들 힘으로 다시 살려냈기 때문입니다.
안필드 주민들은 빵집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2012년 공동체토지신탁(CLT)을 조성하고, 크라우드펀딩으로 1만8500 파운드(약 2700만원)를 모았습니다. 축구 경기가 열리면 임시로 가게를 열어 스카우스 파이를 1000파운드씩 팔아치우며 자금을 보탰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3년 10월 홈베이크드 베이커리는 다시 안필드 주민들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현재 지역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동네 빵집, 카페, 공동 주택 등의 ‘주인’이 되는 ‘시민자산화’ 물결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 붕괴, 주거난, 젠트리피케이션 등 급속한 도시 개발에 따른 부작용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현재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서구권 국가 곳곳에서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자산화의 핵심은 지역 자산을 다수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이 지역 사회 전반에 흘러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은호 나눔과미래 시민자산화센터장은 이러한 구조해 대하여 “특정 주체가 자산에 관한 모든 권리뿐 아니라 자산의 가치가 창출하는 이익까지 독점하는 구조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런 큰 틀 안에서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시민자산화를 시도해보며 여러 모델을 만들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 해외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자산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민은 직접 지역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북동부 투자 협동조합(North East Investment Cooperative, NEIC)’을 결성했습니다. 지난 2011년 출범한 NEIC는 조합원들의 기본 출자금 1000달러와 추가 투자금을 모아 이듬해 미니애폴리스 중심가의 빈 건물을 사들여 수제 맥주 양조장과 독일 빵 전문 베이커리를 열었습니다.
비영리재단이 나서 시민자산화를 위한 협동조합 설립을 돕기도 합니다. 영국의 ‘플런캣(Plunkett)재단’은 폐업 위기에 놓인 마을의 펍(pub)을 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에서 사들여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시민자산화를 위해 별도 회사를 세우기도 합니다. 독일의 ‘엑스로타프린트(Exrotaprint)’는 비영리 유한책임 회사가 있습니다. 베를린의 옛 산업단지 내 건물의 세입자들이 매물로 나온 건물을 사들이기 위해 세운 회사입니다. 엑스로타프린트의 건물은 현재 예술가, 개인사업자,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유 작업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민관이 합작해 세운 회사가 쇠락한 상업지구 개발을 위해 시민자산화 전략을 취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시 정부가 지분을 75% 가량 보유한 ‘세마에스트(SEMAEST)’는 2004년부터 ‘비탈카르티에(Vital’Quartier)’란 이름으로 빈 부지와 상점을 매입해 소상공인들에게 저렴하게 장기 임대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비공식 연합체가 시민자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스타트 인 데 마크(Stad in de Maak)’는 2014년 한 부동산 개발 회사로부터 로테르담의 비어 있는 건물 8채를 10년간 무상으로 임대를 했고 현재 이 건물들을 주거 공간, 작업실, 문화 강좌 공간 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시민자산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광진구 기반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광진주민연대’는 지상 4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사들여 지난해 11월 공유 공간 ‘나눔’을 열었습니다. 회원 단체들의 사무실을 비롯해 생협, 병원 등이 주변 시세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공간을 쓰고 있습니다. 소유권은 아니지만 사용권을 시민 출자로 사들이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터무니있는집’은 시민이 최소 100만원부터 출자해 목돈 없는 청년들의 주택 보증금을 내주는 구조입니다. 올 4월 서울 성북구의 터무니있는집 1호에 입주한 청년 6명은 월 10만원 안팎의 주거비만 내면 되는 구조입니다.
조만간 서울 마포구에서도 새로운 시민자산화 모델이 등장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염리동에서 협동조합 카페 ‘나무그늘’을 운영하는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이하 ‘나무그늘협동조합’)은 올해 안에 다른 두 협동조합과 함께 건물을 매입할 예정입니다. 나무그늘협동조합은 지난해 2월 상승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5년 넘게 사용해온 정든 공간을 떠나야 했습니다.
근처 다른 공간으로 옮겼지만 카페가 안전하게 자리 잡을 새 둥지가 더 절실해졌습니다. 박영민 나무그늘협동조합 상무이사는 “세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최대한 자금을 모으고, 나머지는 주식회사를 설립해 일반 시민들의 투자를 받아 충당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도 주식회사의 주주가 돼 시민자산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박 이사는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의 자산화 사례가 다른 공동체들에 영감을 주는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민자산화는 다수 시민이 공동 소유의 자산을 마련해 사용·운영·관리할 권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의 횡포로 지역의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이건 현상은 약자에게는 더 이상의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상황까지 다다르게 하였습니다.
지금 사회의 모습은 물위에 떠 있는 배가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 균형을 잃고 침몰하는 것과 같이 불안한 모습인 것이 사실입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균형잡힌 모습이 안정감을 주는 것처럼 사회의 구조 또한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잘못 이해하면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성경적 경제구조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초대교회 시절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함께 힘을모아 돕기도 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생각보다는 더 많이 나누려는 노력들이 그런 것입니다.
억지로 하면 공산주의가 되지만 자발적으로 하면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시민자산화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커지는 하루입니다.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호주한인극단 메시지’를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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