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28)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명문들 중에서(1)
‘시드니 인문학교실’은 그동안 서양철학사를 중심하여 ‘인간을 탐구하고 자아를 성찰’해 보자는 목포를 갖고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모여 책도 읽고, 준비해온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토론도 해 왔습니다. 문사철과 시서화를 폭넓게 고루 공부하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습니다.
역사, 정치, 경제, 자연과학, 미술, 음악, 문학, 심리학, 사회학, 커뮤니케이션, 종교 등을 한 두 번씩 나누어 보긴했지만 문학 작품을 직접 읽고 이야기를 나눈 것은 두 번 있었습니다. 한번은 토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019년 2월 – 주경식 교수) 이었고 또 한 번은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2019년 11월 – 최진 선생) 였습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1821 ~ 1881)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백치’ ‘악령’ 같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러시아의 소설가요, 사상가로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양대 문호 중 한 사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저는 한 20여년 전 모스크바에 몇주 머물러 있을 때, 주말 저녁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새벽에 상트 페테르부르크 (St. Petersburg)에 도착했습니다. 북유럽의 베니스라고 말하는 그곳에 들려 그 유명한 에르메타주 박물관, 겨울궁전, 그리스도 부활성당, 성이삭성당 등등, 러시아의 문화, 역사, 정치의 현장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오전엔 긴 시간을 에르메타주 (The State Hermitage)에서, 헨리 나우웬 (Henry Nouwen)을 따라, 렘브란트 (Rembrandt)의 ‘돌아온 탕자’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엔 도스토예프스키를 찾아 유명한 뎁스키 수도원 안에 있는 공원묘지를 찿아갔습니다. 150년이 가까이 된 그의 묘지에는 오래된 십자가와 그의 흉상이 새겨 있었고 비석에는 이름과 함께 알지 못하는 러시아글씨가 쓰여 있었습니다. 저를 안내해 주신 분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 글은 ‘요한복음 12장 24절 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말하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 하면 한 알 그대로 있으려니와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저는 그의 대표적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지금까지 3번 읽었습니다. 제일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1998년, 당시 18년 동안 일했던 한 교회를 사임하고 아픔과 회한 가운데 있던 때였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무덤 앞에서 저는 젊은 시절, 제 인생 길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명언을 속으로 욺조리면서 짧은 기도를 받쳤습니다.
“만일 어느 누군가가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그럼 나는 그 진리를 포기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겠다” – 도스토예프스키의 그 말은 지금도 때때로 제 갈등하는 인생길의 안내문이 되곤 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니콜라이 1세 치하에서 반체제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1849년 12월, 그는 러시아 셰머노프 사형장의 사형대 위에 섰습니다.
‘사형 집행 5분 전이다!’ 집행관이 소리쳤습니다.
시간은 흘렀습니다.
‘자 이제는 사형을 집행하겠다!’
그런데 집행관이 소리치던 그 시간, 멀리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멈추시오! 형집행을 멈추시오!’
한 병사가 황제의 칙령을 가지고 달려왔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죽이지 말고 시베리아로 유배를 보내라’
그래서 그는 극적으로 살아났고 그 후 4년간의 시베리아 유배생활을 통해, 삶과 죽음, 고통과 절망의 관문들을 통과 하면서 위대한 문학, 위대한 인생을 엮어가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더 제 인생의 안내문이었던 그 귀절을 앞에 쓰면서 그 외 그가 남겨 놓은 명문들 중 몇개를 추려봅니다.
* 만일 어느 누군가가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낸다면, 그럼 나는 그 진리를 포기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겠습니다.
* 산다는 것은 하느님이 내리신 선물입니다.
* 인생이란 5분이 모여서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긴 인생도 모두 5분의 연속일 뿐입니다.
* ‘내일 죽는다 하더라도 오늘 이 일을 할 것인가?’ 그걸 물어 보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 인생이 불행해 지는 것은 자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 인생에 고통이 없다면 그건 인생이 아닙니다.
* 실패했다고 낙심하지 말아야 하듯이, 성공했다고 날 뛰지도 말아야 합니다.
* 가장 가혹한 형벌은 의미 없는 삶을 지속하게 하는 것입니다.
* 인간은 불행해 지면 생각하게 되지만, 행복해 지면 있던 생각 마져도 버리는 존재입니다.
Carpe diem !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