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칼럼
심리학자 아빠가 들려주는 우리 아이 잘 키우는 법 1: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무엇일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여러 답이 가능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놀라울 정도로 쑥쑥 자라고 어느새 청소년, 성인이 되어서 부모를 놀라게 한다. 어린 아이를 보라.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기어 다니고 걸음마를 하고 또 달리기까지 한다. 또 가르쳐주지 않아도 친구를 사귀고 어느새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연애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의 노력과 관심보다 더 많은 결과를 보이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이다. 그런 면에서 어떤 부모들은 아이 키우는 일이 정말 쉬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때로는 안아주고 예뻐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 할 때도 있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음식, 장난감, 교재 같은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사랑과 관심 같은 심적인 지원, 교육과 지도 같은 지적인 지원,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사, 친구, 선후배 같은 다양한 인적인 지원까지도 필요하다. 이처럼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의 격언은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 있겠다.
많은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가? 부모들은 첫 아이를 키울 때 대부분 ‘초보’이다. 아이를 이전에 키워본 경험이 없기에 숙련되지 못하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에도 기본적인 교통신호에 대한 이해와 같은 지식과 얼마 이상의 훈련이 필요하며, 이 과정을 통해 공인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자녀양육에 있어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무런 기초적인 준비도 없이 어느 날 부모가 된다. 자격증이 없다고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지 않지만 그만큼 초보양육의 대가는 크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다 지치기도 하고, 부부 간의 의견차이로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이러한 갈등이 부부 간의 불화로 커지기도 한다. 또한 부모와 아이와의 갈등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아이는 아이대로 상처를 받고, 부모는 부모대로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문제가 가정의 문제로,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문제로 커지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정서적 지원인 ‘사랑’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적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존 B. 왓슨(John B. Watson, 1878~1958)은 “나에게 열두 명의 건강한 영아를 맡겨보라. 잘 만들어진 나의 특수한 세계 속에서 아이들을 자라게 한다면 나는 아이를 내가 원하는 어떤 직업으로도, 예컨대 의사나 변호사, 화가, 사기꾼, 심지어는 거지나 도둑으로도 키울 수 있다”고 장담한다. 물론 그의 말이 다소 지나친 자만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가 차용한 많은 심리학적 이론들은 자녀양육과 관련되어 타당성이 검증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예를 ‘연합(association)’이라는 행동주의 개념을 알아보자. ‘연합’은 어떤 A라는 사건과 B라는 사건이 여러 번 짝지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런 연합이 여러 번 발생하게 되면 우리는 A라는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B라는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연결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왜 청소년인 남자아이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가? 밥 먹을 때 식탁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빨리 밥만 먹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가? 부모는 속상한 마음에 밖에 좀 나오라고, 말 좀 해보라고 하지만 아이는 묵묵부답이다. 이러한 경우 아이에게는 ‘부모’와 ‘잔소리’라는 두 가지 사건이 연합 되어있는 것이다. 즉, 부모가 아이를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하기 때문에(예. “왜 밥을 그렇게 깨작깨작 먹니?”, “머리 꼴이 그게 뭐니?” 등) 아이는 부모를 볼 때마다 불안, 불쾌감을 느끼고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하지만 부모는 자신과 부정적인 경험이 연합되어 가는 줄도 모르고 더 잔소리만 늘게 된다. 물론 아이는 부모를 더 피하게 된다.
이런 지식을 습득한 부모는 같은 문제에서 훨씬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지혜롭고 끊임없이 배우는 부모를 통해 자녀양육은 가장 어려운 일도 가장 쉬운 일도 아닌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 될 수 있다.
5월은 한국에서 말하는 가정의 달이다. 5월의 시작과 끝을 자녀양육 세미나를 통해 심리학과 상담의 전문적 지식을 갖추는 기회가 되어, 부디 ‘지혜로운 부모’가 되길 바란다.
김기환 교수
(호주기독교대학 상담학과 교수, 서울대 심리학 박사,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임상심리전문가)
– 호주 기독교 대학 가정의 달 5월 ‘자녀 양육 세미나’ 일정
.1차: 2019년 5월 2일 오전 9시 30분 – 오후 2시 30분
.2차: 2019년 5월 31일 오전 9시 30분 – 오후 2시 30분
.장소: ACC Sydney Rhodes Campus : 9 Blaxland Rd Rhodes
.연락처: 02 -6255 -4597, info@accu.edu.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