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재미있게 살아라
2019년이 어느 덧 한 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한 해의 끝인 12월과 한 해의 시작인 1월은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빨리도 달아나는 것 같습니다. 달아나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동행할 수는 있다는 생각에 2019년에도 작은 생각들을 모아서 글로 써 봅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때 보다도 빠른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곳곳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창의성’이라는 단어입니다. 오늘은 창의성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그럼, 창의성(creativity)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요? 바로, 교육 심리학 용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어는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서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거나,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을 말하며 매우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초기에 창의성은 주로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을 포함하는 확산적인 사고의 관점에서만 연구되었습니다. 그러나, 후에는 수렴적인 사고와 확산적 사고를 포함하는 다양한 지적 능력, 인성, 지식, 환경의 총체적인 관점까지 연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창의성은 의식적 사고, 노력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사고와 노력(부화, 통찰)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기도 합니다. 창의성은 비판적인 사고, 창의적 사고, 초인지적 사고, 의사결정 사고 등과 같이 여러 가지 사고 유형의 하나로 간주되기도 하고, 모든 사고 유형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나는 가장 고차적인 사고능력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창조성은 우리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지적 자원인 동시에 이 시대를 이끌어갈 힘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창의성에 관한 몇 가지 오해들이 있습니다.
첫째, 창의성은 단지 ‘지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매일매일 습득하는 지식이 창의성의 기초적인 재료가 되긴 합니다. 그러나, 지식만으로 창의성이 생기진 않습니다. 사실 창의성은 ‘지식’보다 ‘태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태도로 사물을 대하는가’가 창의성을 만드는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에 대하여 ‘왜’라고 질문하는 태도나 나에게 옳은 것이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열린 사고가 창의성을 점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창의성은 오랜 시간 관습적이거나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들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왜’라고 질문을 던지는 그 순간에 주방에서 가스 불이 올라오고 캠핑장의 장작에 불이 붙는 것과 같은 점화되는 현상인 것입니다
둘째, 창의성은 ‘개인의 역량’에 관한 문제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창의성은 ‘문화’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창의성을 높이려고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창의적 소산물은 결코 개인의 역량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은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 태어났어도 똑같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질문을 바꿔 최근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적 발명들인 자율 자동차, 인공지능, 3D 프린터, 하이퍼루프 등은 왜 대부분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많이 나타났을까요? 미국 사람들의 역량이 평균적으로 한국 사람보다 뛰어나기 때문일까요? 나라별 국민들의 역량을 조사한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창의성은 수직적인 문화보다는 수평적인 문화에서 발생하며 상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문화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문화에서 더 많이 작동됩니다.
셋째, 창의성은 재미와 같은 의미의 단어입니다. 창의성의 본질은 ‘동기’와 ‘재미’에 있다는 말입니다. 프린스턴대 심리학 교수인 글럭스버그가 1960년대 초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촛불 실험을 했습니다. 이 촛불 실험은 창의성과 동기의 관계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전해줍니다. 그는 먼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양초를 벽에 세우되 촛농이 떨어지지 않게 하라”는 과제를 줬습니다. 한쪽에는 시간을 재서 빨리 해결하면 20달러의 보상을 주겠다고 얘기하고 다른 한쪽에는 그냥 시간을 재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보상을 약속받은 쪽이 오히려 3.5분이나 늦었습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상황에서 보상은 오히려 심리적 강박을 초래하고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두 번째 실험은 같은 조건으로 실시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보상을 약속받은 쪽이 더 빠르게 과제를 해결했던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초를 다른 도구로 고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준 것입니다. 결국, 단서가 주어지고 예측이 가능한 단순한 문제에서는 보상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보상이나 처벌과 같은 외적 보상은 오히려 창의성을 죽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근과 채찍은 단순한 과업이 주어진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오늘날과 같이 변화가 빠르고 새로운 문제가 속출하는 시대에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창의성을 요구하는 과업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재미’와 같은 내적 동기가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더 효과가 크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결론적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재미있게 일하면 창의성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창의적이려고 노력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걸 하게하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질문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사람들은 저절로 창의성을 발휘할 것입니다. 창의적이려고 억지로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자신이 즐거워하는 것, 재미있는 것을 하면서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요즘은 자녀들에게 창의성을 키워 주기 위해 학원이나 학습지를 의존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합니다. 만약에 이 일이 재미있고 흥미롭게 진행이 된다면 창의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의 손에 끌려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만 있다면 아마도 시간 낭비이며 돈 낭비일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서 뛰어 놀던지 아니면, 낚시라도 가서 새로운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지 생각합니다.
창의성은 반드시 재미가 기반이 되어야 하고 소통의 문화가 배경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2019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호주한인극단 메시지’를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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