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디오니소스 (Dionyso) / 로마의 바쿠스 (Bacchus)
디오니소스 (Dionysos, Dionysus, 그: Διόνυσος)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포도주와 풍요, 포도나무, 광기, 다산, 황홀경, 연극의 신이며, 죽음과 재생의 신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이고 아리아드네의 남편이다. 로마 신화의 바쿠스 (Bacchus)에 해당한다. 로마 신화에서는 리베르라는 풍요의 신과 동일시 되기도 하였으며, 이집트신화의 오시리스, 프리기아 신화의 사바지오스와 동일시 되기도 하였다.
○ 도상 : 상징
디오니소스의 초기 숭배 당시 모습은 수염을 기르고 긴 옷을 입은 성인 남성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수염이 없고, 육감적이며, 발가벗고 있는(혹은 반쯤 벌거벗은) 양성적인 모습의 젊은이로 묘사된다. 고대 그리스의 문헌에서는 종종 그를 “여자같은” 혹은 “여성스러운 남자”로 묘사한다. 완전히 발달된 형태로, 그의 중심적인 숭배 이미지들은 마치 유명하고 문명화된 국경 너머의 어딘가에서 온 것처럼 그의 의기양양하고 무질서한 도착과 귀환을 보여준다. 그의 행렬은 거친 여성 추종자들 (마이나스)과 발기 상태의 턱수염을 기른 사티로스들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원 중 일부는 티르소스로 무장하고 있으며 춤과 혹은 음악을 연주한다. 신 자신도 전차에 타고 있는데, 대개 사자나 호랑이 같은 이국적인 짐승들이 끌고 다니며, 때로는 턱수염을 기르고 술에 취한 실레노스가 참석하기도 한다. 이 디오니소스는 전통적인 사회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호자이자 도시의 종교로 대표되며, 따라서 그는 인간의 이성을 벗어나고 예측 불가능한 신의 행동에 기인할 수 있는 혼란스럽고 위험하고 예상치 못한 모든 것을 상징한다.[2]
상징 동물은 표범, 사자, 호랑이, 염소, 황소, 여우, 뱀, 돌고래, 노새 등이며, 상징 식물은 포도, 사과, 무화과, 딸기, 아이비 등이다. 끝에 솔방울이 달려있고, 담쟁이 덩쿨로 둘러싼 티르소스라는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다른 한 손에는 술잔, 풍요의 뿔을 쥐고 있기도 한다.
○ 계보와 유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14편 325)에 따르면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시오도스 역시 신통기 (신들의 계보) 940 ~ 942에서 세멜레를 디오니소스의 어머니로 전하고 있다. 이름의 어원은 디오스 (Διός, 제우스의 소유격) + 뉘소스 (νυσος, 학자에 따라서는 σνυσος를 뒷뿌리로 잡기도 한다). 그러나 뉘소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실치가 않다.
디오니소스의 유래 장소에 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일치된 의견은 없다. 미케네 문명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테베에서 숭배된 신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일반적으로 디오니소스는 에게 해 연안의 고대 그리스의 여러 부족들 사이에서 일찍부터 새로운 계절의 활력을 가져다 주는 신으로 숭배된 것으로 보이며, 기원전 8세기를 전후로 고대 그리스 신화가 틀이 잡히면서 널리 알려지고, 디오니소스를 둘러싼 여러 가지 신화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디오니소스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는 오늘날 주로 에우뤼피데스의 비극 박카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 신화
– 탄생 및 부활
제우스와 테베의 공주 세멜레의 아들로 나온다. 헤라는 제우스의 내연녀인 세멜레를 무척 미워하였다. 헤라는 세멜레에게 복수하기 위해 유모로 변신하여 그녀에게 접근한다. 헤라는 세멜레로 하여금 자신의 애인이 정말 제우스가 맞는지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헤라의 속임수에 넘어간 세멜레는 제우스에게 본모습을 보여달라고 부탁했고, 스틱스 강에 맹세한 제우스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제우스가 신의 모습을 드러내자 세멜레는 공포에 떨며 그 광채에 타 죽어버린다. 세멜레는 제우스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는데, 제우스는 타 죽어버린 세멜레의 자궁에서 태아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꿰매 넣고 기른다. 달이 차고 허벅지에서 아이가 태어나자 제우스는 아이의 이름을 ‘디오니소스’라 짓는다.
디오도로스 시켈로스가 따르는 크레타 신화에 의하면,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지하세계의 여왕인 페르세포네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 성장 및 헤라의 분노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는 갓 태어난 디오니소스를 헤르메스에게 맡긴 뒤, 뉘사 산의 님프들에게 양육을 부탁했다고 한다. 제우스는 님프들에게 디오니소스를 여자처럼 키우라고 부탁하였다. 제우스는 디오니소스를 정성껏 돌봐준 뉘사 산의 님프들을 휘아데스 성단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전승에서는 헤르메스 (혹은 제우스)가 디오니소스에게 여자 아이의 옷을 입히고 세멜레의 언니인 이노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제우스는 이노에게 양육을 부탁하며 헤라의 눈을 피하고 디오니소스를 소녀처럼 키우라고 말한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말대로 이노의 집에서 여장을 하고 소녀처럼 길러진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헤라가 이노의 남편인 아타마스에게 광기를 불어 넣는다. 아타마스는 평소에 사냥을 즐겼는데, 집에 큰 사슴이 들어온 것을 보고는 화살을 쏴 죽여 버렸다. 그러나 그가 죽인 것은 아들 레아르코스였다. 광기에 사로잡혀 제 아들을 사슴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광기에 미쳐버린 아타마스는 레아르코스의 시체를 갈기갈기 찢었다. 그는 아내인 이노와 아들 멜리케르테스마저 죽이려고 달려 들었다. 이노는 아타마스로부터 도망쳐 멜리케르테스를 안고 바다에 몸을 던져 죽어버린다.
일설에 의하면 제우스는 아들 디오니소스를 키워준 보답으로 바다에 몸을 던진 이노를 레우코테아 여신으로, 멜리케르테스를 팔라이몬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설에서는 이노도 광기에 미쳐버려 끓는 물이 든 냄비에 멜리케르테스를 넣고 죽인 뒤, 그 시신을 품고 돌아다녔다고 전해진다.
한편 디오니소스는 새끼 염소로 변신하여 정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헤르메스에 의해 구출 되었다는 설도 있고, 자신도 광기에 미쳐 방황하다 여신 레아에 의해 광기가 풀렸다는 설도 있다.
○ 디오니소스에 얽힌 신화
– 미다스
리지아의 왕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의 스승이면서 양부인 실레노스를 잘 보살펴준 대가로 디오니소스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는다. 디오니소스가 미다스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미다스는 자신의 손이 닿은 것은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디오니소스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 요청을 승낙했고 미다스는 그 결과에 너무나 만족해하며 기뻐했다. 그러나 미다스가 음식을 먹기 위해 손을 대는 순간 음식은 황금으로 변해버렸고, 자신의 부하와 딸 마저 황금으로 변하고 말았다.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에게 가서 자신의 소원을 풀어달라고 애원했다.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에게 팍톨루스 강에 몸을 씻으면 원상태로 돌아갈 것이라 말하였고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의 말대로 팍톨루스 강에 가서 몸을 씻자 황금으로 변하는 일이 사라졌다. 그 후 미다스는 부와 영화를 싫어하였고 시골에 살면서 들의 신인 판의 숭배자가 되었다.
– 펜테우스
펜테우스는 테베의 왕이었으며, 스파르타 에치온과 카드무스의 딸 아가베의 아들이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박카스들’에 나오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테베의 왕 카드무스는 고령으로 인해 그의 외손 펜테우스에게 양위하였다. 카드무스의 아들인 폴리도로스의 뒤를 이었다는 설도 있다.
펜테우스는 이모 세멜레의 아들이기도 한 디오니소스 신의 숭배를 포기하였고, 이모들에게는 의식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화가 난 디오니소스는 펜테우스의 어머니인 아가베와 이모인 이노, 그리고 아우토노에 그리고 모든 테베의 여인과 함께 술에 취해 키타에론 산으로 달려가게 하였다. 펜테우스는 디오니소스를 가두었지만, 디오니소스는 신이었기에 결박은 무너지고 옥문은 그를 위해 열렸다.
디오니소스는 그 후 펜테우스를 유혹하여 음주 의식을 정찰하게 하였다. 카드무스의 딸들은 나무 위에 있는 그를 발견하고 야생동물로 생각하였다. 펜테우스는 끌려내려와 고문당하고 테베에서 추방되었다.
‘펜테우스’라는 이름은 ‘슬픔의 사람’이라는 의미로, 비탄의 감정 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뜻하는 ‘πένθος’, ‘pénthos’에서 기원하여 그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 암펠로스
암펠로스는 실레노스와 님프가 정을 통하여 낳은 젊은 사티로스로, 디오니소스가 짝사랑한 미소년이다. 신화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디오니소스는 암펠로스라는 같은 나이 또래의 미소년 사티로스와 어울렸다. 암펠로스를 너무나도 사랑한 디오니소스는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암펠로스를 자신의 애인이라고 소개시키며 그가 가니메데스 보다도 훨씬 아름답다고 비교하기까지 했다.
디오니소스와 암펠로스는 씨름을 하면서 서로의 몸을 스치며 탐하기도 했다. 디오니소스는 그와 씨름을 할 때마다 일부러 져주면서 그의 몸에 깔리는 느낌을 즐겼다. 디오니소스는 언제나 암펠로스와 함께 사냥을 다니며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다만 성난 수소를 건드리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울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수소를 발견한 암펠로스는 디오니소스의 당부를 잊고 수소 목에 굴레를 걸고 수소를 타기 시작했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셀레네는 등에떼를 내보내 수소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고, 수소는 암펠로스를 언덕 위에 내던져 버렸다. 암펠로스는 결국 바위에 부딪혀 죽고 말았다.
암펠로스의 시체를 발견한 디오니소스는 그를 팍톨루스 강가 주변에 묻어 주었다. 또한 암펠로스의 무덤 위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포도나무를 심어 주었다. 디오니소스는 사랑하는 애인이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자신도 따라 죽고 싶었지만 불멸의 신이어서 그를 따라 하이데스로 갈 수가 없었다. 슬픈 디오니소스는 계절의 여신 호라이의 위로를 받고 기운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음날 무덤에서 자란 포도나무가 익자 디오니소스는 포도를 따 즙을 짰다. 디오니소스는 하룻동안 숙성시킨 포도즙을 여러 사람에게 맛보게 하였고 그렇게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의 신이 되었다. 디오니소스는 포도나무를 암펠로스라고 부르며 온 세상에 포도나무의 종자를 퍼트렸다.
– 아리아드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가 사라진 것을 알고 몹시 슬퍼하였는데 이때 낙소스에 잠시 들른 디오니소스가 나타나 슬퍼하는 아리아드네를 위로하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여 결혼하였다. 헤시오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승에서 테세우스가 낙소스 섬에 잠든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떠난 후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발견하여 결혼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몇몇 전승에서는 디오니소스가 테세우스에게 나타나 아리아드네를 낙소스 섬에 두고 떠나라고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에 대해 싫증이 나서 임신한 그녀를 섬에 버리고 갔다고 한다.
– 오리온과 오이노피온
오리온은 키오스 섬의 왕 오이노피온의 딸 메로페와 결혼하려 하지만 왕이 결혼을 승낙 하지 않자 강제로 메로페를 차지하려 한다. 이에 오이노피온은 디오니소스의 도움으로 오리온을 술을 먹여 깊이 잠들게 하고 그의 눈을 멀게 한다. 일설에 의하면 오이노피온은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의 아들이라고 전해진다.
– 폴림노스
올림포스의 신이 된 디오니소스는 죽은 어머니(혹은 아내 아리아드네)를 되살리고 싶어했다. 디오니소스는 하이데스를 찾기 위해 아르고스 레그네 부근의 알키오니아 호수를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폴림노스라는 양치기 노인을 만났다. 폴림노스는 디오니소스가 지하세계 입구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때 폴림노스는 디오니소스에게 길을 알려준 대신 자신과 성관계를 나눌 것을 요구하였다. 휘기누스의 천문학에 따르면 폴림노스가 디오니소스의 아름다운 미모에 반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디오니소스는 폴림노스에게 저승에서 어머니를 구해오는데 성공한다면 소원을 꼭 이루어 주겠다고 말하였다. 이후 디오니소스는 지하세계에서 죽은 어머니를 구해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디오니소스가 돌아왔을 때 폴림노스는 죽어 있었다. 폴림노스의 죽음을 슬퍼한 디오니소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화과나무의 가지를 남근 모양으로 깎아 그의 무덤에 앉은 채 성행위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 디오니소스교
고대 그리스에는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종교가 있었다. 오르페우스교와 깊은 관련을 가진 이것은 주로 부녀자들이 살아있는 산짐승이나 가축, 혹은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치고 일종의 광란에 빠진 상태에서 이 제물들을 산채로 뜯어먹고 그 피를 마셨다고 한다. 그리스의 비이성적인면을 보여주는 디오니소스 교는 현대 와서 고대 그리스의 연구가 지속됨에 따라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디오니소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종종 “해방자”라는 의미의 “엘레우테리오스”로 불리기도 하였다. 디오니소스의 포도주, 음악, 그리고 황홀한 춤이 그의 신도들을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켰다. 디오니소스 신앙은 여성, 노예, 외국인 등과 같이 그 당시 사회에서 소외된 하층민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는데, 그들에게 사회적 제약을 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신앙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에는 여성 신도들이 매우 많았다. 일부 신화 학자들은 디오니소스가 공식적으로 아테네에 통합된 것이 기원전 561년에서 527년 사이쯤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디오니소스 신앙이 어느 순간 그리스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왜냐면 그리스 평민들은 그 때까지 귀족과 관습 아래에서 정해진 대로 살다가 가는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디오니소스 신앙은 신들림 상태를 내세우는 신앙이었다. 희망없이 살던 하층민 계층에서 광신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남자들보다 더 천대받던 여자들에게 더욱 널리 퍼졌다고 하는데 이들을 “바카” 혹은 “마이나데스”‘라고 부른다. 이 바카들이 신들린 상태에서 내뿜는 광기가 공포와 경외감을 불러 일으킬 만큼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바카들은 한 번 술에 취하면 눈에 뵈는 게 없어 횃불을 켜고 산이나 숲을 배회하며 마주치는 것은 모두 찢어 죽였다. 광기와 이성 사이를 넘나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이국적으로 여겨졌듯, 여성의 지위가 극도로 낮았던 그리스에서 광기와 폭력으로 무장한 여성 광신도들은 이국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비춰졌다.
이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그리스 문명은 디오니소스 신앙을 체제 내에 편입시켰다. 아폴론 신전 옆에 모시고, 2년에 한 번씩 축제를 벌이는 형태로 받아들여, 광기 역시 맹목적인 것이 아닌, 정상적인 노동으로 회귀하기 위한 잠깐의 질서 파괴 (즉 스트레스 해소)로 받아들여지게 되어 평민들에게 매우 높은 지지를 받게 된다. 아테네의 평민들은 노예가 아닌 그럭저럭 존중받는 신분이었기에 디오니소스의 위치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디오니소스는 아폴론과 마찬가지로 예언과 치유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또한 인간에게 미래를 예언하는 힘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디오니소스는 아폴론과 함께 델피 신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였는데, 3월부터 10월까지의 델피 신전의 주인은 아폴론이고, 이후 아폴론이 델피에서 잠시 떠나는 11월부터 2월까지는 디오니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신전에 기거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디오니소스 신에게 바치는 축제인 대 디오뉘시아 제전은 그리스 최대의 희·비극 경연대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비극’을 뜻하는 영단어 tragedy가 ‘염소의 노래’를 뜻하는 트라고디아를 어원으로 가지는 것도 염소가 디오니소스의 추종자였던 반인반양의 신 사튀로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니체는 말하기를, 아폴론의 정연한 꿈과 디오니소스의 흐릿한 현실이 합쳐져서 비극이 되었다. 그리고 역사적 팩트를 보면 디오니소스 교단의 종교행사인 대 뒤오니시아 제전에서 염소를 바치며 부르던 노래인 디튀람보스가 현대의 비극으로 발전하였다. 즉 실제로도 얼추 맞다.
대 뒤오니시아 제전에서 공연된 비극 중 하나인 박카이는, 테베의 왕 펜테우스가 민중 사이에서 크게 퍼졌던 디오니소스의 숭배를 독단적으로 금지하자 이에 반발한 신도들이 그를 갈갈이 찢어 죽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신도 중에는 어머니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며, 펜테우스의 행동이 ‘신에 대한 오만’으로 정당시되어 처벌됐다는 점에서 디오니소스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고대 크레타에서는 디오니소스와 아내 아리아드네를 기리기 위해 남성들이 여장을, 여성들이 남장을 하며 축제를 벌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디오니소스를 열렬하게 떠받치는 여성 광신도들이 남장을 하며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프리기아의 지모신인 키벨레와 은근 유사점이 있다. 하층민들로 구성된 신도들이 요란스러운 춤과 노래를 부르며 의식을 벌인다는 점, 고양이과의 이국적인 큰 짐승 무리들이 마차를 끌고 다닌다는 점, 두 신 모두 비헬레니즘적인 신이라는 점 등에서 고대에선 두 신의 의식이 결합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 디오니소스의 별칭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와 함께 수많은 별칭을 가진 신이기도 하다.
니세우스 – 니사 산에서 자란 자
니텔리우스 – 밤에 얼굴을 붉히는 자
뒤알로스 – 두 개의 성(性)을 가진 자
디메토르 – 어머니가 둘인 자
라이아오스 – 구원자, 시름을 덜어 주는 자
레나에오스 – 포도나무를 심은 자
마이노미노스 – 광기를 불어넣는 자
멜레나에게스 – 흑염소의 피부를 가진 자
미스테스 – 신비스러운 자
박코스 – 어린 가지
부파고스 – 암소를 먹는 자
브로미오스 – 거칠고 소란스러운 자, 떠들썩한 자
사바지우스 – 프리기아 신의 이름이자 디오니소스의 별명. 둘은 동일시 되기도 하였다.
사오테스 – 구세주, (광기로부터) 회복 시켜주는 자
스타퓔리테스 – 포도송이
아가토스 다이몬 – 성스러운 영혼
아르세노텔리스 – 여성스러운 남자
아에고볼루스 – 염소를 죽이는 자
아이라피오테스 – 염소 아이
안드로진노스 – (성적으로) 양성적인 자,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춘 자
안트로포라스토스 – 살인자
에노르케스 – 고환이 여러 개인 자
에우안테스 – 꽃이 피는 자, 꽃이 만발한 자
에우한, 에우오이 – 부르짖는 자.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박코스 여신도들에서 비롯됨.
엘레우테리오스 – 해방자. 에로스의 별명이기도 하다.
오르토스 – 일으켜 세우는 자
오마디오스 – 날고기를 뜯어 먹는 자
옴파키테스 – 설 익은 포도
이아쿠스 – 부르짖는 자
자그레우스 – 영혼의 사냥꾼, 잔인한 사냥꾼
키시오스 – 아이비를 심은 자
타우로프로소포스 – 황소의 얼굴을 가진 자
트리고노스 – 세번 태어난 자
티오네오스 – 티오네(세멜레)의 아들
폴리고노스 – 거듭 탄생한 자
프세우다노르 – 여자 같은 자, 실질적인 생식력이 없는 남자. 디오니소스의 여성적인 자질을 뜻함.
프실락스 – 솟아 오른 날개
헤스티오스 – 잔치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