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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The Geography of Thought)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3년
21세기 디지털시대의 도래는 첨단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국제문화교류를 빠른 속도로 증가시켰다. 이 책은 사람들의 사회심리적 측면을 다룬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오래전에 한국에서 읽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호주에서 다른 국적을 지닌 사람들과 생활하다보니 다시 읽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는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 호주에서 내가 이해하기 어렵고 궁금했던 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사람들의 특성 즉, 외모, 태도, 대화, 생각을 공간에 대한 인식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저자는 ‘생각의 지도’ 책에서 지도의 의미를 공간적 특성을 나타내는 지도 (Map)가 아닌 생각과 심리의 지리적 특성 (The Geography of the Thought)으로 바라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양’을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을 주로 칭하였으며 ‘서양’은 유럽문화권과 유럽계 미국인을 포함시켰다.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 존재하는 사고의 차이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한 결과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서문에 기술하였다.
연구자들은 실험연구를 하기 전에 동양과 서양의 전형적인 예로 고대 그리스와 중국의 철학과 문명을 비교하여 설명하였다.(27쪽)
중국의 철학은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고 그리스의 철학은 사물의 본질을 중시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상이한 사고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스인들은 늘 세상의 본질에 관심이 있었다. 플라톤은 이데아만 (본질) 이 참된 실재이며 세상의 의미에 대하여 감각에 의지하지 않는 논리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사물의 속성이란 그 사물의 감각적 특성과 무관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스 철학자들이 습관적으로 행한 작업 중 하나는 사물의 속성을 분석하고 그 속성에 의거하여 사물을 범주화하는 것이었다. 그런 후에 각 범주를 지배하는 규칙들에 근거하여 그 범주에 속하는 사물들의 특징과 그 사물들의 행위의 원인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한편, 중국인들의 삶의 태도는 도교, 유교, 불교 철학의 융합으로 형성되었다. 세 가지 철학 모두 조화 (화목)를 중시하였다. 중국인들의 사고를 잘 대변해주는 것이 음양이론이다. 음 (여성적이고 어둡고 수동적인 것)과 양(남성적이고 밝고 적극적인 것)은 서로 반복된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길을 의미하는 도의 상징은 흰색과 검은색 물결의 형태를 띤 두 힘으로 이루어져 있다.(39쪽)
유교를 창시한 공자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고, 각 관계에 엄격한 위계 질서와 분명한 행위 규범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유교는 경제적인 부와 교육을 강조하며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캐나다 출신의 젊은 심리학자의 경우 일본에서 수년간 연구를 한 후 미국의 여러 대학에 교수직 응모를 했는데, 그 때 그가 쓴 자기 소개서를 보고 그의 지도교수는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왜냐하면 소개서의 앞머리에서 그 젊은 심리학자는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장황하게 기술해 놓았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일본생활 때문에 완전히 동양적인 사고에 물든 것이었다. 이렇게 어떤 사람이 어떤 사회에서 지내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72쪽)
특히 중국, 한국, 일본 사람들은 주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맥락을 동원하여 대답하고 서양인들은 자신의 행동을 서술하는 데 있어서 나를 중심으로 대답한다는 것이다. 범주에 의한 분류와 관계에 의한 분류를 측정한 항목은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의 사물을 생각하는 차이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면, 그림 3개를 보고 그 중 2개를 하나로 묶는다면 무엇을 묶을지에 관한 질문내용을 보면 흥미롭다. 이 그림에는 닭과 소 그리고 풀이 그려져 있다. 발달심리학자인 치우리앙황이 이 그림을 미국과 중국의 어린이들에게 보여 주고 하나로 묶는 과제를 시켰을 때, 미국의 어린이들은 같은 분류 체계에 속하는 소와 닭을 하나로 묶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의 어린이들은 관계에 근거한 방식을 선호하였다. 소와 플을 하나로 묶었는데 그 이유는 소가 풀을 먹기 때문이라는 관계적 이유 때문이었다.(137쪽)
동양인들은 세상을 관계로 파악하고 서양인들은 범주로 묶일 수 있는 사물로 파악한다는 것은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에 따른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처람 보인다. 동양의 어린이들은 관계에 주목하도록 양육되고 서양의 어린이들은 사물과 그것들의 범주에 주목하도록 양육된다. 다른 사람에게 차를 더 청하는 상황에서도 동양과 서양의 언어적 차이가 잘 드러난다. 동양인들은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고 서양인들은 명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133쪽)
중국인들은 ‘차 더 할래? (Drink more?)’라고 묻지만, 미국 사람들은 ’차 더할래? (More tea?)’라고 묻는다. 중국인들의 관점에서는 그 상황에서 마시고 있는 것은 분명 ‘차’이기 때문에 명사인 ‘차’를 문장 안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지만, 미국인들은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동사인 ’drink’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152쪽)
동양인들의 더불어 사는 삶(상호의존적인 사회)과 서양인들의 홀로 사는 삶 (독립적인 사회)에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상호의존성과 독립성에 대한 훈련은 아이들의 잠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와 다른 침대에 잠을 재우지만 이는 동양에서는 드문 일이다.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 나타나는 두 문화간의 차이는 훨씬 더 심하다. 중국에서는 어린아이를 가운데 두고 어른들이 빙 둘러앉아 아이를 지켜보며 귀여워하고 일본의 아이들은 늘 어머니와 붙어 다닌다.(61쪽)
이러한 문화는 한국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서로의 삶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견해의 차이는 될 수 있는 한 좁힐 수 있는 시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저자는 모든 사람은 이중문화적이라고 하면서 동양인이나 서양인 안에는 상호의존적인 특징과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독립성이 혼재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 중에서 어떤 특성이 더 강하게 부각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적 특징을 보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역자는 이 책의 후기에서 ‘생각의 지도’는 한국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였다.(232쪽)
한국인으로서 국가간, 개인간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의 문화를 수용하여 두 문화의 특성을 인식하고 함께 공존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동양과 서양 사람들이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서로 좋은 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바람직한 관계를 확립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태도는 글로벌사회에서 개인간, 국가간 신뢰를 높이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첩경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저자가 연구대상으로 동양과 서양의 국가들을 그리스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정한 것은 연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 부록
– 목차
1.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2.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
3.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4.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6.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7.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
8.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에필로그 :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 충돌할 것인가, 통일될 것인가?
– 저자소개 : 리처드 니스벳 (Richard E, Nisbett)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생각의 지도』로 동서양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회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아웃라이어』를 쓴 말콤 글래드웰은 니스벳을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꼽으며 그에게 존경을 표했다.
미시간대학교 문화와 인지 프로그램 (Culture and Cognition Program) 공동 소장, 집단 역동 연구센터(Research Center for Group Dynamics) 소장을 지냈으며 사회적 인식, 문화, 사회 계급 및 노령화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 사회심리학 연구에 크게 공헌했다.
그간의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의 양대 심리학회인 미국심리학협회와 미국심리학회의 학술상을 모두 수상했고, 2002년 사회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예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저서로 『생각의 지도』, 『인텔리전스』, 『마인드 웨어』, 『인간의 추론(Human Inference)』(공저) 등이 있다.
시나브로 구본영 회원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