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곤주 칼럼
예언의 은사에 관하여
약 6년전, 한 호주 침례교회의 설교 초청을 받아 설교하러 갔을때, 그 교회 담임 목사님이 자신의 자서전 책 한 권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그 내용을 보니, 그 목사님이 늦은 나이에 목사가 되기 전에 호주의 사회복지 분야에서 오래동안 일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한 신앙집회에서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분이 다가와서, ‘당신은 앞으로 주의종(목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때는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 자신이 소명을 받고 목사가 되고 보니 그 사람 말이 옳았다고 합니다.
약 18년전, 제가 한국에서 전도사 시절에 섬겼던 교회가 문제가 생겨서 그 당시의 담임목사님이 종적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결국 제가 1년간 교회의 임시 담임직을 맡게 되었는데, 당시에 그 담임 목사님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몇몇 일가 친척의 성도들은 예언기도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그리고나서, ‘담임목사님이 다시 강단에 서게 될 것’이라는 예언기도를 받고 그 이야기를 교회 주변에 퍼뜨리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그 목사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예언의 은사에 대해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사실 개혁주의 신학을 배운 일부 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은사 폐지론을 믿는 분들은 예언이란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들은 사도(초대교회) 시대에 신약 성경이 아직 기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언의 은사가 필요했을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죤 맥아더 목사님은 이러한 진영에 서 있습니다.
여기에는 명백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예언의 은사가 마치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대신할수 있다는 오해입니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언의 은사란 말 그대로 은사이지 성경(하나님의 말씀)과 같은 권위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두번째로 예언의 은사 자체를 부정하게 된 것은 거짓 예언자들이 판을 치고 무당 점치듯 미래 일을 예언하는 수많은 잘못된 은사자들로 인해서 갖게된 부정적인 영향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신사도 교회들은 예언자 학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예언을 가르치고 전수할수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듯 분명히 부정적이고 위험한 요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성령의 신비로운 역사가 있는 종교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별히 고린도전서12장10절을 보면, “어떤 이에게는 예언함”이라고 예언의 은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예언은 헬라어로 ‘프로페테이아’(προφητεία)인데 “전하다, 미리 말하다, 대신 말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은 ‘예언의 은사를 사모하라’고 말씀합니다 (고전14:1-40).
저는 예언의 의미를 두가지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특별한 성령의 감동과 성령의 인도함을 받아서 어느 특정인인에게 전달되는 말씀의 권면이나 선포되는 말씀이 예언의 은사에 속합니다. 또 하나는, 조금 더 신비적인 요소서로서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예언이 있습니다. 이 예언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아니라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서 하나님의 뜻을 말함으로서 신자들를 깨우치고 교회의 유익을 끼치는것입니다.
또 더 넓은 의미에서 환상과 꿈의 내용도 아주 특별한 경우에 예언적 범주에 포함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요셉(구약과 신약의 두 사람)의 꿈이나 다니엘의 환상이 그렇습니다.
한번은 꿈속에서 제 동생이 무척이나 힘들어 하고 아주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그것도 무언가 말못하는 사연을 숨기고 힘들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며칠후에 한국으로 전화를 해서 꿈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직장을 그만두고나서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아무도 모르게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 하고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위로해 주고 기도하게 되었고 곧 새 직장을 얻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약8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예언적인 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성경은 ‘예언을 사모하라’(고전14:1, 14:39)고 했고, ‘모든 것을 적당히 하고 질서대로 하라’(고전 14:40)고 했습니다. 또 예언은 ‘둘이나 셋이서 하고 다른 사람은 분별하라’(고전14:29-30)고 했습니다. 다시말해서, 예언은 반드시 분별하고 검증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예언이라고 무조건 믿고 따라간다면 큰 낭패를 당하거나, 미혹의 영에 이끌려 방황하는 신앙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할렐루야교회 김상복 목사는 그의 설교에서 예언은사를 받은 10가지 특징을 말했는데 저는 별 가치가 없다고 믿습니다. 예언의 은사는 특별한 사람만 받거나 특별한 특징이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디 까지나 성령의 나타남(충만함)에 의해서 예상치 않게 누구에게나 나타날수 있는 현상이지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경의 말씀은 무오하고 완전하지만, 오늘날의 예언의 은사는 전달 과정이나 전달자로 실수로 얼마든지 잘못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예언의 은사를 받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예언이 성경의 말씀과 일치하는지, 그리고 교회(신자들)의 덕을 세우는 것인지 잘 판단하면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덕이 안되고 오히려 신앙 생활에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남의 미래를 점치듯이 복채를 받고 예언을 남용하는 잘못된 은사자들이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은사를 부정해서도 안되고 더 나아가서 은사를 사모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신앙의 유익과 신앙의 성숙으로 이어지는 은사가 되지 못하면, 유익을 위하여 주신 선물을 잘못 사용한 하나님의 심판과 책망이 있을 것입니다.
김곤주 목사(시드니새언약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