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건강한 자기 주장, 관계를 살리는 소통의 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의사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단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주장(Assertiveness)’이라고 부른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요구, 감정을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분명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기 주장을 오해한다. 자기 주장을 한다고 하면 고집이 세거나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참고 숨기는 것이 좋은 관계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한 자기 주장은 공격성과도 다르고, 무조건 참는 태도와도 다르다. 건강한 자기 주장은 자신과 타인을 함께 존중하는 균형 잡힌 소통 방식이다.
현대 사회는 관계의 갈등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가족 안에서도, 직장 안에서도, 친구 관계 안에서도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많다. 문제는 많은 갈등의 중심에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다가 결국 폭발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강하게 쏟아 내면서 관계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건강한 자기 표현은 단순한 대화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삶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는 자기 주장에 어려움을 겪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첫 번째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거절을 잘하지 못한다. 혼자 있고 싶어도 사람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며,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한다. 겉으로는 착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점점 지쳐 간다. 때로는 억눌린 스트레스가 소화불량, 두통, 이명과 같은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많은 경우 마음 깊은 곳에는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좋은 사람이어야 인정받을 수 있어”라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의 기대를 우선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 자체를 이기적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자신을 희생하다 보면 결국 관계 속에서 심리적인 소진과 무력감을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시작한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억울함과 분노로 변하기도 한다.
반대로 공격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쉽게 화를 내거나 상대를 몰아붙인다. 대화에서 이기려 하고, 상대를 지적하거나 비난하면서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려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해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불안과 상처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약함이 드러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 공격적인 태도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상대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하거나 상대를 비난하게 된다. 그러나 공격적인 방식은 순간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관계 속 신뢰를 무너뜨리게 된다.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잠시 따를 수는 있지만, 진심으로 가까워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지나치게 소극적인 사람과 공격적인 사람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건강한 자기 표현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한 사람은 자신을 지나치게 억누르고, 다른 한 사람은 타인을 억누르지만, 둘 다 관계 속에서 진정한 안정감과 존중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자기 주장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먼저 중요한 것은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당신은 항상 무례해요”라고 말하기보다 “어제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라고 표현하는 방식이다. 비난은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지만, 사실 중심의 표현은 대화를 이어 갈 가능성을 높인다.
두 번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당신 때문에 기분이 나빴어요”라는 비난 대신 “저는 속상했습니다”, “저는 화가 났습니다”처럼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상태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이다.
세 번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앞으로 잘해 주세요”라는 막연한 표현보다 “다음에는 미리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처럼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한 자기 주장은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서 눈치채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책임감 있게 표현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협조해 주었을 때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있는지 표현하는 것도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해 주시면 저는 훨씬 편안할 것 같습니다”와 같은 표현은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표현은 단순히 요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자기 주장은 단지 말의 내용만이 아니라 말하는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 지나치게 위축된 목소리나 공격적인 말투는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 차분한 표정과 안정된 목소리, 그리고 분명한 표현은 상대방에게도 신뢰감을 준다. 때로는 길게 설명하기보다 짧고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물론 평소 자기 표현을 잘하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이런 방식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때로는 지나치게 강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반대로 다시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은 하루아침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반복적인 연습과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일 때 조금씩 자연스러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참고 견디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친 침묵은 결국 마음속 분노와 상처를 키우게 된다. 반대로 공격적인 방식 역시 상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건강한 자기 주장은 관계를 깨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건강하게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한 자기 주장의 출발점은 ‘나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소중히 여길 수 있을 때 우리는 타인의 감정과 생각도 더욱 성숙하게 존중할 수 있다. 자기 주장은 이기심이 아니라 건강한 자존감의 표현이며, 성숙한 관계를 위한 책임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가족 안에서, 친구 관계 안에서, 그리고 사회 속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간다. 그렇기에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자기 주장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배워야 할 삶의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김훈 박사 (호주카리스대학 학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