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4월 온라인 모임 가져
전현구 목사의 발제로 ‘소년이 온다’와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 ‘작별하지 않는다’ 나눠
다음모임은 5월 13일과 27일, 수요 온라인 모임 [4월 발제 전문포함]
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지도 구본영 교수)는 2026년 4월 8일과 22일 (수) 온라인 모임에 전현구 목사의 ‘소년이 온다’ (한강 저, 창비 출판, 2014년)와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저, 문학동네 출판, 2021년)를 나눴다.

4월 8일 모임에 전현구 목사는 ‘소년이 온다’ (한강 저, 창비 출판, 2014년)를 독서발제하며 서두에 “필자는 어떤 책은 읽는 행위 그 자체가 고통이 될 때가 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그랬다.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은 단순히 활자를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1980년 5월, 광주의 도청 앞 광장, 그 차가운 시신들이 눕혀진 상무관의 냄새를 맡는 일이었다. 작가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산문으로 잔혹한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지만, 그 아름다운 문장은 역설적으로 폭력의 누아르 (Noir) 참상을 더욱 뼈아프게 파고든다.”고 서두에 밝혔다.
이어 ‘역사적 사유/ 잊혀지지 않는 5월, 멈춘 시간’, ‘철학적 사유/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심리적 사유/ 살아남은 자의 트라우마와 부채감’, ‘문학적 사유/ 언어로 짓는 영혼의 위령제’, ‘맺음말/ 우리에게, 소년은 온다’ 순으로 발제했다.
‘맺음말/ 우리에게, 소년은 온다’에서 “필자는 읽기를 끝내고 숨을 고른다. ‘소년이 온다’는 제목은 단순히 과거의 소년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년이 우리 곁으로 끊임없이 되돌아와 우리의 무관심과 망각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상처 입은 새처럼 가늘게 떨리던 영혼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1980년의 5월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내면을 시적인 언어로 위로하는 치유의 기록이다. 책의 마지막, 작가 자신을 에필로그에 등장시키며 이 소설이 단순한 허구가 아닌, 작가 자신의 아픈 역사이자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부채임을 밝힌다. 소년은 죽었지만, 소년의 영혼은 책의 문장들 사이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한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넘어 ‘인간은 누구인가?’ 그 질문을 안고, 다시 한번 1980년 5월의 광주 한 복판에서, 지금 한 소년을 만난다.”며 발제를 마쳤다.

4월 22일 (수) 온라인 모임에는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글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저, 문학동네 출판, 2021년)를 나눴다. 홍길복 목사는 잡기장 서두에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5년에 들어서 읽은 소설가 한강선생의 세 번째 소설이다. 고정애 사모로 부터 받은 이 책은 2021년에 <문학동네>에서 초판을 찍었고 2024년에 34쇄로 인쇄된 것이다. 이 작품은 1948년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제주 4.3 사건> 당시의 학살현장과 그 학살 속에서도 죽지 않고 생명을 건진 인선이 어머니의 삶의 스토리를 통하여 <역사적 진실과 그 의미>를 찾아가는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인간과 사회의 잔인성과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지만, 사실 이 소설의 주제는 이미 그 제목에서 나타낸 것 처럼 작별, 이별, 기억의 상실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의 저변에 깔려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곧 <역사와의 작별, 역사를 잊어버리는 행위는 하나의 범죄와 마찬가지다>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추적하여 서술하는 역사 소설이 아니라, 모든 역사는 잊혀지지 않아야 하고, 지워지지 않아야하며, 따라서 절대로 <작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작별>은 <이별>이 아니다. <이별>은 어떤 피치 못할 상황이나 불가피한 환경 속에서 할수 없이 갈라서는 행동이지만, <작별>은 우리가 스스로 마음먹고,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후 자기의 결단에 따라 갈라서는 작위적 행동이다. 한강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경하와 인선을 통하여 나와 우리 시대의 독자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작별해서는 않됩니다> <우리는 결코 역사로 부터 작별 할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잊지 않겠습니다> <반듯이 기억하고 있겠습니다>라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잊지 않고 기억하고, 지난날과 작별하지 않는 역사만이 진정한 역사가 된다. 잊어버리고 기억에서 지워진 역사, 작별한 역사는 역사가 되지 못한다> <기억하고, 기록하고, 그 어떤 방식으로든 – 사진, 영화, 드라마, 음악, 미술, 시, 소설, 다큐멘타리 등등으로 – 남겨놓지 아니한 과거는 절대로 역사적 사건이 되지도 못하고 역사라고 불리워 지지도 않는다> 이는 역사학자들이 늘 우리들에게 반복해서 경고하고 깨우쳐주는 귀절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 작별해 버린 역사는 계속해서 다시 일어난다. 역사란 개인적 기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기억이요, 공동체적 기억이다. 역사와 작별한 사람들과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그 어떤 희망이나 가능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한강은 이 책 <작별하지 않는다>와 앞선 소설 <소년이 온다>나 <채식주의자>를 통하여 4.3 뿐만이 아니라 5.18을 비롯하여 우리네 한국사회가 근래에 경험해온 현대사들은 반듯이 기억되어야하고 그 비극적 역사와는 작별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쳐야한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엮어내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한강이 이 작품을 통하여 말하고저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밑줄 친 문장 몇 개’를 소개한 후 후기로 “2025년 1월 27일, 나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 읽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다 읽지를 못한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작별하지 않았다. 아니 작별하지 못한다. 나는 결코 인간과 그리고 나 자신과 작별하지 않을 것이며 작별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후기를 마쳤다.
한강 (Han Kang, 韓江) 작가는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2023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 2025년 출간도서 시상식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로 2026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는 독서에 관심있는 분 누구나 환영한다. ‘시드니 시나브로’의 목적은 “독서를 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해외생활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함”이며, 목표는 “창의적 사고와 합리적 사고, 그리고 융합적 사고를 통하여 삶의 비전을 구체화시키기 위함”이다.
운영방식은 독서발제자가 책을 선정하여 소개하면 독서회원 각자가 읽고 요약하여 발표한 후 상호의견을 교환하는데, 모임은 매월 2, 4주째 수요일 오후 5시에 온라인으로 모인다.
다음 모임은 5월 13일과 27일 (수, 오후 5시) 온라인으로 모인다.
구본영 교수와 함께하는 독서토론모임에 관심있는 분들은 전화 (0433 486 425)나 이메일(bonyoungkoo7@gmail.com)로 문의하면 된다.

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2026년 5월 온라인 모임
.모임: 매월 2, 4주째 수요일 오후 5시
.일시: 2026년 5월 13일과 27일 (수) 오후 5시
.아래 문의처로 연락주시면 온라인 모임에 합류됩니다.
지도 구본영 교수 (0433 486 425, bonyoungkoo7@gmail.com)
총무 임기호 목사 (0414 228 660, kiholim72@gmail.com)
간사 임운규 목사 (0425 050 013, woon153@hanmail.net)
전현구 목사의 4월 8일 발제전문
빛과 어둠 사이, 멈춰버린 영혼을 위하여 :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필자는 어떤 책은 읽는 행위 그 자체가 고통이 될 때가 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그랬다.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은 단순히 활자를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1980년 5월, 광주의 도청 앞 광장, 그 차가운 시신들이 눕혀진 상무관의 냄새를 맡는 일이었다. 작가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산문으로 잔혹한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지만, 그 아름다운 문장은 역설적으로 폭력의 누아르 (Noir) 참상을 더욱 뼈아프게 파고든다.

역사적 사유/ 잊혀지지 않는 5월, 멈춘 시간
이 소설은 거대 담론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차가운 상판 위에 놓인 번호 붙은 관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촛불들의 일렁임으로 역사를 호명한다. 이 소설은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다루지만, 거대한 서사 대신 ‘동호’라는 한 소년의 죽음과 그 주변 인물들의 파편화된 기억을 통해 사건을 조명한다. 15살 소년 동호가 친구의 시신을 찾으러 갔다가 총탄에 숨진 이야기는, 역사가 말하는 수백 명의 희생자가 아니라 ‘한 명의 소년’이 겪은 구체적인 공포로 다가온다. 책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구조적 폭력이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고통이 1980년에 머물지 않고 생존자들의 삶을 수십 년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증언한다.
철학적 사유/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인칭 ‘너’라는 서술 방식이다. 작가는 동호를 향해 “너”라고 부름으로써, 이미 죽은 영혼을 현재의 삶 속으로 불러들인다. 이는 철학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시신들이 군인들에 의해 ‘짐짝’처럼 옮겨지고 불태워지는 장면에서, 인간은 영혼을 가진 고귀한 존재에서 그저 썩어가는 ‘고기 덩어리’로 전락한다. 그러나 책은 그 파괴된 존엄성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은 ‘인간성’을 응시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가 “인간은
무엇인가? (What)”가 아니라 “인간은 누구인가? (Who)”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인간을 고정된 본질을 가진 ‘대상’이나 ‘기능’으로 파악하려는 전통적 철학에서 벗어나, 타인과 관계 맺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고유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왜냐면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전체주의적 폭력을 유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심리적 사유/ 살아남은 자의 트라우마와 부채감
소설의 백미는 살아남은 이들의 ‘살아있음’ 그 자체가 형벌이 된 삶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작가는 동호의 죽음 이후,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통곡, 고문을 당한 뒤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는 은숙과 진수, 선주의 모습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이 얼마나 무거운지 보여준다. 넋이 되어 자신의 시신을 목격하는 정대의 시점은 죽음 이후에도 영혼이 편히 안식하지 못하는 비극을 서정적이면서도 섬뜩하게 묘사한다. 이는 폭력이 육체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혼까지 영원히 파괴할 수 있음을 심리학적으로 보여준다.
문학적 사유/ 언어로 짓는 영혼의 위령제
한강의 언어는 서정적이어서 더 잔인하고, 아름다워서 더 슬프다. 시적인 비유와 1인칭, 2인칭을 넘나드는 독특한 시점은 독자를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의 자리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참혹한 폭력을 묘사할 때조차 결코 자극적이지 않은, 정제되고 맑은 언어를 사용한다. 이는 희생자들에 대한 문학적 예우이자,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아직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향한 긴 위령제와도 같다.
맺음말/ 우리에게, 소년은 온다
필자는 읽기를 끝내고 숨을 고른다. ‘소년이 온다’는 제목은 단순히 과거의 소년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년이 우리 곁으로 끊임없이 되돌아와 우리의 무관심과 망각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상처 입은 새처럼 가늘게 떨리던 영혼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1980년의 5월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내면을 시적인 언어로 위로하는 치유의 기록이다. 책의 마지막, 작가 자신을
에필로그에 등장시키며 이 소설이 단순한 허구가 아닌, 작가 자신의 아픈 역사이자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부채임을 밝힌다. 소년은 죽었지만, 소년의 영혼은 책의
문장들 사이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한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넘어 “인간은 누구인가?” 그 질문을 안고, 다시 한번 1980년 5월의 광주 한 복판에서, 지금 한 소년을 만난다. *20260407 독후감 작성자 / 전현구

전현구 목사 (시드니시나브로 회원, 시드니조은교회 시무)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 (4월 22일 발제전문)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5년에 들어서 읽은 소설가 한강선생의 세 번째 소설이다. 고정애 사모로 부터 받은 이 책은 2021년에 <문학동네>에서 초판을 찍었고 2024년에 34쇄로 인쇄된 것이다.
이 작품은 1948년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제주 4.3 사건> 당시의 학살현장과 그 학살 속에서도 죽지 않고 생명을 건진 인선이 어머니의 삶의 스토리를 통하여 <역사적 진실과 그 의미>를 찾아가는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인간과 사회의 잔인성과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지만, 사실 이 소설의 주제는 이미 그 제목에서 나타낸 것 처럼 작별, 이별, 기억의 상실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의 저변에 깔려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곧 <역사와의 작별, 역사를 잊어버리는 행위는 하나의 범죄와 마찬가지다>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추적하여 서술하는 역사 소설이 아니라, 모든 역사는 잊혀지지 않아야 하고, 지워지지 않아야하며, 따라서 절대로 <작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작별>은 <이별>이 아니다. <이별>은 어떤 피치 못할 상황이나 불가피한 환경 속에서 할수 없이 갈라서는 행동이지만, <작별>은 우리가 스스로 마음먹고,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후 자기의 결단에 따라 갈라서는 작위적 행동이다. 한강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경하와 인선을 통하여 나와 우리 시대의 독자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작별해서는 않됩니다> <우리는 결코 역사로 부터 작별 할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잊지 않겠습니다> <반듯이 기억하고 있겠습니다>라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지난날과 작별하지 않는 역사만이 진정한 역사가 된다. 잊어버리고 기억에서 지워진 역사, 작별한 역사는 역사가 되지 못한다> <기억하고, 기록하고, 그 어떤 방식으로든 – 사진, 영화, 드라마, 음악, 미술, 시, 소설, 다큐멘타리 등등으로 – 남겨놓지 아니한 과거는 절대로 역사적 사건이 되지도 못하고 역사라고 불리워 지지도 않는다> 이는 역사학자들이 늘 우리들에게 반복해서 경고하고 깨우쳐주는 귀절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 작별해 버린 역사는 계속해서 다시 일어난다. 역사란 개인적 기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기억이요, 공동체적 기억이다. 역사와 작별한 사람들과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그 어떤 희망이나 가능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한강은 이 책 <작별하지 않는다>와 앞선 소설 <소년이 온다>나 <채식주의자>를 통하여 4.3 뿐만이 아니라 5.18을 비롯하여 우리네 한국사회가 근래에 경험해온 현대사들은 반듯이 기억되어야하고 그 비극적 역사와는 작별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쳐야한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엮어내었으리라고 본다.
– 한강이 이 작품을 통하여 말하고저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인간이란 결단코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밝힐려고 한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다. 또 인간은 결코 <도덕적 존재도 아니다> 인간은 짐승이다. 짐승 중에서도 가장 포악하고 잔인한 맹수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악하고, 폭력적이고, 물어 뜨기를 좋아하고, 물어 뜯는데는 챔피언 같은 존재이다. 아니, 인간은 짐승 보다 못한 존재이다. <짐승 같은 인간>이라고 말해서는 않된다. 짐승들이 들으면 섭섭해 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우려고 그 누군가를 물어 뜯어 죽여서 자기의 허기를 채우려고 하는 짐승들과는 차원이 다른 짐승이다. 짐승들은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 그 누군가를 죽이지만, 그러나 일단 자기 배가 부르고 나면 더 이상은 물어 뜯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조건적으로 타인을 죽이는 악마이다. 한강은 1948년 그 때 제주에서 벌어졌던 인간의 악마적 행위를 통하여 분명하게 말한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도덕적 존재도 아니다> <인간은 동물과 구별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짐승이다>
둘째, 인간이란 한없이 연약하고 무력한 존재임을 증언하려고 한다. 인간은 물질 앞에서는 물론이고 이념이나 사상, 신념이나 종교 앞에서도 꼼짝을 못하는 존재다. 인간은 그 어떠한 것도 스스로를 이겨내질 못하는 무력한 존재이다. 물질적 힘, 권력의 힘, 이념이나 사상의 힘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들은 어떤 이데올로기에 한번 포로가 되면 꼼짝없이 그 이데올로기의 하수인이 되어 무차별적 폭력과 난동을 부리는 존재이다. 인간은 남을 보면서도 자기는 보질 못한다. <반면교사>라는 말은 그냥 말일 뿐이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거울을 가져다 주어도 자기의 얼굴을 보질 못한다.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 앞에서 조차도 자기의 모습을 찾아내지 못하고 자신과 맞서지 못하는 무능하고 무력하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이란 마침내는 너도 죽이고 나도 죽는 불쌍하고 슬픈 모습으로 마감된다.
셋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역설적이게도, 이 소설은 인간이란, 짐승같은 존재요, 짐승 보다 더 폭력적이요, 비이성적이요, 무능하고 무력하고 연약하기 그지 없는 슬픈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끝까지 바로 그런 인간성을 지닌 인간임을 잊지 아니하고, 그런 비극적 인간의 본질과 작별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이 소설은 인간의 본성을 잊어버리거나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침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 만이 아니라 비이성적이고 부도덕하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인간 존재 자신과도 작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인간은 인간에게서 작별하지 안으려고 몸부림치는 존재다> <인간은 절대로 인간으로 부터 작별할 수가 없다>는 것이 한강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눈과 귀, 입과 소리, 기록과 사진, 그리고 꿈과 현실을 통하여 남겨진 역사만이 아니라 그 역사를 기록해 둔 바로 그 인간 자신으로 부터도 결코 작별하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몸부림과 발버둥이 이 소설을 통해 나타난 작가의 메시지라고 나는 이해한다.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자기 자신과의 대결>을 그 저변에 깔고 있다.

–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밑줄 친 문장 몇개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있을까?>
<꿈이란 무서운 거야… 모든 것을 폭로 하니까>
<입맛을 잃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산대. 엄마는 오래 살 거야>
<인간이 인간에게 그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난 더 이상 놀랄 것 같지 않아!>
<변화는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설 때, 우린 성장할 수 있어!>
– 나의 후기에서
2025년 1월 27일, 나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 읽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다 읽지를 못한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작별하지 않았다. 아니 작별하지 못한다.
나는 결코 인간과 그리고 나 자신과 작별하지 않을 것이며 작별하지 못할 것이다.
홍길복 목사 (2025. 1. 30)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4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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