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고사리를 중심으로 양치식물 이야기(3)
나무고사리 종[種]
고사리중에서 나무고사리 몇 종류를 살펴본다. 분류상으로 나무고사리는 넓은 범위의 나무고사리목[Cyatheales]에 속하는 고사리종류로 분류된다. 나무고사리목을 세분해서 8개의 과[family]로 나누어진다. 티르솝테리스과(Thyrsopteridaceae), 록소마과(Loxsomataceae), 쿨키타과(Culcitaceae), 꿩고사리과(Plagiogyriaceae), 키보티움과(Cibotiaceae), 나무고사리과(Cyatheaceae), 딕소니아과(Dicksoniaceae)와 메탁시아과(Metaxyaceae)다. 양치식물이 인류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약 3억년 전, 고생대의 석탄기와 페름기에 육지를 뒤덮을 만큼 끝없는 숲을 이루고, 지구 역사에서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기간이었다. 당시의 대륙은 오늘날의 대륙과는 달리 테티스해를 둘러싸고 적도 부근에 모여 있는 저지대 지형으로, 얕은 바닷가 주위로 습지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는 높이 10~55m, 수간 직경 2m나 되는 거대한 석송류인 인목(Lepidodendron)과 높이 30m, 폭 60cm의 속새류인 노목(Calamites) 등과 함께 마라티아목의 프사로니우스(Psaronius) 등 나무고사리 종류가 직경 30cm, 높이 3~10m정도의 크기로 자라고 있었다. 또한 5m정도 높이로 종자고사리류인 메둘로사(Medullosaceae) 등도 번창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나무고사리를 제외하고는 고생대 페름기와 중생대에 들어와서 모두 멸종하고, 그 존재를 화석으로 알려줄 뿐이다. 그리고 석탄이라는 지하자원으로 남아 산업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인류 과학기술문명의 바탕이 되었다. 석탄은 무연탄으로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에 기여했고, 제철공장의 코크스로 제철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물론 석탄이 석탄기에만 생성된 것은 아니다. 중생대나 신생대에 생성된 석탄도 많이 있다. 그래도 석탄기에 생성된 석탄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것은 석탄기(3억 6000만년 전~3억년 전)에는 식물의 목질부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없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석탄기에 거대한 숲을 형성했던 석송류, 고생 쇠뜨기류인 칼라미태스(Calamites) 등은 잎이 발달하지 않아 광합성을 주로 줄기로 한데 비해 나무고사리들은 이들보다 다소 늦게 출현했지만, 큰 잎으로 광합성을 하여 번성하기 시작했고, 그 후손들이 중생대를 휩쓸게 되었다. 중생대 백악기(1억5000만년 전~ 6500만년 전)에 번성한 템프스키야속(Tempskya)의 나무고사리는 높이 6m, 폭 50cm정도의 크기로 북미, 유럽, 일본 등지에서 번성했는데, 매트처럼 빽빽하게 얽힌 뿌리가 수간(trunk)을 형성하여 그 속에 있는 연필 두께의 무수한 줄기를 지탱하고 있었다. 이처럼 식물들이 거대성장하기 위해서는 나무처럼 줄기에 목부를 생성하여 비대성장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후벽조직, 덮게뿌리, 강화된 잎자루, 발달한 외피층 등의 효과적인 방법도 있다. 나무고사리에는 후벽조직이라 부르는 단단한 세포조직이 있어 통도조직(물관과 체관)을 감싼 채 줄기의 주변부를 따라 길이 방향으로 발달하여 줄기 내부를 강화시킨다. 후벽조직은 강도와 내부식성이 탁월해 열대 오지에서는 집을 지을 때, 나무고사리 줄기를 기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워낙 단단해 도끼나 기계톱의 날을 금방 무디게 할 정도이고, 후벽조직 파편이 체인과 톱날 사이애 끼면 체인이 끊어져 튕겨 나갈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잘려진 나무고사리 밑동이 분해되는데 10~15년이 걸릴 정도로 강도뿐만 아니라 내부식성[耐腐蝕性]도 탁월하다. 또한 나무고사리에는 덮게뿌리(root mantle)가 있는데, 이것은 외부에 빽빽하게 얽힌 억센 뿌리조직을 발달시켜 줄기를 지탱한다. 이 뿌리층은 줄기 직경보다 2~5배 정도 두껍고, 단단하고 내구성이 강해 갑옷처럼 줄기를 보호하고 줄기 직경을 늘려 식물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나무고사리의 덮게뿌리를 절단하여 반다(Vanda), 온시디움(Oncidium), 덴드로비움(Dendrobium) 등의 착생란을 키우면 난초가 쉽게 뿌리를 내리고 내구성이 높아 화분으로서는 최고의 역할을 한다. 멕시코에서는 이것으로 조각을 하는데 아주 인기있는 상품이라고 한다.
나무고사리, “Cyathea australis”
호주의 주택가등에서도 흔하게 보이고 필자의 뜨락에도 높이가 3m쯤 되는 나무고사리 2그루가 있다. 학명이 “Cyathea australis”다. 과명[family name] ‘키아데아’[Cyatheaceae]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잎 뒷면에 있는 컵모양의 포자낭균[胞子囊菌]을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뿌리줄기가 곧게 서고 굵은 섬유질의 기근[氣根]으로 뒤덮이며 굵어져서 나무줄기[trunk]처럼 보인다. 이 나무고사리는 줄기가 곧고 검정색이 나는 밑부분이 들어갈 틈이 없이 둥치에 다닥다닥 엉켜 붙어 있어서 호주사람들은 거친나무고사리[rough tree fern]라고 한다. 이 키아데아과에 속하는 나무고사리 종만 해도 700여종이 열대와 아열대에 분포한다고 하니 전문가가 아니고는 나무고사리의 종을 정확하게 감별하기는 쉽지 않다, 시드니 보타닉가든에도 몇 그루의 “Cyathea australis”가 있다. “Cyathea australis”와 대비되는 나무고사리 종류는 딕소니아과[Dicksoniaceae] 나무고사리다. 이 나무고사리종류[Dicksonia antarctica] 는 둥치의 표면이 비교적 매끈하게 다듬어 져서 “soft tree fern”이라고 한다. 키아데아와 딕소니아괴에 속하는 고사리들은 고생대 석탄기나 페름기[perm紀]에 번창했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당시의 원시형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으니 참으로 생존력이 강한 식물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무고사리는 엽병[葉柄-잎꼭지]이 우산발 처럼 휘어져서 나무고사리의 상층부위는 마치 우산씨워 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이국적이고 수려한 자태를 자아낸다. 한국에는 식물원에서나 “Cyathea australis”를 볼 수 있고 화석으로나 확인되는 종류지만 호주에선 가장 흔한 나무고사리종이다. 포자로 쉽게 번식이 가능하며 한국에서는 겨울에 온실에서 보온해줘야 생존이 가능하다. 나무고사리 “Cyathea australis”는 벌종류인 “Exoneura robusta”가 이 고사리나무에만 둥지를 트는 특이한 습성이 있어서 과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통 약 12m까지 자라지만 퀸스랜드 지역에선 20m크기의 나무고사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석탄기에 번성했던 나무고사리, 마라티아속(Marattia), 안지오프테리스속(Angiopteris) 석탄기에 번성했던 나무고사리류로 현재까지 살아있는 것으로는 마라티아속(Marattia), 안지오프테리스속(Angiopteris) 등에 속하는 종류가 있다. 이들은 줄기가 곧고 가지를 치지 않으며, 깃꼴겹잎의 잎맥이 개방차상분지를 하고 있다. 과학의 학술용어도 일반인에게는 난해한 경우가 많은 것이며“개방차상분지”도 생소한 용어일 것이다. 개방차상분지[開放叉狀分枝, open dichotomous branching]란 엽맥이 꼭같은 굵기로 Y자로 갈라지는 종류를 말한다. 고비잎이나 은행나무잎 같은 형을 말한다. 진정포자낭은 잎 밑쪽 가장자리에 달리고, 어린 잎은 고사리손 처럼 펴져 자란다. 안지오프테리스속 중에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일본, 대만에서 분포하는 용비늘 고사리(Angiopteris lygodifolia)가 있는데 이 종은 제주도가 분포의 북단으로, 숲이 우거진 오름 분화구의 따뜻하고 음습한 곳에서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남획으로 거의 보기 힘들다고 한다. 마라티아속(Marattia)에 속하는 종[種]으로 상징적인 고사리는 제왕고사리[Manattia salicina]다. 이름에 제왕[帝王]을 붙인것은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고사리종을 “king fern”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제왕고사리로 번역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리를 해본다. 이 종류는 뉴질랜드의 상징적인 식물이다. 자생지에서는 멧돼지가 좋아하는 먹이라 개체수가 많이 감소해서 애호가들이 재배를 통해 보급하며 원예종으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엽병[葉柄-앞자루]에서 우측으로 갈라지는 곳이 부플어 있고 털이 없다. 잎은 진록색이며 광택이 있는 것이 특색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토종식물이며 영어로 “king fern”, 혹은 학명으로 “Ptisana saliacina”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멧돼지나 야생염소나 가축들이 무척 좋아하는 식물이라 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대책이 강구중이라는 뉴스가 뜨고 있는 현실이다.
뉴질랜드의 고사리
뉴질랜드에는 여러 종류의 고사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식용으로 잘 알려진 고사리는 마더스프린워트(Mother spleenwort)라는 것이다. 학명으로는 Asplenium bulbiferum이라고 한다. 이 고사리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집중적으로 자라고 있는데 키위(뉴질랜드인의 애칭)들이나 오지들은 ‘헨 앤 치킨 펀(hen and chicken fern)’이라고 한다. 마오리들은 ‘피코피코(pikopiko)’라고 하거나 ‘모우쿠(mouku)’, 또는 ‘마나마나(manamana)’라고 한다. 일부 키위[KIWI]들이나 마오리들 가운데 ‘헨 앤 치킨 펀’의 새순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 뉴질랜드에는 3가지 키위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새콤달콤 맛있는 과일 ‘키위(Kiwi fruit)’이다. 두 번째는 뉴질랜드 토착종이자 국조인 날지 못하는 새 ‘키위새(Kiwi bird)’이다. 마지막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백인인 ‘키위(KIWI)’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키위들이나 마오리들은 고사리를 식용식물로 여기기보다는 토양을 보존하고 기름지게 하는 식물로 생각한다. 즉 고사리가 있음으로써 토양의 습기가 잘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들어 뉴질랜드의 일부 농장에서 ‘헨 앤 치킨 펀’을 상업적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따라서 고사리에 대한 상품성이 입증될 경우 뉴질랜드에서도 대대적으로 고사리를 작물로 키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산행을 하면서 소량이고 불법이긴 하지만 식용고사리를 채취하고 있다. 한국인의 문화속에 뿌리 깊은 고사리 요리를 세계 어느 곳을 간들 버릴 수가 있는가?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많은 교포들이 고사리를 채취하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도 한국인의 본성을 버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만년 전 수렵과 채취시대부터 이어져 왔을 고사리꺾는 야성(野性)이 사라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야성에서 기쁨을 찾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면 고사리를 먹는 것이 조금 몸에 해롭다고 해도 일년에 한번쯤 적당량을 채취해서 고사리 요리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뉴질랜드 상징이 되다시피한 실버 펀은 먹을 수 있는 고사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버 펀은 학명이 “Cyathea dealbata”인 나무고사리종이다.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사냥꾼과 전사들은 이 고사리 잎 뒷면이 은색인 것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잡이로 삼았다고 한다. 잎을 뒤집어 놓으면 달빛을 반사해 숲에 길을 표시해주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은고사리(Cyatheadealbata)는 뉴질랜드의 정신을 담고 있다. 뉴질랜드의 상징으로서 사람들, 상품, 서비스에 부여하는 영예로운 배지로 여겨진다. 1880년대부터 뉴질랜드 국가대표 럭비팀의 심볼 마크가 되었고, 지금은 모든 국가대표 운동선수와 주요 기업이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뉴질랜드 관광청과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New Zealand Trade and Enterprise)이 은고사리를 뉴질랜드 원산지 표시로 채택하고 있다. 100% Pure New Zealand 캠페인과 각종 국제 무역 홍보 활동, 그리고 뉴질랜드 관광산업 품질 표시인 퀄마크에 사용되고 있다. 최고 10m까지 자라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나물이 아니다. 실버 펀은 럭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올블랙스의 로고이기도 하지만 넷볼팀도 실버펀스다. 또한 축구의 올화이츠도 실버 펀을 로고로 사용하고 있고, 여성 크리켓은 화이트 펀스[whiteferns]이며, 여성 럭비팀은 블랙 펀스다.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요트 ‘팀 뉴질랜드’의 로고도 실버펀이다. 그러고 보면 뉴질랜드는 국가대표팀들이 너도나도 고사리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