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미루 나무와 느타리 버섯
미루 나무
미루 나무라고 하면 한국인의 대부분이 한국의 고유한 나무 종류로 인식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나무는 미국 (美國)에서 건너온 나무다. 미루 나무의 “미”가 미국 (美國)의 “미”에서 유래 (由來)된 것이다. 학명은 <Populus deltoides>이다. 미국이 원산지이며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 나무라는 뜻에서 미류 (美柳)라고 하던 것이 미루로 변하고 미루 나무로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학명에 속명 (屬名)이 “Populus”이기에 “포플라”라고도 한다. 높이는 30m, 지름이 1m이고 껍질이 터져서 검은빛이 도는 짙은 갈색이 된다. 작은 가지는 털이 없고 둥글며 모가 난 줄이 있다. 잎은 달걀 모양의 삼각형 또는 넓은 달걀 모양이고 밑 부분에 2∼3개의 꿀샘이 있다. 양버들과 비슷하지만 가지가 옆으로 퍼지고 잎의 길이가 폭보다 길다. 미루 나무와 양버들의 잡종인 이태리포플러와는 구별하기 어렵다. 겨울 눈 [冬芽]은 털이 없고 점성이 강하다. 꽃은 3∼4월에 피고, 수꽃이삭은 길이가 7∼10cm이고, 수술은40∼60개이다. 열매이삭은 길이가 15∼20cm이고 암술머리는 3∼4개이다. 열매는 5월에 익으며 종자에 털이 많다. 생장이 빠르고 이식이 잘 되기 때문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사라졌다. 미루 나무와 양버들의 잡종인 이태리 포플러와는 구별하기 어렵다. 북한에서 ‘미루’라는 단어는 ‘밋밋하게 널리 펼쳐져 있는 들이나 벌판’을 의미한다. 미루 나무가 가득 심겨 있는 그런 벌판을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미루 나무의 ‘미루’는 ‘미류 (美柳)’이다. 아름다운 버드 나무가 아니라 미국 버드 나무라는 의미이다. 미국산 포플러인 것이다. 원래 미류나무이던 것이 미루나무로 정착되었다. 영어로는 ‘cottonwood’ 또는 ‘cottonwood tree’라 한다. 그렇게만 부르면 여러 나무가 해당되어는 정확히 ‘eastern cottonwood’라고 적기도 한다. 미국 동부가 고향이기 때문이다. 미루 나무 씨를 둘러싸고 있는 솜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미루 나무라는 나무 이름이 익숙하듯 이름이 예뻐서 시 (詩), 동요, 동시에서 많이 등장하는 나무 이름 중에 하나이다. 결정적으로 나무 이름을 대한민국에 알린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 사건의 원인이 된 나무가 미루 나무이다. 1976년 8월 판문점 공동경비 구역 (JSA) 안의 돌아 오지 않는 다리 부근에 심겨져 있던 미루 나무 가지가 너무 자라서 경비에 방해가 된다고 가지를 제거하려 하자, 북한군이 이를 빌미로 미국 장교 2명을 도끼로 찍어 죽인 사건이다. 미류 (美柳)나무,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현대사를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미루 나무가 허브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루 나무의 수지 (樹脂)와 수피 (樹皮)가 치료제로 쓰였다. 수지는 비누, 향수의 고정제로, 방부제로 해열 또는 진통제로도 쓰였다. 수피는 요통과 류머티즘의 진통제로 비뇨기계의 치료약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민간의 의약용으로 미루 나무를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6.25전쟁 후 궁핍 (窮乏)하던 시절에 미루나무는 공업용 자재로 인기 절정을 누리기도 하였었다. 미루나무의 목재는 흰색~연갈색을 띄며, 부드럽고 약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목재 구분 시 ‘소프트 우드 (Soft wood)’로 분류된다. 이러한 미루 나무 목재는 젓가락, 성냥 개비, 상자, 가구, 펄프, 포장용 톱밥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미루나무 느타리버섯재배
미루 나무의 용도는 다양하겠지만 필자에게는 미루 나무 하면 느타리 버섯 나무로 생각하고 있다. 5-60년 전인 20-30대 때에 미루 나무 느타리 버섯에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다. 조림에 관심이 많았던 선친께서 개천가에 미루나무를 심어 고묵에 가깝에 자란 미루 나무 골짜기가 있었다. 우연히 느타리 버섯 재배 관련 책자를 접하게 돼서 느타리 버섯 재배를 취미삼아 해본일이 있다. 시드니 지역에서 미루 나무를 볼 수 있지만 블루마운틴의 웬트원스펄스 스테션 (Wentworthfalls Station) 근처에는 고목에 가까운 미루 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스테션을 지날 때 마다 벌목해서 느타리 버섯 재배를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원목을 구하면 토막 치기 부터 해야 한다. 원목의 굵기에 따라 토막의 길이는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보통 12~15㎝ 길이로 절단하는 것이 적당하다. 즉 원목의 직경이 30㎝ 이상으로 큰 것은 길이를 12㎝, 20~30㎝의 것은 13~14㎝, 10~20㎝의 가느다란 나무의 경우는 15㎝로 토막치는 것이 경제적이다. 원목의 토막 치기는 접종 시기에 맞추어 벌채 후 1개월 이내에 실시하여 토막 치기한 다음 즉시 접종하는 것이 좋으며 종균이 준비되지 않아 즉시 접종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벌채한 원목을 토막치기 하지 않고 그늘에 두었다가 접종하기 직전에 토막 치기를 한다. 나무를 미리 짧게 토막 치기하면 나무가 건조하여 균의 활착이 불량할 뿐만 아니라 절단면에 잡균이 침입하여 번식할 염려가 있다. 느타리 버섯 균사 생장에 가장 알맞은 온도는 25℃ 전후이다. 특히 온도가 5℃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균사 생장이 정지되고 접종한 종균이 건조하거나 활력이 약화되기 쉬우므로 겨울철에 접종하는 것은 적당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종균 접종 시기는 하루의 최저기온이 5℃, 최고 기온이 20℃ 전후가 되는 3~4월경이 유리하다. 특히 이 시기에 접종하게 되면 접종 후 점차 온도가 상승하여 균사 활착이 양호하게 되고 7~8월의 여름을 지나 가을의 저온 (15℃내외)을 맞아 버섯이 발생 되므로 적당하다. 버섯의 씨앗을 종균 [種菌]이라고 하며 한국의 종묘상에서는 쉽게 구입할 수 있으나 호주 사정은 어떤지 알아보지 못했다. 종균만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느타리 버섯 원목재배는 아주 쉽게 시도할 수 있다.
종균 접종

종균 접종은 원목의 측면에 구멍을 뚫어서 접종하는 측면 구멍 접종 방법과 나무의 단면에 접종하는 단면 접종 방법이 있으나 작업이 쉬운 단면 접종이 유리하다. 단면 접종 요령은 다음과 같다. 원목의 단면에 종균을 접종할 때 증량제를 제조하여 종균에 혼합 사용하면 균사 생장시 영양을 공급하게 되고 종균량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기온이 높거나 잘못 사용하면 잡균이 발생되기 쉬우므로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증량제는 신선한 활엽수 톱밥 80에 쌀겨 20%의 비율로 섞는다. 증량제는 배합시에 물을 고르게 뿌려 수분 함량을 65% 정도로 조절한다. 간이 수분 측정 방법은 손으로 꽉 움켜 쥐었을 때 손가락 사이로 물기가 맺힐 정도이다. 수분 조절이 끝난 증량제는 종균과 1:2~1:5로 배합하는데 종균은 콩알 정도의 크기로 부수어서 고루 섞는다. 증량제와 혼합된 종균은 원목 토막 절단면에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접종한다. 굵기가 비슷한 원목 토막을 골라 놓고 그중 하나 토막 단면에 종균을 두께 5~10㎜정도로 바르고 그 위에 다른 토막을 올려놓는 작업을 반복하여 7~10개의 토막을 샌드위치 식으로 쌓는다. 종균을 원목의 절단면에 바를 때, 토막의 중심부는 얇게 주변부는 두껍게 발라 종균의 건조 및 잡균 침입을 막는다. 접종에 소요되는 종균량은 원목의 굵기 및 접종량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보통 종균 2~3파운드 (병)이면 10년생 나무 한 그루에 접종할 수 있다. 즉 종균 1파운드로 직경 15~20㎝ 단목 30~40개의 접종이 가능하다. 토막 쌓기가 끝난 골목은 건조를 방지하기 위하여 접종 1개월 후부터는 일주일에 1회 정도 거적위에 물을 뿌려 준다. 균사 활착이 진행되는 도중에 골목을 떼어 보는 경우 균사의 활착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골목을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종균 접종 후 대개 2주일 정도 경과되면 원목과 원목 사이에 균사가 만연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런 현상은 접종된 종균이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음을 의미한다.
버섯 발생
버섯 발생 시기는 품종에 따라 다르나 9월 하순~10월 초순에 기온이 낮아 질 때 관수를 하고 습도를 유지하면 골목 단면과 지면에 인접한 측면에서 발생하게 되고 2~3일이 지나면 버섯 모양으로 생장하게 된다.
버섯의 발생을 촉진하기 위해 밤에는 문을 개방하여 저온 자극을 받도록 하고 실내 습도를 높여주며, 버섯 발생이 시작되면 환기를 시켜 주어야 한다. 버섯 발생 초기에는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하므로 땅속 깊이 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충분하게 관수를 해주고, 버섯 생육시에는 습도를 서서히 줄여 주어야 한다. 버섯이 발생하여 수확한 뒤 다음 주기의 버섯이 형성될 때까지의 기간은 버섯 발생 시기 및 발육시의 온·습도, 발생량 등에 따라 다르나 보통의 경우 빠르면 10~15일, 늦으면 15~20일 까지도 걸리며, 초기 발생량이 많으면 다음 발생 주기의 소요 기간이 길어지고 초기 발생량이 적을 때는 다음 주기가 당겨진다. 또한 고온일 때 발생 주기가 빠르나 저온이 되면 늦어진다. 농사가 다 그렇지만 파종한 후에 그 작은 씨앗에서 새싹이 돋는 것을 보는 기쁨은 수확못지 않게 기쁨이 있다. 버섯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는 기쁨은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하얀 곰팡이 덩어리 같은 것을 구멍에 쑤셔 넣었는데 이것이 자라서 버섯을 만들어 예쁜 얼굴을 들어내는 것을 보며 생명체의 신비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을 없을 것이다. 필자는 느타리 버섯 원목 재배를 해서 먹기도 싫건 하였지만 이웃들과 나누워 먹으며 행복했던 추억이 있다.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느타리 버섯 재배는 생산량이며 판매망 등 경영 전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권할 수 없지만 취미로 하는 느타리 버섯 재배는 요약 열거하여 본 것이다.
버섯의 생활사
버섯이 자실체로 성장하는 이유에는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애절함과 긴박함이 담겨져 있습니다. 버섯의 성장이란 죽음을 맞기 전 자손을 세상에 퍼뜨려 자신의 흔적을 남겨 놓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버섯이란 생명체는 일반적인 인간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르게 생존 방식과 자손 번식을 하며 생태계의 구성요소로서 확고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과 균류의 차이는 균류는 엽록소가 없어 동물처럼 식물에 의존하여 양분을 얻는다. 이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 생물체로, 희미하고 거미줄 같은 가지를 치는 균사 (filament)로 구성되며, 토양속이나 가끔은 물, 나무 껍질 아래, 혹은 식물체의 내부나 동물 내부에도 존재한다. 균류의 생식은 주로 대량으로 생산되는 작은 단세포인 포자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포자는 멀리 넓게 퍼지고 공기중에 늘 존재한다. 균류가 자실체 (fruiting body)를 형성할 때는 균사가 발달하는 기질 밖으로 자란다. 자실체는 균사가 빽빽하게 모여있는 것으로, 성숙하면 대량의 포자를 생산한다. 균류를 논하기에는 지면이 허락하지 않아서 극히 부분적인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버섯도 균류 (菌類)중의 담자륜 (擔子菌)이라고 하는데 담자균도 자연속에서 번식을 하며 생활사 (生活史- life history)를 이어가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담자규류에 관하여 알려 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은 생명체로 보고 있다. 담자균만 해도 그 종류가 25,000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니 담자균을 거론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는 비교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학자들은 담자균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라고 간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인 뽕나무 버섯속 (Armillariella)의 한 종은 그 범위가 37에이커를 차지한다고 한다. 균사 형태로 땅속에 퍼져있고 드문드문 자실체 (子實體)만 보일뿐 관련 식물의 미치는 영향을 공중 촬영을 통해서만 확인될 뿐 육안으로 확인 할 수 는 없는 것이며 과학자들의 분석으로는 그 무게가 흰 긴수염 고래의 무게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버섯의 입장 (立場)에서 다른 생명체가 살아가는 것을 바라본다면 가소 (可笑)롭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물들의 경우 짝짓기를 할 경우에 수컷들은 거의 생사 (生死)를 걸고 상대방과 결투 (決鬪)를 벌린다. 식물들은 자손 번식을 위해서 화려한 꽃을 만들어 매개 곤충 (媒介昆蟲)을 끌어 들여서 꽃가루를 전하여야 하고 씨를 퍼뜨리기 위해 낙하산을 공작 (工作)하기도 한다. 균류 (菌類)의 생존 방식은 바람부는 대로 세월가는 대로 삶을 온통 내 맞기고 살아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세상을 가르칠 듯이 주장하는 사람들을 대하면 균류의 고차원 (高次元)의 전략을 음미 (吟味)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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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