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씀바귀, 민들레, 고들빼기 그리고 야생초같던 중국의 투유유 노벨상 수상자 이야기

봄나물 3형제
필자의 집은 “ㄱ” 자로 꺾기는 가도 집이라 잔디 깎을 면적이 비교적 넓은 편인데다가 전면에는 숲과 인접한 공터의 잔디밭이 있어서 드라이브웨이 좌우와 카운실 공터까지 세 구역의 잔디를 깎으려면 근 3시간정도 진땀이 나게 engine mowe (잔디 깎기)를 밀어야 한다. 그런데 이 카운슬 공터에는 잔디 보다는 온갖 잡초들이 꽉 차 있고 그 중에서도 민들레가 이 구역을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민들레는 노란 꽃이 반복해서 피니 잡초들 중에서도 민들레만 유난히 눈에 띠게 되는 것이다. 민들레꽃과 비슷한 꽃을 피우는 두 개의 식물이 있으니 고들빼기와 씀바귀다. 여기다가 민들레를 추가해서 씀바귀와 민들레와 고들빼기를 봄나물 삼형제라고 지칭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세 식물은 생체 구조는 다르지만 생리적인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고들빼기가 제철을 만났는지 기세등등하게 꽃을 피우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씀바귀는 줄기에 자주 빛이 감돌고 이파리가 땅 갈피에 깔리질 않고 위로 솟아오르며 뭉쳐있는 형태다.
고들빼기
고들빼기는 외대 형태로 위로 뻗어서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다. 더욱이 고들빼기와 씀바귀는 참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 거기다가 민들레, 엉컹퀴까지 가세하면 머리가 좀 복잡해진다. 고들빼기와 씀바귀는 좀 느린 내 머리로는 참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 우선 쉽게 구별하는 방법으로 뿌리째 뽑아보면 가장 쉽게 알 수 있다. 고들빼기는 무처럼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는 통뿌리다. 그러나 씀바귀는 무침이 제격인 실뿌리다. 그리고 뿌리가 이러하다 보니 자라는 모습도 고들빼기는 대궁 하나만 곧게 자라고 대궁에서 잎들이 나 있다. 그러나 씀바귀는 가지가 많고 복잡하다. 3월에 뽑아 먹으면 쓴맛도 심하지 않고 아삭아삭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민들레 뿌리도 먹을 수 있다. 민들레 뿌리는 고들빼기 뿌리와 비슷한데 볼륨감이 떨어지는 우엉뿌리 같은 것이 특징이다. 잎사귀도 자세히 보면 특징이 있다. 고들빼기 잎은 가장자리가 톱날 처럼 된 것이 많으며 (어릴 때는 가시같은 것만 있음), 마치 줄기가 잎을 뚫고 있는 것 처럼 줄기를 감싸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씀바귀 잎은 가장자리가 매끈하고 폭이 좁은 편이다. 그리고 줄기 없이 땅에서 잎사귀만 따로 쏟은 것처럼 보인다.

민들레 잎은 톱니잎으로 깃꽃모양인데, 마치 삼각형을 실로 꿰어 놓은 듯 깊이 패어 들어간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줄기는 없다. 고들빼기 꽃은 꽃잎과 같은 노란색 수술이지만 씀바귀의 수술은 검은 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씀바귀, 민들레
꽃잎수는 고들빼기의 꽃잎 수가 훨씬 많고 빽빽하며 씀바귀는 5~9개 정도로 성글게 보인다. 고들빼기나 씀바귀 모두 노란꽃이지만 왕고들빼기는 흰색이다. 토종 민들레 꽃 모양은 고들빼기와 비슷하나 꽃잎의 수가 더 훨씬 많으며 흰색, 연노랑이다. 그러나 서양민들레는 짙은 노란색이다. 그리고 꽃받침이 위로 향한 것이 토종이며 아래로 쳐진 것은 서양민들레다. 민들레는 꽃은 하얀색이면 100% 토종이며, 연노랑도 토종이다. 민들레나 씀바귀 고들빼기는 잎을 자르면 우유 빛깔의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이 진액에 효능 성 성분이 있어서 이를 상품화 해서 판매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씀바귀의 효능으로 알려 진 것을 살펴보면 지용성 비타민E인 토코페롤 (tocopherol)과 시나로사이드 (synaroside)가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시나로사이드는 노화억제 항산화물질로 널리 알려진 성분이다. 또 한 콜리스톨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고 활성산소를 제거한다고 한다. 약초로 이름이 붙은 산야초의 효능을 살펴보면 만병통치가 되는 것 같다. 고들빼기도 그 중에 하나다. 고들빼기에 함유된 이눌린 (Inulins) 성분은 혈중 콜레스톨 수치를 낮춰주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고들빼기에는 사포닌 (saponin)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중국의 투유유 교수
2015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여성과학자는 중국 태생의 투유유 (屠呦呦) 교수다. 그녀는 개똥쑥 (Artemisia annua)에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 (Artemisinin)을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했다. 투유유 교수는 중국 최초로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그녀는 1951년부터 1955년까지 베이징 의학원 약학과를 졸업했다. 중국인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는 7-8명이 되지만 투유유 외에 다른 과학자는 모두 미국 등 외국에서 공부하고 연구를 하던 학자들이다. 그녀는 중국전통의학 연구원에 교수로 있지만, 다른 교수들과는 다르게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중의학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한 바 있지만 학위로 따지자면 학사학위 밖에 없는 셈이다. 2011년에 미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래스커상을 수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사 (중국 과학계 권위자에게 주는 최고 명예)도 아니다. 또한, 유학도 다녀오지 않아 ‘3무 과학자’라고 불린다. 영어도 잘못하고 유명한 국제 학술지에 논문 한 편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5무 과학자’라고 하기도 한다고 한다.

박사학위도 없고, 원사도 아니고,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그녀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말라리아 치료제를 연구하게 된 것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말라리아 치료제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던 1967년 중국의 주석인 모택동은 베트남의 부탁을 받아, 5월 23일에 말라리아 예방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임무를 지시한다. 당시 그 분야 최고 권위자는 ‘우파’라는 딱지가 붙어 숙청되었고 덕분에 기회는 베이징 중의학 연구소의 이름없는 연구자였던 투유유에게 오게 된다. 보조연구원이었던 그녀는 열정적이었고, 한약재와 화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여 연구팀장을 맡게 되고, 말라리아 치료제를 발명하기 위해 2천여 개 약초를 조사해 380여 종을 쥐에게 투여하며 연구를 하였다. 380여 종 중 개똥쑥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왜냐하면 실험 결과 개똥쑥은 말라리아 억제 효과가 다른 약재보다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녀는 중국 동진 시대에 쓰인 ‘주후비급방’이라는 책을 접하게 된다. 보통 약재를 추출하기 위해 약초를 끓이는 방식을 사용했던 그녀와 달리, ‘주후비급방’에서는 개똥쑥을 찬물에 갈아서 즙을 내는 방식으로 약재를 추출하였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그녀는 고온이 아닌 저온에서 개똥쑥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실험하였고 그 결과, 190번의 실패를 거쳐, 1971년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은 스스로가 임상실험 대상이 되기도 하며 개똥쑥의 효능을 입증하였다. 이 연구는 비밀 군사 임무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10년 뒤인 1981년에 세계보건기구 (WHO)에 발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11년 그녀가 래스커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그녀를 주목하지 않았고 원사로 임명하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사에 임명되려면 인맥이 중요했기 때문에 연구에만 몰두하고 인맥을 넓히지 않았던 투유유는 번번이 심사에서 떨어졌다. 세월이 지나며 그녀의 업적은 묻히는 듯하였으나, 베이징 대학의 생명과학과 교수인 라오이 교수가 그녀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였고, 그녀는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원사가 아닌 그녀의 노벨상 수상으로 인해 중국 연구계는 주목을 받고 있으며, 중의학연구로 상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한의학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통풍구도 없는 열악한 시설에서 연구를 시작했으며, 화학물질에 상처를 입고 중독성 간염을 앓으면서도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팠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그녀의 동료 루아이핑 중국 참신대 중의학과 학장은 ‘그녀는 평상시에는 털털하고 합리적이지만 일을 할 때는 가혹할 정도로 꼼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연구에 몰두하는 사이, 그녀의 딸은 탁아소로 보내졌고, 남편은 문화대혁명 물결 속에 숙청당하기도 했다. 과학자로서는 훌륭한 그녀지만 가족의 입장에서는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녀가 ‘3무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연구에 대한 그녀의 열정과 한우물만 팠던 끈기 덕분이 아니었을까? 앞으로는 여성 과학자의 가족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 투유유 교수와 같은 여성 과학자들이 연구와 함께 가족도 챙길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본다.
잡초가 어디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와 개똥쑥 뿐이랴?
공원의 잔디밭이며 주택가 산책길에 어렵사리 비집고 올라온 야생초가 거의 뽑혀 나갈 잡초의 운명이다. 구석진 모퉁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사함 얼굴로 시선을 끌다가 시드는 꽃보다 멋있고 쓰러지면 일어나지 못하는 나무보다 강하다. 배고픈 벌레에게 살점도 내어주는 야생 약초는 살신성인, 지친 개미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잡초는 온정을 나누는 위대한 보통사람 같고, 음지에서도 생명 원리를 지키는 야생초는 계율을 지키는 성자의 모습. 두려움을 모르는 야생초처럼 당당하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