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효소(2) [산화환원효소를 중심으로]
이미 “효소1”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 가지 종류의 효소는 상대할 수 있는 고객도 하나다. 3천여종이 넘는 효소가 각기 다른 유기물에 관여해서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효소가 장사꾼은 아니지만 과일 장사. 옷장사, 생선장사 다르듯 다룰 수 있는 상대는 다르다. 효소는 유기물을 변화시키는 단백질이다. 유기물은 기본적으로 탄소동화작용[광합성]을 통해 생성되었기에 “탄소-C”라는 원소가 들어간 물질이라는 것을 생각해야한다. 이 탄소를 가지고 유기물을 만들어 내는 공법[工法]이 광합성이다. 광합성과정에 개입하는 효소는 소화효소와는 성질이 다르다. 소화효소는 물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광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는 물과 관계없이 촉매작용을 한다. 효소기능성에 따라 6가지로 종류를 분류할 수 있다. 지난주에 다루었던 소화효소는 물분자를 첨가시켜 고분자유기물을 저분자 유기물로 분해하는 가수분해 효소다. 아밀라제, 펩신 등이 가수분해효소다. 그 외에 전이효소, 분해·부가효소, 이성질화효소, 합성[연결]효소 등이 있다. 금주에는 광합성과 호흡에 깊이 관여하는 산화환원효소를 중심으로 언급하려고 한다.
식물의 광합성에는 산화환원효소가 관여한다. 기본적으로 생명체는 광합성으로 태양에너지를 뭉쳐 놓은 유기물이다. 물[H2O]과 이산화탄소[CO2]로 포도당이라는 에너지 유기물을 만드는 것이다. 포도당은 영어로 glucose[글루코스]다. 광합성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진흙에 물을 부어 흙벽돌 찍어내듯 간단히 되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공정이 진행되게 되며, 공정의 단계마다 효소가 끼어들어야 완성품인 포도당이 만들어 지게 된다. 태양에너지를 끌어 들일 때에 복잡한 물리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게 되며 이 과정에 많은 효소가 작용하게 되고 산화환원 효소가 광합성의 첫 단계에서부터 끼어들게 된다.
산화환원 반응
산화환원 반응이란 어떤 물질에 이온상태로 있는 전자가 “붙었다, 떨어졌다”하며 화학반응하는 것이다. 이온상태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전자가 제자리를 지키지 않고 빈자리를 남기고 떠나거나, 가지고 있는 전자만으로도 충분한데 전자를 몇개씩 덤으로 가지게 되는 경우, 이온상태가 되는 것이며, 이때 이 물질은 전하[電荷]를 띠게 되는 것이다. 이 물리현상을 현상의 설명은 길어지므로 간략하게 설명해서 전자가 붙게 되는 것을 “환원”,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산화수가 감소한 것을 “환원” 혹은 “산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광합성이라는 화학반응은 식물의 엽록체에서 일어는 나는데 태양의 빛 에너지로 원료인 물[H2O]과 이산화탄소[CO2]로 포도당[C6H12O6]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고, 산화환원효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합성에 관여하는 유가화합물이 있다.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NAD)라는 긴 이름의 유기물이다. 줄여서 NAD라고 하는 것인데 니코틴아마이드[Nicotinamide]라는 인산기와 아데닌[Adenine]라는 5탄당, 다이뉴클레오타이드[Dinucleotide]라는 핵산[核酸], 이들 3가지 물질이 공유결합된 화학물이며, 유기물의 이름이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생화학용어다. 이 낯설은 화학물이 효소의 보조역할을 한다. 효소와 성질이 약간 다르기 때문에 조효소라고도 한다. NAD가 화학반응을 해서, 인산[Phosphate-H3PO4]을 끌어다 붙이면 NADP가 되는데 이 두개는 생체에 아주 중요한 조효소다. 인산[Phosphate]을 “붙였다, 떼어버렸다”를 반복하면서 에너지를 거래하는 화합물이다. 아데닌[Adenine]이라는 탄소 5개가 결합된 5탄당의 유기물이 있다. 이 아데닌도 NAD와 마찬가지로 인산을 거래하는 화합물이다.
“synthase”라는 ATP합성효소의 중요성
아데닌이 인산[Phosphate-H3PO4] 한 개와 합성된 것을 AMP, 두 개가 붙으면 ADP, 세 개면 ATP라 하는데 인산이 에너지를 달고 다니며, 생체의 필요한 부분에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이 화학반응에도 효소가 있어야 하며 효소이름은 “synthase”라는 ATP 합성효소다. ATP 1분자의 열량[熱量]은 7.3kcal/mol로 추산하고 있다. ATP는 근육 속에 많이 있다. 팔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이 발달하였다면 ATP 저장소를 많이 만든 결과다. 보디빌더[bodybuilder]들이 과시하는 근육이 미관[美觀]을 위해 근육이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근육운동에 필요한 ATP 저장소를 확장시키기 위해 근육이 점차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ATP는 에너지의 현찰[現札]이다. 모든 생체활동은 ATP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방도 에너지이지만 부동산[不動産]같아서, 꺼내 쓰기가 쉽지 않으며 몇 단계의 화학반응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ATP나 NADP가 된다. 단백질도 에너지화되는 것이지만 최종적으로 ATP화해야 되는 것이다. 소화기관에서 많은 소화효소를 동원해서 법석을 떨며 소화작용을 하는 것도 ATP 같은 현금 확보를 위한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식물이 광합성이라는 화학작용을 통해 탄수화물을 만들고 이 1차 공정물에 질소를 끌어다 붙이면 단백질이 되는 것이고 이들을 원자재[原資材]로 사용하여 중소기업 수준의 생체조직에서 효소라는 기술자들이 생체의 에너지로 저장해 쌓아둔 것이 단백질 조직의 근육이며, 지방[脂肪] 조직이다.
에너지의 현찰[現札], ATP
흔히 소화와 관련된 아밀라제 정도의 효소이름은 알고 있지만 ATP니, NADP니 하는 산화환원과 관련된 효소의 이름은 대중적이도 않고, 이들 효소에 관한 지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세포 내에는 수천 또는 수만 가지의 생화학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한가지 종류의 반응마다 각각 다른 종류의 효소가 작용하고 있다. 다 중요한 물질이지만 ATP 같은 유기물질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아밀라제보다 그 역할이 너무나 방대하고 오묘한 물질이다. 이 유기물이 만들어 지고 분해될 때에도 에누리 없이 효소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나의 세포 속에서 도는 수많은 종류의 효소가 합성되어야 하며, 효소도 수명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효소가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한다. 재미있게도 효소들의 합성도 효소의 작용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외에도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 면역을 담당하는 항체(antibody) 및 인체의 활력을 주는 물질의 합성도 모두 효소없이는 불가능하다. ATP는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건전지(dry cell)나 마찬가지다. ATP에는 생체활동에 언제고 사용할 수 있는 다량의 자유에너지(free energy)가 저장되어 있는데, 인체는 하루에 거의 60-70kg 정도의 ATP를 합성한다. 만약 ATP 합성활동이 미약하면 스테미너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때부터 기분이 상쾌하지 않고, 저녁에 직장에서 돌아와 TV 앞에 앉아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곯아떨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이와 같이 인체의 활력(vitality)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ATP도 결국 ‘ATP 합성효소(ATP synthase)’라는 효소에 의하여 합성되는 것이다.
외근직효소-소화효소, 내근직효소-ATP synthase 등
소화효소는 세포 밖에서 작용함으로 ‘외근직[外勤職]’이라고 한다면, ATP synthase같은 ‘세포 내부에서 일을 하는 ATP synthase같은 효소는 ‘내근직 효소’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 효소들이 없으면 생명현상이 유지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들 효소 중 몇 가지만 결핍되거나 양이 부족해도 질병에 걸린다는 사실이다. 효소는 실로 생명의 지킴이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효소에 대한 붐이 한창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면서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은, 세포 내부에서 일하는 효소들은 하나같이 그 세포 자체 내에서 생산되고 바로 그 세포 안에서 활용된다는 점이다. 즉,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식품을 통하여 섭취하는 효소는 세포 내부에서 일하는 효소의 종류와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세포 외부로부터 유입될 수도 없다는 말이다. 생체에 흡수된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중에 세포내에서 작용하는 효소인 산화환원효소가 역할을 할 뿐더러 이들 재료를 생산하게 되는 광합성과정에도 똑같이 산화환원효소가 끼어들게 되는 것이다. 소화작용이 이루어지려면 재료가 있어야 되는데 그 재료라는 것이 거의가 광합성의 산물이다. 이 과정이 너무나 복잡하고 오묘해서 과학자들에게는 보통 골칫거리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상세히 밝히고 또 이를 인공적으로 진행시키려는 시도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광합성 같은 것을 인공적으로 해낸다면 천지개벽의 현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합성으로 생성된 탄수화물인 포도당[글루코스]에 저장되어 있는 광[光]에너지가 생체에서 사용되려면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처야 하는데 중요한 과정 2개가 있다. 첫 번째 반응이 탄소 6개의 6탄당인, 포도당[C6H12O6]이 탄소 3개짜리 3탄당으로 쪼개지는 반응을 해당과정이라고 하는데 포도당 1분자가 3탄당인, 피루브산(CH3COCOOH) 2개가 되고 이 과정에서 ATP synthase라는 효소의 도움으로 ATP도 생성된다. 해당과정으로 분해된 피르브산은 다음 단계인, “시트르산” 회로라는 반응을 거치며 총38개의 ATP를 생성하게 된다. 이 반응은 세포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에서 일어나며 화학반응이라 복잡한 단계가 있으며, 호흡기관을 통해 흡입된 산소[O2]가 효소의 도움을 받아 포도당을 산화시키는, 다시 말해 연소시키는 과정이지만 격렬한 불꽃이 아니고 서서히 이루어지는 화학반응인 것이다. 모든 생체에, 포도당 1분자는 38개의 ATP를 만들고 ATP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로 체온이 유지되고 생체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탈수소효소, 탈탄산효소, 전자전달계효소 등 수많은 효소들이 단계마다 관여하고 있다. 결국 장황한 설명은 ATP로 귀착되었는데 이 ATP를 오래전에 제약회사들이 추출하는데 성공해서 정제며 주사액등으로 시판하고 있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