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효소(3) [효소, 유산균, 발효, 부패 등을 중심으로]
자연계는 모든 구성요소가 역할을 다하며 균형을 유지해 간다. 무한에 가까운 태양에너지는 생명력이 없는 물과 산소, 탄산가스, 질소, 탄산염[炭酸鹽], 인산염[燐酸鹽] 등으로 생명체를 탄생시켜서 지상의 생태계[生態系]를 구성하였다. 과학계는 지구의 나이는 45.4 ±0.5억[위키백과]이고 생명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박테리아가 36억년 전에 출현하였다고 추론[推論]하고 있다. 광합성으로 독립영양을 하는 박테리아가 출현하면서 지구에는 산소[O2]량이 증가하게 되고 광선에 의해 누적된 산소[O2]분자는 해리[解離]되어서 산소[O]원자가 되는데 이 산소원자-O가 대기층을 이루고 있던 산소[O2]분자와 결합하여 오존-03을 생성하게 된다. 이 오존층은 원시의 지구환경을 생물체의 천국으로 변화시킨 결정적계기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권의 20-25km상공에 형성된 오존-03층은 생명체에 치명적인 자외선을 흡수함으로써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구축하게 된다. 그 후 수십억년 간에 걸쳐서 원시지구의 바닷물에서 출현한 박테리아 형태의 미생물들이 바닷물, 햇빛과 산소[O2]의 기본자료와 함께 물속에 녹아 있는 무기물[mineral]과의 접촉반응을 통해 생체조직을 변화발전 시켜 온 것이다. 원시지구의 바닷물에서 출현한 박테리아에서 인간의 선조가 오기까지의 과정을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고 수긍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있다. 인간의 체액이나 양수[羊水]의 농도가 0.9%인데 현재의 바닷물의 농도가 3.5%로 진해지긴 하였지만 원시지구의 바닷물의 농도도 0.9%이며 생물을 구성하는 원소의 구성원소 비율은 아주 작은 미생물에서 사람, 식물 등 그 종류에 관계없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바닷물[원시지구]의 농도-0.9%
생물체는 독특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지각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원소들이 농도 0.9%의 물속에서 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유기물을 형성시킨 결과물이다. 대표적인 화학반응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촉매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식품이 어떤 종류의 원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알려면 이를 태워보게 된다. 산소나 수소, 탄소는 증발해 버리고 타고 남은 잔유물을 회분(灰分, ash)이라고 하는데 이 회분을 분석해서 식품의 특성을 분석하게 된다. 그 간에 회분[灰分]분석 등 과학적으로 밝혀낸 생물체의 구성원소를 필수원소와 미량원소로 분류한다. 질소, 인, 칼륨, 탄소, 수소, 마그네슘, 황 등은 ‘필수원소’로 분류하고 철, 붕소, 망간, 아연, 구리, 몰리브덴 등을 ‘미량원소’로 분류하고 있다. 물속이나 땅속에 있는 이와 같은 물질을 일차적으로 식물이 흡수하는데 흡수된 물질이 화학반응을 하여야 생체에 필요한 유기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화학반응에는 촉매가 있어야 하고 생체조직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 촉매역할을 효소가 하는 것이다. 35-6억년 전부터 유기화학 실험을 통해 새로운 물질을 생성시키며 생물체를 변화 발전시켜 온 최첨단 유기체[有機體]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유기체의 유통기간이 인간의 수명[壽命]이 아니겠는가?
미토콘드리아에서 벌리는 해당[解糖]작용
화학반응에는 반응속도가 있다. 화학반응을 통해 신물질을 만들기도 하지만 생성되었던 물질을 분해도 하여야 한다. 만드는 과정의 예[例]가 “광합성”이라면 “소화작용”은 분해하는 과정이다. 햇빛을 이용한 광합성으로 에너지 덩어리인 유기물을 만들어 놓으면 동물들은 또 열심히 이를 분해해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 과격한 것은 불꽃을 일으키는 연소[燃燒]이고, 미토콘드리아에서 벌리는 해당[解糖]작용도 유기물을 서서히 분해시키는 화학작용이다. 불꽃을 내며 격렬하게 반응하는 연소는 속도가 빨라서 순식간에 끝나 버리지만 생체에서 일어나는 산화 화학반응은 느린 속도로 서서히 일어나면서 생명현상이 연출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효소는 햇빛에너지로 결합돼 있는 유기물을 가지고 화학반응을 통해 이러저러한 변형품을 만들어 가며 생명현상을 연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화학반응에는 효소가 개입해야 유기질이 서서히 분해되면서 에너지를 유효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먹거리로서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 하는 관점으로 유기물을 바로보기 때문에 부패[腐敗]니, 발효[醱酵]니 하며 자연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구분해서 생각하게 되지만 두 가지 화학반응은 극과 극의 화학반응이 아니고 자연계의 물질 순환으로 볼 때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화학반응이다.
부패와 발효
한국식품과학회(Korean Society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가 발간한 ‘식품과학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부패(putrefaction)’란 “유기물이 미생물(또는 효소)의 작용에 따라 악취를 내며 분해되는 과정 또는 그런 현상, 주로 단백질 식품 또는 지방질 식품이 무산소성 세균에 의하여 불완전 분해를 하고 여러 가지 아민(amine)이나 황화수소 따위의 악취가 나는 가스를 발생하는 현상이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반면, ‘발효(fermentation)’란 “미생물(또는 효소)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따위를 생산하는 과정,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은 상태에서 미생물이(또는 효소)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외부 전자 수용체의 관여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이른다. 예를 들면 에탄올이나 젖산 발효에서 포도당 한 분자가 발효되면 ATP 두 분자가 생성된다. 술, 빵, 김치, 식초, 향 화합물, 된장, 간장, 치즈, 발효 음료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쓴다”라고 표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효소(enzyme)’란 “생물의 세포 안에서 합성되어 생체 속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화학 반응의 촉매 구실을 하는 고분자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화학적으로는 단순 단백질 또는 복합 단백질에 속한다. 특정 물질의 화학 반응에만 참여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단백질 분해 효소는 단백질 외에 다른 성분을 분해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다. 유산균하면 인간에게 무언가 유익함을 주는 박테리아로 친근감있게 다가오지만 유산균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유기물을 분해하며 생성해 내는 유산[乳酸]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유산균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유산[乳酸]이 녹아있는 산성(酸性)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산균이 시큼한 유산을 만들어내는 것은 먹이 경쟁에서 다른 박테리아를 물리치기 위한 기막힌 생존 전략이다. 우리말로 하면 ‘젖산’, 영어로 ‘락트산’[Lactic acid]이라고 한다. 유산이 사람 살리려고 장속에서 살림차리고 법석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유산균도 지나치면 분명히 해롭다. 유산균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안통할 리 없다. 유산균 과다섭취 시에는 큰 부작용이 알려진 것은 없으나 설사가 나고, 가스가 많이 차고 거북한 느낌이 든다든가, 오히려 변비가 심해진다는 등은 널리 알려진 사례이다. 유산균이 살아가며 부산물로 생성해낸 유기물이 향도 좋고 인체에 유익하게 작용하니 유산균을 “터줏대감 모시듯” 하고 있다. 유산균이 유산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인체의 근육속에서는 유산균과 관계없이 인체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근육세포 안의 ATP량이 증가되는데, 이때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젖산이 발생된다. 즉 산소량이 많으면 젖산이 생성되지 않고, 무산소 운동의 수준에서 ATP반응과 함께 젖산이 축적되면 근육 통증과 피로를 일으키는 ‘피로 물질’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근육세포 내에 축적된 젖산(Lactate)이 암세포를 키우고 전이(轉移)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젖산[유산]이 유산균을 살리고 섭취하여 재활용하면 좋은 것이지만 근육 속에 쌓이면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유산균은 엄밀히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라는 속명[屬名]에 소속된 종류를 통틀어서 말하는 것인데 다양한 종류가 속해 있다. 대표적으로 락토바실러스 카제이(L.casei), 락토바실러스 애시도필러스(L.acidophilus),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L.bulgaricus), 비피도박테리움 롱굼(B.longum), 비피도박테리움 비피둠(B.bifidum), 액티레귤라리스(Actiregularis) 등 다양한 종류의 유산균들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부족한 유익균을 보충해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돕고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이 의학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매스컴을 통해 선전됨으로써 유산균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대장내에 유산균의 부족으로 야기되는 질병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과 비유산균을 포함한 건강에 이로움을 주는 살아 있는 모든 “균”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좋은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균’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청의 ‘건강기능식품 공전’에도 유산균이 아닌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익균의 공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산균의 확장·진화된 형태인 셈이다. 항생제가 균의 생장을 억제하거나 없애는 효과를 내는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는 균이 가지고 있는 성질 중 서로를 돕는 ‘공생과 상생’을 이용해 건강을 도모하는 것이다. 장내 유익균을 배양해서 치료하기 때문에 항생제와 달리 생체 친화적이다. 대장에 유산균을 비롯한 유익균이 서식하지 못해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똥”을 대장에 이식해서 치료한 사례가 있다. 문제는 건강한 사람의 “똥”을 검증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고 채취하는데도 복잡하기 때문에 유익균을 배양해서 대장에 침투시키려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많은 제품을 만들어 광고하고 있지만 유익균을 대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너무나 복잡하다는 것이다. 회사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의 연구를 거듭하고 있고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었다고 광고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유익균을 캡슐에 담아 친환경인 물질로 3중 4중의 코팅으로 위와 대장의 소화기관의 소화 분해과정을 안전하게 통과해서 대장에 정착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기사겸 광고가 있다. 효소도 “프로바이오틱스”와 동일한 문제로 생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된 효소와 차이가 없이 외부투입으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메카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효소식품
효소식품은 곡류와 채소, 과일, 해조류 중에서 영양이 우수하고 유용성이 인정된 식품 원료에 효모와 유산균, 국균 등 미생물을 가해 발효시킨 뒤 먹기 적당하도록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현재 시중에 팔리고 있는 효소식품이 정말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효소요법 전문가들은 “효소는 우리 몸 속 신진대사를 돕는 우수한 촉매제여서 부족하기 쉬운 효소를 먹는 것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많은 과학자들이 “효소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기에 효소 열풍은 난센스”라고 맞서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효소식품 가운데 대다수 제품이 효소 함량이 매우 낮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부 효소식품은 100g당 당분 함량이 39.3g으로 콜라 등 탄산음료(9.1g)의 4배 수준”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일부 효소식품은 설탕 범벅이라는 입장이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효소식품에 대해 부정적이다. 리처드 랭엄 미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요리 본능’(사이언스북스)에서 “음식에 들어 있는 효소가 체내 소화나 세포작용에 기여한다는 것은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효소 분자 자체가 위와 소장에서 소화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종당에는흙으로
랭엄 교수는 “설사 식물효소가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는다 해도 이들 효소의 대사기능이 해당 식물에 맞게 특화돼 있어 인체 내에서는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효소식품은 효능을 밝히지 못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효소식품은 그 효능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있다”며 “효소만 먹는다면 우리 몸에 동물성 영양 성분이 부족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인체에서 효소가 부족해지는 것은 운동부족, 스트레스, 노화 등으로 효소가 만들어지는 조건이 나빠지기 때문이어서 몸 속에 효소를 늘리려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풀어 몸 자체를 살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고창남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효소는 열에 약해 45도가 넘으면 살 수 없는데 소화기관이 건강한 사람의 경우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효소를 다량 섭취하게 된다”며 “특히 한국인은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등을 통해 효소를 섭취할 수 있어 효소부족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매사가 다 그렇지만 바보상자라고 하는 TV를 비롯한 각종 매스컴의 검증되지 않은 편집된 지식에 현혹[眩惑]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이 자연계의 섭리를 꿰뚫어 보기가 어려운 일이지만 소화며, 발효며, 효소며, 부패 등의 화학작용이 자연생태계의 평형[平衡]을 이루는 과정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살아있는 모든 것이 종당에는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