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경 목사의 신학논단

호주 한인 이주민의 영적 성숙을 위한 질적 사례연구 : 분석심리학 이론과 기독교 상담을 중심으로
A qualitative case study on the spiritual maturity of Australian immigrants Focusing on analytical psychology theory and Christian counseling
그리스도인의 영적 성숙은 단지 종교적 성장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나 교리적 이해의 심화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신자의 실존적 결단이며, 하나님 형상의 회복을 지향하는 신앙 여정의 중심 과제이다. 다시 말해, 영적 성숙은 신앙인의 존재 목적이며, 일상적 삶의 구체적 맥락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인격적, 관계적, 그리고 영적 형성 과정을 포함한다. 본 연구자는 199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4년간 호주 한인 이주민 교회를 섬기며 목회 사역을 지속해 왔다. 이주민이라는 특수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지닌 교회공동체를 오랜 기간 목회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였던 주요한 목회적 과제 중 하나가 신자의 영적 성숙에 관한 문제였다. 신앙생활의 연륜이나 종교적 활동의 외형과는 무관하게, 내면의 성숙과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성도들을 마주할 때마다 본 연구자는 깊은 영적 딜레마와 한계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사역 초기에는 이러한 문제가 다문화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식하였다. 생활 양식과 문화가 다른 호주 사회에서 한인 이주민들은 정체성의 혼란, 문화적 긴장, 언어적 장벽과 사회적 소외 등 다양한 내적·외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삶의 조건은 신앙인의 영적 성숙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신앙 안에서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함으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갈등과 위기들이었다. 실제로 성도 간의 갈등이 교회 분열의 원인이 되었고, 이는 곧 교회의 성장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연구자는 이러한 갈등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주로 실천신학적 접근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해 왔으며, 특히 인간관계의 회복과 공동체의 영적 건강성 회복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으며, 갈등의 본질적 원인에 대한 더 심층적인 이해와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021년부터 시작한 상담 심리학 과정에서 연구자는 칼 융의 분석심리학 이론을 접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그림자’와 ‘그림자 투사’의 개념은 이주민 목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한 신자들 간의 갈등과 영적 미성숙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해 주었다. 그림자이론은 단순히 교회 내의 분쟁과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주민들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내면의 갈등, 억압된 감정, 분노와 두려움이 관계적 맥락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성찰하게 하였다. 본 연구는 바로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인 이주민들의 삶의 맥락 속에서 영적 성숙이 어떻게 방해받고, 또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특히 칼 융의 분석심리학과 기독교 상담학의 이론적 틀을 통합하여, 호주 한인 이주민이 영적으로 성숙하게 자라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나가도록 도울 것이다.
겉에서 보기에 호주는 다문화와 관용의 가치 위에 세워진 이상적인 국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인종적 긴장과 사회적 배제가 잠재해 있다. 특히 백호주의라는 역사적 배경 위에 형성된 현재의 다문화 사회는 이민자들에게 포용과 기회의 땅인 동시에, 문화적 불안과 심리적 긴장의 장이기도 하다. 동시에, 한인 공동체 내부에서도 불신과 갈등이 발생함으로써 이중적인 심리적 압박과 긴장을 겪게 된다. ‘같은 동족을 믿지 말라’는 말이 회자하는 한인 사회의 현실은, 공동체 내부에 깊이 뿌리내린 상호 불신을 드러낸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 속에서 한인 이민자들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의 차별을 경험하며, 이에 따라 사회적 소외감과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호주는 한인 이주민들에게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페르소나를 강하게 작동시키고, 억압된 자아의 측면인 그림자를 외부에 투사하며 살아가도록 만드는 심리적 조건이 극대화된 삶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호주 한인 이주민들에게 관찰되는 그림자 양상 중 하나는 정체성의 혼란과 자기 부정의 내면화된 그림자이다. 이들은 생존과 자녀 양육이라는 복합적 삶의 과제를 감당하며 호주 사회에 정착해 왔다. 그러나 정착의 과정에서 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보다는 외적 적응과 생존에 집중하게 되었고, 자녀들이 성장하여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추게 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자기 정체성의 분열과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자녀와의 관계에서 언어와 문화의 단절은 심리적 단절로 이어지며, 부모로서 역할 상실감과 무력감을 초래한다. 자녀가 영어만 사용하고 한국 문화를 수용하지 않으려 할 때, 이민 1세대는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부정, 자기 존재에 대한 무가치감, 문화적 수치심을 경험하며, 이러한 감정들은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로 무의식에 억압된다.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라는 민족적 기질은 이민자들에게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생존 전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억누르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여 정체성의 분열과 소외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렇게 억제된 감정과 내면화된 갈등은 자아의 통합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외면하게 한다. 이 억압된 그림자는 자녀가 무례함을 보일 때 무의식적으로 분노가 표출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신이 속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적대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문화 간의 긴장과 자기 가치에 대한 위협이 강화되어 갈수록, 이주민의 그림자는 더욱 깊이 내면에 은폐된다. 이는 자아 통합의 과정을 지연시키고 영적 성숙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호주 이주민이 경험하는 자기 부정적 그림자는 단순한 문화 적응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곧 개성화의 여정과 영적 성숙의 성취라는 깊은 내면의 심리적·신앙적 과제로, 반드시 직면하고 치유되어야 할 통합적 과제임을 시사한다.
두 번째로 한인 이주민의 그림자는 인종차별과 일상에서 경험하게 되는 만연화된 일반적 차별에 대한 억압된 분노이다. 호주 사회에서 차별은 직장, 학교, 교육, 사회, 심지어 모든 종교 집단 안에서도 인종차별과 일반적 차별이 자행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빅토리아주 연구보고서는 703명을 대상으로 18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 빅토리아주 연구보고서는 응답자 중 76.2%가 인종차별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으며 응답자의 56.5%, 직장 관련하여 인종차별 경험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특별히 아프리카 출신의 91.1%, 호주 안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특정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더 많은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있고, 특정 장소에서 이런 일이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람 중 3분의 2가 지난 12개월 안에 한차례 이상 인종차별을 경험했으며, 4분의 1은 인종차별을 “자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주1)
이것은 다문화, 다종교 사회를 주창하고 있는 호주 사회 안에 인종차별이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호주 (Australia)에서의 차별은 한인 이주민들이 속한 외부 사회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한인 이주민 공동체 내부에서도 지역적 출신 배경(지방색)과 계파에 따른 은밀하고 구조적인 차별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이는 종종 간과되지만 실제로 많은 이주민의 정착 과정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특히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소지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는 비가시적인 위계와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이는 고용 기회, 대인관계, 한인 사회 내 네트워크, 그리고 교회공동체 내 발언권 등 여러 영역에서 착취와 배제의 구조로 작동한다. 이러한 내부적 차별은 이주자로 자기 존재를 방어하기 위해 강한 페르소나를 형성하게 만들며, 동시에 억압된 감정과 열등감을 그림자의 형태로 심층에 축적하게 한다. 결국 이는 개별 이민자들의 자아 통합과 개성화, 그리고 영적 성숙의 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영적 과제로 작용하게 된다.
최근 한 한인 사업체가 워킹 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의 임금을 체납하고 노동력을 착취한 사건은 이와 같은 구조적 차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착취 규모는 2016년 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총 $653,129상당의 임금 체납 및 기록을 조작하였으며 1인당 체납액은 최소 $48에서 최대 $83,968에 이르렀다. 해당 사업체는 호주 공정노동청 (Fair Work Ombudsman)에 의해 역사상 최대인 $15.3 백만 (약 1,53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게 되었다.(*주2) 임금 착취로 인해 호주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이 사건은 한인 이민자 사회 내부의 불평등과 불신의 그림자 형태로 드러내는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는 단순히 법적 처벌로 종결될 사안이 아니라, 한인 이민자 공동체 안에 내재 된 권력의 그림자와 도덕적 책임의 결핍을 상징하는 사회적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융의 분석 심리학에서 그림자는 억눌린 자아의 일면이 무의식적으로 외부에 투사되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러한 그림자는 종종 사회적·구조적 맥락에서 권력의 불균형과 결합하며, 자신과 같은 정체성을 가진 약자에게로 향한다. 이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넘어선 사회적 투사의 문제로, 이주민 공동체 내부에 존재하는 그림자의 구조화라고도 볼 수 있다. 강자와 약자의 위치에 따라 투사의 방향이 달라지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의 인간 존엄성과 신앙적 정체성은 더욱 왜곡된다. 기독교 상담학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는 영적 성숙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 요소이다. 같은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정의와 존엄이 무너질 때, 신앙 공동체로서의 영적 유기성은 상실되고, 복음의 화해적 본질은 가려진다. 따라서 이민자 공동체 내에서의 차별과 착취 문제는 단지 법적·사회적 차원을 넘어서, 신학적 성찰과 영적 회복이 요청되는 치유 과제이다.
세 번째로 호주 한인 이주민들에게는 성공에 대한 강박과 열등감의 그림자가 존재한다. 호주 한인 이주민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미래를 위한 삶 곧 성공을 이주의 주요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민 생활의 복합적인 현실은 이러한 이상을 달성하는 데 수많은 장벽과 좌절을 경험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에 대한 강박과 열등감은 무의식 속에 억압된 그림자로 형성되어, 심리적 불균형과 정체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림자는 단순한 열망의 좌절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융의 분석 심리학에 따르면, 그림자는 자아가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자기의 한 부분으로, 도덕적·사회적 기준에 의해 억눌린 심리적 실체다. 한인 이주민의 ‘체면 문화’와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민감성은 이러한 억압을 더욱 강화한다.
외적으로는 성공한 이민자의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면서도, 내면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비교로 인한 자기혐오, 사회적 무가치감이 축적되며 심리적 균열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2024년 2월, 시드니 북서부 노스 파라마타 (North Parramatta)와 버컴힐스 (Baulkham Hills)에서 발생한 한국계 이민자 일가족 살인사건은, 이러한 그림자가 극단적인 방식으로 분출된 비극적 사례이다. 해당 사건의 용의자는 한국계 이민자로, 성공한 인물처럼 자신을 허위로 포장하고, 허언과 거짓 경력을 통해 사회적 인정을 추구해 온 인물이었다. 정신과 전문가의 소견에 따르면, 그는 리플리 증후군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이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틈새를 거짓으로 메우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병리적 일탈이 아니라, 이민자 집단 내부에 만연한 성공 강박과 열등감의 그림자가 어떤 파괴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사회적 체면과 성공을 향한 강박감이 자아 정체성을 왜곡시키고, 실패에 대한 수치심이 자기를 부정하는 그림자로 작동할 때, 이 그림자는 타인을 향한 투사, 거짓된 자기 형성, 심지어 파괴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을 지닌 이주민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신앙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자기 실패에 대한 신앙적 해석 결여, 공동체 내 관계의 파괴, 비판과 분열, 자기혐오의 영적 외피 화 현상은 나타나며, 이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이고 친밀한 관계 형성을 저해함으로써 영적 성숙에 이르는 여정을 가로막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호주 한인 이주민 공동체 안에서 관찰된 그림자의 양상은 정체성의 혼란과 자기 부정의 내면화된 그림자이다. 이는 분노, 수치심, 성공에 대한 강박과 적개심, 탐욕, 심지어 자살과 폭력 충동 및 열등감과 같은 정서적·행동적 표현으로 드러났다. 분석 심리학에서 그림자는 자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길들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며, 무의식적으로 외부 대상에 투사되어 공동체 내 갈등과 심리적 소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주3) 이러한 정서적 그림자의 작용은 교인들 간의 불화와 영적 정체를 일으켰고 건강한 신앙 공동체의 형성을 어렵게 만들었다. 연구자는 이주민 목회 초기에 이러한 문제를 주로 신앙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실천신학의 접근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 반복된 경험을 통해, 본 연구자는 문제의 더 깊은 이해와 효과적 대응을 위해 심리학적 통찰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분석 심리학에서 그림자 투사의 부정적 영향력을 극복하는 핵심적 방법은 자아가 무의식에서 나오는 그림자의 내용을 자신의 것이라고 수용해 주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 무의식의 그림자를 인식하고 통합함으로써 자아와의 통합을 이루고, 더욱 온전한 인격과 영성을 형성해 나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자아는 무의식에 내재 된 그림자를 수용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 개성화에 이르게 되며, 이는 온전한 자기 정체성의 회복과 더불어 대인관계의 회복, 나아가 영적 성숙에 이르는 중요한 심리적·영적 전환점이 된다. 연구자는 그림자의 통합은 단순한 자기수용을 넘어서, 분열된 내면의 부분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적 인격 형성의 여정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곧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형성해 영적 성숙을 이루어 나가는 토대가 된다고 확신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분석심리학의 핵심 개념과 기독교 상담의 영적 돌봄 패러다임을 융합하여, 연구 참여자들이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인식하고 수용하여 자신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과 관계를 형성하도록 하여 영적 성숙의 길에 이르도록 돕고자 한다.
*각주
1) https://www.sbs.com.au/language/korean/ko/article/unwelcome-looked-down-on-and-excluded-Australis-racism-hotspots/lw80ifn4v. 2025년 6월 21일 11:30 열람
2) austpayroll.com.au noborderslawgroup.com.au, 2025년 6월 22일 오전 10시 열람
3) Connie Zweig & Jeremiah Abrams, Meeting the Shadow: The Hidden Power of the Dark Side of Human Nature, (New York: Penguin, 1992), 16–17.
*본 내용의 글은 2025년 8월에 웨신대학원 대학교에서 상담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박만경 목사의 논문의 일부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박만경 목사
(시드니 우림 교회 담임, Iona Trinity College 상담학 교수, P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