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변화된 가정 폭력법
호주에서 한국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살아가다 보면 호주의 정책이나 법이 바뀌었을 때 그것에 대해서 늦게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법과 정책은 실질적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자주 뉴스를 접하고 정보를 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호주 NSW 에는 가정 폭력에 대한 법이 바뀌었다. 그 동안은 거의 신체적인 가정 폭력을 위주로만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이었다면 이제는 강압적인 폭력(Coercive Controls)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되었다. 강압적인 통제는 한 사람을 통제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신체적 폭력, 사회적 고립, 위협하기, 선택을 통제하기, 모니터링과 스토킹, 그리고 재정적인 통제가 포함이 된다. 이 법의 시행은 2024년 7월 부로 적용이 되어서 그 전의 것은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강압적인 통제의 행위는 다양한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애지 중지하는 동물에 대한 위협을 가한다거나 가족을 못만나게 하는 것과 같은 자유를 통제하는 것, 은행 계좌를 통제하는 것도 포함이 될 수 있다. 또한 배우자에게 욕을 수시로 하면서 상대방을 무기력하게 하는 말들을 쏟아 놓는 것, 가스라이팅 같은 정서적 학대도 그리고 종교적으로 억지 요구를 하는 것, 부부 사이에 원치 않는 성행위를 요구하는 것 등도 강압적인 통제의 모습일 수 있다.
그러므로 가정 폭력의 개념과 현재 개정된 법을 잘 이해하여서 피해를 받지 않도록 법규를 잘 따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가정은 사랑도 많지만 통제가 많은 편이다. 그것은 자녀를 양육하거나 부부 사이에도 자주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는 군사정부의 문화의 배경을 가지고 있고 또 역사적으로 많은 트라우마가 있었기에 어느 정도의 폭력은 당연한 것으로 묵인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왔기 때문에 자칫 호주에 살면서 한국의 문화의 부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호주에서 적용할 경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전에 어떤 한국 분이 아이의 고추를 귀엽다고 만져서 문제가 되었던 경우가 있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자원 봉사 기관에 전화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 종종 배우자의 폭력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거기에는 죽은 뱀을 문 앞에 갖다 두어서 위협을 하는 것, 소중한 강아지를 발로 걷어찬다던가 사진에 빨간색으로 협박의 말을 적어 놓는다던가 재정적으로 자유를 전혀 주지 않는 경우들이 보고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강압적인 폭력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을 법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일회적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 반복적인 패턴으로 행해지는 것이어야 한다. 신체적인 것처럼 명확한 증거가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반복되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쨌든 신채적 폭력이든, 정서적 폭력이든, 성적 폭력이든 종교적 폭력이든 모든 폭력은 삼가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직은 여성들이 남성보다는 폭력에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아직도 전세계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는 여성의 성기를 할례 하는 행위들이 있고 결혼을 할 때 지참금을 가지고 오게 하는 행위 등도 많이 있다. 그리고 18세 미만의 여성 중에 강제로 결혼을 가정에서 하게 하는 경우도 호주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연약한 여성, 그리고 연약한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이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 연약하고 힘이 없는 자들을 보호하는 일에 우리 모두가 더 앞장서야 할 것이고 특히, 한인 가정에서 가정 폭력의 문제가 더 줄어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호주 사회에서는 가정 폭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법적인 조언을 해주는 기관도 있고 상담을 해주는 기관도 있지만 언어의 한계가 있는, 또는 비자가 안정되지 못한 한국인들이 도움을 잘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지금은 타문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기에 통역 서비스도 많이 생겼다. 그러므로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도움을 받도록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가 봉사하는 생명의 전화도 가정폭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기관에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준다. 조금만 용기를 내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