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근대 일본인의 종교의식
야마오리 데쓰오 / 소화 / 2009.3.20
저자는 일본의 다종교적 상황이 가지는 의미와 성격을 분석하고, 그것이 서구의 종교 이해와 어떻게 다른지를 해명한다.
제1부에서는 마사오카 시키, 나카에 조민, 미야자와 겐지 등 근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여 사생관과 영홍관을 중심으로 한일 본인의 종교 이해 양상을 살펴본다.
제2부와 제3부에서는 기무라 다이켄, 우이 하쿠주, 와쓰지 데쓰로 등 학자들의 논쟁과 하나다 기요테루의 공가적 전통의 비폭력 사상을 중심으로 일본인의 불교 이해 및 타 종교적 연원을 살펴본다.

○ 목차
머리말
제Ⅰ부
- 일본인의 종교성
-마사오카 시키, 나카에 조민, 나쓰메 소세키 - 종교와 과학사이
-데라다 도라히코, 미야자와 겐지, 그리고 낙태아 공양 -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니시다 덴코의 경우
제Ⅱ부
- 마른 ‘부처’
-기무라 다이켄, 우이 하쿠주, 와쓰시 데쓰로 - 윤리에서 예술로
-와쓰지 데쓰로의 경우
제Ⅲ부
- 하나다 기요테루와 『우관초』
-공가적 전통의 비폭력 사상 - 임사체험의 의미
- ‘종교적 대화’와 ‘종교적 공존’
-일신교적 방법과 다신교적 방법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원주
○ 저자소개 : 야마오리 데쓰오
종교학자이자 사상사 연구가. 1931년 샌프란시스코 출생으로 1959년 동북대학 대학원 문예연구과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동북대 조교수, 국립역사민속박물관 교수, 국제 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 백봉여자단기대학장을 역임했고 현재 경도조형예술대학 대학원장으로 있다. 저서로 <신과부처> <죽음의 민속학> <불교란 무엇인가> <성숙에 대한 관점 생로병사> <기도여행> 등이 있다.
– 역자: 조재국
1953년 충북 충주 출생. 연세대 신학과 졸업. 일본 동지사대 대학원 졸업 신학박사. 모모야마학원대학 비상근강사,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 연세대 겸임교수 역임, 현 안양대 신학과 교수. 저서로는 <한국의 민중종교와 그리스도교> 역서로 <차별받는 그리스도> <예수, 십자가에 달린 민중> <감리교의 유산>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일본의 다종교적 상황이 가지는 의미와 성격을 분석하고, 그것이 서구의 종교 이해와 어떻게 다른지를 해명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마사오카 시키, 나카에 조민, 미야자와 겐지 등 근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여 사생관과 영혼관을 중심으로 한 일본인의 종교 이해 양상을 살펴본다. 제2부와 제3부에서는 기무라 다이켄, 우이 하쿠주, 와쓰지 데쓰로 등 학자들의 논쟁과, 하나다 기요테루의 공가적 전통의 비폭력 사상을 중심으로 일본인의 불교 이해 및 타 종교적 연원을 살펴본다. 특히 윤리학자 와쓰지 데쓰로가 평생 추구했던 윤리적인 물음, 즉 삶의 ‘길’에 대한 해답을 일본 예술에서 찾는 과정을 통해 일본인의 종교의식에서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 죽음과 죄의식을 통한 일본인의 종교성
나는 오랫동안 나쓰메 소세키의 ‘문’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소스케의 모습이 신경 쓰였다.
“그는 문을 통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문을 통과하지 않고 끝내는 사람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그는 문 밑에 선 채 꼼짝 못하고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이 짧은 문장에 나는 근대 일본인의 자화상이 교묘히 요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느 사이에 나 자신의 자화상이 투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문’은 친구 아내와의 간통사건으로 부도덕한 관계에 빠지고 죄를 짓는 운명을 선택한 주인공이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종교의 문 앞에 선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저명한 종교학자인 저자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인 ‘문’의 주인공의 모습 속에 일본인의 자화상이 요약되어 있다고 말한다. “문을 통과할까, 통과하지 말까.” 그 질문 사이를 우유부단하게 헤매고 있는 모습. 저자는 이 국면이야말로 현대 일본인의 ‘종교성’을 드러내는 태도라고 말한다.
또 다른 국면은 폐결핵과 카리에스 질병으로 지옥 같은 고통을 겪으며 죽음 앞에서 투병생활을 했던 마사오카 시키의 ‘병상육척’ 속에서 그려진 종교관이다. 시키는 자신의 육체가 초토화되는 순간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지금까지 선종의 소위 깨달음이라는 것을 오해하고 있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편안히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편안히 살 수 있는 것이었다.” 고통 속에서 편안히 살 수 있는 것, 살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고통 속에서 편안히 산다는 것은 모순되는 태도이다. 반면 시키에게 이 말은 고통으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더욱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는 이 자유로운 관계를 ‘자연’에서 찾게 된다.
저자는 나쓰메 소세키와 마사오카 시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관계, 즉 나와 타자의 관계를 희생함으로써 얻은 ‘자기’를 향한 태도 속에서 일종의 종교적 태도를 인정하게 되고, 이것이야말로 일본인의 종교성을 설명할 때 중요한 국면이라고 말한다.
- 근대 서구의 영향과 다신교적 일본인의 종교의식
물질문명과 과학의 진보는 일본인이 종교의식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저자는 많은 일본인들이 공감하는 데라다 도라히코의 “천재는 잊었을 때 온다”는 표어를 언급하며, 천재지변을 대한 일본인의 국민성을 살펴본다. 일본은 서구의 문명제국과 지리상의 위치를 비교해 볼 때 기상학적, 지구물리학적으로 독특한 환경의 지배를 받음으로써 항상 지진, 해일, 태풍과 같은 특수한 천재지변에 위협받아 왔고, 이 다양한 천재지변은 일본인의 국민성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서구의 과학이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려 한 데 비해, 일본의 과학은 자연에 반항하는 대신에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자연에의 순종, 풍토에의 적응, 거기에 불교의 바탕에 깔려 있는 무상관이 일본인의 정신 태도라고 요약한다. 그러므로 황량한 사막에서 유일신을 섬기는 종교가 생겨났다면, 일본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둘러싸인 자연을 가진 나라에서는 800만 개의 신들이 생겨나 숭배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과학과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한 또 한 사람은 미야자와 겐지. 그는 우주의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종교의 세계를 투영하려고 한 사람이다. 그는 과학적 지식에 의심을 품고 자신을 둘러싼 정신세계를 조망하기를 바랐다. 그는 자연의 맹위로 일어나는 천재로부터 인간을 구하는 것은 과학의 힘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보았으며, 보다 종교적인 신념이 내부로부터 확장되고 변혁되기를 바랐다.

- 자연 무상과 불교의 근저에 깔린 무상감
저자는 지금의 시대가 무신론의 시대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문명시대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종교의 깊은 속이 은폐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근대 일본인의 독자적인 종교의식은 자연감각의 깊은 속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무신론적 심정으로 흐를 성격도 있음을 간과하지는 않았다. 그러한 무신론적 태도도 지진이나 해일 등 자연이 맹위를 떨칠 때면 자연의 배후에 있는 ‘신의 움직임’을 느끼는 ‘무상감(無常感)’이 있음 또한 인정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자연 무상은 일본인들이 불교의 근저에 깔려 있는 무상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본의 불교 이해와 관련해서는 기무라 다이켄의 무명론에 관한 우이 하쿠주와 와쓰지 데쓰로 등 불교학자와의 논쟁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무라가 원시불교의 연기설의 기반을 ‘무명(無明)’이라는 맹목의지에서 찾으려고 했다면, 우이와 와쓰지는 이에 정면으로 대항함으로써 연기설의 구조를 논리적 반성의 사고틀에서 파악하려 했다. 저자는 이들의 논쟁은 반세기 이상의 경과하면서 우이와 와쓰지의 방법이 권위를 얻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저자는 윤리학자 와쓰지 데쓰로가 평생 추구했던 윤리적인 물음, 즉 삶의 ‘길’에 대한 해답을 일본 예술에서 찾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그것은 예술 속에서 현실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가진 종교적인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평화를 위한 종교적 공존
마지막으로 저자는 하나다 기요테루의 공가적 (公家的) 비폭력사상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종교적 연원과 일본 사회의 비폭력, 평화사상과 관련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종교체험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임사체험의 의미와 형태를 분석하여 일본인의 사생관의 특징을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일본의 불교학자들 사이에 일어난 기독교 비판의 성격을 분석하면서 불교의 일신교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신의 부재를 주장한 니체나 하이데거에 의한 테마는 오늘날 상대주의, 비합리성 등의 계기를 중시하는 ‘철학적 다신교’의 계보로 계승되었고, 이는 ‘방법으로서의 일신교’의 한계를 지양하고 ‘방법으로서의 다신교’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법으로서의 일신교’가 ‘종교적 대화’를 이끌어낸다면, ‘방법으로서의 다신교’는 ‘종교적 공존’을 이끌어내는 가치척도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