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데미안
원제 : Demia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헤르만 헤세 / 민음사 / 2000.12.20

– 데미안을 통해 참다운 어른이 되어 가는 소년 싱클레어의 이야기
한 폭의 수채화같이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감수성이 풍부한 주인공 싱클레어가 소년기에서 청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자라가는 과정이 세밀하고 지적인 문장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진정한 삶에 대해 고민하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깊이 있는 이야기.
○ 목차
1. 두 세계
2. 카인
3.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4. 베아트리체
5.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6. 야곱의 싸움
7. 에바 부인
8. 종말의 시작

○ 저자소개 :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1877 ~ 1962)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요하네스는 신교(新敎)의 목사이고, 어머니 마리는 인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교육을 받고, 인도로 돌아가 그곳에서 영국인 선교사와 결혼하였으나, 그와 사별한 후 요하네스와 재혼하여 그를 낳았다. 헤세는 4세부터 9세까지, 한때 스위스의 바젤에서 지낸 것 외에는 대부분 칼프에서 지냈다. 1890년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괴핑엔의 라틴어 학교에 다니며 뷔르템베르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1892년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를 입학했으나 천성적인 자연아로서, 개성에 눈뜨면서 미래의 시인을 꿈꾼 헤세는, 신학교의 속박된 기숙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탈주, 한때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하였다. 이때의 경험은 지나치게 근면한 학생이 자기 파멸에 이르는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1906)에 잘 나타나 있다. 노이로제가 회복된 후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나 1년도 못 되어 퇴학하고, 서점의 점원이 되었다. 그 후 한동안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병든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칼프의 시계공장에서 3년간 시계 톱니바퀴를 닦으면서 문학수업을 시작하였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헤세의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이 출간됐다. 특히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으며, 문단에서도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1904년 첫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으며 문학적 지위가 확고해졌다.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스위스의 보덴 호반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주한 후 글쓰기에 전념하였으며, 1923년 이혼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였다. 1906년 헤세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동화』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을 출간했다.
스위스 베른으로 이주한 후 1914년 1차 세계대전을 맞는다. 군 입대를 지원하나 부적격 판정을 받고 독일 포로 구호 기구에서 일하며 전쟁 포로들과 억류자들을 위한 잡지를 발행한다. 그는 융의 제자인 랑 박사와 함께 정신 분석을 연구하며 융과도 알게 되었는데 그 영향이 『데미안』(1919)에 나타난다. 이 작품은 고뇌하는 청년의 자기 인식 과정을 고찰한 작품으로 독일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서른세 살이 되는 해 인도 여행을 감행하고 이 경험은 1922년 출간된 『싯다르타』에 투영되었다.
나치의 광기가 극에 달한 시기에 쓴 마지막 소설 『유리알 유희』(1943)는 931년에 쓰기 시작해서 1943년에 최종적으로 완성 하였다. 정신적인 봉사와 문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유리알 유희』 속에 세웠다. 유토피아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동서양의 철학, 문학, 음악 등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녹여내 유럽 지식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두 개의 동화가 있는 크리스마스」는 1951년 발표된 에세이로, 헤세 동화집 『두 형제』에 담겨 있다. 1955년에는 독일출판협회의 평화상을 받았다.
이후 정치적 논문, 경고문, 호소문 등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글들을 발표하는 한편, 이상 사회의 실현을 꿈꾸며 다양한 소재의 동화를 집필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동방순례』 등 세계 독자들을 매료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타고난 평화주의자로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전쟁을 비판하여 나치 정권으로부터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노년을 스위스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보내며 수채화를 즐겨 그리고 정원 일을 매우 좋아했다. 헤세는 화가로도 성공을 했으며, 3,000점 이상의 수채화를 남겼다.그가 걸어온 긴 생애에는, 인도 여행으로 동양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일, 제1차 세계대전과 아버지의 죽음, 아내의 정신병, 그 자신의 신병 등 가정적 위기를 당하자 정신분석 연구로 이 위기를 타개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인간성을 말살시키려고 한 나치스의 광신적인 폭정에 저항한 일 등 많은 파란을 겪었지만,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오로지 자기실현의 길만을 걸었다. 뇌출혈로 사망한 후 아본디오 묘지에 안치되었다.

소설 『데미안』은 1919년 헤르만 헤세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창작에 임했으며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판한 소설이다. 이후 평론가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분석을 통해 원작자가 헤르만 헤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설 『데미안』은 당시 사회는 물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으며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간 내면의 혼란과 시대적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작 소설로 손꼽힌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작품 『데미안』에 나오는 말이다. 이 유명한 말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헤르만 헤세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의 작품에 흠뻑 빠지도록 만들고, 특히 우리의 청소년들에게는 거의 필독서가 되었을까?
헤세의 대부분의 소설은 자기가 겪은 그때그때의 역사적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헤세는 단 한 번도 시대 자체를 자기 소설의 주제 또는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한 사회와 함께 있는 “집단 인간”을 생각하지 않았고 반대로 “개인 인간”을 중시하였기 때문이다. 즉 작가 자신의 체험을 자서전적으로 묘사하였고, 그의 작품 주인공들 모두가 청소년이다. 헤세의 문학 세계는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고독과 반항의 기록이고, 영원한 청춘의 기록이다. 19세기와 20세기 독일 기독교 주류 사회의 엄격한 계율과 관습에 적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고독에 시달렸지만,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그 당시의 위압적인 분위기에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주요작품으로 제2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밑에서』, 『로스할데』, 『크눌프』, 정신분석 연구로 자기탐구의 길을 개척한 대표작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늑대』, 『나르치스와 골트문트』, 『황야의 이리』, 『지와 사랑』, 『동방여행』,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유리알유희』, 『헤세와 로맹 롤랑의 왕복서한』 등이 있다. 또 이 밖에 단편집, 시집, 우화집, 여행기, 평론, 수상, 서한집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 역자 : 전영애
서울대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동 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의 수석연구원, 뮌헨 대학교의 초빙교원을 겸임했다. 2011년 바이마르에서 ‘괴테금메달’을 수상했다.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 파울 첼란의 시』 『괴테와 발라데』 『서·동 시집 연구』(공저) 『독일의 현대문학 – 분단과 통일의 성찰』 등 많은 저서를 펴냈고, 시에 관한 네 권의 연구서를 독일에서 펴내기도 했다. 『카프카, 나의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를 위한 무지개』 등의 시집을 국내와 독일에서 펴냈으며, 『괴테 시 전집』 『서·동 시집』 『데미안』 『변신·시골의사』 『나누어진 하늘』 『보리수의 밤』 등 6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 책 속으로
‘우리는 고대의 그 교파의 신비적인 단체의 논법을 합리주의적인 관찰의 입장에서 생각하듯이 그렇게 소박하게 상상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이 가진 과학과 같은 것은 고대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대신 대단히 고도로 발전한 철학적 신비적인 진리에 대한 연구가 성행했다. 거기서부터 부분적으로는 분명히 사기와 범죄 행위로 나가기까지 한 마술과 유희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 마술 역시 고귀한 내력과 깊은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앞에서 예를 든 아프락사스의 설도 그렇다. 이 이름은 희랍의 주문과 관계가 있다고 말해지고 있는데, 오늘날에도 대개는 야만 민족이 가지고 있는 어떤 악마의 이름이라고 왕왕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락사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는 이 이름을 대략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관계를 지닌 일종의 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p.48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이 글줄을 몇 차례 읽은 뒤 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떤 의심도 불가능했다. 이건 데미안이 보낸 답장이었다. 나와 그 말고 그 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내 그림을 그가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서로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괴롭힌 것은 압락사스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 p. 123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이 글줄을 몇 차례 읽은 뒤 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떤 의심도 불가능했다. 이건 데미안이 보낸 답장이었다. 나와 그 말고 그 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내 그림을 그가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서로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괴롭힌 것은 압락사스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 p. 123

○ 출판사 서평
1919년에 간행된 헤르만 헤세의 소설. 소년 싱클레어가 자각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어두운 무의식의 세계를 알게 되고, 자신의 내면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1차 세계대전 중 많은 독일 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가면서 군복 주머니 속에 품고 갔던 책이며, 어른이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껍질을 깨고 고통스런 현실의 세계로 나서는 젊은이들을 은유하는 책이다. 지금까지도 젊은이들에게 ‘통과의례’ 처럼 읽히고 있는 명작이다.
○ 소설 ‘데미안’ 개관
《데미안》 (독: Demia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은 1919년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헤르만 헤세가 발표한 소설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나온 이 작품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 (Emil Sinclair)가 자전적 고백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1919년 출간 당시에는 주인공 이름인 에밀 싱클레어라는 익명으로 발표되었으나 《데미안》의 문체가 헤르만 헤세의 것과 같다는 것이 알려지자 4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사용했다.
헤세의 작품 중 크게 성공을 거둔 작품 중 하나로, 청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주로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청년 운동의 성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초기 기독교의 영지주의 문서 중 하나인 《빌립 복음서》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의 독자성과 고립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 등장 인물
에밀 싱클레어: 주인공. 감수성이 남달리 예민한 그는 어린 소년으로부터 청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겪는다.
막스 데미안: 싱클레어의 친구. 싱클레어가 성장해 가면서 여러 가지 갈등과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싱클레어는 그를 통하여 어른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큰 힘을 얻는다.
에바 부인: 막스 데미안의 어머니로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 그녀는 많은 젊은이들로부터 구원의 여인상으로 추앙을 받는다. 싱클레어 역시 그녀의 신비스러운 매력에 빠져들었으나, 끝까지 그의 앞날을 이끌어주는 친구의 어머니로 남는다.
프란츠 크로머: 양복점 집 아들로 읍내의 불량배이다. 싱클레어가 아직 어리던 시절 그를 악의 구덩이로 끌어들여 심하게 괴롭힌다. 막스 데미안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싱클레어의 곁에서 사라진다.
피스토리우스: 음악가로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싱클레어의 곁에 등장하면서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본래는 신학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었으나, 어떤 신비스러운 종교적 사념에 몰두하여 신학 공부를 집어치우게 된다.
크나우어: 싱클레어가 다니던 김나지움의 동급생이다. 그가 자살하려던 장소에 싱클레어가 나타남으로 인하여 그는 싱클레어의 열렬한 숭배자가 된다. 싱클레어가 막스 데미안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듯이 그 역시 싱클레어로부터 정신적인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 줄거리
싱클레어는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과 기독교 신앙의 가르침 안에서 자라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는 부모가 품어주는 밝은 세계가 주는 편안함 속에서 안락을 누렸지만, 동시에 부모의 세계 밖에 있는 어둠의 세계에도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을 갖고 접촉하고 있었다. 그곳은 때로는 욕설과 싸움이 있었지만, 때로는 솔직한 감정의 교류가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밝음과 어둠의 두 세계를 발견하고 모두 마음에 품으면서,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갈등하게 된다. 이것이 싱클레어의 내적 갈등의 시작이다.
싱클레어는 이웃의 가난한 동갑내기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던 중에, 프란츠 크로머라는 불량 소년으로 인해 어둠의 세계에 깊이 발을 내딛게 된다. 그는 크로머에게 뜻하지 않은 거짓말을 트집 잡히게 되고, 이로 인해 부모의 돈을 훔쳐 크로머에게 바치는 일을 계속하게 된다. 탕자처럼 부모의 뜻을 거역하고 죄를 저질렀다는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싱클레어는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부모에게 고백하지 못한 채 떳떳하지 못한 일을 계속하게 된다. 그는 선악의 이분법적 세계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내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에 싱클레어는 학교로 새로 전학 온 데미안을 만나게 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갖고 있는 내면의 갈등과 외부의 고통을 발견하고, 선악의 이분법적 세계로부터 벗어나 독립할 수 있게끔 그를 돕는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흔히 알고 있고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는 성서의 두 이야기 – 카인과 아벨, 예수와 십자가 위의 두 도둑 – 를 전혀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즉, 카인은 극악무도한 살인자가 아니라, 강인한 내적인 힘을 갖고 신으로부터 독립하였기에 약한 자들로부터 질시를 받은 종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고, 또한 십자가 위의 두 도둑 중에 끝까지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지킨 채 죽음을 떳떳이 맞이한 한 도둑이 예수 앞에 무너진 다른 도둑보다 내면의 진실에 보다 더 충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한 새로운 해석과 그와의 교류를 통해, 어릴 적 선악의 이분법적 세계의 구분과 가르침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부모의 밝은 세계로부터 독립한다. 하지만 그 대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는 책임의식과 무게감을 안은 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자아를 찾기 위한 싱클레어의 여행이 시작된다.
싱클레어는 고독과 냉소 가운데 불량한 패거리들과 어울려 술과 향락, 성욕에 취해 지낸다. 그는 금지된 악의 세계를 맘껏 경험하지만, 그 속에서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자신을 보며 한편으로는 쾌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참담한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어린 시절에 밝음의 세계에 갇혀있는 대신에 이제는 어둠의 세계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싱클레어는 이 시기에 베아트리체라는 – 그가 그렇게 이름 붙인 – 새로운 이성을 발견하고, 그녀를 자신의 새로운 이상으로 삼아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다시 세우려 노력한다. 즉, 그는 자신의 의지로 선한 세계를 세우고자, 그는 절제와 순결, 정결함과 품위를 지키며 생활하고자 한다. 그러던 중에 데미안을 떠올리고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자신이 그린 ‘알을 뚫고 날아오르는 매’의 그림을 데미안에게 보낸다.
데미안으로부터 온 답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써 있었다. “새는 알을 뚫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알을 뚫고 나온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그 후 싱클레어는 아프락사스의 의미를 찾아 방황한다. 그는 아직 선과 악을 초월하여 자유로운 내적 자아를 확립하지 못한 채 금욕과 절제를 통해 선한 세계를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베아트리체의 영상을 통해 일시적으로 잠재웠던 성적 욕구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 때 싱클레어는 오르간 신부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그로부터 아프락사스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그는 신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악마이기도 한 아프락사스를 알아가면서, 선과 악의 내면의 갈등을 통합해나가는 내적 자아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피스토리우스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내적 자아의 진보를 경험하고, 점차 자신의 꿈, 생각, 감정에 대해 신뢰를 가지게 된다. 그는 이제 자신의 성적 욕구를 더욱 성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어머니이자 연인이면서 동시에 창녀이자 매춘부인, 낯선 여성의 영상을 꿈 속에서 대면하게 된다. 싱클레어는 마치 야곱의 씨름처럼 자신의 꿈에 나타난 영상과 씨름하면서, 선악의 모든 대립되는 세계가 자신 안에서 통합되는 일체감, 즉 아프락사스를 체험하게 된다. 이제 비로소 어릴 적 <두 세계>의 억눌림과 죄의식으로부터 완전히 갈라서고 자유로워진 것이다.
하지만 싱클레어와 스승인 피스토리우스와의 관계는 곧 파국을 맞게 된다.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가 내뱉는 아프락사스의 가르침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아프락사스는 선과 악을 통합하는 내적인 건강한 분별력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힘인데, 이러한 가르침과 달리 피스토리우스는 과거의 종교 의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싱클레어의 신랄한 비판으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깨지고 만다. 하지만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아프락사스의 진정한 성취는 자기 자신에게로 가 자신의 운명을 찾아 그 운명을 자신 속에서 온전히 살아내는 것, 그리고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실천하는 것, 이를 위해 감당해야 할 고독의 깊이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 속에서 그는 대학에 진학한다.
싱클레어는 기성품과 같은 수업을 제공하는 대학 교육과 패거리에 휩쓸리는 대학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니체를 사유하며 고독하지만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한다. 그러던 중에 그는 우연히 데미안과 조우하게 되면서 두 가지 환경에 놓이게 된다. 즉, 당시의 시대적 환경인 전체주의와 전쟁과 대면하게 되고, 동시에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데미안은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의 망령이 지배하여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공동체 모임을 갖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이 모임에 참여하였고, 이 모임을 통해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세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즉, 그는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들의 연대 공동체인 데미안과 에바 부인의 이 모임을 사랑했고, 그 안에서 커다란 충족감을 누렸다.
그와 함께 싱클레어는 에바 부인에게서 이성애를 느낀다. 에바 부인은 그가 꿈 속 영상을 통해 그토록 강렬하게 내면에서 그리워했던 아프락사스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내면의 성숙으로 이끄는 한 상징의 모습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관능적 욕구를 불태우게 만드는 현실 속 여인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는 때때로 위태롭기도 했지만 에바 부인과의 관계에서 죄책감에 빠지지 않고 아프락사스의 성숙함을 잃지 않는다.
에바 부인, 데미안, 싱클레어 모두가 전쟁의 예감을 각자의 방식으로 체험한 가운데, 드디어 전쟁이 시작되었다. 데미안은 준비된 사람답게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및 전쟁 선포라는 국제 상황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었고, 대위로서 전쟁에 참여한다. 싱클레어 또한 데미안으로부터 전쟁의 소식을 전해 듣고, 세계의 거센 흐름 앞에 자신에게 맞닥뜨린 운명을 대면하기 위해 전쟁터로 나간다. 싱클레어는 전쟁터에서 큰 부상을 당하게 되지만, 그것은 그가 그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운명을 용기있게 대면한 결과일 뿐이었다.
– 인용구
다음은 《데미안》에서 가장 유명한 한 마디로, 막스 데미안이 에밀 싱클레어의 책에 꽂아준 쪽지의 내용이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ss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