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도덕, 정치를 말하다 : 보수와 진보의 뿌리는 무엇인가?
조지 레이코프 / 김영사 / 2010.10.8
– 조지 레이코프의 핵심사상이 집약된 정치철학의 역작
보수주의자들은 왜 세금을 비도덕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진보주의자들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도덕적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보수주의자는 범죄의 사회적 원인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진보주의자는 계급과 사회적 원인을 강조하는가?
민감한 정치 사안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반목하는 보수와 진보. 그들의 신념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들이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란 무엇인가? ‘이념’이 아닌 ‘도덕의 프레임’으로 현실 정치를 재구성함으로써 전 세계 정치인들에게 ‘프레임’이라는 화두를 던진 조지 레이코프, 그가 말하는 정치와 도덕, 그 불가분의 관계를 파헤친다.
– 무엇이 보수와 진보를 가르고, 정치적 신념을 형성하는가?
왜 서민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걸까? 진보주의자들이 중산층의 설득에 실패하고 선거에서 패배하고 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학자들조차 미처 대답한지 못한 이런 질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주장으로 정치계에 파란을 일으킨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그가 밝히는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기원이 책에 담겨있다. 인지과학을 정치 전면에 적용하여 미국 정치의 핵심에 도덕성과 가정에 대한 가치가 있음을 실제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 끊임없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단순한 당파성이 아니라 도덕성과 이상적 가정생활에 기반하고 있다는 그의 이론의 핵심 사상이 집약된 역작이다.
책의 논조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주장하는 핵심 가치를 설명하고 있지만, 진보의 입장에 서 있는 저자는 이번의 연구를 통하여 보수주의자들을 잘 이해하게 된 만큼 그들이 두려워졌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또한 이런 양 진영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자신을 이전보다 더 진보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 표명은 우리나라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서로 일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정쟁만 일삼는 비뚤어진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 갈등에 정치라면 넌더리를 내는 우리 사회에서도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이해하고, 우리 사회가 올바른 이정표를 세워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이 시대, 올바른 정치를 추구하고 바라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 목차

머리말
1 서 론
정신과 정치
미국 정치의 세계관 문제
2 도덕 개념 시스템
경험적 도덕
도덕 회계 장부
엄한 아버지 도덕
자애로운 부모 도덕
3 가정 기반 도덕에서 정치로
미국 정치를 새롭게 이해해야 하는 이유
모델의 본질
정치에서의 도덕적 범주
4 격렬한 논쟁들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세금
범죄와 사형제도
규제와 환경
문화전쟁: 차별 시정조치로부터 예술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모델
낙태
나라를 사랑하면서 왜 정부는 싫어하는가?
5 요약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의 다양성
중심모델의 이상 변형
‘가정의 가치’와 정치, 그 뗄 수 없는 관계
6 누가 옳은가? 그리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왜 진보주의자가 되었는가?
올바른 어린이 양육
인간의 정신
기본적 인간성
에필로그 : 대중담론의 문제점
후기 : 이제 무엇부터 해야하는가
감사의 말
옮긴이의 글
참고
찾아보기
○ 저자소개 : 조지 레이코프 (George Lakoff)

조지 레이코프 (George Lakoff)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언어학자로 손꼽힌다. 정치 담론의 프레임 구성에 대한 전문가로서 다수의 민주당 지지 단체, 진보적 여론 조사 단체, 홍보 회사를 상대로 프레임에 대해 자문하고 있으며, 민주당 정책 연수회 및 전당 대회에서 연설하고 활동가 지원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여러 라디오 토크쇼와 TV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대중 강연을 이어나가는 한편 공적 담론의 프레임 구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UC 버클리 국제컴퓨터과학연구소 내 ‘언어신경이론프로젝트’의 공동 디렉터, 로크리지연구소 선임 연구원, 산타페연구소 과학위원, 국제인지언어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세계 수십여 국가의 주요 대학에서 강연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뇌의 신경 회로가 사고와 언어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이다. 저서로 『삶으로서의 은유』『폴리티컬 마인드』『도덕의 정치』『프레임 전쟁』『자유는 누구의 것인가』 등이 있다.
– 역자 : 손대오
경북 경산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단국대, 선문대 교수를 지냈으며, 《세계일보》편집인 주필,《워싱턴 타임스》 부사장, 《뉴스월드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선문대 부총장, (사)세계평화교수협의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는 〈한국 고전 소설의 의식지향 연구〉가 있으며, 저서로는 《통일 시대를 위한 새로운 가치》가 있다.
○ 출판사 서평
– 이념의 허울 속에 감춰졌던 현실 정치의 본모습을
예리한 시각으로 날카롭게 분석해낸 이 시대 정치철학의 기념비적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프레임 전쟁》을 통해 ‘이념’이 아닌 ‘도덕의 프레임’으로 현실 정치를 재구성함으로써 전 세계 정치인들에게 ‘프레임’이라는 화두를 던진 조지 레이코프, 그가 기존의 정치철학을 뒤집는 날카로운 통찰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핵심을 날카롭게 분석, 보수와 진보의 기원과 갈등의 원인을 명쾌하게 밝혀낸다!
사회복지 프로그램, 세금, 교육, 환경문제에서 문화정책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정치 사안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반목하는 보수와 진보! 그들의 신념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들이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인지과학의 세계적 석학이자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사상가인 레이코프, 그가 인지과학을 정치 전면에 적용하여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기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그의 이론의 핵심 사상이 집약된 정치철학의 기념비적 저서라 할 수 있다. 사실 조지 레이코프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프레임 전쟁》 등의 저서를 통해서였다. 그는 이 저서들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주장으로 현대적 정치공학의 핵심을 명쾌하게 제시하면서 정치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보수와 진보의 뿌리에 대한 그의 시각이 제대로 담겨 있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때문에 그가 전 세계 정치인들에게 던진 ‘프레임’의 화두는 이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하며, 앞의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반드시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미국 정치의 핵심에 도덕성과 가정에 대한 가치가 있음을 실제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며 끊임없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단순한 당파성이 아니라 도덕성과 이상적 가정생활에 기반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줌과 동시에 올바른 보수와 진보의 모습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정쟁만 일삼는 비뚤어진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 갈등에 지친 우리들에게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정치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이 책은 이 시대, 올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 할 수 있다.
– 무엇이 보수와 진보를 가르고, 정치적 신념을 형성하는가? 끊임없이 갈등하며 반목하는 보수와 진보,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를 먼저 이해하라!
인간의 도덕 개념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던 저자는 우연히 1994년 미국의 중간선거를 지켜보며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전혀 다른 도덕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보수와 진보의 정치담론의 저변에 그들의 도덕적 개념과 가치 체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인지언어학의 이론을 이용하며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도덕 시스템을 분석함으로써 양 진영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반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가지고 있는 도덕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레이코프에 따르면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정책에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국가를 우리의 가정에 비유하며, ‘국가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국가는 곧 가정’이라는 개념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모두 국가를 가정에 비유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에는 차이가 있다. 보수주의자는 엄한 아버지 모델을, 진보주의자는 자애로운 부모 모델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은 규율과 강인함을, 진보주의자들은 필요와 도움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진보주의자들이 사회적 원인에 대해 수없이 언급하는 데 반해 보수주의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레이코프의 분석이다. 또한 보수주의자들이 사회 안전망이 자율과 책임을 무시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하고, 진보주의자들이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미국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도덕적 기반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그리고 전혀 연관성 없는 이슈들에 대한 태도가 이런 도덕성 기반하에서 어떻게 엮을 수 있는지를 분명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사상가 조지 레이코프! 소통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그가 제시하는 날카로운 조언!
시종일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주장하는 핵심 가치를 설명하고 있지만, 진보의 입장에 서 있는 저자는 이 연구를 통해 보수주의자들을 잘 이해하게 된 만큼 그들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와 동시에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자신을 이전보다 더 진보적이 되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이 가진 부의 70%는 10%의 가정이 소유하고 있고, 앞으로도 부유한 사람들은 더욱 부유해질 것이며, 이런 불균형은 진정한 번영의 가능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빌 클린턴 탄핵 사건에서 2000년 선거, 부시 행정부 집권 초기의 정책에 대한 분석한 후기를 통해 보수와 진보에 대한 자신의 이론이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며,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앞으로 진보 진영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 추천평
레이코프의 이 놀라운 저서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대중 담론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모두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로버트 벨라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
레이코프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을 비밀스러워 보이는 미국 정치에 능숙하게 적용했다. 저자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저자의 도전을 마주하면 크게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 폴 로젠버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 독자의 평 1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의회와 정당 제도를 가지고 있다.정치적 이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정당을 설립하며 정당을 기반으로 정치가 이루어진다.정당은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국가를 운영해나간다.
문제는 정당들의 경쟁과 갈등이 눈살 찌푸리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또한 정당 간의 견해 차이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경우를 찾아보기도 힘들어지고 있다.정치적 양극화는 어느 나라에서건 심해지고 있다.유럽에서 극우주의 정당들이 득세하는 것과 미국 정치에서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샌더스가 민주당에서 유력 대권주자였다는 것이 정치적 양극화를 잘 보여준다.이는 국가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공통기반이 취약해지고 있으며 상호존중에 기반한 합리적인 대화를 나누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당파적 다툼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좀 더 나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을까 항상 고민하게 되는데 더 나은 방법은 당연히 더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권위 있는 인지언어학자이자 버클리 대학의 언어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치적인 영역에서 보수와 진보의 언어를 분석하여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 모델, 진보는 자애로운 어머니 모델이라는 결과를 내놓는다.
사실 이런 해석은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이 책에서는 언어학, 교육학, 심리학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경우 외에는 보통 누구나 알고 있는 말들을 하기 때문에 사실 책 자체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쉽게 읽힌다.그러나 그것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이 낮다는 의미인 것은 아니다.우리가 익숙하게 알고있는 것들이 사실 깊고 단단한 도덕적 기반 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 정치에서도 그렇지만 모든 정치에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다.진보는 보수주의를 이기적이고 부패했다고 비난하며 보수는 진보를 빨갱이(공산주의), 성공한 사람에 대한 질투심, 사회적 혼란, 나약함 등으로 상대를 부도덕한 존재로 몰아버린다.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모두 나름의 “도덕적” 토대가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리고 그 도덕적 토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가정의 부모 모델이다.
이는 결국 정책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넘어 어떤 행동이 옳은지, 누가 좋은 사람인지,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라는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문제로까지 연결된다.특히 부모 모델을 채택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대해야 하는 모습과 국가가 국민을 대해야 하는 모습을 일치시킨다.
보수주의는 엄격함, 자립, 책임, 보상, 징벌, 질서를 강조한다.따라서 국가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고 치안을 유지하며 엄격한 사법질서를 수립한다.그것이 전부이며 뒤쳐진 사람들, 취약한 사람들은 강한 조건을 충족할 때만 도울 가치가 있다.진보주의는 공감, 공정성, 보호, 높은 차원의 행복, 양육과 인간적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반칙을 막으려 노력하며 누구든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키려 한다.예술과 인문학 그리고 아이를 존중하는 교육 등에 신경 쓴다.진보주의자들이 사회보장 등의 복지와 시장에 대한 감독(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그 구체적 형태다) 그리고 범죄 피의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경향을 띠는 이유다.
이런 정파적 의견의 차이가 단순히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며 지금의 문제도 아닌, 기본적인 도덕관/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이는 시사평론처럼 정치현상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가 아닌 더 심오하고 근원적인 이해다.성장과 분배, 질서와 인권의 대립은 근대 정치 이후 민주주의 국가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니만큼 평화롭고 민주적인 정치가 가능하려면 양측의 관점을 깊이 이해하고 사려깊게 조정해야 한다.
○ 독자의 평 2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가 미국 민주당을 향한, 미국의 진보 진영을 향한 충고와 길을 제시한 실전용이라면 『도덕, 정치를 말하다』는 그 이론적 근거에 해당한다. 진보와 보수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의 중심 내용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도 반복되는데, 사실상 『도덕, 정치를 말하다』의 요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보수주의 정치와 진보주의 정치가 무엇이며, 왜 그런 정책을 펼치게 되는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자세히 파악하고, 왜 저자가 진보 정치를 지지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선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이 책에서 진보의 우위를 노골적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지언어학의 대가인 조지 레이코프는 보수와 진보를 가정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도덕을 인정하고 추구할 것인지, 즉 어떤 가정의 가치를 기본으로 해서 국가와 정치를 바라보고 추구할 것인지에 따라서 보수와 진보가 나뉜다는 것이다. 보수는 ‘엄한 아버지 도덕’을, 진보는 ‘자애로운 부모 도덕’을 추구한다는 것인 조지 레이코프의 설명이다.
우선 ‘엄한 아버지’ 모델은 세상은 기본적으로 위험하며 인생살이는 위험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그런 세상을 관장할 아버지가 필요하다. 엄격한 도덕 기준과 위반에 대한 처벌, 규칙 준수에 대한 칭찬이 따른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자제력을 갖춘 존재가 되어야 하며, 그런 도덕 시스템 내에선 경쟁이 필수적이다. 선과 악이 보다 분명하며, 악에 맞서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며, 따라서 도덕적인 약함은 비도덕과 다를 바 없다. 대체로 이렇게 설명되는 ‘엄한 아버지’ 모델은 그대로 국가에도 적용된다.
‘자애로운 부모’ 모델은 이와 다르다. 엄한 ‘아버지’지만, 여기선 자애로운 ‘부모’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자애로운 부모는 보상과 징벌을 통하지 않고, 부모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배운다고 가정한다. 도덕으로서의 감정이입을 최우선시하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사회적 연대가 중요하며, 자기 희생이 아니라 자기의 행복을 위하여 도덕을 행한다.
모든 것이 여기서 나온다.
진보의 사람이 모든 사안에 대해서 자애로운 부모 도덕을 지향하거나, 보수의 사람이 모든 사안에 대해 엄한 아버지 도덕을 내세우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그는 다양한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은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통찰이다. 어쩌면 좀 감상적으로 보이는 이 모델은 많은 사안에서 잘 들어맞는다(혹은 잘 들어맞게 설명한다).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세금, 범죄와 사형제도, 규제와 환경, 문화, 낙태 등등 많은 사안에서 보수와 진보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이고,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태도들이 이 모델로 잘 설명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흔히 얘기하듯 보수나 진보가 비도덕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도덕에 기초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저자는 분명 진보의 편이다(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보수의 엄한 아버지 도덕이 진보의 자애로운 부모 도덕에 비해 덜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보수의 논리와 도덕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했다. 그럼에도 그는 진보의 가치, 자애로운 부모 도덕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이유가 가장 궁금했지만, 그 부분은 오히려 요약에 그치고 있다(아마도 이 책의 주요 범위에 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조지 레이코프가 주장하고 있는 가정 모델에서의 엄한 아버지 도덕과 자애로운 부모 도덕은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에도 상당 부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읽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너무도 혼란스러워진다. 우리나라는 과연 제대로 된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다툼이 가능한가? 하는 것 때문이다. 분단 상황은 보수와 진보를 비이성적인 공격의 대상으로만 만들어버리고 있는 상황 때문에 말이다.
조지 레이코프의 논리와 주장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받아들이거나 반박하기도 전에 그런 건전한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커다란 장애물에 의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서글퍼진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