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 / 산해 펴냄 / 2008.5.30
– 시력과 청력 대신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헬렌켈러의 자서전

헬렌 켈러가 22세에 쓴 아름다운 자서전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50대에 이른 헬렌 켈러가 자신의 눈이 뜨여 3일간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쓴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완역한 책이다.
미국의 맹농아 저술가이며 사회사업가였던 헬렌 켈러. 그는 53세에 쓴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시력과 청력을 잃고 살아온 긴 세월 동안 간절히 보고 싶어하고 또 하고 싶어했던 일을 꼼꼼한 묘사와 수려한 말솜씨로 들려주면서, 사흘만이라도 빛을 보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하며 다시 영원한 어둠으로 돌아가겠다고 고백한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한 작품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헬렌 켈러의 자서전은 그가 대학 2학년 때 쓰기 시작한 것으로,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독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시력과 청력 대신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던 헬렌 켈러는 사람과 사물, 풍경과 사건 들을 세밀화를 그려내 듯 꼼꼼하고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사라진 감각 대신 촉각과 후각, 상상력, 영감을 총동원하여 세상을 향해 손을 뻗었던 그의 어린시절을 손에 잡힐 듯 그려냈다.
○ 목차
.내가 만일 사흘 동안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내가 살아온 이야기
.옮긴이의 말_손으로 보고 손으로 들은 풍요로운 세상

○ 저자소개 : 헬렌 켈러 (Hellen Keller)
1880년 7월 27일 앨라배마 주 터스컴비아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9개월 되었을 때 심한 병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하다 간신히 살아났으나 그 여파로 청각과 시각을 잃었다.
그녀의 부모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권유로 보스턴에 있는 퍼킨스 맹아학교에서 앤 설리번을 헬렌의 가정교사로 모셔온다.
앤 설리번과 헬렌이 함께한 초기의 이야기, 다시 말해 헬렌이 정신적, 지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시기의 이야기가 ‘내가 살아온 이야기 (The Story of My Life)’에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1902년 ‘레이디즈 홈 저널’에 맨 처음 발표되었다.
헬렌 켈러는 1904년 가정교사 앤 설리번의 도움으로 정상인도 힘들다는 래드클리프 대학 졸업이라는 과업을 성취했다. 헬렌은 미국 시각장애인 기금의 모금운동을 벌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등 자신의 일생을 장애인들을 위해 바쳤다.
이외에도 헬렌 켈러는 여성인권운동가, 스베덴보리파, 사회주의자 등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활약하면서 대통령 자유 메달과 수많은 명예 학위를 받았다.
그녀가 남긴 저서로는 《내가 사는 세상 (The World I Live In)》 (1908)과 《나의 중년 (Midstream: My Later Life)》(1929), 《헬렌 켈러의 비망록 (Helen Keller’s Journal)》 (1938), 《우리에게 신앙을 (Let Us Have Faith)》(1940), 《나의 스승 설리번(Teacher:Anne Sullivan Macy)》 (1955) 등이 있다. 그녀는 1968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유골 단지는 워싱턴 D. C.의 미국 국립 대성당에 안치되었다.
- 역자 : 이창식, 박에스더

○ 책 속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아는 사람은 귀머거리뿐입니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채로운 축복을 누릴 수 있는지는 소경밖에 모릅니다. 특히 후천적인 이유로 청각이나 시각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면 더욱 감각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하지만 시각이나 청각을 잃어본 적 없는 사람은 그 능력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 누구나 막 성년이 되었을 즈음 며칠 동안만이라도 소경이나 귀머거리가 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축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어둠은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일깨워줄 것이며, 정적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려줄 것입니다. – 본문 21쪽
얼마 전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마침 숲속을 오랫동안 산책하고 돌아온 참이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별거 없어.? 어떻게 한 시간 동안이나 숲속을 거닐면서도 눈에 띄는 것을 하나도 보지 못할 수가 있을까요? 나는 앞을 볼 수 없기에 다만 촉감만으로도 흥미로운 일들을 수백 가지나 찾아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오묘하게 균형을 이룬 나뭇잎의 생김새를 손끝으로 느끼고, 은빛 자작나무의 부드러운 껍질과 소나무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껍질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집니다. 봄이 오면 자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첫 신호인 어린 새순을 찾아 나뭇가지를 살며시 쓰다듬어봅니다. … 그저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데, 눈으로 직접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 본문 22쪽

○ 출판사 서평
- 오늘, 다시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읽는 이유
오늘날 헬렌 켈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마크 트웨인은 헬렌 켈러가 천 년 후에도 사람들 기억에 살아 있으리라 예언했다. 우리는 그녀를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천형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기억한다. 또한, 그녀는 “시력이 없는 사람보다 더 가엾은 사람은 비전이 없는 사람이다”와 같은 위대한 한마디와 그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실천을 남긴 사람이기도 하다. 때문에 오늘도 세계의 많은 이들은 그녀의 육성 속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한편, 그 현실의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와 용기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20세기 최고의 에세이 – “내가 만일 사흘 동안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2001년 미국의 무역센터 건물이 붕괴된 9?11테러의 와중에 그 건너편에 자리한 국제헬렌켈러기념사업회 건물도 무너졌다.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모두 사라진 그 폐허 속에서 헬렌켈러기념사업회의 존 팔머 회장은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하여 충격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바로 헬렌 켈러가 1933년, 미국의 대공황기에 발표한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50대의 헬렌 켈러는 이 글 속에서, 자신의 눈이 뜨여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기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그 사흘 동안 어떤 일들로 시야를 채울 것인가를 들뜬 어조로 궁리하고 있다. 평생 보지도 듣지도 못한 그녀가 오히려 사지 멀쩡한 우리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인 아름답고도 가치 있는 일들을 잘도 찾아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저 앞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축복인지, 그리고 그 축복을 우리가 얼마나 놓치며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이 글을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수필]로 꼽았다.
- 국내에 에세이 전문을 번역, 소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꼼꼼한 번역으로 만나는 스물세 살 헬렌의 아름다운 자서전
일반적으로 알려진 헬렌 켈러의 자서전 는 놀랍게도 그녀가 대학 2학년 때 쓰기 시작한 글이다. 잡지에 연재된 헬렌의 진솔한 글은 당시 독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단행본으로 출간되기에 이른다. 바로 그 책이 오늘날 전기문학의 고전으로까지 인정받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나친 유명세 탓인지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드문 책이기도 하다. 영화나 요약본을 통해 줄거리를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만 그녀가 써내려간 글을 온전히 읽어본 이는 많지 않다. 물론 국내에 제대로 나온 번역본이 없다는 사실도 한몫했을 것이다. 아동용 전기문은 발췌 압축한 것에 지나지 않고, 일반인 대상으로 나온 책 또한 완역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사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줄거리만 파악하고 끝낼 책이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시력과 청력을 잃었기에 더더욱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게 된 헬렌 켈러는 사람, 동물, 사물, 풍경, 사건,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꼼꼼하고 섬세하게 묘사했다. 세밀화를 보는 듯한 그 아름다운 문장을 읽다 보면 사라진 감각 대신 촉각과 후각과 상상력과 영감을 총동원하여 세상을 알아갔던 그녀의 어린 시절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이런 글을 압축본으로 접하고 넘겨버린다는 것은 독자에게 큰 손해일 것이다.
- 천형을 지고 태어났으나 삶을 사랑했던 여인
50대의 헬렌이 남긴 에세이와 20대의 헬렌이 쓴 자서전을 한데 묶어 출간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옮긴이들은 무엇보다도 원문의 단 한 문장, 단 한 단어라도 빼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헬렌 켈러의 육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녀의 진솔한 삶과 꿈을 독자가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헬렌 켈러의 글을 곰곰이 씹어 읽을 때 더욱 놀라운 것은 저주받았다 해도 좋을 운명에 시달린 그녀가 누구보다 밝고 적극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목가적인 전원풍경이나 아름다운 예술품뿐만 아니라 혼잡한 대도시의 마천루와 바쁜 군상들 역시 그녀는 행복하게 바라본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즐겁고 아름다운 것들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헬렌은 불행하고 비참한 광경에도 눈을 돌리지 않는다. 사실 헬렌 켈러는 기적의 소녀이자 장애인의 대모일 뿐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녀가 직접 쓴 글을 읽다 보면 헬렌 켈러의 모든 언행은 인간과 자연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