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신학과 철학 : 1권 고대에서 근대(17C)까지 / 2권 근대(18C)에서 현대까지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 종문화사 / 2019.6.17
신학과 철학은 진리가 자신을 드러내는 장소이다. 신학과 철학은 동일한 사태의 서로 다른 측면이다. 신학은 진리의 내용을 제시하고 철학은 진리에 이르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방법 (method)은 ‘길 위에 있음’ (meta+hodos)이다. 철학은 진리에 이르는 길을 안내한다. 신학의 내용은 피스톨에서 총알이 발사되듯 단번에 도달되지 않는다. 굽이굽이 길을 돌아 깨우쳐지는 것이 신학의 내용이다. 따라서 길을 가지 않는 사람은 진리를 보지 못한다. 따라서 철학적 물음을 깊이 천착하지 않으면 신학의 내용을 깊이 알 수 없고, 신학이 제공하는 내용이 없는 철학은 완전하지 못하다. 내용 없는 방법은 무의미하고, 방법 없는 내용은 공허하다. 이 책은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보다 깊은 통찰에 이를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할 수 있으며, 철학자들에게는 신학적 내용을 통해 길을 가는 목적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목차
- 1권
들어가는 글
서문
- 신학 연구에서 철학의 기능
- 신에 관한 논의가 신학과 철학의 관계에서가지는 중요한 의미
- 하나님에 대한 사상에 상응하는 세계 개념 그리고 철학과
개별학문들 간의 긴장
1장 철학과 신학의 관계설정의 유형들
- 철학과 대립적 관계에 있는 신학
- 참된 철학으로서의 기독교
- 자연 계시와 구분되는 “자연 이성”의 기능으로서의 철학
- 이성적 보편성과 종교적 주관성
- 종교적 표상이 철학 개념으로 지양됨
2장 플라톤주의의 기독교적 수용
- 하나님에 대한 사상과 플라톤의 원리론
- 신을 닮아감이라는 삶의 이상
- 조명과 은혜
- 기독교적 수정과 플라톤 이론의 변형
- 플라톤 사상의 계속적인 영향과 시사성
3장 기독교 신학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
- 플라톤과의 관계에서 본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심 사상
- 교부신학에서의 아리스토텔레스
- 라틴 중세 기독교의 아리스토텔레스 수용과 그 문제점
- 근대와 아리스토텔레스
4장 스토아 철학에 대한 기독교 사상의 관계
- 스토아 학파 체계의 출발점과 근간
- 기독교 신학과 스토아 철학
- 근대의 탈(脫)기독교화에 미친 스토아의 영향
5장 철학의 주제 형성에 대한 기독교의 기여
- 세계 및 모든 유한한 존재자의 우연성
- 개별성에 대한 집중
- 세계에 대한 역사적 이해
- 무한자에 대한 긍정적 평가
- 기독교 성육신 사상의 영향들
6장 기독교로부터 근대 문화의 해방
7장 근대 초기를 규정한 새로운 철학의 착안과 기독교적 의미
- 르네 데카르트(1569~1650)에 의한 철학적 신학의 갱신과 후속 문제들
- 존 로크와 경험론
2-1) 인식론
2-2) 하나님 인식과 자연 인식의 비교 그리고 기독교 계시의 신빙성
2-3) 로크와 이신론
2-4) 로크의 기타 영향들
- 2권
들어가는 글
서문
- 신학 연구에서 철학의 기능
- 신에 관한 논의가 신학과 철학의 관계에서가지는 중요한 의미
- 하나님에 대한사상에 상응하는 세계 개념 그리고
철학과 개별학문들 간의 긴장
1장 칸트와 신학에 끼친 그의 영향
- 칸트 철학의 발전에 끼친 신학적 영향
1-1. 초기 저작들에 나타난 칸트의 신 개념
1-2. 창조된 세계
1-3. 이성으로부터의 신 존재증명 - 『순수이성비판』에서 신의 형이상학적 기능들에 관한 인간론적 해명
2-1. 초월론적 미학에서 공간과 시간의 인간론적 해석
2-2. 오성기능의주관성과 그의 객관적 타당성 문제
2-3. 특수형이상학과 이성의 이념들 - 칸트의 윤리와 종교철학
- 칸트의 신학적 영향들
4-1. 초자연주의에서의 칸트 수용
4-2. 각성신학의 발단
4-3. 예수에 의해 선포된 하나님 나라의 윤리적 해석 81
4-4. 초월론적 토미즘
2장 초기 관념론
-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와 무신론 논쟁
1-1. 피히테의 지식학에 나타나는 그의 자아철학
1-2. 피히테 철학의 근본 특징과 무신론 논쟁 - 초기 셸링과 헤겔
- 슐라이어마허와 관념론
3-1. 『종교에 관하여』에 나타난 종교개념의 철학적 요소들
3-2. 슐라이어마허의 『종교에 관하여』에 대한 셸링과 헤겔의 반응
3-3. 셸링과 헤겔과의 관계에서 본슐라이어마허의 철학체계
3장 헤겔의 체계사상
- 토대와 첫 번째 체계화 작업
- 실증철학과 『논리의 학』
- 헤겔의 철학에 대한 기독교 신학의 반응들
- 헤겔 철학의 지속적인 의미와 한계
4장 인간론으로의 전환
- 헤겔 이후의 철학적 특징
- 헤겔과의 결별에서 등장한 새로운 철학적 경향들
2-1. 포이어바흐와 마르크스
2-2. 막스 슈티르너와 키에르케고르
2-3. 딜타이와 역사적 경험의 해석학 - 신 죽음 이후의 새로운 인간론
3-1. 허무주의 철학자
3-2. 하이데거와 실존주의
3-3. 철학적 인간학 - 자연철학적 인간론
5장 오늘의 신학과 철학
- 인간과 종교
- 철학적 신학과 역사적 종교
- 세계 개념과 신 개념
○ 저자소개 :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Wolfhart Pannenberg, 1928 ~ 2014)
1928년 10월 2일 독일 슈테틴 (현재 폴란드의 슈테친)에서 세무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루터교에서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유년기에는 기독교에 적대적인 부모로 인해 신앙생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18세 무렵 강한 종교적 체험을 하게 되었는데, 후에 그는 이 체험을 “빛 체험”이라 불렀다. 그는 이런 체험을 학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철학자들과 종교 사상가들의 다양한 책을 읽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문학 교사의 권유로 기독교를 깊이 탐구하여 “지성적 회심”에 이르렀으며, 그 결과 기독교가 최선의 종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어린 시절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여 피아니스트나 혹은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과 같은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 그는 15세 때 도서관에서 니체의 ‘음악의 정신으로부터 비극의 탄생’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경험하였을 뿐만 아니라 군인으로 전쟁의 끝에 가담하게 되면서 결국 전쟁포로로 1945년 여름을 맞았다. 포로 생활 이후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 1946년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이후 1947년 베를린대학교에 입학하여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베를린대학교에서 3학년을 마치고 1950년 여름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계속 공부하였다. 그는 교의학과 관련된 많은 신학 서적들을 읽었으며, 성서 해석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철학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 그는 1953년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둔스 스코투스의 예정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1958년 부퍼탈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1958 ~ 1961)로 3년 뒤에는 마인츠대학교 (1961 ~ 1968)로 옮겨 교의학을 강의했다. 1963년 시카고 대학에 초빙되어 교환교수로만 한 학기를 머물렀다. 그리고 1968년 뮌헨대학교 교수 (1968 ~ 1994)로 초빙되어 은퇴할 때까지 강의했다.
판넨베르크의 계시 사상은 K. 바르트와 역사를 정신과 자유가 계시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헤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는 역사가 하나님의 자기계시라는 헤겔의 역사관을 그대로 수용하는 한편, 그리스도의 부활은 예기적 (proleptic) 사건이며 역사는 그 예기적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견해는 강한 바르트적 경향에도 불구하고 신정통주의 신학자들은 물론 불트만을 지지하는 자유주의 신학자들로부터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헤겔좌파, 마르크스와 에른스트 블로흐에게 철학적 뿌리를 가지는 몰트만도 은연중에 판텐베르크를 비판했다.
저서로서는 ‘역사로서의 계시’ (1961), ‘예수, 신과 인간’ (1964), ‘신학과 하나님의 나라’ (1969), ‘신학적 관점에서의 인간론’ (1983), ‘조직신학’ 1-3권 (1988 ~ 1993), ‘신학과 철학’ (1996), ‘유비와 계시’ (2007) 등이 있다.
– 역자 : 오성현
서울대학교 철학과 및 동대학원 (서양철학전공)을 졸업하고,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부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헤르만 피셔의 『슐라이어마허의 생애와 사상』, 판넨베르크의 『윤리학의 기초』, 미하엘 벨커의 『하나님의 계시 ? 그리스도론』, 칼 바르트의 『기도』, 라인홀드 니버의 『빛의 자녀들과 어둠의 자녀들』, 공역한 책으로 『칼 바르트의 신학묵상』, 『종교개혁, 유럽의 역사를 바꾸다』 등이 있다. 그리고 독일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한 박사학위논문 (Barth und Schleiermacher 1909-1930)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출판연구지원으로 『바르트와 슐라이어마허』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논문으로는 「루터의 신앙의 윤리」, 「슐라이어마허 기독교윤리학의 철학적ㆍ신학적 입지와 그 특징」, 「바르트의 신학적 윤리학: 복음과 율법을 중심으로」, 「현대 한국 복음주의와 윤리운동」, 「기독교적 영성과 생명윤리」, 「순교의 영성과 윤리」, 「고령화 시대의 성담론」 등이 있다.
– 역자 : 오희천
충북 청풍에서 태어나 서울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기독교대백과사전』 번역위원으로 참여하였다.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철학, 교육학, 신학을 공부하여 석사학위 (M.A.)를 받았으며, 같은 대학교에서 하이데거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 (Dr.Phil.)를 받았다. 현재는 서울신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철학과 논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서양철학』 (종문화사), 『형식논리와 논술』 (종문화사), 『하이데거. 존재의 의미』 (종문화사) 등, 역서로 『토마스 뮌처』 (한국신학연구소), 『성경과 코란』 (중심출판사),『마지막 일주일』 (다산초당),『할레이 성서핸드북』 (기독교문사), 『헤르만 헤세, 행복』 (종문화사) 『인간의 본성과 운명Ⅰ.Ⅱ』 (종문화사),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들』 (종문화사),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들』 (종문화사), 『철학고전 32선』 (종문화사) 등, 논문으로 「하이데거의 철학사적 위치 – 존재해명으로 가는 길 위에 있음」 (『존재론연구』 10집), 「하이데거와 칸트」 (『철학』 89집), 「헤겔과 하이데거에 있어서 철학의 과제와 방법론」 (『철학연구』 83집),「“아낙시만드로스의 금언”에 나타난 하이데거의 존재이해」 (『존재론연구』 26집)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 1권
사랑은 오성의 분리를 무화시키는 극복이 아니라 그런 분리를 인정하는 극복, 즉 생명의 통일성이다. 그런 사랑은 사변적 개념에 관한 헤겔의 후기 사상의 단초가 되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사변적 개념은 분리된 것의 통일이다. 이런 통일에서 개념의 모든 규정들은 타자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방식으로 다른 규정들과 관계한다.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초월적인 총체적 정신으로 전제하고, … 생명을 추구하며, 가장 내 밀하게 그 생명과 하나가 된다면, 그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다.”(N 347)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신의 존재를 현대의 자연과학적 세계관에 부합할 수 있는 세계개념을 통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과정신학”은 신개념과 세계개념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경건한 경험주관주의는 세계의 현실성은 물론 신의 실재성도 놓칠 위험에 처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화이트헤드의 신은 성서와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창조자로서의 하나님이 아니다. 화이트헤드의 신은 개개의 사건들의 창조자가 아니라 이 사건들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도록 자극할 뿐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 2권
철학과 신학은 인간과 세계의 실재를 이해하고자 하는 공통의 주제를 가진다. 물론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신학과 철학을 탐구할 수 있지만 인간과 세계의 실재를 이해하고자 하는 과제는 동일하다. 철학은 그의 위대한 전통에 따라 이런 과제를 수행할 때에만 다른 학문분야들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와 달리 신학은 인간과 세계의 창조자를 다루고 따라서 하나님에 관한 논의를 인간과 세계의 실재에 관한 총체적 이해와 관련하여 말할 때에만 비로소 하나님과 그의 계시에 관해 올바로 말할 수 있다. 이때 신학은 비판적으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철학적 반성을 필요로 한다. 한편 철학은 여러 종교들이 주제로 다루는 신적 존재로부터 인간과 세계 전체의 구성을 위한 종교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세계에서 인간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 이때 철학은 순수한 철학적 신 이해를 통해 종교들을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신학과 철학 사이의 긴장관계는 충분하다. 신학은 하나님과 그의 계시로부터 인간과 세계 전체를 사유해야 하는데 반해, 철학적 사유는 인간과 세계의 경험으로부터 그 경험의 절대적 근원을 묻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 이 책은 내가 뮌헨대학교에서 1993/94년 겨울학기 강의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수십 년간 정기적으로 강의하면서 매번 수정 · 보완했던 것을 약간 손질하여 출판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출판하기로 결심한 것은 신학자들을 위한 철학 입문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적합한 문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신학 연구에서 이 과제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는 이 책의 서론 초반부에 밝혔다. 하지만 더 나아가 철학과 신학의 관계성은 또한 일반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학과 신학의 관계성에 대한 물음, 특히 상호 간의 역사에서 신학에 대한 철학의 관련성에 대한 물음은 이 책의 중심 질문이다. 그런데 왜 이 물음이 순수한 체계에 따르지 않고 철학적 체계의 역사적 순서에 따라서, 그리고 철학 체계들이 기독교 신학에 수용되는 역사적 순서에 따라서 다뤄지는지도 역시 이 책의 서론에서 해명될 것이다. 한편 그런 방식의 서술에서 철학사에 출현했던 체계의 형성들은 단지 개괄적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 제공될 문헌들의 정보도 최소한으로 제한되었다. 여기서 이런 저런 주제들을 더욱 깊이 탐구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큰 어려움 없이 지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철학적 체계들이 신학에 미친 영향사(影響史)에 관해서도 부득이 간략하게 언급되었다. 물론 이것이 이 책의 주요 관심사다. 이 책은 먼저 기독교 사상에 대한 고대 철학의 영향사를 다룬다.(1권 2장~4장) 이어서 기독교 자체가 철학의 주제들과 과제들에 기여한 점들을 다룬다.(1권 5장) 그리고 다음 장들에서는 근대적 사유와 기독교의 관계에 주목할 것이다. 먼저 약간의 일반적인 주제들이 다뤄지며,(1권 6장) 이어서 근대 초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철학의 새로운 착안들이 고찰될 것이다.(1권 7장) 이때 특히 임마누엘 칸트에 주목할 것이며, 또한 그의 사상이 신학에 미친 광범위한 영향사에 주목할 것이다.(2권 1장)
이어서 관념론적 체계의 형성들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고,(2권 2장, 3장) 이후에 후기 관념론 철학이 인간론으로의 전향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질 것이다.(2권 4장) 이때 후기 실존주의 사상들 중에서 오직 과정철학만 베르그송에서 시작해서 화이트헤드와 그 학파에 이르기까지 특별히 서술될 것이다. 왜냐하면 과정철학은 20세기 대부분의 다른 철학적 방향들과 달리 철학 전통의 형이상학적 물음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으며, 바로 그런 점에서 새로운 신학의 사조에 주목할 만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반면에 현대 철학 중에서 지식학과 언어분석 철학은 이 책에서 특별히 다루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철학들이 신학의 근본적인 토론에 적잖은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학과 철학의 연관성의 중심부에 놓여 있는 하나님, 인간 그리고 세계의 관계라는 주제에 새롭게 기여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층 더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진 마지막 장(2권 5장)은 철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철학의 형이상학적 전통에 대한 회고 속에서 다룰 것이다. 이때 이 작업은 현대적 경험들의 관점, 특히 철학이 기존의 종교적 의식의 형성에 의존해 있음을 드러낸 현대의 역사적 사유의 관점에서 수행될 것이다. 이 결론의 장은 1994년 2월 22일 뮌헨에서 내가 했던 마지막 정규 강의 내용과 같다.
– 신학과 철학은 진리가 자신을 드러내는 장소이다. 신학과 철학은 동일한 사태의 서로 다른 측면이다. 신학은 진리의 내용을 제시하고 철학은 진리에 이르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방법(method)은 ‘길 위에 있음’(meta+hodos)이다. 철학은 진리에 이르는 길을 안내한다. 신학의 내용은 피스톨에서 총알이 발사되듯 단번에 도달되지 않는다. 굽이굽이 길을 돌아 깨우쳐지는 것이 신학의 내용이다. 따라서 길을 가지 않는 사람은 진리를 보지 못한다. 따라서 철학적 물음을 깊이 천착하지 않으면 신학의 내용을 깊이 알 수 없고, 신학이 제공하는 내용이 없는 철학은 완전하지 못하다. 내용 없는 방법은 무의미하고, 방법 없는 내용은 공허하다. 이 책은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보다 깊은 통찰에 이를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할 수 있으며, 철학자들에게는 신학적 내용을 통해 길을 가는 목적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은 판넨베르크가 뮌헨 대학교에서 은퇴하기까지 오랫동안 해 왔던 강의를 출판한 것으로서 신학자를 위한 철학 입문서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적 흐름에 따라서 다양한 철학들이 기독교 신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독교 신학이 철학 연구의 주제 및 과제 형성에 끼친 영향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기독교 교리가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수 없으며, 동시에 오늘 기독교 교리가 주장하는 진리에 대해 정당한 판단을 내릴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신학 연구에 철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학과 철학을 다뤄야 하는 또 다른 근본적인 이유가 저자에게는 있었다. 현실을 그 총체성에서 사유하려고 하는 철학의 과제와 모든 현실과 그 근원을 하나님으로부터 설명하려고 하는 신학의 과제는 학문적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학이 철학을 연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사렛 예수의 하나님이 모든 사람들의 유일하고 참된 하나님이라는 기독교 교리 때문이었으며 지금도 그렇다. 신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만물의 창조적 근원에 관해 논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인간과 우주가 어떻게 하나님에게서 기원하였는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실제로는 아직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과 만물의 총체성이 이런 상호관계에서 생각되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에 관한 논의는 공허하며 따라서 하나님을 인간의 관점에서 제시하는 종교적 투사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